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천재 테이머가 조련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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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강
작품등록일 :
2024.07.2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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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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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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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만 해라

DUMMY

드래곤이 제 앞발을 가볍게 굴렀다. 제 발을 민혁의 손에 올리려는 행동이었지만, 커다란 덩치 탓에 민혁이 가루가 될 뻔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흙에 커다란 발자국이 났다.


뒷머리에 식은땀이 맺혔다.


“와, 큰일 날 뻔했네. 조심조심해서 명령해야겠네요. 그쵸?”


혹시라도 부적격 판정을 받았을까 맺힌 땀이 주르륵 흘렀다.

땀을 흘리며 은아를 돌아본 민혁이 입을 다물었다.


“세상에······.”

“은, 은아씨?”


은아가 눈을 빛내며 민혁과 거리를 좁혔다.

그러더니 손목을 턱, 잡고는 가볍게 흔들었다.


“공격도 한 번 해주실래요? 어디까지 가능한지 오늘 알아봐야겠어요!”


눈이 반 쯤 돌아버린 은아를 슬쩍 밀어내며 민혁이 마수를 흘깃 바라보았다.

흰 드래곤이 왼 편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민혁이 질렸다는 듯 살짝 뒷걸음질을 쳤다. 은아의 눈빛이 너무 강렬한 탓이다.


‘상태창.’


눈 앞에 뜬 반투명한 상태창 속 여러 항목 중, 민혁이 중심 능력 화염을 꾹 눌렀다.

그러자, 내내 차분하던 드래곤의 입가에서 뜨거운 김이 뿜어져 나왔다.


이대로 가면 분명 사람한테 쏜다.

사고를 직감한 민혁이 소리쳤다.


“천장, 천장으로 쏴!”


명령을 알아 들은 마수가 고개를 치켜 들었다. 그리고는 저 높은 유리돔을 향해 불을 뿜었다.


처음 보았을 때 온 도로를 부수던 그 화염이다. 뜨거운 기운이 지면의 온도까지 달구는 듯했다.


사상 처음으로, 마수를 길들일 수 있는 능력자가 공인된 순간이었다.


그 뒤로도 은아는 매일 같이 민혁의 연습 시간 마다 찾아와 얼굴을 비췄다.

두툼한 자료 뭉치를 들고, 무언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어진 이 주 간의 연습 기간이 끝나고, 실기 테스트를 앞둔 마지막 날.


“이제 실기 평가가 내일이네요.”

“그러게요.


유리돔 안으로 달빛이 흘러내린다. 은아가 밝게 웃으며 민혁과 눈을 맞췄다.


“이런 계열은 처음이라 큰 도움은 못 드린 것 같지만······ 민혁 씨는 잘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분명.”


민혁도 은아와 마주 보고 웃음 지었다.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뭐······.’


웃는 얼굴에는 침 못 뱉는다는 말처럼, 저렇게 다정하게 웃는 얼굴을 보니 매정하게 굴 수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은아 씨.”



***



신입 요원 실기 테스트 날 상황실 안.


특별재난대응과의 몇몇 팀장들이 모여 모니터를 통해 실기 실습을 지켜보았다.

청사에서 포획한 C급 마수를 풀어 신입 요원과 일대 일로 맞붙이는 실습은, 연습임과 동시에 테스트였다.


“3번, 괜찮은데요?”


전기를 다룰 줄 아는 각성자다.

정확한 조준이 어려워 몇 발을 빗겨 맞추고는 범위를 넓혀 마수를 타격해냈다.


나쁘지 않다는 호평에, 우성이 혀를 찼다.


“전기를 저렇게 써댈 거면,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공기업 갔어야지.”


내 능력을 좀 보라는 듯, 3번이 이미 쓰러진 마수 위에 더 큰 번개를 내리 꽂았다.

실습에서 주목 받고 싶어 하는 신입들이 자주 하는 실수였다.


“저것 봐. 발전기 대용으로 아주 환영 받을 것 같은데.”


우성의 신랄한 비평에 몇 팀장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팀장 급 중에서도 근속 년수가 긴 우성의 의견이라 반박은 하지 못했지만.


신입 요원들의 실습을 돌려 보던 팀장들 사이에서 하품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제 아무리 상위 능력 각성자라고 해도, 최소 7년은 현직에서 일한 사람들에게는 아이 걸음마 수준일 뿐이다.

게다가, 자신을 좀 보라는 듯 지나치게 무리해서 나서는 모습을 볼 때마다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어중이떠중이는 치우고, 1번 화면이나 중앙에 띄워 놓지 그래. 다들 제일 궁금한 건 그 ‘특별 전형’이잖아?”


대테러반 2팀 팀장의 말에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1번, 하민혁.

첫 ‘규격 외’ 등급에, 처음으로 테이밍 스킬을 획득한 각성자.

화면이 전환되자 팀장들의 눈에서 지루한 기색이 가셨다.

