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중 사건 발생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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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케챱
작품등록일 :
2024.07.15 16:23
최근연재일 :
2024.09.0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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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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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불량

DUMMY

이제까지의 비틀거리는 걸음은 거짓이었다는 듯, 남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내 눈앞까지 도착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문은 이미 반쯤 열려 있었다.

열린 문틈으로 다급히 몸을 빼내고 문을 당겨 닫았다.


역시 상대는 닫힌 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오던 기세 그대로 쾅- 유리문에 몸을 부딪쳤다.


화장실 끝에서부터 달려온 탓인지 이전보다 강한 충돌에 저절로 몸이 밀렸다.

지탱할 곳 없는 발이 미끄러운 복도에서 절로 미끄러졌다.


혹시 바깥에서 문을 걸어 잠글 방법은 없는지 필사적인 마음으로 문의 위아래를 살펴봤지만 역시 잠금장치는 안쪽에 달렸는지 열쇠 구멍만 보일 뿐이었다.


그때 문틈으로 불쑥 퉁퉁한 손가락이 비집고 나왔다.

반사적으로 문을 밀어붙이자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자의 손가락이 문 사이에 끼었다.


“헉!”


반사적으로 비명을 내지르며 문을 잡아당겨 열려다가 갑자기 떠오른 의문에 움직임을 멈췄다.


왜 아무 소리도 안 내지?


남자는 여전히 ‘그륵···’거리는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밖으로 뻗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른다거나, 문에 부딪힌 손을 안으로 집어넣으려고 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기어코 비집고 빠져나온 손등에 유리문에 긁힌 붉은 자국이 남았지만 역시 통증을 느끼지는 못하는 듯했다.


이대로 다시 문을 밀어야 하나?

그러다가 이 사람이 크게 다치면 어쩌지?


순간적으로 뼈가 보일 정도로 파인 손등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싹 소름이 끼쳐 순간 몸에 힘이 풀렸다.

남자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어느새 상반신을 쑥 밀어낸 남자가 탁한 눈으로 날 똑바로 노려보며 괴성을 내질렀다.


문을 다시 닫으려고 아무리 용을 써봐도 기어코 틈을 비집고 나오는 상대를 막을 수는 없었다.


문밖으로 비집어 꺼낸 양팔을 뻗어오는 그를 보자 공포에 질린 머릿속에서 마침내 이 문틈에 끼어 있는 것이 사람이라는 생각이 사라졌다.


나는 등으로 문을 받치고 무게를 실어 온 힘을 다해 문을 밀어댔다.


다음 순간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나를 노려보고 있던 남자의 입에서 주르륵 핏물이 흘러나와 후두둑 복도 바닥을 적셨다.


그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치며 더듬더듬 사과를 늘어놓았다.


“저, 저기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119, 119를···.”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누르려는데, 남자는 멀쩡하게 유리문을 밀어젖히고 복도로 나왔다.


물론 입으로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번들거리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걸 멀쩡한 모습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이제 그의 입에서는 가래 끓는 소리가 아니라 막힌 수도관 같은 쿨럭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말도 안 돼. 아프지도 않은 건가?

어떻게 저러고 걸을 수가 있지?


비현실적인 상황에 멍하니 그를 바라보는데, 정장을 입은 옆구리에서 무언가 하얀 게 빠져나온 것이 보였다.


난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곧 경악했다.


하얗게 질린 나는 곧 몸을 돌려 사무실을 향해 달려갔다.

붉은 피가 군데군데 묻어 있는 흰 물체는 남자의 갈비뼈였다.


그리고 남자는 갈비뼈가 부러진 채로, 입으로 계속해서 피를 토해내며 나를 따라 달려왔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복도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팀의 사무실이 있는 복도 앞에 도착한 나는 다급하게 몸을 틀어 문 앞으로 달려갔다.


멈추지 않고 달려오던 남자는 나를 따라 몸을 꺾으려다 속도를 이기지 못한 듯 쓰러졌다.


그가 일어나기 전에 사무실 앞에 도착한 나는 다급하게 문 옆에 있는 지문 인식기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인증되었습니다.]

인식기에 녹색 불이 들어오며 건조한 기계음이 들리고, 유리문이 숨이 넘어갈 만큼 느린 속도로 열렸다.


허둥지둥 문 안으로 들어와 뒤를 돌아봤다.

