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천재 테이머가 조련을 너무 잘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청록강
작품등록일 :
2024.07.25 18:54
최근연재일 :
2024.08.13 22:52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392
추천수 :
58
글자수 :
93,788

작성
24.07.25 18:56
조회
260
추천
5
글자
11쪽

EX급 각성한 썰 푼다

DUMMY

민혁은 연거푸 브레이크를 밟으며 클락션을 울렸다. 꽉 막힌 도로 위 차들은 좀처럼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이 씨. 거 공무 중인데 좀 비켜주지."


조수석에서 졸던 남자가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거의 다 왔습니다, 선배님. 일찍 출발하길 잘했네요."

"게이트 오픈 예정 세시랬지? 지금 몇 시냐?"


민혁이 네비게이션에 뜬 시간을 흘깃 보았다.


"네. 세시 맞습니다. 한 시간 좀 넘게 남았네요."


한명이 하품을 하며 핸드폰 화면을 지그시 눌렀다.

‘행정안전부 재난처리지원과’라고 적힌 업무용 메신저 어플이 반짝였다.


“목적지까지는 10분 남았고······. 요원들도 세 명 다 집결 완료랜다. 여유 있네.”

“세 명이요?”


민혁이 얼굴을 구겼다. 오픈 예정 게이트는 못 해도 B급 추정. B+급까지도 예상이 되는 규모에 편성하기에는 지나치게 적은 수였다.


"인력난이라지만 규모가 있는데, 좀 너무 적지 않습니까?"


그런 그의 어깨를 한명이 주먹으로 가볍게 내리쳤다.


"아, 선배님! 요원 출신이 잘못 치시면 저 같은 비각성자는 진짜 죽습니다."

“죽기 싫은 놈이 요원 업무에 그렇게 관심을 기울이냐?”


민혁이 멋쩍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요원 되는 게 어렸을 때부터 제 꿈이었거든요. 능력으로 사람들을 구해주는 거, 엄청 멋지잖아요.”

“······.”

“하하. 물론 저 같은 비각성자는 애초에 지원 자격조차 없었지만요.”


민혁이 자조 섞인 농담을 하며 웃었다.

괜히 머쓱해진 한명이 일부러 거칠게 대꾸했다.


“에이 씨, 멋지기는 무슨. 그놈의 요원 현직이 뭐 대단하냐?”


별 것 아닌 것처럼 구는 한명의 말과는 달리, 대한민국 헌터들은 모두 까다로운 절차를 걸쳐 선발된 최고 엘리트로 평가 받고는 했다.


A-급 이상의 이능을 보유한 경우에만 지원서를 낼 수 있음에도 경쟁률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 바늘 구멍을 뚫고 합격이 된 사람들만이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게이트와 맞서 싸울 수 있었다.

헌터 역할을 하는 공무원들을 통칭 요원이라고 불렀다.


“우리나라에서 요원이 별 거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팀장님 뿐이실 걸요.”

“나는 월급 세 배 준다고 해도 다신 안 돌아가.”

“에이. 저한테는 오랜 꿈이었다니까요.”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 특수재난대응과가 최고야. 안 죽고 안 다치는 게 최고의 복지라고.”


두 사람 사이 시덥잖은 잡담이 오가는 동안 현장에 도착했다.

민혁은 경찰서에서 미리 확보해둔 주차 공간에 차를 댔다.


오늘 게이트가 열릴 곳은 동대입구역.

그들의 업무는 게이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요원들의 능력 사용을 허가함과 동시에, 과잉 사용 혹은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민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요원들의 능력 사용에 방해만 된다는 인식 탓에 ‘결재 빌런’이라며 인터넷 등지에서 욕을 먹기는 했지만, 민혁은 개의치 않았다.

그의 꿈이었던 헌터와 그나마 가장 가까운 엄무였으니까.


‘게다가 공무원 신분에 안정적이고.’


어떻게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차를 모는 동안, 민혁과 한명은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랐다.


“거의 다 왔네요.”


민혁이 핸들에 기대 차 유리 너머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게이트가 만들어지며 생긴 소용돌이 탓에 주위가 붉게 물들었다. 이른 아침이지만, 꼭 노을이 지는 초저녁의 하늘처럼 보였다. 한 시간 뒤면 붉다 못해 검게 변할 공간이었다.


“딱 이때는 신비롭고 예쁘단 말이지. 이렇게 분위기만 내고 멀리 꺼지면 좋겠는데.”


첫 게이트 사태 이후 몇십 년. 인류는 게이트 오픈 시간까지 예측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게 되었다.


