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천재 테이머가 조련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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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강
작품등록일 :
2024.07.25 18:54
최근연재일 :
2024.08.1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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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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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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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네? XX요?

DUMMY

푸르르-

꼭 대형견이 자기 전 내는 숨소리처럼 들렸다.


‘뭐지?’


민혁이 감은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민혁과 눈을 맞춘 드래곤이 도로 한복판에 멈춰 서 있었다. 어떤 공격도, 공격 준비 동작도 없이.


심지어 그것은 아주 느릿하게 몸을 낮춰 도로 위에 엎드리기까지 했다.

시선은 여전히 민혁을 바라본 채였다.


특별1팀 팀장, 우성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 들었다.


“기회다. 밀어붙여!”


헌터들이 다시금 마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민혁의 앞에 엎드려 평온하게 눈을 끔뻑이던 드래곤이 재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헌터들을 향해 브레스를 내뿜었다.

방금의 얌전함은 찾아볼 수 없이 흉포한 울부짖음. 사방으로 튀는 불꽃이 자동차 여러 대를 터뜨렸다.


바로 그 순간.

민혁은 어떤 기이함을 느꼈다.


‘이 마수······ 내가 멈출 수 있을 것 같다.’


민혁이 드래곤을 향해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근처에 있던 한명이 만류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직 세상에 그 혼자만이 놓인 것 같은 이상한 기분.

온몸에 소름이 돋고, 추운 곳에 내던져 진 듯 서늘한 한기가 몸을 감쌌다.


민혁이 드래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시야가 흐릿해졌다.

찰나의 순간이 지났다.


“멈춰!”


그의 명령에 기적처럼, 드래곤은 제 거대한 몸을 가만히 멈추었다. 요원들을 짓밟으려 한껏 들어 올린 발도 내리지 않은 채로.

이 기현상에 모두가 전투를 멈추고 민혁을 바라보았다.

칼을 휘두르려던 우성도, 얼음을 쏘아대던 준재도 가만히 선 채였다.


“······멈췄어?”


세진의 중얼거림에 가까이 있던 사람들의 이성이 돌아왔다.


“말도 안 돼······.”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우성마저도 동공이 흔들렸다.


이곳에서 가장 평온한 건 민혁이었다.

그는 자신도 놀랄 만큼 가공할 집중력으로 드래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여전히 마수를 향해 뻗은 손 끝에서, 작은 빛이 반짝이고 있다.


민혁이 단호하게 명령했다.


“내가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만큼 크기와 무게를 줄여.”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알 수 없는 빛이 드래곤의 몸을 감쌌다.

밝은 금색 빛의 장막이 걷히자, 거대한 마수는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다.

마수를 찾던 민혁의 시선이 자연스레 제 발치로 내려갔다.


드래곤 대신 아주 작고, 하얀 털뭉치가 앉아 민혁을 올려다 보고 있다.

그제야 몸을 감싸던 기이한 기분이 사라졌다.


모두가 민혁의 발 아래를 주목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장면에 모두가 입을 벌린 채 민혁을 바라보았다.

침묵을 깬 건 한명이었다.


“진짜 줄어들었, 다고?”


모두가 한명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난장판이 된 사거리 위.

조금 큰 도마뱀이 민혁을 바라보고 있다. 멀리서 본다면 귀여운 강아지 쯤으로 여길 터였다.


“이, 이게 무슨.”


강아지, 아니 강아지만큼 작아진 드래곤이 민혁에게로 아주 가까이 다가왔다. 그것도 모자라 제 얼굴을 그의 발치에 부볐다.


“뭐, 뭐야. 왜 이래!”


까슬까슬한 털의 감촉에 민혁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아났다.


“사, 살았다.”

“우리 죽은 거 아니지? 살아 있는 거 맞지?”


준재와 세진이 얼 빠진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드래곤이 선물한 두려움, 생존했다는 안도감이 뒤섞여 두 사람이 털썩 주저 앉았다.

우성만이 긴장감을 놓지 않고 검 손잡이를 꾹 쥐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마수는 민혁의 근처를 계속 맴돌았다.

꼭 주인을 잘 따르는 모습처럼 보였다.

