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천재 테이머가 조련을 너무 잘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청록강
작품등록일 :
2024.07.25 18:54
최근연재일 :
2024.08.13 22:52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395
추천수 :
58
글자수 :
93,788

작성
24.07.28 01:05
조회
192
추천
5
글자
13쪽

여기서요?

DUMMY

민혁이 로비에 도착했을 때, 이미 청사에 남은 요원 모두가 집합한 뒤였다. 우성은 팀장 급이 모인 가장 맨 앞 줄에 서 있었다.


대체로 현장 출동 요원들은 업무 때문에 청사를 비우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런 것에 비해서는 제법 모인 사람 수가 많았다.


'생각보다 많이 남아 있네.'


현장은 정신 없었다. 계속되는 무전과 회의하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당장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뻘줌히 서있는 민혁의 어깨를 누군가 두드렸다. 긴 갈색 머리를 올려 묶은 세진이었다.


“민혁 씨.”

“아, 세진 씨.”

“몸은 좀 어때요?”


잠깐 민혁을 살피던 세진은 그의 눈 밑이 퀭한 걸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안색이 별로인데. ······ 설마 지금까지 거기 잡혀 있다가 온 거?”

“그렇게 됐습니다.”


민혁이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20시간이 지났는데······?”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정신 나가는 줄 알았어요.”


은아의 얼굴이 생각나자 민혁의 두 주먹에 저절로 힘이 실렸다.


‘그 미친 여자, 진짜.’


그를 조롱하듯 방실방실 웃는 예쁜 얼굴이 민혁의 머릿속을 쉽사리 떠나지 않았다.

어떻게 자라면 그 얼굴에 그런 성격이 깃들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어렵다.


“여기 있는 걸 보니 각성한 게 맞나 봐요?”

“저도 자세한 설명은 아직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대충 그렇다고만 들었어요.”

“오, 등급은? A?”


세진이 눈을 빛냈다.


“희귀한 이능이니까 제법 높게 쳐주지 않아요?”

“아하하하······ 등급까지는 확인을 안 해서······.”

“말하기 싫으면 말고.”


대외비라고 했으니 이건 말 안 하는 게 맞겠지. 다행히 세진은 더 캐묻지 않고 초기 균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근데 전투 참여해도 괜찮아요? 아직 정식 임명도 안 됐잖아요.”

“그, 그러게요.”


세진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민혁의 몸을 살폈다.


“보니까 보조 장비도 없네. 뭐, 그건 괜찮아요. 저도 가끔 빼먹기는 해요.”

“그래도 돼요?”

“그걸 질문이라고? 당연히 안 되죠.”


도무지 농담 같지 않은 말이지만 민혁이 억지로 웃었다.


“진짜 괜찮다니까요? 안전 교육만 잘 받으면 안 다쳐요.”

“하하.”


제 옆의 남자가 멋쩍게 웃는 소리에 세진이 처음으로 균열에서 시선을 돌렸다.


“민혁 씨, 안전 교육은 받은 것 맞죠?”

“······.”

“받은 것······ 맞죠?”


민혁이 고개를 저었다.


“차우성 팀장님이 특별 전형 시험 같은 거라 생각하라고 끌고 오셨거든요.”


그 말에 세진이 다시 한 번 얼굴을 찌푸렸다.


“제가 간단하게라도 해드려요?”

“여기서요? 조금 번잡할 거 같은데, 나중에 따로 받겠습니다.”

“아니 근데, 목숨이 걸린 일인데 그렇게 대강 대강 해도 돼요······?”


민혁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제 말이요.’를 꿀꺽 삼키고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조금 까칠하기는 하지만, 어쩌면 이곳에서 가장 정상인 건 세진일 거라 생각하며.


‘그나저나 균열이 발생했는데 묘하게 평화롭네.’


단순히 민혁의 기분 탓이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몸을 풀거나 잡담을 나누는 등 편안한 분위기였다.


“청사에 균열이 다 생기네. 입사 이래로 처음인데요.”

