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천재 테이머가 조련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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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강
작품등록일 :
2024.07.25 18:54
최근연재일 :
2024.08.1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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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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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드래곤이 대화를 걸어옵니다

DUMMY

‘이 미친······.’


드래곤에게 파동을 쏘아보았지만 두꺼운 털과 가죽 탓에 통하지 않았다.


‘무슨 이딴 능력이······.’


그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웃는 낯으로 민혁을 대해야 반격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민혁아. 무섭게 뭐하는 거냐. 난 너를 도와주려고 한 건데······ 능력 자랑이라도 하는 거냐?”

“도움?”


각성 이전.

민혁은 남의 눈치를 살피는 데 익숙한 편이었다.

약 80%의 인구가 각성자인 대한민국에서, 비각성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을 파악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했으니까.


지금까지 살면서 남의 기분 따위 맞추어 본 적 없는 A-급 진환의 생각을 파악하는 건 어렵지도 않았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새끼는 내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파악이 완료된 내용이다.

민혁은 표정을 굳히고는 드래곤의 날개에 힘을 더 주었다.


“저 마수는 내 할당량이야. 네가 개입하는 순간 내 점수가 깎이는 거라고. 그딴 걸 도움이라고 할 수 있냐?”

“네가 혼자 잡기 어려운 종류니까 그렇지. 친구끼리 돕자는 거잖아. 그게 그렇게 싫으니, 민혁아?”

“진환아. 네 능력이 저 등딱지를 가진 마수에게 통하겠냐? 도움이 되겠냐고.”


그 순간.

진환이 이를 갈며 민혁을 노려보았다.

지금까지는 본 적 없는 얼굴이다.


“하······. 새끼, 진짜 사람 성질 긁네.”


제 입에서 나와야 할 말을 진환이 내뱉었다.

민혁이 숨을 고르며 주먹을 꾹 쥐었다.

여기서 도발에 넘어 간다면, 마수에게 공격을 명령한다면 분명 진환은 크게 다칠 테니까.


그를 무시하고 뒤를 돈 민혁에게, 진환이 말했다.


“씨, 발······. F급도 각성 못하던 머저리 새끼가 대가리만 커져 가지고.”


욕설은 뻔한 도발이다.

민혁은 듣지 못한 척 진환에게서 몇 발자국 멀어졌다.


“갑자기 생각난다 야.”


진환은 아주 웃기는 이야기라는 양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 요원 되고 싶다고 진로 상담 했다가 애들한테 들켜서 맞을 뻔 한 거.”

“······.”


그를 무시한 채, 민혁은 등을 돌렸다.

진환이 내뿜는 열등감 따위에 놀아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러나 진환은 쉬지 않고 말을 걸어댔다.


“그 다음에 너 학교에서 없는 사람 취급 당했었지. 그 때 내가 도와준 거 기억 나냐? 야. 진짜 고등학생 때랑 비교하면 너 정말 많이 컸다. 민혁아.”

“······적당히 해라, 박진환.”

“그때 네 별명이 뭐였더라. 아······ 나비였지 참. 나대는 비각성자, 이 머저리 새끼야.”

“박진환!”


민혁이 이를 악물었다.

그가 감정에 휩쓸린 사이, 진환이 민혁을 향해 파동을 쏘았다.

드래곤의 두꺼운 가죽에는 통하지 못하더라도 한낱 인간인 민혁에게는 치명적인 충격파였다.


진환의 바람처럼 민혁이 고개를 푹 숙였다.


‘통했다······!’


그가 기뻐한 것도 잠시.


“그러니까, 박진환 넌.”


말을 끊은 민혁이 고개를 들었다.

평소 순하던 눈매에 살벌한 빛이 번뜩였다.


“이딴 헛짓거리가 나한테 통할 거라 생각했다, 이거지?”


진환을 내려다보는 민혁의 눈빛은 마수처럼 사나웠다.

그 기세에 눌린 진환이 입을 꾹 다물었다.


분명 사람과 눈을 맞추고 있는데, 왜인지 마수를 앞에 둔 듯했다.


“내가 네 속셈 하나도 파헤치지 못할 것처럼 보였냐, 진환아?”

“뭐?”

“너는 나를 떨어트리고 싶은 거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무슨 말이냐, 그게? 나는 분명 널 도우려고······.”


민혁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끊었다.

원체 눈치가 빠른 것도 있지만, 저딴 말은 누가 들어도 거짓말인 게 뻔히 보였다.


“그래? 날 돕고 싶다고?”


그가 엄지 손가락으로 바닥을 누르는 시늉을 했다.

드래곤의 날개도 그에 맞춰 더 강한 힘을 주었다.


“미친 새끼야······.”


숨만 간신히 쉴 수 있는 수준의 압박이다.

