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천재 테이머가 조련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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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강
작품등록일 :
2024.07.25 18:54
최근연재일 :
2024.08.1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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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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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부류랑 나랑 같나

DUMMY

예상치 못한 소리에, 가장 먼저 민혁을 경계한 팀장이 인상을 찌푸렸다.


“뭡니까, 차 팀장님?”


날 선 대답이 돌아왔다.

우성이 옅게 비웃으며 적대적 태도를 보이는 팀장들을 한 차례 슥 둘러보았다.


‘지금 말할 필요도 없지. 어차피 곧 알게 될 테니까.’


“아닙니다. 직접 보시면 알겠죠.”

“차 팀장. 거 괜찮은 이능 좀 처음 발견했다고 기세등등한 모양인데, 그렇다고 벌써부터 편 들지는 말지?”


별 대꾸할 필요도 없는 말이다.

시험에 떨어져? 말도 안 되는 소리.


곧 깨져 버릴 헛된 꿈을 비웃어주며, 우성은 며칠 전 받아본 민혁에 대한 자료를 떠올렸다.


‘그냥 운 좋게 각성한 녀석만은 아니지.’


민혁이 은아에게 시달리는 동안.

우성은 민혁에 대한 정보를 여러 가지 조사했다. 그 중 하나는 재난처리지원과에 지원했던 민혁의 점수.


결과 기록지를 받아 본 우성은 제 눈을 의심했다. 기록실에 몇 차례고 전화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 재난처리지원과 공개경쟁채용.

민혁의 점수는 1차 필기 점수 100, 2차 필기 점수 96, 3차 면접 평가 만점이었으니까.


민혁의 지원과 합격 점수는 평균을 한참 웃도는 수준이었다.



***



팀장급 회의가 이루어지는 같은 시각.

빈 세미나실에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으음······.”


남자가 신음 소리를 내며 여자가 준 A4 용지 뭉치를 들췄다.


<제 60~69회 기출 문제 >


민혁은 세진이 건네준 종이를 훑어보는 중이었다.

읽는 이의 흥미를 뚝 떨어뜨리는 딱딱한 제목이다.

심지어 분량도 많고.


“······진짜 이게 테스트 문제라고요?”


예상 문제지를 본 민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세진이 민혁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를 건넸다.


“너무 걱정 마세요. 이거 달달 외우면 턱걸이는 할 테니까.”


문제가 좀 어렵긴 하지.

세진은 제 옛날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떨어질 수도 있다고?’


큰 충격을 받아가며 밤을 새 공부를 해 간신히 탈락을 면했었지.

그간의 고통을 생각하던 세진의 표정이 드물게 온화해졌다.


“뭣하면 저랑 준재가 도와드릴 수도 있고.”

“어. 아니, 그러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필요 없다고?

혹시 포기하려는 건가.

세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 설마 포기하려고요? 이거 떨어지면 현장 출근 못 해요, 안 돼요!”

“아, 아. 그런 말이 아니라요.”


민혁이 웃으며 한 뭉치의 종이를 팔락댔다.


“이 정도는 이미 알고 있어서요.”

“네? 진짜로요?”

“네. 게다가 시험 치기 전에 이론 강의도 듣는다면서요. 그 정도 기간이면 혼자 할 수 있어요.”


허풍인가, 아니면 진짜인가.

세진이 멀뚱히 선 채 민혁과, 그가 들고 있는 종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뭐. 만점이 아니라 통과를 목적으로 하는 시험이니까, 그렇게 어렵진 않겠네요.”


민혁은 금세 기출 문제로 빠져들었다.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넘겨 보는 민혁의 시야에는 더 이상 세진이 들어오지 않았다.


‘헌터들은 어딘가 하나씩 이상한 놈들만 있댔는데······.’


선배들이 하던 말을 절절히 실감한 세진이었다.



***



“게이트 사태를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는 곧바로 특별재난대응과를 설립했다는 건 다들 잘 아시죠? 특별재난대응과에는 크게 대테러반, 특수능력범죄반, 재난대응반 등이 있고······.”


