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천재 테이머가 조련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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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강
작품등록일 :
2024.07.2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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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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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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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하나 보자

DUMMY

<하민혁 신입 요원: 요원 평가 1차 필기 시험 점수 - 198점 (만점: 200) >


“창설 이래 최초로 만점 맞은 사람들이 줄줄이 있지 않고서야.”


진환의 잘생긴 얼굴이 일그러졌다.

너무 큰 충격에 표정 관리할 여력도 없는지 속절없이 굳어진 얼굴이다.


“198점이라고? 너, 네가 이 점수를 그냥 받았다고?”

“그럼 남이 봐줬겠냐? 뭐, 그렇게 어려운 시험이었다고.”

“뭐······?”


정말 순수하게 머리로만 나를 이겼다고?

진환의 견고한 자존심이 금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없지.’


그래. 그럴 리가 없다.

저 하민혁에게 내가 밀릴 리가 없다.


고등학교 때는 자기와 비교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놈이 하민혁이다.


그리고 그 금을 메우기 위해 진환의 머리는 착실하게 저 좋을 대로 시나리오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래, 얘는 이능이 규격 외 등급이잖아. 어쩌면 필기 떨어지지 말라고 양념 쳤을 수도 있지.’

‘애초에 특별 전형인 애잖아. 얘를 떨어뜨리겠어?’

‘198점이라니 말도 안 되지. 나도 160점대인데.’


똘똘 뭉친 열등감으로 혼자 망상을 돌리던 중.


“하.”


민혁의 한숨 소리에 진환의 머릿 속 극장이 끝이 났다.

눈 앞에 서 있는 민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솔직히 진환아. 당연히 내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다.”

“아니, 나는 당연히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게 아니라······.”

“아니라고?”


민혁의 눈빛이 매서웠다. 진환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하며 거리를 벌렸다.


“아니라는 놈이 떨어지길 바라는 사람처럼 그렇게 말을 하냐?”

“민혁아,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더 들을 필요도 없다.

민혁은 참다 참다 터진 웃음을 가리려 헛기침을 하고는 진환에게서 등을 돌렸다.


“됐다. 네 열등감은 네가 알아서 해소해라.”

“야.”


그런 민혁을 멈춰 세운 건 진환이었다.


“야, 하민혁.”

“왜.”


입꼬리를 죽 올린 진환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비웃었다.


“너 누가 보면 순전히 네 실력으로 점수 따낸 줄 알겠다?”

“뭐?”

“관행인 거 누가 모를 줄 알아? 높은 등급 각성자 나오면 써먹어야 하니까 특별 전형으로 입사 시험 없이 올리고, 마지막에 걸러내는 필기 시험도 최대한 편의 봐주고.”


저 새끼가 무슨 헛소리인가 싶었지만, 민혁은 그저 들어주었다.


‘어디까지 하나 보자.’


민혁이 정곡이 찔려 입을 다물고 있다 생각한 진환은 신이나 입을 쉬지 않고 놀렸다.


“그래놓고 당당하게 나한테 점수 보여준 거냐? 웃기지도 않는다, 민혁아. 운 좀 좋아서 높은 등급 각성해놓고. 다 네가 이룬 건 줄 알지?”


사람 겉모습만 보면 모른다더니.

민혁은 속으로 혀를 찼다. 저렇게 멀쩡하게 생긴 동창이 속으로는 저딴 생각을 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나.


민혁이 그만하라는 뜻으로 손을 휘저었다.


“아, 됐다. 그쯤 해라.”


여기서 낭비하는 시간이 아깝다.

이딴 헛소리를 듣고 있을 바에야 박은아에게 가서 대한민국 헌터의 역사 같은 연설이나 몇 시간 듣고 있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왜, 찔리니까 도망가냐?”

“이게 미쳤나. 네 거지같은 망상에서 내가 놀아줄 이유가 있냐?”


저런 놈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다.

필기 시험이 끝난 다음에는 곧장 실기 준비에 들어가야 했으니까.


‘이론 교육도 끝났으니 이제 진짜 실기야. 저딴 놈한테 열 받지 말자.’


근데 생각해보니 열 받네?

최대한 쿨하게 돌아가려던 민혁의 발이 우뚝 멈춰 섰다.


제대로 사과라도 받으려 돌아가려고 보니.


‘근데 저 자식 표정이 왜 저래?’


분명 잘못은 자기가 해놓고, 어째 누구한테 억울하게 욕이나 들은 얼굴이다.


