출근 중 사건 발생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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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케챱
작품등록일 :
2024.07.15 16:23
최근연재일 :
2024.09.0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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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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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DUMMY

내려가는 계단 전체에 고현우가 흘린 것으로 보이는 피가 흥건했다.


복도에서 공격을 당한 이후 어떻게든 비상계단 안으로 기어든 듯 보였다.

계단 벽을 짚으며 내려간 듯 흰 벽에 피로 긴 줄이 그려져 있었다.


“비명은 못 들었다며?”


김 부장의 말에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는지는 나도 궁금한 노릇이다.

하지만 이미 눈앞에 고현우가 죽어 있는 상황에서 더 고민해 봐야 무엇하겠는가?


밖에서 성 대리가 철문을 두드려대는 소리가 울리는 동안 우리는 시체와 한 공간에서 온갖 생각에 사로잡힌 채 시간을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성 대리가 물러간 후에야 철문에서 떨어져 고현우의 시체를 살펴봤다.


김 부장과 내가 먼저 다가가 앞으로 엎어져 죽어 있는 고현우의 시신을 뒤집었다.

바로 눕히고 나서야 내가 고현우의 비명을 듣지 못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뒤에서 봤을 때는 옆부분을 물어뜯긴 듯 보이던 상처는 고현우의 목 앞까지 이어져 있었다.

훤히 드러난 목구멍에서 아직 채 굳지 않은 피가 흘러나왔다.


“욱.”


김 부장은 입을 틀어막더니 휙 고개를 돌리고 헛구역질을 해댔다.

그가 연신 구역질을 하는 사이 나는 가방에서 멀티탭을 꺼내 들었다.


“그걸로 뭐 하려고요?”


“묶을 겁니다.”


턱짓으로 고현우를 가리키며 답하자 잠시 멈칫하던 강예라가 다가와 시신을 난간 근처로 옮기는 걸 도왔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정 차장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중얼거렸지만, 결국 인턴 두 사람이 시신을 가지고 끙끙대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지 강예라와 나를 도우러 다가왔다.


우리가 시체의 팔과 다리를 계단 난간에 묶는 동안 그 모습을 얼떨떨하게 바라보던 미화원이 물었다.


“왜, 왜 그렇게 하는 거예요? 이미 죽은 사람이잖아요.”


하얗게 질린 얼굴이 마치 정신 나간 사람들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다시 살아나서 움직일까봐요.”


흰 전선줄을 고현우의 손목에 단단히 묶은 후 무릎을 털고 일어나며 답했다.


“살아난다고요?”


“네. 저희 사무실에서도 이렇게 죽은 분 하나가 있었는데···.”


말을 잇던 강예라가 문득 닫힌 철문 쪽을 바라봤다.


“밖에 있던 그 사람이에요. 저희 쫓아오던 사람이요.”


미화원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바깥을 바라봤다.

반응으로 보아하니 달아나기 바빠 성 대리의 목부분 모습은 제대로 보지 못한 듯했다.


“그 총각이 죽은 거라고?”


미화원은 기운이 빠진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이고···젊은 사람이, 고향도 멀다고 했는데.”


미화원의 중얼거림에 정 차장이 물었다.


“아는 사이셨어요?”


미화원이 넋 나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인사성도 바르고, 가끔 간식 많이 샀다고 나눠 주기도 하고 그러길래. 나도 가끔 먹을 거 생기면 챙겨주고 그랬지. 얘기도 많이 나누고···.”


말을 마친 미화원이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미화원의 울음이 길어지자 김 부장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더니 날 손짓해 불렀다.


“일단 움직여야지 않겠어?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야?”


본인이 직접 말하기 껄끄러운지 김 부장은 미화원을 곁눈질하며 내게 슬쩍 눈치를 줬다.


강예라는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 이후로 여전히 약간 넋이 나간 듯 보였고, 그렇다고 인턴인 내가 정 차장이나 김 부장에게 일을 떠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내가 말을 거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멍한 것을 넘어 지끈거리기 시작하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계단을 올라 미화원의 곁으로 다가갔다.


“저···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내 말에 미화원이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날 올려다보는 얼굴에 눈물이 살짝 묻어 있었다.


“정숙이야. 이정숙.”