민혁은 멍하니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바라보았다. 신입 요원을 위한 이론 강의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드래곤을 포획한 뒤, 민혁은 몇 가지 추가 건강검진과 능력 점검을 거치고 ‘신입 채용 특별 전형’ 통과를 받아냈다.

그 뒤 딱 삼일 째 되는 날부터 신입 요원을 위한 이론 강의가 시작되었다.


“저희 연구팀은 오랜 시간을 들여 게이트의 오픈 예정 시간을 맞출 수 있는 매커니즘을 발견했습니다. 근래에는 이현상 탓에 빗나갔지만 적중률이 99.998퍼센트에 달하는······.”


민혁은 발표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맨 앞에 서서 유창하게 말 하는 사람은 박은아, 민혁을 가둬놓고 열 받게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이렇게 보니까 또 완전 정상 같네.’


긴 머리에 웨이브를 넣고, 연구복 대신 세미 정장 차림으로 서 있으니 꼭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묘한 반발심에 민혁은 강의를 듣는 둥, 마는 둥 앉아 시간만 때우고 있었다.

어차피 이미 그가 모두 알고 있던 내용이기도 했고.

재난처리지원과 신입 OT 때도 몇 번이고 들었던 강의였다.


민혁이 신입 웰컴 노트에 흰 색 용 그림을 끄적이기 시작했을 때.


“거기 멍하니 듣고 계시는 민혁 씨가 말해볼까요? 세 번째 줄 중간에 계신.”

“······예?”


모두의 시선이 민혁에게 집중되었다. 드래곤의 앙증맞은 발을 그리느라 질문을 듣지 못한 민혁이 눈만 끔뻑였다.


“이런. 딴짓하시면 숙제로 깜지 세 장 내드릴 거예요?”


부드러운 농담에 강의실에 있던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귓불이 조금 붉어진 민혁이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진짜 나랑 안 맞는단 말야, 박은아 연구원!’


은아는 장난기를 없애고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PPT에 시선을 두었다.


“전부 이론 시험에 나올 예정이니까요. 진지하게 들어주세요.”


빔 프로젝터 조명을 받아 유독 밝게 빛나는 얼굴이 마치 조각처럼 선명했지만, 민혁에게는 전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여자였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 사람들이 졸기 시작했을 때 즈음.


“20분 정도 쉬고 마저 이어가겠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은아가 박수를 치며 쉬는 시간을 알렸다.

강의를 듣던 사람들이 기지개를 펴며 하나 둘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우, 졸려.”

“아홉 시부터 여섯 시까지 풀강은 좀 너무한 거 아닙니까? 실습이라도 먼저 하게 해주면 좋을 텐데요.”

“그러게요, 담배나 한 대 피고 오시죠.”


삼삼오오 오며 친목을 다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대로 잠들어 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민혁은 명백히 후자였다.

어제 밤 늦은 시간까지도 청사에 불려와 능력과 관련된 테스트를 하느라 고작 다섯 시간 눈만 붙인 탓에.


“하민혁?”


그의 등을 누군가가 툭툭 건드렸다.

막 잠에 들 뻔한 차였는데.

인상이 절로 찌푸려 진다.


‘누구야?’


몸을 일으키고 확인 하자마자 민혁의 잠이 모두 달아났다.

그가 아주 잘 아는 남자였으니까.


“박진환?”


익숙한 얼굴에 민혁이 벌떡 일어났다.


“박진환 맞아? 나랑 고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던?”

“그래. 어떻게 여기서 다 만나냐.”


진환이 웃으며 민혁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민혁이 내민 손을 맞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아까 딴짓하던 놈이 너 맞나, 아닌가 긴가민가 했는데 맞았네!”


박진환.

민혁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키는 185, 외모 준수, 성적 우수, 심지어 각성 등급도 높아 모두의 부러움을 받았다.

중학교 때 각성한 능력이 A-급.

진환과 같은 지역에서 자랐다면 한 번 쯤 이름은 들어봤을 동네 유명 인사. 그게 박진환이다.

내심 감탄하며, 민혁은 진환과 몇 마디를 주고 받았다.


“와. 너 잘 될 줄은 알았는데, 진짜 대단하다.”

“별 것도 아닌데 뭐.”