어느새 다시 일어난 남자가 나를 똑바로 쏘아보며 사무실로 달려오고 있었다.


유리문은 열릴 때만큼이나 천천히 움직여 제자리로 돌아왔다.


어디로든 달아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남자를 바라보니 공포로 몸이 굳어진 듯 움직일 수 없었다.


남자는 방금 넘어질 때 어딘가 잘못되었는지 이상한 방향으로 꺾인 손가락을 뻗어 나를 잡으려 했다.


그리고 쿵, 문이 닫혔다.


기괴한 소리를 내지른 남자가 손가락이 부러진 손으로 닫힌 유리문을 두드렸다.

그가 두드리는 곳마다 붉은 핏자국이 남았다.


어느새 갈비뼈가 튀어나온 곳에서 흐른 피로 인해 남자의 정장은 반신이 짙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가 연신 문을 두드리고 몸을 부딪치는 바람에 투명했던 유리문은 곧 피범벅이 되어 뿌옇게 흐려졌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 근처 파티션에 등을 기대고 스스륵 바닥에 주저앉았다.


툭, 손에서 핸드폰이 미끄러져 떨어지는 소리에 그제야 잠에서 깨어난 듯 정신이 들었다.


“맞아, 112. 아니지, 119라도···.”


핸드폰을 찾기 위해 고개를 숙이니 바닥에 잔뜩 고인 핏물이 보였다.


내 상처에서 흘러나온 핏물로 착각하고 흠칫 놀랐으나, 곧 그 피 웅덩이가 내 손에서 약간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제야 넓어진 시야에 사무실 바닥 곳곳에 고인 핏물이 보였다.


“피, 피가 왜···.”


손 근처에 고여 있던 핏물에 핸드폰이 떨어져 번진 흔적이 보였다.


피 웅덩이는 파티션 뒤쪽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덜덜 떨리는 몸을 일으켜 여차하면 반대쪽으로 달려갈 자세를 하고 슬쩍 파티션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다른 프로젝트로 바빠 거의 얼굴을 보지 못했던 대리 하나가 책상 위에 얼굴을 모로 대고 엎드려, 눈을 부릅뜬 채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드러난 목덜미는 무언가에 물어뜯긴 것처럼 근육이 드러나 너덜거렸다.

반쯤 드러난 목뼈가 희게 빛났다.


그제야 대리의 눈에 초점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벽에 부딪힐 때까지 빠르게 뒷걸음질 치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비명에 맞추듯 유리문 밖의 남자가 쾅쾅쾅 문을 두드리며 괴성을 질렀다.


아니, 저게 남자가 맞는 걸까?


유리문에서 멀어지기 위해 허둥지둥 달아나는 사이 바닥에 쓰러진 두 구의 시체를 더 발견했다.


아직 이름을 알지 못하는, 다른 팀 사원들이었다.


사무실 끝까지 걸어가 회의실 문을 잡았다.

사람들의 시야 위쪽까지 불투명한 시트지를 붙여놓은 회의실은 불이 꺼져 있었다.


빈 회의실 안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있으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겠지.


유리문이 두꺼운 편이긴 했지만, 덩치 있는 남자가 반복해서 들이받는 충격을 견딜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별생각 없이 손잡이를 잡고 문을 당기는데 턱, 걸리는 느낌이 났다.


“악!”


이어 숨죽인 비명이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현우 님?”


한동안 회의실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혹시 소리를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다시 한번 손잡이를 당겨봤다.


“···잠시만. 소리 내지 마, 지혁 씨. 열어 줄게.”


정 차장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철컥 철컥 잠금 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빼꼼 열린 문틈으로 정 차장의 얼굴이 나타났다.


정 차장은 나를 훑어보다가, 곧 내 손에 흐르는 피를 보고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


“다쳤어?”


“다쳤다고요? 안 돼. 절대 들여보내지 마요!”


고현우의 외침이 들려왔지만, 정미경 차장은 문을 활짝 열고 다급하게 나를 회의실 안으로 들였다.


그 옆으로 김 부장이라고 불렸던 남자가 다가와 급히 문을 다시 걸어 잠갔다.


“밖에서 그 이상한 사람 만났어?”


정 차장이 창백한 얼굴로 물으며 내 몸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이상한 사람이면···약간 뚱뚱한 체격에 비틀거리면서 걷는···양복 입은 아저씨요?”