“네, 이 여사님. 일단 상황을 어디까지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층에는 복도에 있던 성 대리님 말고도 저런 사람들이 꽤 있었거든요.”


이정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한 명 더 봤어. 아주 이상한 몰골로 달려들길래 얼른 안에 들어가서 경비실에 전화를 걸었는데···. 아무도 안 받더라고. 밖에 있는 것들은 잠깐 문을 열기라도 하면 득달같이 달려들고.”


“뭐, 그놈들이 18층까지 올라왔는데 1층이라고 멀쩡하려고.”


김 부장이 이정숙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네. 저희가 경찰에 전화를 걸어봤었는데 그쪽도 아예 안 받더라고요. 지금은 신호도 끊겨 있고요.”


내 말에 이정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신호가 끊겼어?”


“여사님 핸드폰은 멀쩡하세요?”


“내 건 배터리가 나가서···. 아이고, 신호가 끊기는 일도 있나? 뭐 정말 큰일 난 거 아니야?”


“그걸 저희가 나가서 확인해 보려고요. 그런데 이 안은 따로 잠글 수 있는 문도 없고, 전부 뚫려 있어서 얼른 이동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혹시 움직이실 수 있겠어요?”


“아이고, 이 안에도 있을까?”


허둥지둥 일어난 이정숙이 계단 난간 사이의 뚫린 틈을 위아래로 살펴보며 불안하게 물었다.


“···없기를 바라야죠.”


내가 난처하게 웃으며 답하자 이정숙이 급한 걸음으로 앞서서 계단을 내려갔다.


불안한 걸음걸이로 내려가던 이정숙의 발이 고현우의 근처 계단을 디뎠을 때, 난간에 묶여 있던 고현우가 번쩍 눈을 떴다.


“캬아아악!”


입을 떡 벌리고 이정숙의 발목을 물어뜯으려던 고현우의 목이 난간에 묶인 전선줄에 걸려 턱 멈춰섰다.


놀라 비명을 내지른 이정숙이 벽 쪽으로 바짝 붙어 섰다.


고현우는 팔다리를 마구 휘두르며 연신 이정숙 쪽으로 이빨을 딱딱 부딪쳐댔다.


팔과 다리도 모두 난간에 묶여 있어 그가 움직일 때마다 전선이 철제 난간을 두드리며 텅텅 소리를 냈다.


직접 만졌던 시체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건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고 해도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우리는 이미 날뛰고 있는 고현우를 더 자극하지 않기 위해 벽에 바짝 붙어 선 채로 조용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몇 층을 내려가도 고현우의 울부짖음은 그치지 않았다.


소리가 비상계단 내부를 울리기 때문인지 소음이 작아지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말없이 계단을 내려가면서 우리는 핏자국을 만날 때마다 걸음을 멈췄다.


어떤 것들은 비상계단 안으로 들어와 아래쪽까지 죽 이어져 있기도 했고, 어떤 것들은 그저 문 앞쪽에 고여 있기만 했다.


다행히 이상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시멘트 냄새와 피비린내가 뒤섞인 퀴퀴한 향에 머리가 어지러워질 무렵, 우리는 마침내 2층 계단참에 도착했다.


더 이상 고현우가 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여기서 밖으로 나가는 게 어때요?”


내 말에 김 부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1층으로 안 가고?”


“이 여사님께서 아까 경비실이랑 연락이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 1층에 문제가 생긴 걸 뻔히 알면서 1층으로 나갈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2층에도 외부로 통하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잖아요.”


“난 지혁 씨 말에 찬성. 1층으로 가나 2층으로 가나 별 차이 없잖아?”


정 차장의 말에 김 부장이 내키지 않는 듯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왜 차이가 없어? 1층은 출입문이 많은데 2층은 엘리베이터 쪽으로 난 거 하나잖아. 그쪽에 그놈들 몰려 있으면 어디로 나갈 건데?”


“···저희가 나갈 일만 걱정하면 될까요? 밖에서 들어오는 건요?”