두 주먹을 꽉 쥐고, 입술을 악물고 있다. 목 부분까지 빨개진 걸 보니 누가 봐도 분노로 부들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저런 모습을 본 게 처음이라, 민혁은 더 다가가지 않고 자리에서 멈춰 섰다.


어쩐지, 자신의 예전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했다.

비각성자라는 이유로 여러 불이익을 받고, 매번 설움을 느꼈던 나날들.

그걸 이겨내기 위해 지금까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던가.


남들이 공부하기 싫다고 놀러 다닐 때, 민혁은 자리에 굳게 앉아 최선을 다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이 좋은 운을 만나 제때 발현되었을 뿐인데.


‘그걸 가지고 작업이니, 뭐니 떠들어대?’


“그렇게 비각성자 출신한테 진 게 억울하면, 실기에서라도 나 이겨보던가.”

“뭐?”

“근데 거기서 망상 극장이나 펼치고 있으면 어림도 없을 거다, 새끼야.”

“하민혁! 야! 거기 안 서!”


서겠냐.

민혁이 콧방귀를 뀌고는 계단을 내려갔다. 저 뒤에서 진환이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목소리가 은은하게 퍼져 들려왔다.



***



필기 시험 후 일주일.


필기 점수 하위 30%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실기 연습장 앞에 모여 있다.


민혁이 주위를 휘 둘러보았다.

단상 위에 선 차우성과, 저 멀리 앞 줄에 앉아 있는 박진환.

그 외에도 교육을 받으며 익힌 익숙한 얼굴이 여럿 보였다.


<신입 요원을 위한 실기 연습 안내 책자>


재미없게 생긴 디자인의 표지를 한 장 넘기자, 깨알 같은 글씨로 여러 안내 사항이 적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안전 항목.


‘안전 안내에 따르지 않으면 크게 다쳐도 책임 못 진다고?’


그 외에도 여럿 살벌하게 경고하는 내용이 잔뜩 적혀 있었다.

몇 장을 넘기며 책자를 읽자, 어느새 실기 테스트 주의사항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가장 유명한 요원 중 하나인 차우성.

덕분에 사람들의 눈이 반짝거리며 빛났다.


“각자의 이능이 얼마나 좋은 지도 중요하지만, 그걸 얼마나 잘 살리냐는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합니다.”


별 것도 아닌 말이지만 마이크를 잡은 사람이 차우성이다. 나름 고집도, 자존심도 센 신입 요원들이 죄다 고개를 주억거렸다.


“곧 있을 실기 시험에서는 그런 부분을 평가하고, 팀을 배치할 예정입니다. 그 전에 각자 대여섯 번의 상황 연습 기회를 갖게 되실 예정입니다.”


팀 배치라.

민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랜 꿈이었던 요원 생활이 코 앞으로 다가와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실기라니. 이능 제대로 써보는 건 처음인데, 기대되네.’


잔뜩 부푼 기대감을 안고 앉아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장황한 설명이 끝이 났다.

우성이 세미나 좌석을 두루 살피며 물었다.


“질문 있으십니까?”


보통 이런 상황에서 질문을 건네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다만 오늘은 앞 쪽에서 누군가 손을 번쩍 들었다.

박진환이었다.


“혹시 실기 점수도 채점이 되어 등수로 표시됩니까?”

“예, 그렇습니다. 실기 시험 당일 뿐 아니라 테스트 동안에도 다양한 면을 검토할 예정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정석적인 대답이었다.

진환은 아무도 모르게 주먹을 그러쥐었다.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하민혁을 꺾어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멀리서 누가 무슨 생각을 하든, 민혁은 조금도 관심 없었다.

민혁은 오직 능력을 사용해 볼 생각에 온 정신이 쏠려 있었으니까.


“하민혁, 하민혁 요원님?”


얼마 지나지 않아 민혁을 호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 네. 네! 여기 있습니다!”

“지금 나오실게요. 저희 따라오시면 됩니다!”


민혁이 자신을 부른 직원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다란 세미나실을 빠져 나가 복도를 빙 돌아 빠져나가자 커다란 공터 하나가 나왔다.


커다란 유리돔이 천장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넓은 장소였다.


“여기서 연습을 하는 걸까요?”

“예. 같이 점검해주실 분 곧 오실 거······ 아, 왔네요. 박 연구원님!”


박 연구원?

설마, 또?


불안한 마음에 쉽사리 고개를 돌리지 못한 민혁의 등 뒤로 해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혁 씨!”


흰 가운을 걸친 여자가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다.

웨이브 진 머리가 가슴 께에서 찰랑거렸다.


“우리 또 만나네요.”

“아.”