가만히 지켜보던 준재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근데, 세진 선배님. 마수가, 마수가······ 사람을 따르는 겁니까, 지금?”

“말도 안 돼······.”


사람을 주인처럼 따르는 마수라니.

그런 건 듣도 보도 못 했으니까.

당황스러운 건 제 인생 대부분을 헌터 생활로 보낸 차우성도 마찬가지였다.


“너······.”

“이, 이, 이거 대체 왜 이럽니까? 야! 뭐야, 떨어져!”


민혁이 손을 휘휘 내젓자 드래곤이 한발 물러나 풀썩 주저 앉았다. 흡사 앉아, 기다려 명령을 수행하는 강아지처럼.

그 모습에 우성이 검을 넣었다. 그리고는 멍하니 서 있는 한명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아주 재미있는 놈을 데리고 다니십니다. 윤한명 전 팀장님.”

“······난들 태어나서 저런 광경 보는 게 두 번째겠냐? 애먼 사람 잡지 마라.”


넋이 나간 건 한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살아 남았다는 안도감은 어느새 그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그 빈 자리를 한 사람과 한 마리 파충류가 가득 채웠다.

그도 그럴게, 마수를 길들이는 이능이라는 걸 처음 마주했으니까.


“이, 이게 무슨.”


민혁은 자신을 바라보는 드래곤의 시선을 피하려 연거푸 손을 내저었다. 그런 그에게 세진이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저기.”

“저, 저요?”

“네. 여기 주무관 님 말고 근처에 누가 더 있어요?”


퉁명스러운 말투와 달리 세진의 눈빛은 그리 공격적이지 않았다.


“하민혁 씨라고 했죠?”


그녀가 불쑥 오른손을 내밀었다. 방금 전투에서 입은 생채기가 뒤덮었지만, 가늘고 하얀 손임이 한 눈에 들어왔다.


“뭐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세진의 두 귀가 조금 붉어졌다. 민혁은 제 착각이겠거니 하고 내민 손을 맞잡았다. 그녀가 민혁과 눈을 맞추고 말했다.


“살려줘서 고마워요.”

“아, 네! 그······.”


민혁이 세진의 명찰을 힐끔 바라보았다. 드래곤의 발톱 때문에 어딘가로 날아가 텅 비어있었지만.


“안세진입니다.”

“세진 씨.”


민혁과 세진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드래곤은 황급히 자리를 옮겼다. 마수가 선택한 곳은 민혁의 다리 뒤였다.

작은 발로 바짓자락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이 마치 겁 많은 아이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준재도 몸을 일으켰다.


“팀장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청사로 간다.”


준재는 피가 나는 팔을 꾹 누르며 턱끝으로 마수를 가리켰다.


“저 드래곤······ 은요? 어떻게 할까요?”


그러자 우성이 민혁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하민혁 주무관, 부탁 좀 하지.”

“아, 네.”

“하민혁 주무관이 주위를 끌고 있으면 내가 포박할게. 우선 청사로 함께 데려간다.”

“팀장님, 위험합니다!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데요!”

“해봐야 아는 거 아닌가?”


우성과 눈이 마주친 민혁이 마른 침을 삼켰다.


“잠깐 진정 좀 시켜봐.”


여전히 공격성을 잃지 않은 드래곤이 몸을 떨며 으릉거렸다.

민혁이 손을 뻗고는 침착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으르렁대지 말고 가만히 있어. 앞으로 계속 가만히 있어야 해.”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흰 드래곤은 제 주둥이를 꾹 다물었다. 경계를 잃지 않는 모습이지만, 건드리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확인을 마친 우성이 성큼 민혁의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민혁이 아닌, 그의 다리 뒤에 숨은 드래곤을 보며 말했다.


“이 마수가 말을 아주 잘 듣는 것 같은데.”


우성과 눈을 마주친 드래곤이 이빨을 드러냈다. 그것도 잠시 민혁이 쓰읍, 하고 혀를 차는 소리를 내자 금세 멎어들었다.

그 장면을 본 요원들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하민혁 주무관이 가진 ‘능력’인가?”