진환이 능력을 쏘아 대도 마수는 꿈쩍하지 않았다.

서늘한 눈빛이 그를 스쳤다.


“박진환. 넌 가만히 있는 게 돕는 거니까, 거기 얌전히 있어.”

“이 개 같은 새끼야······!”

“움직이지 마라. 억지로 힘 줬다가는 너 갈비뼈 나간다.


발버둥치는 민환을 뒤로 하고, 민혁이 마수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등딱지를 두르고 있어 슬쩍 보아도 방어력이 짐작 가는 모양새다.


‘네 발로 기는 거북이고, 능력은 방어랑 괴력인가?’


거북이가 가까이 다가올 수록 지진이라도 찾아온 듯 땅이 울렸다.

사람 셋 만한 발 크기를 보고 민혁이 마른 침을 삼켰다.


‘저 발에 맞으면 꽤 아프겠는데. 아니, 무조건 즉사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거북이라 그런지 조금 느리다는 것.

공격에 맞아 죽을 일은 없는 듯 했다.


‘우선 저 자식이랑 거리를 좁혀야지. 그리고 불꽃으로 좀 익혀주고, 정신 잃었을 때 바로 흡수한다.’


작전 시간을 마친 민혁이 억지로 웃어 보였다.

자신감을 찾기 위한 나름의 액션이다.


‘아, 그 전에.’


풀어두면 분명 난동을 피울 놈부터 단단히 잡아둬야 했다.

민혁이 왔던 길을 도로 되돌아갔다.

그는 납작 눌려 있는 진환에게 다가가 몸을 가까이 숙여 눈을 맞췄다.


“너, 난동 피우면 갈비뼈 하나 두 개 정도는 내가······ 어?”


얼굴이 조금 질려 기침을 하는 진환의 상태는 누가 보아도 괜찮지 않았다.

민혁은 괜히 머쓱해져 뒷머리를 긁었다.


“······혹시 이미 부러졌냐?”

“이······ 개······.”


욕설을 퍼부으려던 진환이 숨을 몰아쉬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갈비뼈 부러트린다고 협박하려 했는데.’


이미 금 가 있을 줄이야.


“어우, 진환아······ 그, 미안하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아무 대답도 없이 파랗게 질린 제 옛 동창을 보며, 민혁이 식은땀을 흘렸다.


“야······ 살아 있지?”


그가 손가락으로 머리를 쿡, 쿡 찌르자 진환이 눈을 부릅 떴다.


“이, 개, 새······.”


살아 있는 걸 확인한 뒤, 민혁이 다시 자리를 떴다.


그는 제 목표인 네 발 마수에 시선을 고정한 채 걸었다.


“너 말 하면 더 아프다. 조금만 기다려. 금방 치료해 줄 테니까.”


촉촉하게 젖은 손바닥을 바지에 대강 문지른 채, 민혁이 시끄럽게 휘파람을 불어댔다.

덩치는 크지만 둔하지 않은 거북이가 사람이 서 있는 쪽을 돌아보았다.


천지를 울리는 진동과 함께 그것이 민혁에게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덩치가 거대한 위압감을 안겨 주었다.


이미 두 마리의 마수들과 전투를 치루어 봤음에도 저런 대형 마수는 두려움을 안겨 주었다.

민혁의 몸이 조금씩 떨렸다.


‘진정하자. 몇 발자국만 더 다가오면 돼.’


민혁과 정신이 연결된 마수는 그의 생각에 따라 움직이고는 했다.

적대감을 공유한 드래곤이 상대를 위협하려 이빨을 드러냈다.

입 속에서 작은 불꽃이 신호탄처럼 몇 번이고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민혁의 눈 앞에 창 하나가 나타났다. 그가 사용하던 상태창과는 조금 다른 모양새였다.


[드래곤이 대화를 걸어옵니다.]


[드래곤: 전투 준비 완료.]


“이게 뭐야······?”


[드래곤: 1시 방향 적.]

[드래곤: 보임?]


몇 번이고 눈을 비벼 보았지만, 마수가 말 하는 것처럼 생긴 창은 사라지지 않았다.


‘뭔 채팅이냐?’


세상에 마수와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타이밍이 아니었다.

아주 가까이 목표물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촉박한 건 드래곤 역시 마찬가지인 듯, 민혁의 눈 앞에 한 차례 더 대화창이 떠올랐다.


[드래곤: 뭐함?]


어이가 없어 희고 거대한 마수를 바라보자, 드래곤 역시 민혁과 마주 보았다.

거기서 뭐하고 있냐는 듯한 표정에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민혁은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중심 능력이라 적힌 내용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될 대로 돼라!’


그와 동시에 드래곤이 입을 벌렸다.

