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천재 테이머가 조련을 너무 잘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청록강
작품등록일 :
2024.07.25 18:54
최근연재일 :
2024.08.13 22:52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390
추천수 :
58
글자수 :
93,788

작성
24.08.08 17:12
조회
94
추천
3
글자
11쪽

운 좋은 새X

DUMMY

드래곤은 하늘 높이 날아 오른 뒤 공중에서 아래로 화염을 내뿜었다.

아까와 비슷한 공격이지만, 드래곤과 민혁은 조금씩 거북이와 거리를 좁혀 나갔다.


마법사라는 이름을 가진 마수는 드래곤에게 손을 뻗었다.

치유의 이능을 사용하자 옅은 금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드래곤: 미친!]


‘아프겠지만, 조금 참아라!’


민혁은 드래곤을 조금 더 안으로 밀어 넣었다.

상대 마수를 향해서.


대형 거북이가 둔탁한 앞발을 휘두르자 목덜미에서 피가 솟아올랐다.

그것도 잠시.

집중 치유 덕에 빠르게 회복한 용이 다시금 불을 뿜었다.


화염과 안개 때문에 시야가 가려진 그 때.


“기본 스킬 1번!”


그가 공중에 뜬 화면을 내리치자, 내내 불을 뿜던 흰 드래곤이 앞발을 치켜세웠다.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내지른 용이 사람만한 발톱을 휘두르자, 상대 역시 제 앞발을 내질렀다.


그러는 동안 집중 치유 덕에 민혁의 마수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지만.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승부는 결정난 듯 보였다.

치유사가 없는 쪽은 계속해서 상처를 입고, 주춤댈 뿐이었다.

민혁은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달려 들었다. 갑옷 아래 감춰져 있는 연한 살을 향해.


“5초만 버텨! 거의 다 끝났어!”


그 말이 끝남과 거의 동시에, 민혁이 마수의 배에 손을 뻗었다.


‘5, 4, 3, 2······.’


‘1!’


접촉 후 5초가 지나자 거북이가 금세 온순해지더니, 점차 몸집이 줄어들었다.

끝없이 작아지던 마수는 어느덧 금빛 빛무리로 변해 민혁의 오른손을 맴돌았다.

손바닥 피부와 접촉했을 때 어김없이, 민혁은 새로운 마수와 연결되는 기분을 느꼈다.


좋다고 말하기도, 나쁘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감각이지만 지금은 그저 기뻐하기로 했다.


‘이정도면 테스트 통과다!’


이능을 활용해 마수를 제압하는 것.

그게 이번 실기 시험의 내용이다.

그걸 완벽히 해냈으니 분명 통과일 거라고 생각하며, 민혁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박진환의 방해도 이겨냈고, 뜬금없이 나온 A급 마수도 잡아 냈다. 이정도면······.’


안정적인 통과도 기대해볼만 한 것 아닌가.


민혁은 자기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어떻게든 끌어 내리려고 잔뜩 힘을 주었다.


“아. 그 전에.”


민혁은 자신이 잊고 있던 진환에게로 다시 돌아왔다.


얼마나 세게 금이 간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점점 파랗게 질려 가는 얼굴을 보니 고통이 연기는 아닌 것 같았다.


“너······ 괜찮냐?”


이제는 대답도 하지 못하는 진환은 그저 민혁을 노려 보는 게 전부였다.


“성질 좀 죽여라. 하여간······. 그러게 내가 휩쓸리니까 위험하다고 했지?”


민혁이 두어 번 혀를 찼다.

그러자 진환이 물고기마냥 펄떡였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마수를 소환했다.


치유의 이능은 금세 부러진 갈비뼈를 붙여 주었다.

그것도 모자라, 어디서 입었는 지 모를 찰과상까지 말끔하게 아물었다.


“이걸로 다치게 한 빚은 없는 거다.”

“미친······.”


정신을 차린 민환이 제 갈비뼈를 더듬거렸다.

분명 엄청난 통증이 머물던 자리가 거짓말처럼 멀쩡하게 돌아왔다.


“이게 무슨······.”


지원 계통 힐러라도 이렇게 깔끔하게, 또 신속하게 골절을 낫게 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고통이 모두 사라진 진환이 튀어오르듯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민혁, 너. 도대체 지금까지 뭔 짓 했냐?”

“뭔 짓? 갑자기 무슨 소리야.”


멱살을 움켜 쥐려 달려들던 진환이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방금 전 자신을 깔아 뭉갰던 드래곤의 형태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민혁에게서 한 발 멀어진 진환의 눈에는 적의가 이글거렸다.


“대체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각성했냐고!”