진환이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아무튼 보니까 반갑다. 쉬는 시간인데 뭐라도 마실래?”

“앞에 자판기 있더라. 다녀오자.”


두 사람은 복도 바로 앞 자판기로 가 음료수 두 캔을 뽑아 마셨다.


진환이 에너지 음료 캔을 따며 제 수험 생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졸업하고 일 년 공부하는 동안 진짜 죽는 줄 알았다. 군대로 이 년 까이는 것도 아까운데,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일 년 버리니까 아까워 미치겠더라고.”

“일 년? 그것도 대단하다. 여기 들어오려고 십 년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순간 진환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십 년 공부한 사람들?”


그는 멈칫하더니, 조금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런 부류랑 나랑 같나.”


잘못 들었나.

평소 진환이 보여주는 성격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이다. 민혁이 당황하며 물었다.


“응?”

“아냐. 그냥 혼잣말.”


방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진환은 웃는 낯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민혁에게 똑같은 음료를 건네주었다.


“하여튼 공부하느라 진짜 힘들었다는 이야기지 뭐.”

“고생 많았다. 그렇게 공부했는데 여기 들어와서 또 공부 해야하네.”

“하하. 중요한 직업이니까 당연히 공부 많이 해야겠지. 아, 근데 그러고 보니.”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진환이 물었다.


“근데······. 너는 이 강의 왜 듣는 거야? 이건 합격자 강의인데.”


음료를 한 모금 삼킨 진환이 알겠다며 손뼉을 맞부딪혔다.


“아, 민혁이 너 재난처리지원과였지.”


오늘 진환의 얼굴 중 가장 밝은 표정으로 덧붙였다.


“강의 돕기도 할 겸 조교처럼 와 있는 거구나.”

“그치, 재난처리지원과였는데. 이제 나도 신입 요원이야.”


예상치 못한 말에, 진환이 잠시 멍해졌다.

몇 초간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벙 쪄있던 진환이 입꼬리를 끌어올려 원래의 선한 표정을 되찾았다.


“아, 그래? 왜?”

“말하려면 조금 긴데······. 갑자기 능력을 각성했지 뭐야. 특별 전형으로 부서 전환 배치 된 거야. 예전에 들었던 거랑 비슷한 내용 들으려니까 졸려 죽겠다.”


특별 전형이라.

진환이 티나지 않게 음료수 캔을 버리는 척 표정을 감췄다.

압도적 능력 수치가 나오는 경우, 실기 시험 없이 통과하는 전형이 바로 특별 전형이었다.


‘지금 하민혁이 그 특별 전형이라는 거지.’


내내 비각성자였던 모자란 친구가 하민혁이었다.

A-급인 자신을 보다 더 빛내줄 수 있는 존재.

몇 마디를 걸어 챙겨주는 척하며 착한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어갈 수 있었던 존재.

그게 박진환이 생각하는 하민혁이다.


‘갑자기 각성을 해? 그것도 S급 이상으로?’


기분이 상한 진환이 윗니로 아랫입술을 꾹 짓눌렀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건 누군가에게 뒤쳐지는 일이었으니까.

하물며 그 대상이 하민혁이다.

만년 비각성자 신세로 살 줄 알았던.


게다가,


“민혁 씨!”


첫인상이 좋아 어떻게 말이나 붙여볼까 하던 연구원, 은아가 멀리서 웃으며 민혁을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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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거기까지만 해라 24.08.06 118 3 12쪽
10 어디까지 하나 보자 24.08.05 123 3 12쪽
9 넌 나보다 못난 놈이었잖아 +1 24.08.03 131 3 12쪽
» 그런 부류랑 나랑 같나 24.08.01 142 5 10쪽
7 아주 헛된 꿈들을 꾸고 계십니다 24.07.31 151 3 12쪽
6 사람 좀 덜 믿어야겠네 24.07.30 161 3 10쪽
5 급소가 어디라고? 24.07.29 170 5 12쪽
4 여기서요? 24.07.28 193 5 13쪽
3 지금요? 24.07.27 207 5 13쪽
2 네? XX요? +1 24.07.26 231 5 10쪽
1 EX급 각성한 썰 푼다 +1 24.07.25 262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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