쩍 벌어진 동굴 같은 입 속에서, 보기만 해도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


불과 연기 탓에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민혁은 실눈을 뜬 채 상황을 살피려 했지만, 보이는 건 매캐한 연기 뿐이었다.


바람이 조금씩 연기를 걷어가던 때에, 진환이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고개를 일으켰다.


“벌써 해, 해치운 거냐?”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상대 마수가 앞발을 휘둘렀다.

빽빽하던 나무들이 죄다 날아갔다.


“너 때문에 살았잖아, 미친놈아!”

“뭔 개소리······.”

“헌터 지망이라는 놈이, 전투 중 금기도 몰라? 저걸 확, 씨.”


진환이 얼이 빠진 채 눈을 꿈뻑이는 동안, 민혁은 드래곤의 뒤 쪽으로 몸을 날렸다.

아직 약점을 파악하기에는 먼 거리다.

지금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민혁이 다시 한 번 화염 이능을 사용했다.


“지금이다. 한 번 더!”


처음 불을 내뿜었을 때만큼 뜨거운 열이 사방을 감쌌다. 주위의 나무와 풀, 작은 돌 마저 화염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 나갔다.


다시 안개가 걷혔을 때, 민혁이 본 건 아직 멀쩡한 거북이의 등딱지였다.

갑옷처럼 두꺼운 가죽이 해를 받아 반짝였다.


“젠장! 진짜 무식하게 두껍네!”


드래곤의 화염도 거뜬히 버틴다는 것은 마수의 등급이 A급 이상이라는 소리.


“뭔가 이상한데. B급 이하만 풀어 놓을 거라고 하지 않았냐고!”


민혁은 움직이지 못하는 진환의 뒷덜미를 잡아채 아직 타오르지 않은 숲으로 뛰어 들어갔다.

켁켁, 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당장 죽진 않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며.


드디어 기절한 진환을 두고, 민혁이 대치 중인 두 마수를 향해 살금살금 거리를 좁혔다.

그 덕에 거북이 마수의 약점이 그의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배? 약점이 배라고?’


지금 민혁이 불러낼 수 있는 마수라고는 두 마리.

그 두 마리로 거북이의 등딱지를 뚫고 배에 접촉해야 한다.


처음 마주친 마수를 잡아야 한다는 규칙만 아니었다면, 당장 버리고 다른 놈을 찾았을 터였다.


‘어쩔 수 없어. 여기서 잡아야 해.’


민혁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점검하며 손바닥을 펼쳤다.

그가 소유한 마수는 총 두 마리.

드래곤을 제외하면 전투에는 영 쓸모가 없는 지원형 한 마리 뿐이다.


‘잠깐. 그러고 보니 그 마수 능력이 치유였지.’


치유라.

민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손바닥을 펼치고, 얼마 전 잡은 인간형 마수를 떠올려 소환했다.

이제는 낯익은 금빛 빛무리가 둥실 떠올라 퍼지더니 곧 사람의 형태를 만들어 냈다.


‘스킬을 좀 보자.’


생각을 마치자 그의 앞에 또 다른 상태창 하나가 떠올랐다.


———————————————

[마수 정보]


[명칭: 마법사]

[계열: 지원]

[중심 능력 1: 지정한 범위 내 아군 전체를 치유한다.]

[기본 능력 1: 지정한 한 개체를 집중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

[기본 능력 2: 빠르게 도망갈 수 있다.]

[친밀도: 5]

———————————————


민혁이 눈을 사로잡은 건 기본 능력 1.

한 개체를 집중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거 진짜 무식한 방법인데.’


드래곤의 화력과 마법사 마수의 집중 치유.

민혁의 머릿 속에 두 가지를 가지고 써먹을 만한 방법이 떠올랐다.


조금 위험하다는 게 흠이었지만.


‘청사 안인데, 죽기야 하겠어?’


일이 생기면 구하러 올 거라 믿고, 민혁이 두 마수의 이능을 동시에 사용하며 목표물에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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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래곤이 대화를 걸어옵니다 24.08.07 111 3 12쪽
11 거기까지만 해라 24.08.06 117 3 12쪽
10 어디까지 하나 보자 24.08.05 122 3 12쪽
9 넌 나보다 못난 놈이었잖아 +1 24.08.03 130 3 12쪽
8 그런 부류랑 나랑 같나 24.08.01 141 5 10쪽
7 아주 헛된 꿈들을 꾸고 계십니다 24.07.31 150 3 12쪽
6 사람 좀 덜 믿어야겠네 24.07.30 160 3 10쪽
5 급소가 어디라고? 24.07.29 169 5 12쪽
4 여기서요? 24.07.28 192 5 13쪽
3 지금요? 24.07.27 207 5 13쪽
2 네? XX요? +1 24.07.26 230 5 10쪽
1 EX급 각성한 썰 푼다 +1 24.07.25 260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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