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영약도 자동으로 무한파밍
그 시각.
미국은 지금 난리가 나 있었다.
한국 헌터협회장의 예측대로인 셈이다.
“대, 대통령님! 한국 지역에서 저희가 가지고 있던 1층의 기록 갱신을 한 각성자가 등장했습니다!!”
“그걸 누가 몰라?”
신경질적으로 시스템 창을 툭툭 치는 미국 대통령.
-우리 정부는 뭐 하길래 탑 뺏김?
-헌터 지원 해준다고 말만 늘어놓고 하질 않으니 저 꼴이지.
-정부가 세금 걷어다 이상한 데에 쓰는 건 사실이긴 해.
-요즘 새로운 루키라고 나오는 애들은 다 S급은커녕 A도 간당간당해 보이긴 함.
-다른 사람 뽑았어야 한다니까.
미국 시민들의 여론은 불바다와 다름이 없었다.
탑 1층을 뺏긴 것에 분개하는 건 물론이고.
왜 미국 정부는 최근 저런 각성자를 키워내지 못했냐는 무능론마저 돌기 시작했다.
“눈깔이 있으면 그딴 소리 말고 다른 얘기를 했어야지! 지금 한국에서 엄청난 놈이 나왔다는 걸 누가 모르나!”
와장창!
미국 대통령은 들고 있던 컵을 내던졌다.
불쌍한 컵이 바닥에 부딪혀 박살난다.
“한국에서 그렇게 1층 1등을 가져갔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대안을 내놔야 할 거 아냐! 대안을!”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대통령.
보고를 올리러 온 부하는 쩔쩔매며 자신의 상관을 말렸다.
“최, 최대한 빠르게 한국의 그 루키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말만 번드르르하군. 자네가 진짜 능력이 있었으면 바로 알아내서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말했을 거야.”
“그, 그래도 저런 초인이 나타난 건 호재 아닙니까. 저희 쪽으로 귀화시키면 분명 괄목할만한 성과가 있을 겁니다.”
못마땅해 보이는 미국 대통령의 모습.
부하는 황급히 변명을 늘어놓았다.
“대통령님의 현명한 정치 덕분에 다른 국가의 각성자들이 순조롭게 미국으로 귀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말에 대통령은 고개를 돌려 날선 눈빛을 쏘아낸다.
“그렇긴 해. 그러니까 이번에도 반드시 그 한국의 초인을 데려와야겠지?”
“꼭 데려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못 하면 자네는 그 날로 각오하게.”
* * *
보상을 수령하자, 내 앞에 상자 두 개가 나타난다.
나도 탑 클리어 보상을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다.
‘퍼펙트 클리어 보상과 히든 클리어 보상은 별개인 모양이네.’
뭘 먼저 열어볼까.
고민하다 순서를 지키기로 했다.
퍼펙트 클리어 쪽을 집고 뚜껑을 연다.
파앗!
빛이 터져 나오며 드러나는 내용물.
[중급 마력석 1kg을 획득했습니다.]
‘1층부터 중급 마력석이라고? 그것도 1키로나?!’
마력석.
차세대 무공해 에너지원이자, 수많은 마법 구현의 재료.
마력석의 가치는 등급이 하나 오를 때마다 수십에서 수백 배로 뛰었다.
입수 방법 역시도 그 가치에 비례해 갈수록 어려워졌고.
‘중급 마력석이야말로 본격적으로 귀하다고 여겨지는 마력석이지. 그만큼 어엿한 헌터들도 쉽게 얻을 수 없는 물건이었어.’
중급 마력석은 평균적으로 15층 이상의 탑 보상부터 10g의 단위로 희귀하게 출현하고.
30층 이상은 가야 그럭저럭 쓸 수 있을 정도로 수급할 수 있는 귀한 물건이었다.
그만큼 할 수 있는 것도 많았다.
사용한 마력석의 등급에 따라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 등급이 천지 차이가 나는 건 당연했고.
무엇보다도 중급 마력석은 아이템을 제조하는데 드는 핵심 재료였다.