“각성이 어디 가게 찾아가서 해주세요, 하면 되는 거냐? 나도 모르지, 임마······.”


할 말이 없어진 진환이 이를 악물었다. 민혁이 한숨ㅇ르 내쉬는 동안, 그는 빠르게 제 앞에 선 남자를 훑어 보았다.


고등학생 때보다 몸집이 커진 걸 제외한다면, 하민혁의 외관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와 반대로 그가 품고 있는 이능에서는 과거와 비슷한 점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진환은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눈 앞의 민혁이, 비각성자였던 민혁이 지금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보통 치유는 이능 주인의 체력을 갉아먹기 마련이다. 그러니 섣불리 상대방을 전부 낫게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민혁의 경우 마수를 치유사로 활용하고 있으니, 그런 걱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가진 능력을 잘만 활용한다면, 전투, 색적, 지원 계열 모두를 한 사람이 해낼 수 있다는 것과 같았다.


“와······. 대단한데요.”


생중계로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상황실 속 팀장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감탄을 쏟아냈다. 혹은 말을 잃고 모니터만 바라보았다.


압도적인 능력.

모두가 민혁을 보고 ‘규격 외’ 란 무엇인지 실감하는 중이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게 진짜 대한민국 요원이 맞습니까? 저런 인재가 나다니······.”

“미숙한 부분이야 당연히 보이지만, 조금만 다듬으면······ 정말 큰 보탬이 되겠는데요. 혼자서 최소 삼인분은 할 인재잖아요?”


긍정을 표한 건 조금 어린 축에 속하는 팀장이었다.

경력이 보다 적은 만큼, 인재는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주관을 가진 사람이었다.


“맞습니다. 같은 요원을 다치게 한 건 맞지만, 저 정도면 1등 주고 바로 특채로 써 먹어야죠. 1번, 하민혁 씨? 잘만 사용하면 전 국가적인 이익이지 않습니까?”

“사람을 죽일 뻔한 놈입니다. 능력 좀 뛰어나다고 국가 영웅으로 가져다 쓰자는 겁니까, 지금?”


반박도 적지 않았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 능력으로 사람을 공격했으니, 요원에 적합한 인물은 아니라는 의견도 듣는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어쨌든 대한민국의 헌터들은 전부 국가 소속이고, 그 말은 즉 국민의 안위를 해치지 않는 게 필수 역량이었으니까.


모두가 민혁의 점수에 대해 뜨겁게 논하던 때.


“그 전에 따지고 갈게 있지.”


우성이 목소리에 모두가 말을 멈추었다.

서로 말싸움을 주고 받던 팀장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우성에게 집중했다.


“필드에 A급 몬스터를 풀어놓은 놈이 누구인지 밝히는 게 먼저인 것 같은데, 아닌가?”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 코웃음을 쳤다.


“A급? 몬스터들은 모두 B급에 맞춰져 있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 잘났다 하시는 대테러반 2팀 팀장도 감이 다 죽었군.”


우성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명백히 조롱 섞인 도발인 셈이다.


“방금 하민혁 요원이 잡은 놈. 아무리 봐도 B급은 아닌 것 같아. 그렇지 않나?”


우성이 모니터를 보라며 턱짓했다. 민혁의 얼굴이 화면 가득 띄워져 있었다.


“봐서 알겠지만 말이야. 하민혁 요원이 사용하는 드래곤은 A급이야. B급 마수가 A급의 화염을 저렇게 멀쩡하게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해?”

“하. 필드에 풀린 마수들은 전부 청사 내에서 관리하던 놈들이야. 등급에 이상이 있었을 리가.”

“누군가 중간에서 바꿔치기를 했다면 이상할 것도 없지.”


우성의 말에, 상황실에 찬물을 끼얹은 듯 금세 쌀쌀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럼 너는······ 내부에 변절자나 침입자라도 있다고 의심하는 거냐?”

“염두에는 두자는 거다.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말이야.”


혀를 찬 대테러반 2팀 팀장이 자리에 풀썩 걸터 앉았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갑자기 A급 마수가 필드에 풀린 건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갑자기 냉랭해진 분위기를 풀기 위해 막내 격 팀장이 화두를 던졌다.


“아무튼, 실습도 거의 끝난 것 같고. 이제 점수를 슬슬 매겨야 하지 않겠어요? 어떻게 된 건지는 따로 팀을 꾸려 조사해보면 되니까요.”

“그렇죠. 마수 등급 관련된 착오 건은 말 그래도 착각일 수도 있는 거고요.”


몇몇 사람들이 적당히 정리 멘트를 주고 받자, 각 팀장들이 미리 배부 받은 종이를 한 장 한 장 살펴 보았다.

신입 요원은 총 오십.