김 부장의 말을 듣고 있던 강예라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김 부장도 그제야 고현우가 보여줬던 동영상과 문자 내용들이 떠올랐던지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이러면 어때요? 우선 2층으로 나가서 창문으로 바깥이 어떤지 보죠. 그러고 괜찮은 것 같으면 나가고, 아니면 문이 열려 있는 가게 하나를 찾아서 안에서 문을 잠그고 좀 더 구조를 기다려 보는 겁니다.”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대걸레와 빗자루, 전선줄을 들고 단단히 무장한 우리는 2층 방화문 앞에 서서 잠시 마음의 준비를 했다.


정 차장은 엘리베이터에 있던 남자에게 휘둘렀던 핸드백을 한 손에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다.

대체 저기 뭐가 들어 있기에 그 남자가 그렇게 맥없이 날아갔던 거지?


수면부족 탓인지 때에 맞지 않는 궁금증이 불쑥 일었지만 애써 호기심을 죽이고 문을 밀었다.


18층과 마찬가지로 2층 복도 역시 시간에 맞지 않게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바깥이 칠흑처럼 어둡고 시간은 두 시를 넘어가는데도, 대부분의 가게 문이 열려 있었다.


우리는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문들에서 최대한 떨어져 서서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이 층 출입문 쪽으로 다가갔다.


젊은 여자 하나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에스컬레이터를 달려 올라오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오르고 있는 탓에 올라오는 속도는 느렸지만, 우스꽝스럽다기보다는 절박해 보였다.


여자의 뒤를 쫓아오던 남자 하나가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을 헛디딘 듯 쿠당탕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그러나 곧 팔이 기괴한 방향으로 꺾인 채 벌떡 일어나 다시 여자를 쫓기 시작했다.


여자가 마침내 에스컬레이터를 올라 건물 문 앞까지 다가왔다.

적외선 센서가 여자를 감지하고 천천히 문을 열기 시작했다.


순간 달려오던 여자가 우리와 눈을 마주쳤고, 그녀의 얼굴에 안도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리고 바로 직후에, 엘리베이터를 오른 남자가 여자의 어깨에 이를 박아 넣었다.


“아아아악!”


찢어지는 비명소리에 놀라 대걸레를 쥐고 밖으로 뛰어나가려는데, 김 부장이 내 팔을 붙잡았다.


“뭐하시는···!”


버럭 소리를 지르려는데 이번엔 김 부장이 남은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중년의 여자 하나와 어린아이로 보이는 형체 하나가 여자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목과 팔을 물어뜯었다.


피가 솟구치며 건물 외부 창문이 피범벅이 됐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여자의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는 순간 김 부장이 내 입을 틀어막은 채로 엘리베이터 문에 바짝 붙어 섰다.


안으로 움푹 들어간 입구에 구겨져 들어가니 바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벽 뒤로 몸을 피한 듯, 엘리베이터 옆 벽 바깥으로 이정숙의 대걸레 가닥이 살짝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자동문이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인식해 스윽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몇 번 반복됐다.


무언가를 씹어먹는 듯 불쾌한 쩝쩝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영원 같은 시간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곧 어디선가 으아악 하고 어렴풋한 비명이 들려왔다.


곧이어 텅텅텅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창문 너머로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달려가는 사람들의 머리가 흘깃 보였다가 사라졌다.


곧이어 다시 자동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서야 김 부장이 슬쩍 얼굴을 내밀고 바깥을 살폈다.


“큰일 날뻔했네. 도 인턴, 무슨 정의의 사도라도 돼? 혼자 있는 것도 아닌데 조심 좀 하자.”


김 부장의 말을 들으며 멍하니 문밖에 쓰러져 있는 여자의 시체를 바라봤다.


베이지색 블라우스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산 채로 물어뜯겨서.


끔찍한 광경에 시선을 돌리고 싶은데도 쉽게 고개를 움직일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18층에 있는 게 나을 뻔했네. 차라리 다시 올라갈까?”


김 부장이 자동문을 걱정스레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지혁 씨, 과장님!”


그때 강예라의 속삭이는 외침이 들려왔다.


2층 안쪽에 있는 커다란 미용실 문에서 강예라가 고개만 빼꼼 내민 채로 우리를 향해 열심히 손짓하고 있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나와 김과장이 미용실에 들어가자 갈색으로 염색한 히피펌 머리를 대충 올려 묶은, 어려 보이는 여자가 조르르 달려와 얼른 문을 닫았다.