장비 아이템은 매우 희귀했다.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니라지만 확률이 낮았다.
탑과 게이트를 아무리 열심히 깨도 아이템을 얻는 건 순전히 운.
평범한 각성자들은 전부 중급 마력석을 잔뜩 모아 제작에 쏟아 부었다.
중급 마력석부터는 천운이 돕는다면 유니크 이상 가는 아주 강력한 아이템을 만들 수 있었으니까.
아무리 시도해도 하급 마력석 이하로는 만들 수 없는 아이템을.
강력한 아이템을 얻는다면 그야말로 ‘떡상’할 수 있었다.
1층 일반 클리어 보상에서는 기껏해야 최하급 마력석.
그것도 가루 조금 수준이 고작인 걸 생각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좋을 보상의 차이였다.
‘그, 그러면 지금 시세로 얼마지?’
조심스레 시스템의 시세 탭을 켜서 마력석의 가격을 확인하는 그 순간.
내 밴댕이만한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5, 5, 5000만원?!’
평범한 좆소의 직장인. 그것도 말단이었던 나.
한 달동안 몸이 다 축나도록 굴러서 번 돈은.
고작해야 최저시급에 가까운 2백만원.
그런데 난 지금 딸깍으로 오천만원을 벌었다!
감격의 물결이 밀려온다.
지금까지 힘들었던 나에게도 드디어 힐링이라는 게 찾아오는 것 같아서.
‘돈이 생겼으니, 이젠 진짜 평상시에 사고 싶었던 것들을 다 살 수 있어...’
공과금.
노후 대비를 위한 저축.
월세.
온갖 곳에 다 털려나가 간신히 연명만 하던 나의 지갑은.
순식간에 살이 통통 올랐다.
원하는 것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던 나.
그런 나는 이제 없다.
시골에서 힐링하고.
자본주의의 맛으로 힐링해야지.
‘나한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바로 마력석을 거래소에 올렸다.
내 좆소 게이트 관리직의 경험으로 주워들은 얘기지만, 이쪽 시스템은 보안이 철저하다고 한다.
허구한 날 정부랑 해외 조직에 추적당하는 클리셰랑은 다르게 말이다.
띠링!
마력석은 금방 팔렸다.
잔고를 보니 행복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이 정도면 내일 맛있는 거 좀 많이 사먹을 수 있겠네.’
아무래도 읍내로 나가서 플렉스를 좀 해봐야겠다.
그렇게 계좌를 접어 두고, 다른 박스 하나를 본다.
대망의 진짜 보상.
최초로 등장한 1층의 히든 아이템.
등장만으로 세계에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물건.
그게 내 앞에 있다.
‘과연 뭐가 나올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자에 손을 가져다대는 그 순간.
“응?”
작은 용이 고개를 벌떡 들더니 근처로 도도도 다가와서 얼굴을 들이밀었다.
조심스럽게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맞다. 그러고 보니 너한테 이름도 안 지어줬네. 뭐가 좋을까?”
잠깐 고민에 빠졌다.
이름 짓기는 너무 어렵다.
“그냥 뀽뀽이로 지을까? 너무 대충 짓나?”
“뀨~”
만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뀽뀽이.
그렇게 용의 이름은 뀽뀽이로 낙점되었다.
‘이름은 자고로 직관적인게 좋은 거지. 암 그렇고말고.’
뀽뀽이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받으며 보상을 열어본다.
터져나오는 찬란한 빛.
그 안에 있던 물품을 본 순간.
나는 이번엔 진짜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탑 1층의 히든 보상]
- 1레벨 전설 아이템 선택권 1장
‘이런 미친!’
두근대는 심장을 진정시킨다.
전설 아이템의 가치란.
굳이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
아이템의 등급 구분은 일반, 매직, 레어, 에픽, 유니크, 전설으로 책정되어 있다.
최고 등급 아이템.
이 말로 끝나지 않을까.
앞서 설명한 ‘장비 아이템은 극도로 낮은 확률로 나타난다’ 이 명제까지 고려한다면.