정 차장이 불안한 기색으로 연신 회의실 밖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아니, 머리 짧게 깎고, 검은 티셔츠 입은 키 큰 사람이었는데.”


“이상한 사람이 한 명 더 있다고?”


김 부장이 문의 위쪽 잠금장치를 걸어 잠그고 의자에서 훌쩍 뛰어내리며 말을 붙였다.


“어떻게 이상한 사람을 말하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갈비뼈가 부러진 채로 전력 질주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두 명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내 질문에 회의실 테이블 한쪽에 놓인 휴지와 물티슈를 가져오던 강예라가 답했다.


“그 아저씨도 침 줄줄 흘리면서 사람을 물어뜯으려고 했어요?”


공포에 질린 다른 사람들과 달리 차분한 표정이었지만, 역시 혈색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를 표하고 휴지를 받았다.


강예라의 질문에 내게 달려들던 남자의 모습이 떠올라 표정이 굳었다.


“···네.”


“그것 봐!”


한쪽에 놓인 의자에 앉아 덜덜 떨던 고현우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책상을 탕 치고 일어나며 나를 가리켰다.


“저 새끼 물렸다니까요? 씨발, 이거 광견병 같은 거면 어떡합니까? 똑같은 짓을 하는 새끼들이 두 명이나 있으면 전염병 아니냐고.”


“광견병이 물리자마자 바로 발병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난리예요?”


강예라가 차갑게 쏘아붙이자, 고현우는 울컥한 표정으로 강예라를 노려보다가 무어라 웅얼거리며 말을 삼켰다.


“저 물린 거 아닙니다. 그냥 손톱에 살짝 긁힌 거예요.”


싸움이 더 심해질까 걱정돼 다급하게 상황을 해명했다.


물티슈로 피를 닦아내고 손에 난 상처를 보여주니 고현우가 흥, 코웃음을 치며 휙 고개를 돌렸다.


“긁힌 것도 문제가 될지 어떻게 알아?”


“이게 살짝 긁힌 거야? 이걸 어떡해···. 회의실 안에는 상비약도 없는데.”


정 차장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손등을 바라봤다.

김 부장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현우를 보며 못마땅한 듯 작게 중얼거렸다.


“허, 젊은 친구가 아주 본인만 아는구먼···.”


작은 목소리는 근처에 있던 나와 강예라, 정 차장에게까지만 들린 듯, 고현우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잠시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고현우는 우리들을 외면하고 혼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저, 제가 지금까지 화장실에 갇혀 있다 나와서 그런데, 안에도 무슨 일이 있었어요? 보니까 사람들이···.”


차마 끝맺지 못하고 말끝을 흐리자 회의실 안에 있던 모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경찰은 불렀어요?”


그나마 가장 편한 상대인 강예라에게 조그만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가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경찰도 119도 전화를 안 받아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요.”


“근처 정신병원 같은 데서 사람들이 탈출하기라도 한 거 아냐? 다들 그 재난 문자 받았잖아.”


김 부장이 자신이 받은 문자를 보여주려는 듯 핸드폰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럼 그렇다고 말했겠죠. 뭔가 이상하다니까요? 인터넷에서도 다들 이 얘기 중인데.”


불쑥 끼어든 고현우가 자신의 핸드폰 화면을 돌려 우리에게 보였다.


[ㅁㅊ 친구새끼가 나 놀린 거냐? -

친구가 강남역 근처 길거리에서 미친놈 봤다고 영상 찍어서 보내줬는데 어떤 또라이새끼가 길에서 사람 물어뜯고 공격하고 ㅈㄹ하는 거.

근데 뉴스에 강남으로 검색해 보니까 아무것도 안 뜨는데?

이 새끼가 이거 보내고 나서 좀 이따 카톡 서버 터져서 연락도 안 되고

이거 나 놀린 거냐? 근데 영상은 진짜 강남역 같고 가짜 같지도 않음. 친구 목소리도 나고]


[익명: 볍신아 이거 그거잖아 부x행. ㅈㄴ 잘 속는 새끼네ㅋㅋㅋㅋㅋ

└익명: ㅋㅋㅋ개 귀엽네 놀리는 맛 있을 듯.