모두 EX급이 보여 줄 화려한 능력을 기대하며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했다.


몇 초간의 로딩이 지나고 모두가 고대하던 남자의 얼굴이 화면 가득 떠올랐다.


“야, 우리 규격 외. 뭘 보여줄까?”

“제일 기대주잖아. 뭐라도 보여주겠지.”

“청사에 게이트 터졌을 때, 그렇게 멋있었다는데.”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민혁에 대한 기대감을 증명하듯 점점 커져만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민혁을 비춘 CCTV 화면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제대로 시작하나 보다. 크게 좀 띄워 보자.”


팀장 중에서도 막내 급인 남자가 일어나 리모컨을 몇 번 꾹꾹 눌렀다. 그러자 민혁과 그가 처음으로 길들인 드래곤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모두가 눈을 빛내며 화면으로 몸을 기울였다.


기대도 잠시.

몇 초간의 정적 후 상황실에서는 험악한 욕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잠깐만······. 1번, 지금 뭐 하는 거야?”

“저 새끼, 정신 나간 거 아니야? 당장 실습 중지 시켜!”


민혁이 부리는 게 분명한 새하얀 드래곤이, 제 앞발로 사람 하나를 깔아 뭉개고 있었으니까.


민혁이 사람을 깔아 뭉개기 30분 전.


“1번, 하민혁 예비 요원?”

“아, 네.”

“곧 투입입니다. 준비 해주세요.”


그는 실습에 투입되기 전이었다.

대기실에 앉아 마저 주의사항을 읽고 있었다.


테스트를 돕는 요원이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평소 둔한 민혁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노골적인 시선이다.


“제가 무슨 실수라도······?”

“아, 아닙니다! 제가 실례했네요. 말로만 듣던 규격 외는 처음이라.”

“하하하······.”

“대외 발설 금지 풀리면 바로 주위에 자랑해야겠어요.”


대답을 고르던 민혁이 웃으며 대화를 넘겼다.

‘별 거 아닙니다.’

라고 대답하기면 실례가 되는 지나친 겸손 같고

‘알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면 이상한 사람처럼 들렸으니까.


어색함에 천장 무늬만 쳐다보고 있던 그때.


“이제 출발하시면 됩니다.”


민혁의 출발을 알리는 불이 켜졌다.


‘후우······.’


숨을 고르며 숲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분명 도시 한복판인데도 나무 향기만이 가득했다.

꽤 넓은 뒤뜰에는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산에서 게이트가 열리는 상황을 대비한 테스트였기에 시험장의 경사도는 상당했다.


민혁은 마수를 찾으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울창한 나무 탓에 시야가 좁아 잘 보이지 않았다.

간혹 누구 것인지 모를 비명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때.

능력자의 직감이 발동됐다.

민혁은 제 옆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왼쪽인 것 같은데······.”


민혁은 저도 모르게 왼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곳에 마수가 있을 거라는 확신 탓이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쿵- 쿵-


거북이를 닮은 마수 한 마리가 나무를 죄다 뽑는 모습이 보였다.


‘이걸 맞추네.’


아직 능력을 완벽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특별한 건지는 짐작이 갔다.


‘근데, 전투랑 감지 계통이 이렇게 동시에도 나타나나?’


각성자들의 능력은 크게 몇 가지로 나뉘고는 했다.

민혁은 이론 시간에 배운 분류를 떠올려보았다.


“전투, 감지, 지원이랬지······.”


그 두 가지가 중첩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배웠지만, 그의 등급은 규격 외.

만에 하나 전투와 감지 모든 걸 가지고 있다면?


‘에이, 설마.’


그저 운이겠지, 하며 민혁이 왼손을 펼쳤다.


‘전투니까 아무래도 맨 처음 잡은 드래곤이 나을 거야. 등급 차이가 꽤 나는 것 같으니 단숨에······!’


민혁이 드래곤을 꺼내려는 그때였다.


“민혁아!”


낯익은 목소리에 민혁이 재빨리 주먹을 접었다.

금방이라도 드래곤이 튀어나올 뻔한 순간이었다.


“박진환.”


지난 번 다툼 이후로 처음 보는 진환은, 싸움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친근하게 굴었다.


“사냥은 잘 되어 가?”

“······뭐야? 안 그래도 할당량 만나서 시작하려고 하니까, 저리 가라.”


민혁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마수가 있는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그의 앞에 놓인 마수는 B급으로, 거대한 등딱지를 가진 거북이형 상대였다.


“B급 정도인가? 민혁이 너 혼자서는 잡기 어려울 것 같은데, 좀 도와줄까?”


진환이 팔을 걷어 붙이며 한 걸음 다가왔다.

마치 민혁이 ‘규격 외’의 EX급이라는 건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했다.


박진환의 능력은 파동.

일정 거리 안으로 가까워 질 경우 충격파를 통해 상대를 기절 시키거나, 날려버릴 수 있는 나름 상위 계통의 능력이다.


