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천재 테이머가 조련을 너무 잘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청록강
작품등록일 :
2024.07.25 18:54
최근연재일 :
2024.08.13 22:52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403
추천수 :
58
글자수 :
93,788

작성
24.07.31 23:52
조회
150
추천
3
글자
12쪽

아주 헛된 꿈들을 꾸고 계십니다

DUMMY

아, 이게 온몸에 핏기가 쭉 빠진다는 거구나.


민혁이 새하얘진 얼굴로 더듬거렸다.


“자, 잠시만요.”


민혁이 몸을 오소소 떨고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세진 씨, 준재 씨······ 혹시 그 드래곤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그때 제가 잡았던······.”

“어제 그 드래곤이요? 청사에서 따로 만든 특수 시설에 잘 있죠.”


먼저 대답한 건 세진이었다. 그녀는 어제 드래곤을 들고 연구실에 넘겨 주었던 기억을 되짚었다.


“빠, 빨리 그리로 가야 해요! 얼른요!”


민혁이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게, 꼭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보였다.


“얼른 그리로 가야해요!”

“예? 왜요? 갑자기 왜 이러시는지 말이라도······.”

“저도 각성이 처음이라 정신 없어서 드래곤 포획 당시는 그냥 넘어갔는데. 걔, 저랑 접촉을 아직 안 했어요!”

“접촉이요?”


준재는 이해가 가지 않아 재차 물었다.


“미친······.”


그보다 경력이 조금 더 긴, 상황 파악이 빠른 세진의 얼굴도 민혁과 함께 새하얘졌다.

세진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고는 자판을 미친듯이 두드렸다.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바로 연락할게요.”

“크, 큰일 났다.”

“어, 박은아 연구원 님? 어제 그 드래곤 말인데. 보관 위치가 어디예요? 급해요! 승인은 나중에 우리 팀장님이 알아서 할 테니 우선 위치부터.”


곧 세진이 민혁에게 손짓했다. 자신을 따라오라는 신호였다.

두 사람이 벌컥 문을 열고는 복도 밖으로 뛰쳐나갔다.


“혹시 모르니까 준재 씨도 같이 와주세요!”

“두분 뭐 때문에 그러시는 건데요?”

“흡수를 안 했어요!”

“네?”


발을 맞춰 뛰는 동안, 민혁이 주먹을 세게 그러쥐며 설명했다.


“아무래도 마수를 길들일 때, 제가 흡수를 해야 완전히 종속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드래곤은 별 다른 조치 없이 그냥 제가 명령만 하고 말았잖아요.”

“네? 그러면 혹시······.”

“아마 완전히 종속되지 않았을 지도 몰라요. 아니, 제 감에 의하면 백퍼센트 종속되지 않았을 거예요.”


그제야 알아들은 준재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렇지만 게이트는 닫혔지 않습니까? 토벌이 완료된 것 아닌가요?”

“그 순간에는 드래곤이 절 따르기로 결심했으니 게이트는 닫혔을 거예요.”


최악을 가정한 민혁의 낯빛이 조금 더 어두워졌다.


“하지만 만약 갑자기 변심이라도 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는 저도 잘······.”

“그럼······.”


준재의 질문을 민혁이 가로챘다.


“언제 폭발해도 이상할 게 없는 시한폭탄이 청사에 있다는 거죠!”



***



청사 3건물.

연구실이 집중되어 있는 이곳은 대체로 조용했다. 한 번의 실수가 큰 사고를 만들어낼 수 있어 조용하다 못해 엄숙한 분위기가 깔리기도 했다.


다만 오늘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명과 뜀박질 소리 탓에 소란스러웠다.


“으아아아아아아!”

“더 빨리 달려야 해요! 무슨 일이 터질 지 모릅니다!”


악착같이 힘을 쥐어 짜내어 달렸다. 살면서 이렇게 필사적으로 달린 게 처음이다.