“능력 사용 승인 받기는 편해서 좋네. 근데 뭐 때문에 이렇게 일찍 불렀대?”

“어제 예정보다 한 시간 일찍 게이트 터졌잖아. 그거 대비지 뭐.”


하늘에서 마물이 쏟아지는 비상식적인 일임에도 요원들은 평온하게 잡담이나 나누었다. 코드 레드라는 방송과 달리 엄청난 긴장감이 흐르지는 않았다.

팀장급 되는 사람들이 몇 차례 주의를 주기는 했지만 와닿지는 않는 눈치였다.


“엄청 차분하네요 다들.”

“저희한테는 이게 일상이니까요.”


그 말에 민혁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진한 노을처럼 붉어진 하늘에는 실금 하나가 그어져 있다.


‘이런 풍경이 내게도 일상처럼 느껴질 날이 올까?’


정말 정식 요원이 된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리라고 다짐하던 그 순간.


쾅-


게이트 오픈 시 들리는 폭음이 울려퍼졌다. 민혁이 저도 모르게 귀를 막았다.


“게이트 열렸습니다!”

“다들 역할에 맞게 준비해!”


당황할 틈도 두지 않고 소형 마수 여러 마리가 동시에 쏟아져 나왔다.


아직 검게 변하지도 않은 게이트가 열렸다. 어제 낮 중구에서 벌어진 사건과 비슷한 상황이 청사 하늘에서 재현되는 중이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이곳에는 삼십 명에 가까운 헌터들이 있다는 것. 대부분의 인력은 업무를 위해 여러 곳으로 출장 중이지만, B급 규모의 사태를 처리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균열 틈새에서 빠져나온 마수들에게 여럿이 붙어 차근차근 제압해나가고 있었다.


“민혁 씨. 뒤로 빠져 있어요.”


세진도 어느새 로비 밖으로 나가 마물 몇 마리를 날려버렸다.


‘처음 봤을 때랑은 차원이 다르네.’


민혁은 헌터 무리의 가장 뒤 쪽에서 전투를 지켜 보고 있었다.

규격 외 능력을 각성한 뒤라고 해도, 실전 전투에 투입되어 본 적이 없는 신입이나 다름 없기에 쉽사리 뛰어들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내가 나설 곳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네.’


내심 제 첫 활약을 기대한 민혁은 멋쩍게 웃었다. 침착하게 제 앞의 마수를 처치하는 헌터들을 살피며 미래에 도움이 될 관찰도 잊지 않았다.

그러던 중, 민혁은 무언가 거슬리는 점을 곱씹었다.


‘이번 게이트 오픈, 토벌 시간이 너무 길지 않나?’


의아함을 느낀 민혁이 현장을 죽 둘러보았다. 일반적 게이트 오픈보다도 배는 많은 양의 마수들이 지치지도 않고 헌터들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마수 양도 평소에 비해 많아. 이것도 어제랑 비슷한 이현상인가?’


불길한 생각이 민혁의 머리를 스쳤다. 단순히 그의 착각이 아니라 전투에 임하는 모두가 같은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세진과 함께 전투에 임하고 있던 준재 역시 점점 숨이 차오르고,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근데 선배님. 이거 양이 너무 많지 않습니까? 아까부터 슬슬 지칩니다.”

“우는 소리 마.”


칼 같이 끊어 말한 세진이지만, 그녀 역시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각성자라고 해서 제 능력을 펑펑 써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본적인 능력량과 체력에 비례해 주기적으로 쉬어 주어야 하는 것이 헌터였으니까.

현장에서 싸움 중인 다른 헌터들 역시 조금씩 낯빛이 어두워졌다.


“대장 격은 아직인가?”


게이트를 닫기 위해서는 대장 격 마수를 처치해야 했다. 보통은 하급 마물들을 처리하다 보면 머지 않아 모습을 드러내고는 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마물 몇 마리를 해치운 요원 하나가 하늘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우두머리가 나옵니다!”