“뭐예요, 그 표정? 저 별로 안 반가우신가 봐요?”


반갑겠냐.

저렇게 생글생글 웃는 얼굴 아래에 어떤 얼굴이 있는지 아는 민혁은 은아가 그리 기껍지 않았다.


“아무튼, 은아 씨가 저를 오늘 도와주신다는 거죠?”

“맞아요. 몇 가지 기록도 할 겸, 제가 특별히 민혁 씨 편에 붙고 싶다고 요청 했거든요.”

“아, 예······.”


떨떠름한 반응 따위는 가뿐히 무시하고 은아가 제 가방을 주섬주섬 열었다.

안에 잔뜩 든 카메라 장비와, 민혁은 도저히 뭔지 모르겠는 기기들을 돔 한 구석에 일렬로 늘여놓았다.


“그게 뭔가요?”


은아는 민혁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제 할 말을 했다.


“마수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었죠? 제 예상이 맞다면, 아마 꺼내실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럼 우선 한 번 꺼내보죠.”

“예, 그러죠.”


빠르게 이능을 연습하고 싶은 건 민혁도 마찬가지였다.


‘상태창.’


민혁이 상태창을 생각하자, 눈 앞에 반투명한 창이 둥실 떠올랐다.

이렇게 직접 제대로 켜보는 건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른 각성자들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익숙한 일이지만, 민혁에게는 생소한 작업이었으니까.


“이게 뭐지?”


——————————————————


[마수 정보]

[명칭: 드래곤(우두머리)]

[계열: 공격형]

[중심 능력: 화염]

[기본 능력 1: 발톱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낼 수 있다.]

[기본 능력 2: 조절 가능한 바람을 일으킨다.]

[친밀도: 10]


——————————————————


친밀도가 올라 있다.


‘근데 친밀도가 오르면 뭘 할 수 있지? 뭐가 좋은 거지?’


그 생각에 대답이라도 하듯, 민혁의 눈 앞에 새로운 설명 한 줄이 떠올랐다.


——————————————————


<친밀도 10 달성! 해당 마수는 당신의 명령을 최대한 충실히 수행할 것입니다.>


——————————————————


명령을 최대한 수행한다라.


그런데, ‘최대한’이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민혁이 우선 상태창을 끄고는 은아를 슬쩍 바라보았다.


“저, 은아 씨. 만약에 제가 불러낸 마수가 폭주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나요?”

“폭주요? 음, 민혁 씨의 말을 듣지 않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하냐는 거죠?”


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아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웃는 낯으로 대답했다.


“음, 아마 생포하고 재조사를 해야겠죠?”


생포하고 재조사를 해? 누구를?


“······마수 말씀하시는 것, 맞죠?”

“아하하.”


대답 안 하는 거 보니 분명 수상하다.


민혁의 뒷목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이상 이능을 사용하지 않고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다시금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는 가장 먼저 길들였던 드래곤을 떠올리며 오른손을 쭉 펼쳤다.


그러자.


손바닥 위에 생겨난 작은 빛무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빛이 어떤 형태를 그려냈다.

불과 몇 주 전 중구를 쑥대밭으로 만들 뻔 했던 드래곤의 실루엣이 아른거렸다.


쿵-


둔탁한 땅울림 소리와 함께 거대한 포효가 울려 퍼졌다.

그 충격에 은아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미, 민혁 씨. 우선 진정 시켜 보세요!”

“앉아!”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민혁이 손을 뻗으며 명령했다.

그러자 커다란 파충류가 제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는 기다렸다.


“됐습니다. 더 움직이지는 않을 거예요.”

“그럼 이제 다른 명령도 해보시겠어요?”


뭘 하지.

드래곤과 눈이 마주친 민혁이 제 손바닥을 마수를 향해 뻗었다.


“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쾅!


“미,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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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거기까지만 해라 24.08.06 117 3 12쪽
» 어디까지 하나 보자 24.08.05 123 3 12쪽
9 넌 나보다 못난 놈이었잖아 +1 24.08.03 130 3 12쪽
8 그런 부류랑 나랑 같나 24.08.01 141 5 10쪽
7 아주 헛된 꿈들을 꾸고 계십니다 24.07.31 150 3 12쪽
6 사람 좀 덜 믿어야겠네 24.07.30 161 3 10쪽
5 급소가 어디라고? 24.07.29 170 5 12쪽
4 여기서요? 24.07.28 193 5 13쪽
3 지금요? 24.07.27 207 5 13쪽
2 네? XX요? +1 24.07.26 231 5 10쪽
1 EX급 각성한 썰 푼다 +1 24.07.25 262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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