“밖에 아직도 그 이상한 것들 있어요?”


다급하게 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니 여자가 기운이 빠진 듯 근처에 있던 미용 의자 중 하나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 내일이면 휴무일인데.”


푹 한숨을 내쉰 여자가 거울 앞 작은 받침에 푹 엎드리더니 팔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받침의 높이가 낮은 탓에 굉장히 불편해 보이는 자세였지만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디에 있다가 오신 분들이에요?”


고개만 슬쩍 돌려 우리를 바라본 여자가 궁금한 듯 물었다.

대기용 소파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으며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18층에서 내려왔어요.”


“어쩌다 여기로 내려오셨어요? 위가 낫지 않아요? 아까 2층 완전 아수라장이었는데. 다 어디로 간지 모르겠어요. 밖에서 소리가 나서 나갔나?”


“위에도 몇 명 있었거든요···.”


바깥으로 나갈 수도 없다는 것이 확실해지자 목적을 잃은 정신이 완전히 졸음에 사로잡혔다.

여자의 말에 대답하면서도 꿈을 꾸듯 머릿속이 몽롱했다.


여자의 질문에 몇 마디 더 답변을 한 것 같은데, 대화의 내용은 기억에 남지 않고 그대로 사라졌다.


그녀와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를 어렴풋하게 들으며 나는 소파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

.


나는 무언가 터지는 듯한 소음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해가 높이 떠올라 미용실 안 전체를 비추고 있었다.


소파나 미용 의자, 샴푸 의자 따위에 흩어져 앉아 있던 사람들이 나와 같은 소리를 들은 듯 고개를 쭉 내밀고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들었어요?”


미용 의자에서 쪽잠을 잔 듯한 강예라가 내게 물으며 창문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내가 뭐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다시 한번 그 폭음이 들렸다.

어딘지 익숙하게 느껴지는 소음에 잠시 고민하는데, 김 부장이 불쑥 입을 열었다.


“이거 총소리 아니야?”


“···강남 한복판에서 누가 총을 쏜다고요? 대한민국에서?”


머릿속으로는 김 부장의 말에 반쯤 동의했지만,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었다.

나도 창문 쪽으로 걸어가 강예라와 함께 거리를 바라봤다.


밤에는 어둠에 가려져 흐릿하게 보이던 거리는 햇빛 아래 훤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스팔트와 보도블록 여기저기에 검붉은 얼룩이 묻어 있었고, 근처에 주차된 차량 몇 대에도 피가 흩뿌려져 있었다.


핏자국이 그렇게나 많은데 어디에도 시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소름 끼쳤다.


멍하니 밖을 바라보는데, 검은 티셔츠를 입은 남자 두 사람이 텅 빈 도로를 가로질러 걷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에는 분명 그 이상한 사람 중 하나일 거라 생각했지만, 곧 두 사람의 걸음이 흔들림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저렇게 탁 트인 데를 막 걸어 다녀도 되는 거야?


불쑥 걱정이 치미는 순간 도로 끝에서 대학교 점퍼를 입은 젊은 남자 하나가 다리를 직직 끌며 나타났다.


그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을 보고 피하라는 말을 외치기 위해 다급히 창문을 여는 순간, 검은 옷을 입은 남자 중 더 호리호리한 쪽이 젊은 남자 쪽으로 몸을 돌렸다.


다시 한번 우리를 깨웠던 폭음이 들렸다.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가던 남자의 머리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바닥에 쓰러지는 그를 보고 호리호리한 남자가 들어 올렸던 손을 내렸다.


이렇게나 멀리서도 그의 손에 들린 검은 금속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권총이었다.


창문을 활짝 연 채로 멈춰서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봤다.


강남을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쏴 죽이는 미친놈과 사람을 물어뜯는 미친 사람 중 어느쪽이 더 위험할까?


창문 아래로 숨어야 할지, 아니면 그들을 외쳐 불러야 할지 망설이는 사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우뚝 멈춰서서 날 멀뚱히 바라보며, 내렸던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때 히피펌 여자가 우당탕 창문 쪽으로 달려오더니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어대며 외쳤다.


“살려주세요! 저희 여기 갇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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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엘리베이터 24.07.23 25 0 15쪽
3 회의실 24.07.21 28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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