세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내심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그녀도 슬슬 체력이 한계였으니까.


‘이상하게 마물 출현 수가 많은 게이트였어. 이것도 이현상 중 하나인가?’


뒤편에서 전투를 분석하던 민혁이 몇몇 헌터들의 비명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방금 출현한 인간형 마수에게 모두가 집중하고 있다.

그것은 지성이라도 가진 양 손을 쓰러진 마물들을 향해 뻗었고, 그것의 중얼거림에 맞춰 쓰러진 마물들이 하나씩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마치 지원형 헌터들의 모습처럼.


인간형 마수는 그리 놀라운 사례는 아니었다. 인간의 형태를 닮았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대화도 통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들에게는 마수 이상의 지능은 없었기에.

오직 사람을 향해 공격성을 보이며 달려들고, 일반적인 마물들과 비슷하게 토벌하고는 했다.

그러나 지금, 저 인간형 마수는 몇 마디를 중얼거려 쓰러졌던 마물들을 다시금 살려냈다.

칼로 갈라졌던 비늘이 재생되고, 화염에 그을린 가죽이 흉터 하나 없이 되돌아왔다.


“젠장. 우두머리부터 잡아!”


이미 지칠대로 지친 목소리가 외쳤다. 사기를 올리기는커녕 되려 깎는 처절한 외침이다.

마물들이 되살아나는 것도 모자라, 아직 닫히지 않은 게이트에서 B-급 마물들 몇 마리가 더 지상으로 내려왔다.

민혁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각성자라고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실전 싸움에 투입되어 본 적이 없었기에 두려움이 몸을 짓누르는 듯 했다.


‘이게 헌터들의 싸움이라고?’


능력 사용을 승인하고 안전한 거리에서 현장을 점검할 때와는 또 다른 시야였다. 비릿한 피 냄새가 사방에서 풍기고 끔찍한 비명이 너절하게 터져 나왔다.


민혁이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그의 눈 앞에 선명한 글씨가 나타났다.


‘이게 뭐지?’


민혁의 눈 앞에 낯선 문장 몇 개가 떠올랐다.

요원들의 서로의 소속과 능력을 확인할 때 쓰는 휴대용 메신저 창과 비슷한 생김새였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요원들의 눈에는 같은 요원의 능력치가 보이고, 민혁의 눈에는 마수의 능력치가 보인다는 것.


——————————————————


[마수 정보]

[명칭: ???(우두머리)]

[계열: 지원형]

[중심 능력: 힐]

[세부 능력 1: 쓰러진 아군을 모두 회복한다.]

[세부 능력 2: 아군의 공격력을 증가시킨다.]

[친밀도: 0]

[약점: 정보 없음]


——————————————————


낯선 문장들에 민혁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것도 잠시, 처음 능력을 각성했을 때와 비슷한 서늘함이 온몸을 감쌌다.

민혁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새로운 능력을 개화했음을 깨달았다.


‘저 마수의 약점은?’


가장 중요한 정보인 약점이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민혁은 각성자의 직감으로, 마수의 근처에 가까이 다가가면 저것의 약점을 간파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저놈에게 다가가려면 당장 내 힘으로는 무리다.’


아직 실전 전투에 임해본 적 없는 민혁이다. 그는 섣불리 나서는 대신, 가까이에서 싸우고 있는 세진과 준재를 향해 뛰었다.


“세진 씨!”


민혁의 부름에 세진이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민혁을 향해 눈을 돌린 하급 마물 한 마리를 잡아 내며 대답했다.

검붉은색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위험해요! 무턱대고 달려들지 말아요!”

“세진 씨. 저를 서포트 해주세요. 저 마수, 제가 잡을 수 있습니다.”

“네?”


민혁의 말에 세진과 준재가 눈을 맞췄다.


마수를 길들이는 능력.

직접 보지 않았다면 코웃음을 치며 웃기지 말라고 비웃었겠지만, 그들은 민혁의 각성 덕에 목숨을 구한 장본인이다.

민혁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다.