물론 그가 민혁을 돕겠다고 말한 건 별로 좋은 의도는 아니었지만.


‘하민혁. 나대는 건 거기까지 하자. 바닥이면 바닥 답게 납작 엎드려 있어.’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은 몸이 비각성자 수준과 비슷했다.

거기에 약한 충격이 더해져 이후에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민혁은 능력 지속 시간이 적다는 평가를 받을 게 분명했다.


‘능력 지속 시간이 적은데다 쓰러지기까지 당연히 감점일 테고.’


그는 민혁이, 비각성자가 자신의 위에 선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걸 내가 도와 저 마수를 잡아버리면······ 실습 점수 상위권은 당연하겠지.’


진환이 속마음을 숨기며 한 발을 더 내디딘 순간이었다.


“지금은 어디 가서 멀리 숨어주는 게 도움이다, 진환아.”

“······뭐?”


예상치 못한 말에 그가 얼어붙었다.


‘이 새끼······ 나를 또 무시하는 거야, 지금?’


진환의 오해와는 달리 민혁의 말은 정말 말 그대로였다.

민혁은 진환을 걱정할 뿐이다.


아무리 각성자가 감을 함게 부여 받는다 해도, 마수를 부리는 능력은 민혁조차도 익숙하지 않았다.

만약 사고가 터지고, 그 사고에 진환이 휩쓸린다면?


사람을 해치는 요원은 특별재난대응과에 존재할 수 없다.

민혁은 최종 탈락이 될 터였다.

계산을 마친 민혁이 마수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당부했다.


“박진환. 네 할당량 끝났어? 그러면 여기서 멀리 떨어져 있어.”


제 손바닥을 보며 민혁이 덧붙였다.


“휩쓸리면 위험해.”


못 박힌 듯 서 있던 진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위······험, 하다고?”


한 자 한 자 힘 주어 말하는 진환의 목소리에는 명백히 적의가 가득했다.

그가 마수를 향해 한 발을 내디뎠다.


“나도 A급 각성자야. 민폐가 되겠어, 설마?”


A- 였지만.

민혁은 그 부분을 지적하지는 않았다.


진환의 성급한 발걸음에 소리를 들은 마수가 그쪽을 돌아보았다.

민혁은 마수의 기척을 예리하게 잡아내고는 다시금 손바닥을 펼쳤다.


“박진환. 빨리 여기서 도망 가라.”

“하민혁······ 도망이란 말 쓰지 마라.”


마수가 몸을 틀었다.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능력을 사용할 준비를 마친 듯 보였다.


“아직도 안 갔어? 다칠지도 모르니까 어서 피해!”


민혁은 어린 시절부터 헌터를 꿈꾸었다.

다치고, 아픈 사람들을 구해내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 주는 영웅. 그것이 민혁이 생각하는 ‘요원’이었으니까.

지금 그의 성질을 긁는 민환이라도 휩쓸리게 두고 싶지 않았다.


다만, 진환은 그의 뜻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도망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내가 잡아줄 테니까, 넌 마지막에 흡수만 해.”


비키라는 말은 듣지 못한 척 진환이 휘파람을 불었다.

높은 소리에 마수는 두 사람을 발견해냈다.


“하아······.”


민혁이 한숨을 내쉬며 다시 왼손을 폈다.


그러자, 빛무리가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곧이어 흰 드래곤 한 마리가 소리를 지르며 날아올랐다.


마수와 진환, 두 생명체가 동시에 민혁을 바라보았다.


사방을 경계하느라 생긴 빈틈.

진환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숨을 참은 채 민혁과의 거리를 가늠했다.


‘앞으로 저 자식이 다섯 발자국만 더 들어오면 돼!’


다만 민혁은 이미 처음부터, 진환의 적의감을 눈치챈 뒤였다.


그의 명령에 따라 드래곤이 땅으로 내려 앉았다.

그리고는 날개를 펼쳐 이불을 덮듯, 살포시 진환의 몸을 누르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거센 힘에 저항할 수 없는 진환이 드래곤의 날개에 몇 차례고 파동을 쏘아댔다.


“거기까지 해, 박진환.”


바닥에 짓눌린 진환이 기침을 토해냈다.


작가의말

항상 보내주시는 독자님들의 관심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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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넌 나보다 못난 놈이었잖아 +1 24.08.03 131 3 12쪽
8 그런 부류랑 나랑 같나 24.08.01 141 5 10쪽
7 아주 헛된 꿈들을 꾸고 계십니다 24.07.31 151 3 12쪽
6 사람 좀 덜 믿어야겠네 24.07.30 161 3 10쪽
5 급소가 어디라고? 24.07.29 170 5 12쪽
4 여기서요? 24.07.28 193 5 13쪽
3 지금요? 24.07.27 207 5 13쪽
2 네? XX요? +1 24.07.26 231 5 10쪽
1 EX급 각성한 썰 푼다 +1 24.07.25 262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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