“그, 그럴 리 없을 겁니다. 저는 비각성자니까요.”

“비각성자라고? 그럼 지금 능력을 발현했다고 보는 게 더 합당하겠지.”


첫 게이트가 터진 지 벌써 한 세기 가까이가 지났다.

그러는 동안 인류 역시 발 빠르게 진화했다. 현재 전 인류의 약 70퍼센트가 특이 능력을 각성했고, 한국은 그 평균을 뛰어넘는 78퍼센트의 국민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민혁은 그 대다수에 속하지 못하는 약 22퍼센트였다. 스물 일곱 해가 지나는 동안 하급 능력인 E급 ‘정전기 일으키기’조차도 발현하지 않았다.


‘각성자’라 불리는 능력 사용자들은 2차 성징 무렵 능력을 발현하는 게 상식이었다. 그러니 민혁은 마수를 길들이는 것이 제 능력이라고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네? 각성요?"


민혁이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올해 한국 나이로 27살입니다, 팀장님. 각성이라니. 각성은 보통 고등학교 때 다 끝나지 않습니까?”

“어디에나 예외는 있는 법이니까.”

“······.”

“지금은 하민혁 주무관이 각성한 건지, 아닌 지가 중요한 게 아니지. 그건 연구원들이 알아서 할 문제야.”


우성의 말에 세진이 고개를 연거푸 끄덕였다. 어느새 다가온 준재가 특수 케이지로 드래곤을 제압하고 있었다. 제압이 완료됨을 확인한 우성이 목을 좌우로 가볍게 꺾었다.


“청사로 가자.”

“예, 팀장님!”


민혁을 지나치려던 그가 잠시 멈춰섰다. 우성이 주위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민혁 주무관. 네게 진 내 목숨 빚은 절대 잊지 않겠어.”


민혁은 떨떠름했다.

아직 자신이 뭘 했는지도 모르는데, 국내 최고 헌터에게 듣기는 다소 무거운 칭찬처럼 느꼈으니까.

그것도 잠시.


“그 김에 하나 당부하지. 연구원 중 웬 또라이, 아니 조금 나사 빠진 여자 하나가 있을 거다.”

“······네?”

“힘 내고.”


알 수 없는 조언에 나갔던 넋이 금세 돌아왔다.

민혁이 무어라 더 물으려던 차 우성이 큼직한 손으로 민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 뒤를 따라 세진도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 그 언니······.”

“뭐, 뭡니까? 세진 씨?”


답을 줄 사람들은 저 멀리로 사라지고, 드래곤이 든 케이지를 안고 준재가 그들 뒤를 따라갔다.

마지막 동아줄 같은 한명도 우성과 줄을 맞춰 사라진 뒤였다.


‘망할. 그래서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데! 그 이상한 여자는 또 누구고?’


민혁은 겹겹이 쌓인 의문 탓에 머리를 싸맸다. 드래곤이 일으킨 바람 탓에 잔뜩 헝클어진 머리 위로 먼지가 나풀나풀 내려 앉았다.


“하민혁 주무관님? 얼른 오세요.”


세진의 부름에 민혁이 걸음을 옮겼다.

곧 자신에게 다가올 커다란 시련은 알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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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운 좋은 새X 24.08.08 95 3 11쪽
12 드래곤이 대화를 걸어옵니다 24.08.07 111 3 12쪽
11 거기까지만 해라 24.08.06 117 3 12쪽
10 어디까지 하나 보자 24.08.05 122 3 12쪽
9 넌 나보다 못난 놈이었잖아 +1 24.08.03 130 3 12쪽
8 그런 부류랑 나랑 같나 24.08.01 141 5 10쪽
7 아주 헛된 꿈들을 꾸고 계십니다 24.07.31 150 3 12쪽
6 사람 좀 덜 믿어야겠네 24.07.30 161 3 10쪽
5 급소가 어디라고? 24.07.29 170 5 12쪽
4 여기서요? 24.07.28 193 5 13쪽
3 지금요? 24.07.27 207 5 13쪽
» 네? XX요? +1 24.07.26 231 5 10쪽
1 EX급 각성한 썰 푼다 +1 24.07.25 262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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