그야말로 재난 이전 로또 1등 단독 당첨만큼이나 대단한 가치를 가진 셈이었다.
‘1레벨 전설이 못해도 30렙 매직 아이템보다는 훨씬 좋았지?’
B급으로 칭해지는 최상위 길드의 정규 길드원들.
일반적으로 이들이 30층 권에 머무르며 30레벨 매직 아이템을 사용했다.
‘딸깍’ 한 번으로 최상위 길드의 길드원보다 대단한 물건을 손에 거머쥔 것이다!
당연하지만, 1레벨 전설 선택권인 만큼 유망주를 육성하는 길드에서는 눈에 불을 켜고 침을 줄줄 흘리지 않을까.
선택권을 슬쩍 열어본다.
1레벨 전설 ‘선택권’이라는 말답게, 그 안에는 온갖 휘황찬란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장비 아이템부터, 소모품, 재료 아이템들까지.
‘와. 진짜 뭘 고를지 겁나 고민되네.’
그렇게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는 순간.
“뀨우! 뀨!”
뀽뀽이가 갑자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옆을 돌아보니 내 옆에서 상태창을 들여다보고 있던 뀽뀽이가 양 팔을 열심히 파닥거리고 있다.
내가 시선을 주자, 뀽뀽이는 조그만 손가락을 뻗어 상태창을 가리켰다.
“뭐 관심 가는 거라도 있어?”
끄덕끄덕.
“이거? 아님 이거?”
그 모습에 나는 여러 선택지에 손가락을 올려 뀽뀽이의 반응을 살폈다.
그리고, 뀽뀽이가 반응을 보인 물건은 이랬다.
[1레벨 전설 나무 씨앗]
-탑 1층의 차원에서 전설을 만들었던 신목의 씨앗 중 하나가 랜덤으로 등장한다.
1레벨 전설 나무 씨앗에 손가락을 올리자 뀽뀽이가 다시 끄덕끄덕 고개를 흔든다.
“이게 좋아?”
끄덕끄덕.
그러면서, 뀽뀽이는 다시 자신에게 맡기라는 듯 가슴팍을 탕탕 쳤다.
“그럼 이걸로 할게.”
끄덕끄덕.
바로 보상을 수령했다.
‘어차피 내가 탑에 들어갈 것도 아닌데. 1레벨 전설 장비는 의미 없긴 하지.’
1레벨 펫 장비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했지만, 싸워주는건 일단 뀽뀽이가 아니던가.
‘뀽뀽이가 갖고 싶은걸 가지는 것도 좋지. 어차피 나는 여유롭게 살 거잖아?’
그리고, 뭔가 느낌이 왔다.
뀽뀽이가 저렇게까지 갖고 싶어하는 물건이라면 분명 뭔가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이.
“자.”
그런 마음으로 보상으로 얻은 씨앗 주머니를 뀽뀽이에게 내밀었다.
“뀽!”
씨앗을 들고 파닥이며 바로 차원문으로 쏙 들어가는 뀽뀽이.
황급히 차원문 안으로 뀽뀽이를 따라 들어가 뀽뀽이가 뭘 하는지 지켜본다.
뀽뀽이는 동굴 옆 널찍한 풀밭 위에 앉아 씨앗 주머니에서 씨앗을 탈탈 털고 있었다.
땅바닥에 떨어진 씨앗 위로 흙을 잘 덮고 토닥여 주는 작은 용의 모습.
그 모습은 마치 흙장난을 하는 것 같아서 제법 귀여웠다.
뀽뀽이가 씨앗을 잘 묻어주자 그 위로 상태창이 떠오른다.
[성장하기까지: 12시간]
“자라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네. 그럼 얼른 돌아가자.”
“뀨뀨~”
뀽뀽이를 안아 들고 다시 원래 있던 집으로 돌아온다.
베개와 이불을 펼쳐 놓고 다시 이부자리에 눕는다.
‘진짜 미치겠다. 나 너무 행복해.’
누웠는데도 아드레날린 때문에 잠들질 못하겠다.