각 팀장들이 매긴 점수의 평균으로 순위가 정해졌다.


우성은 하민혁의 이름, 특성을 들여다 보고는 두 자리 숫자를 적어 냈다.



***



민혁은 받아 든 채점표를 들고는 두 팔을 바들바들 떨었다.


- 이능 사용 항목: 이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그 활용도가 뛰어남.

- 전투 평가 항목: 전투를 침착하게 바라보는 능력이 뛰어나며, 빠른 시간 내에 마수를 제압할 수 있음.

- 총평: 이능 사용에 익숙하고, 실전에서 활용이 가능할 만큼 그 사용도가 능숙함.


예상치도 못한 내용이 종이에 적혀 있었다.

기껏해야 간신히 낙제를 면할 줄 알았는데, 온갖 칭찬이 가득 적혀 있다.

진환의 도발에 못 이겨 제압까지 했으니, 잘못했다가는 재시험이라는 결과를 받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이렇게 좋은 평가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아 성적표를 받은 뒤 이론 수업 내내 멍하니 앉아 있기만 했다.

모든 일정이 종료된 후 옥상으로 뛰어 올라와 다시 한 번 받은 종이를 펴보았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민혁은 기쁜 나머지 평가지를 끌어안고 아무도 없는 옥상에서 주먹을 허공에 내질렀다.


‘이거지!’


지금까지 겪었던 비각성자로서의 설움이 씻겨 나가는 기분이다.

민혁은 몇 번이고 평가를 읽으며, 가족 메신저 방에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 이거 봐ㅋㅋㅋ 결과 엄청 좋지? 당분간은 부서 옮기느라 정신 없지만, 곧 고향 내려가면 궁금하신 거 다 이야기 해드릴게요.


쏟아지는 칭찬을 눈에 담은 민혁이 난간에 기대어 바람을 맞았다. 비각성자인 그를 걱정하던 가족들이 자신보다 더 기뻐하는 모습에, 민혁은 괜스레 가슴이 찡해졌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기쁨을 만끽하던 때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 그를 찾았다.


“하민혁,”


아주 낯익은,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상대방에 민혁이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


“박진환이냐?”


실기 테스트가 있던 이틀 전과는 달리, 진환의 얼굴색은 다행히도 아주 멀쩡했다.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하던 민혁과 달리, 진환의 표정은 이전보다 험악했다.

그는 민혁이 손에 든 평가지를 흘깃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저기에는, 자신보다 높은 평가와 점수가 적혀 있을 테니까.


“운 좋은 새끼.”

“······운?”


운, 이라는 단어에 민혁의 표정이 굳어졌다.

민혁은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노력을 해왔으니까.

비각성자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잘난 것 없는 제 상황을 바꾸기 위해.

남들보다 배는 더 공부했고,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다. 세상이 비각성자에게 보내는 시선은 생각보다 더 냉정했으니까.


“그래. 운. 갑작스럽게 높은 등급 타고 나서 아주 좋겠다.”

“······박진환. 너는 정말 내가, 운으로 모든 걸 가진 거라고 생각하냐?”

“규격 외 급 능력을 가진 게 네 노력이라고 말할 건 아니지? 그럼 양심이 없는 거지.”

“······그거 아냐, 진환아?”


민혁은 입을 뗌과 동시에 제 과거를 되짚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천재 테이머가 조련을 너무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이게 나? 24.08.13 31 1 12쪽
17 이용해먹기 딱인 놈 +1 24.08.12 52 2 12쪽
16 아니, 갑자기 기자회견이요? 24.08.11 67 2 12쪽
15 인터넷 게시글 24.08.10 72 1 11쪽
14 파악할 수 없음 24.08.09 86 1 12쪽
» 운 좋은 새X 24.08.08 95 3 11쪽
12 드래곤이 대화를 걸어옵니다 24.08.07 110 3 12쪽
11 거기까지만 해라 24.08.06 117 3 12쪽
10 어디까지 하나 보자 24.08.05 122 3 12쪽
9 넌 나보다 못난 놈이었잖아 +1 24.08.03 130 3 12쪽
8 그런 부류랑 나랑 같나 24.08.01 141 5 10쪽
7 아주 헛된 꿈들을 꾸고 계십니다 24.07.31 150 3 12쪽
6 사람 좀 덜 믿어야겠네 24.07.30 160 3 10쪽
5 급소가 어디라고? 24.07.29 169 5 12쪽
4 여기서요? 24.07.28 192 5 13쪽
3 지금요? 24.07.27 207 5 13쪽
2 네? XX요? +1 24.07.26 230 5 10쪽
1 EX급 각성한 썰 푼다 +1 24.07.25 260 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