“선배님은 아무리 생각해도 현직 체질이 맞다니까요. 저걸 보고 예쁘다는 말이 나오십······.”


쾅-


민혁의 목소리 위로, 폭음이 상공을 뒤흔들었다. 게이트가 오픈될 때마다 나는 굉음이다.


“선배님. 이 소리!”

“미친. 이게 무슨······.”


두 사람이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평정을 잃은 한명의 두 눈이 덜덜 떨렸다. 예상 시간 한 시간 전, 오픈의 징조도 없던 게이트가 터져 버렸다.

주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잠시 정적에 휩싸인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현장을 빠져 나가려 달음박질쳤다. 예정 시간이 남은 탓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민들이었다.

아비규환이 잠잠해지기도 전, 검은 소용돌이 속에서 커다란 발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민혁은 그 정체가 무엇인지 곧바로 깨달았다.


‘젠장할, 드래곤이라고?’


민혁이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B급은커녕, A급으로 분류가 될 마물이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그때였다. 중구를 뒤덮을 듯 사이렌 소리가 울려대기 시작한 것은.


“국민 여러분, 여기는 행정안전부 민방위경보통제소입니다. 실제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 현재 시각 오후 한 시 사십칠 분, 서울시 전역에 실제 경보를 발령합니다!”


게이트 오픈이 익숙해진 세상. 웬만해서는 경보가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는 건······

이 상황은 손에 꼽을 만큼 힘겨운 게이트 오픈이라는 것.


“선배님, 추가 지원 요청하겠습니다!”


재빨리 평정심을 되찾은 민혁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말소리에 정신이 든 한명이 차 뒤로 뛰어 트렁크를 벌컥 들어올렸다.


“보호 장비 착용해. 통신 여부와 요원들 위치 확인 되나?”

“통신 이상 없습니다. 요원 셋 같은 위치에서 대기 중입니다!”

“그럼 위치로 뛰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남자가 달렸다. 사람들이 도망치는 방향과는 반대였다.


“야, 저기 헌터 애들 있다!”


한명의 말소리에 여자 하나가 고개를 홱 돌렸다.


“아, 좀 빨리 빨리 다······!”

“행정안전부 재난처리지원과 소속 윤한명, 요원들 참전을 승인합니다!”


민혁 역시 목소리를 쥐어 짜내 소리쳤다.


“행정안전부 재난처리지원과 소속 하민혁, 요원들 참전을 승인합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남자가 땅을 박차고 날아 올랐다. 그가 드래곤의 가슴을 향해 날아가는 동안, 안세진이라 적힌 명찰을 단 여자가 바람길을 만들었다.


“팀장님, 서포트할게요!”


앳된 남자의 외침과 동시에 드래곤의 발에 커다란 얼음이 박혔다. 거대한 마물은 땅에 고정되어 발버둥 쳤다.

그와 동시에 드래곤이 입을 벌렸다. 불을 뿜기 위한 준비 자세였다.


“어딜!”


세진이 드래곤에게로 거센 바람을 일으켰다. 스스로 뿜은 불에 시야가 가려진 사이, 팀장이라 불린 남자가 마수에게로 몸을 틀었다.

남자가 허공을 그러쥐는 자세를 하자, 손잡이의 형태가 생기더니 이윽고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냉기가 가득 서린 빙검이다. 그가 마수의 목에 검을 찔러 넣자, 사람의 것이 아닌 굉음이 하늘을 뒤덮었다.


“몇 마리 더 올 거다. 준비해!”


팀장이라 불린 차우성의 외침에 나머지 두 사람이 몸을 바로세웠다.


게이트 밖으로 쏟아지는 잡다한 마물들은 세 사람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별 어려움 없이 차분히 퇴치하는 동안, 민혁은 안전 거리를 유지한 채 지금 일어나는 상황을 영상과 메모로 기록하는 중이었다.


“우두머리는 언제 나오는 거야?”


열린 게이트를 닫기 위해서는 우두머리 마수 사냥이 필수적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게이트가 일그러지더니 드래곤의 포효가 들렸다.


“또 드래곤이라고? 젠장!”

“강준재. 집중해!”

“예, 선배님!”


세진의 말에 준재가 숨을 고르고는 게이트를 노려보았다.

심상치 않은 형태의 드래곤이 머리를 내밀었다. 아까 잡았던 것보다 단단한 비늘과 눈부실 만큼 흰 빛 털을 가진 거대한 놈이다.