“저것도 드래곤처럼 길들일 수 있다고요?”

“저것도 마물의 일종이니 할 수 있을 거예요, 아니 할 수 있습니다.”


그 순간.

쓰러졌던 중형 마물 한 마리가 세 사람을 향해 달려 들었다.


준재가 서둘러 얼음으로 방어막을 둘렀지만 둔탁한 소리와 함께 깨져버렸다.

미처 공격 태세를 잡지 못한 세 사람에게 마물이 이빨을 드러냈다.


“젠장!”


민혁은 저도 모르게 한 발 앞으로 뛰어 나갔다. 세진이 손을 뻗어 말리려 했지만 아슬하게 닿지 못했다.

공격 전 포효를 지르는 마수의 인접 거리로 들어가자, 민혁의 눈 앞에 또 다시 상태창이 나타났다.


——————————————————


[마수 정보]

[명칭: ???]

[계열: 공격형]

[능력: 큰 이빨로 깨물어 부숨.]

[친밀도: 우두머리가 아님. 공략할 수 없음.]

[약점: 턱 아래 - 가격 시 퇴치 가능]


——————————————————


마물이 이를 가는 지 빠드득, 거리는 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렸다. 민혁은 피하는 대신 한 쪽 팔을 마물의 아가리 쪽으로 쭉 뻗었다.


“미친!”


그 모습을 본 누군가가 소리 질렀다. 그 고함에 근처 몇몇 요원들이 민혁 쪽을 살피고는 욕설을 내뱉었다.


“쟤 누구야? 야!”

“미친 새끼 아냐! 당장 나와!”


먹잇감을 찾았다는 듯 침을 뚝뚝 흘리며 액체형 마수가 커다란 입이 금세 닫혔다. 지켜보고 있던 세진이 눈을 찌푸렸다. 일반 요원이라면 어렵지 않게 피했겠지만, 민혁은 실습도 받지 못한 신입이니······


어?


“와, 이거 진짜 아슬아슬했네.”

“······피했네? 민혁 씨! 뭐하시는 거예요!”


예상치 못한 아슬아슬함에 민혁의 손에 땀이 맺혔다. 목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아주 잠시의 틈도 주지 않고 민혁이 바닥에 깔린 돌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다시금 마물에게로 파고들었다.

방금 먹잇감을 놓쳤다는 아쉬움에 타겟은 더욱 커다랗게 입을 벌렸다.

세진과 준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민혁을 향해 달려왔다.


모든 소란을 뒤로 하고 민혁이 비뚜름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거대한 마물의 입 속을 바라보았다.


“이거나 처먹어라, 새끼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천재 테이머가 조련을 너무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이게 나? 24.08.13 31 1 12쪽
17 이용해먹기 딱인 놈 +1 24.08.12 52 2 12쪽
16 아니, 갑자기 기자회견이요? 24.08.11 67 2 12쪽
15 인터넷 게시글 24.08.10 72 1 11쪽
14 파악할 수 없음 24.08.09 86 1 12쪽
13 운 좋은 새X 24.08.08 95 3 11쪽
12 드래곤이 대화를 걸어옵니다 24.08.07 111 3 12쪽
11 거기까지만 해라 24.08.06 117 3 12쪽
10 어디까지 하나 보자 24.08.05 122 3 12쪽
9 넌 나보다 못난 놈이었잖아 +1 24.08.03 130 3 12쪽
8 그런 부류랑 나랑 같나 24.08.01 141 5 10쪽
7 아주 헛된 꿈들을 꾸고 계십니다 24.07.31 150 3 12쪽
6 사람 좀 덜 믿어야겠네 24.07.30 161 3 10쪽
5 급소가 어디라고? 24.07.29 169 5 12쪽
» 여기서요? 24.07.28 193 5 13쪽
3 지금요? 24.07.27 207 5 13쪽
2 네? XX요? +1 24.07.26 230 5 10쪽
1 EX급 각성한 썰 푼다 +1 24.07.25 262 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