└익명: ㅈㄴ 영화 안 본 새끼들이네 거기 왜 강남역이 나와. 아는 척은 ㅆㅂㅋㅋㅋㅋㅋ]


[익명: 근데 저거 그럼 진짜냐? 나 나름 좀비 영화 많이 본 사람인데 저런 영상은 첨 보는데. 만든 거면 분장 진짜 고퀄이다. 친구가 저런 거 하는 애야?

└글쓴이: 아니 컴으로 겜만 하는 새낀데....]


[익명: 야나지금강남역인데영상진짜임씨발경찰도연락이안되고저런미친새끼들존나많이돌아다녀

└익명:네다씹ㅋㅋㅋㅋㅋ급박한 상황에 인터넷하고 ㅈㄹ?

└익명: ‘야나지금강남역인데....’ 병진아 밥 먹어라~ 아 엄마 내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ㅋㅋㅋㅋㅋㅋ]


“영상도 좀 틀어 봐, 현우 씨.”


정 팀장의 말에 고현우가 한쪽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빼 케이스에 넣고 동영상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익숙한 강남역 2번 출입구의 모습이 보이고, 우선 귀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앞다퉈 계단 아래로 뛰어 내려가기 위해 서로 밀치고 쓰러지며 아우성을 지르고 있었다.


“야, 씨발, 저거 보이냐?”


아마 동영상을 찍고 있는 사람인 듯, 떨리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화면이 흔들리고, 카메라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잠시 스쳤다.


쓰러진 사람들 사이에 비스듬한 자세로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검은 반팔티에 군인처럼 짧게 자른 머리, 삼십 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입가에 잔뜩 피가 묻은 남자는 주변에 달리는 사람들을 쫓아 고개를 휙휙 돌리고 있었다.


그가 옆을 지나던 사람 한 명에게 달려들며 괴성을 지르는 순간, 화면이 멈췄다.


사람을 공격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던 멈춘 화면은 곧 흰 화면으로 바뀌었다.


[삭제된 영상입니다.]


새하얀 화면에 뜬 짧은 문구를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던 고현우가 창 아래쪽의 새로고침 버튼을 눌렀다.


[네트워크 연결 상태를 확인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고현우의 핸드폰에 뜬 문장을 본 나는 다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회사 와이파이는 여전히 연결되어 있었지만 역시 인터넷이 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허둥지둥 핸드폰을 확인하는 듯했다.


“왜 갑자기 신호가 안 터지지?”


김 부장은 당황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높이 치켜들고 사무실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여기가 산도 아니고 강남 한복판인데 그런다고 터져?”


고현우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김 부장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다행히 핸드폰에 정신이 팔린 김 부장은 고현우의 말을 듣지 못한 듯했다.


나는 먹통이 된 핸드폰을 들고 멍하니 앉아 사무실 안의 사람들을 바라보다 머뭇거리며 물었다.


“···혹시 전쟁 난 건 아닐까요?”


정 팀장이 어머나, 숨 막힌 비명을 지르며 양손을 입을 막았다.

경악한 듯 부릅뜬 눈이 공포에 질려 있었다.


“···하필이면 지금 이 상황에?”


고현우가 딴지를 걸듯 빈정거리며 물었으나 그 또한 그 이상의 이유는 찾지 못하겠다는 듯 창백하게 질린 얼굴이었다.


“···강남에 통신을 끊을 정도면 이미 삼팔선 넘어까지 쳐들어온 거 아냐?”


김 부장이 높이 치켜들고 있던 팔을 서서히 내리며 나직하게 물었다.


“진짜 전쟁이 난 거면···저희 그냥 이 회의실 안에 계속 있어도 되는 걸까요? 어디 대피소 같은 곳으로라도 피해야···.”


진짜 전쟁이 난 거면 예비군도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어디로 가야 하지?


당황스러운 마음에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무실 안이 조용해졌다.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바라보니 모두 경악한 표정으로 회의실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성 대리···.”


정 팀장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문을 바라보면서 외쳤다.


문에 붙인 시트지 위로 살짝 솟은 머리가 보였다.

코 아래까지는 시트지로 가려져 실루엣만 보였지만, 핏줄이 터진 흰자와 뿌연 눈동자가 투명한 유리창 너머에서 똑바로 우리를 쏘아보고 있었다.


얼굴 반절이 가려진 그 얼굴이 익숙해 절로 올라오는 비명을 가까스로 삼켰다.


그것은 방금 전, 목이 물어뜯긴 채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던 대리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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