가는 동공이 태양처럼 번뜩였다. 그것은 잠시간 숨을 고른 뒤 헌터 셋과 민혁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발을 디딘 적 없는 규모의 마수였다. 경외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거대한 드래곤은 어느새 게이트를 모두 빠져나와 지상으로 발을 내디뎠다.


“팀, 팀장님.”

“······.”


헌터는 고작 셋.

상대는 서른이 와도 감당할 수 있다 말하기 어려운 마수.

차우성을 비롯한 세 사람은 눈을 질끈 감았다.


다섯 사람을 향해 몸을 튼 그것은 트럭만큼 긴 꼬리를 휘휘 흔들었다. 거대한 발이 땅을 밟을 때마다 여진이 오듯 지척이 흔들렸다.

점차 가까워지는 마수를 향해, 우성이 뛰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세진이 바람으로 드래곤을 밀어내려 애썼다.


그것은 그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커다란 입을 벌렸다. 금세라도 브레스를 뿜을 듯한 모습이다.

뱀처럼 긴 혀가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할 때마다 요원들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멀리 서 있던 민혁 역시 몸이 뻣뻣하게 굳어 갔다.

재난처리지원과 업무를 몇 년 간 담당하는 동안, 그 역시


“뭐 하고 있어? 뒤로 빠져야지!”


한명이 민혁의 팔을 잡아 끌었다. 엄청난 악력에 정신이 든 민혁이 허둥대며 두 걸음 물러났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는 것은 한명도, 민혁도 짐작하고는 있었다. 저 괴물에게서 어떻게 벗어난단 말인가. 심지어 아직도 사람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있지 않다.


“죽어라!”


세진이 소리를 지르며 거센 바람을 만들어냈다. 그런 그녀의 노력이 무색하게, 드래곤은 하늘로 가뿐히 날아올랐다. 공격이 닿을 수 없이 먼 허공으로.

모두가 어찌할 줄 모르고 마수를 바라보고 있던 차였다.

거대한 마수가 가공할 속도로 지면을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저 몸이 도로에 부딪힌다면, 그 충격 여파로 주위가 엉망이 될 게 틀림 없었다.


“젠장, 막아!”


차우성이 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그 직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마수가 땅에 발을 디뎠다.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가뿐한 착지였다. 덕분에 건물이 무너지는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흙먼지가 걷힌 후, 민혁이 간신히 눈을 떴다.


그런 민혁의 눈 앞에 거대한 드래곤이 서 있다.

압도적인 크기와 우두머리 마수가 가진 위압 탓에 민혁은 중심을 잃은 채 앉은 자리에서 넘어졌다.

가까이서 본 그것은 압도적인 두려움을 가져다주는 놈이었다.


‘젠장, 젠장!’


민혁은 욕지거리밖에 되뇌일 수 없었다.

드래곤이 민혁을 향해 머리를 디밀었다.


‘먹기라도 하려는 거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민혁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고는 온 힘을 다해 빌었다.


‘제발, 제발 멈춰. 제발 멈추라고! 이대로 죽기에는 너무 억울하단 말이야!’


곧 끔찍한 고통이 밀려오리라 예감했지만 죽음은 다가오지 않았다.

대신 예상치 못한 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천재 테이머가 조련을 너무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이게 나? 24.08.13 31 1 12쪽
17 이용해먹기 딱인 놈 +1 24.08.12 52 2 12쪽
16 아니, 갑자기 기자회견이요? 24.08.11 67 2 12쪽
15 인터넷 게시글 24.08.10 72 1 11쪽
14 파악할 수 없음 24.08.09 86 1 12쪽
13 운 좋은 새X 24.08.08 95 3 11쪽
12 드래곤이 대화를 걸어옵니다 24.08.07 111 3 12쪽
11 거기까지만 해라 24.08.06 117 3 12쪽
10 어디까지 하나 보자 24.08.05 122 3 12쪽
9 넌 나보다 못난 놈이었잖아 +1 24.08.03 130 3 12쪽
8 그런 부류랑 나랑 같나 24.08.01 141 5 10쪽
7 아주 헛된 꿈들을 꾸고 계십니다 24.07.31 150 3 12쪽
6 사람 좀 덜 믿어야겠네 24.07.30 160 3 10쪽
5 급소가 어디라고? 24.07.29 169 5 12쪽
4 여기서요? 24.07.28 192 5 13쪽
3 지금요? 24.07.27 207 5 13쪽
2 네? XX요? +1 24.07.26 230 5 10쪽
» EX급 각성한 썰 푼다 +1 24.07.25 261 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