앞으로의 인생에 행복한 일만 가득할 것 같은 즐거움이 내 가슴을 가득 채운다.
‘내일은 또 무슨 즐거운 일을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눈을 감는다.
* * *
한성현이 잠든 으슥한 시각.
파앗ㅡ!
뀽뀽이가 씨앗을 묻은 곳에서 찬란한 빛이 터져나온다.
슈루룩.
빛이 걷히고 나자, 그 안에는 작은 나무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
척 보기에도 이상할 정도로 압도적인 위엄을 풍기는 작은 묘목 하나가.
그와 동시에, 잠든 성현의 앞으로 상태창이 또 주르륵 뜬다.
[신목이 차원 파편에 영향을 미칩니다!]
[차원이 안정화됩니다.]
[차원 파편 레벨 업!]
[차원 관리 메뉴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차원 레벨 1의 효과로 재생의 기운이 활성화됩니다.]
[차원 레벨 1의 효과로 영약 밭 1개를 획득합니다.]
[차원 레벨 1의 효과로 ???이 등장합니다.]
* * *
다음 날.
‘뭐, 뭐야?’
앞이 안 보인다.
일어나자마자 상태창이 내 시야를 잔뜩 메우고 있어서였다.
천천히 상태창을 하나하나 걷어내 본다.
‘요약하자면, 신목이 자라나서 내 차원 파편의 레벨이 올랐다는 건가.’
그것도 어마어마한 옵션을 가득 단 채로.
‘재생의 기운? 영약 밭?’
바로 바닥의 이부자리를 개켜 장롱에 넣어 둔 뒤.
뀽뀽이를 데리고 차원문을 탔다.
잘 보니 아무것도 없던 풀밭에 정돈된 밭이 하나 생겨나 있었다.
밭을 슥 보자 상태창이 떠오른다.
[땅에 깃든 신묘한 힘으로, 밭에 심은 작물이 영약 효과를 받습니다.]
‘이거, 작물을 심으면 영약이 된다는 거야?!’
상황을 파악하고 바로 뀽뀽이에게 다가가 녀석을 꼬옥 안아주었다.
신목을 얻어 차원 파편을 강화한 건 전부 뀽뀽이 덕분이었으니까.
“대단해! 뀽뀽이 정말 잘했어!”
“뀨웃!”
뀽뀽이가 자랑스럽다는 듯 또 폴짝폴짝 뛴다.
바로 차원 관리 메뉴를 열어보았다.
[용족 차원]
- 레벨: 1
[???]
- 밝혀지지 않은 옵션
[설치물]
[영약 밭]
- 레벨: 1
- 밭 보너스: 성장속도 +100%
- 작물 재배 가능
- 밭 관리자 지정 가능
- 특수한 영약 작물 탐색 가능
[야생의 신목]
[그린스킨, 수인의 숭배를 받는 야생의 힘이 담긴 신목]
- 레벨: 1
- 1레벨 효과: 성장속도 +200%
상태창을 보자마자 알 수 있다.
‘이 차원 파편이랑 신목, 뭔가 있다.’
잘만 키우면 대박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절로 든다.
기대감에 부푼 채로 조작을 해 본다.
아직 영약 작물 탐색은 안 되는 모양.
대신에, 평범한 지구의 작물을 심고 관리자를 지정할 수는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관리자 지정 시스템 역시 나에게 엄청난 안락함을 가져다 주었다.
[관리자 지정]
- 공통 효과: 씨앗 자동 심기/작물 자동 수확
[Tip. 관리자 지정은 소환수 분류의 존재들에게 가능합니다.]
[각 관리자마다 특성에 맞는 여러 유용한 효과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이, 이거 밭도 오토 돌릴 수 있다는 거 아냐?’
탑 딸깍에 이은 영약 딸깍까지.
아직은 뀽뀽이에게만 일을 시킬 수 있지만, 나중에 소환수가 더 늘어나면 아예 공장 수준으로 돌릴 수도 있지 않을까.
Comment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