‘나름 달릴 만한데?’


예전이라면 분명 다리가 터질 것처럼 욱신거렸을 속도다.

그런데 지금은 평소보다 빠른 페이스인데도 거뜬했다.


“하, 도착했다! 세진 선배님. 몇 층입니까?”

“3층! 마저 뛰어!”

“신원 조회 그냥 무시하겠습니다!”


세 사람은 검문대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저, 저기!”


연구실 로비에 서 있던 경비원이 멍하게 세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누구인지는 모두 알지만, 형식 상이라도 신원 조회를 해야하는 게 기본이니까. 하지만 그런 걸 지적하기도 전에 헌터 무리는 재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멀리서 들리는 쿵쿵대는 소리가 계단에서도 들린다.

어느새 코앞에 보이는 연구실 팻말에 민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때였다.


“용이 폭주했어요!”

“젠장, 이대로 가면 케이지 깨진다. 마취제라도 맞춰!”

“그딴 게 통하겠어요? 드래곤 데려온 그 사람이라도 불러봐요!”


연구원들의 비명 섞인 대화가 새어 나왔다.

민혁이 아랫 입술을 짓씹었다.

가까이서 드래곤이 폭주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목적지에 도착한 민혁이 연구실 문을 당겼다. 충격을 받았는지 반쯤 구겨진 문은 경칩이 떨어진 채 복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꺄아아아악!”


귀를 찢는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드래곤의 포효 소리가 건물 전체를 울렸다.


처음 보았을 때만큼 거대해진 드래곤이 연구실 장비를 죄다 불태우고 있었다.

천장에서 터진 스프링 쿨러가 물을 내뿜고 있지만, 걸어다니는 재앙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대피, 대피, 대피, 대피-”


기계적인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사이렌음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졌다.


드래곤을 마주한 민혁이 탄식을 내뱉었다.


“이런······.”


예상대로 마수는 게이트에서 나온 직후의 크기로 변해 있었다.


분명 강아지만한 크기였는데.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거대해진 파충류가 제 날개를 푸드득 펼쳤다.

천장을 아주 높게 지은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드래곤의 몸집에 외벽과 천장이 와르르 무너져 있다.

그것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콘크리트가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진짜 어마어마하네. 같은 생명체가 맞냐고, 저게.”

“저 드래곤. 엄청 화가 난 게 느껴져요. 잡으려면 힘이 좀 들겠네요.”


민혁이 드래곤을 자세히 살폈다. 잔뜩 화가 난 듯 보이는 마수는 사방으로 불을 뿜어댔다.


목표와의 거리는 고작 방 한 칸.


‘열 걸음······. 여기 있는 사람들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닿을 수 있다.’


민혁이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그들이 패배한다면 세상에 풀어진 저 마수가 어떤 시나리오를 가져올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바로 공격할게요!”


세진이 날아오르듯 땅을 박찼다. 급한 성질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미 타겟을 향해 공격이 날아가고 있다.


키이이이익-


찢어지는 듯한 신음이 섞인 소리가 울렸다.


“반격 온다. 강준재, 대비해! 민혁 씨도 조심하세요!”


세진이 이를 악물고는 다시 손에 바람을 둘렀다.

그 뒤에 서 있던 민혁은 어딘가 기시감을 느꼈다. 처음 저 드래곤을 만났을 때의 어색하면서도 묘하게 친숙한 기분.


‘공격이 아니야.’


드래곤이 다시 원래 크기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엄청난 공격성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사람을 향해 불을 쏘거나 무언가를 깨물어 부수지도 않고, 발톱도 얌전하고.


‘잠깐, 이거 설마······’


머릿속을 번뜩 스치고 가는 추측에 민혁이 소리 질렀다.


“세진 씨, 멈추세요!”

“네?”

“공격 당장 그만두시라고요!”


예상치 못한 말에 세진이 우뚝 멈추어 섰다. 준재와 함께


“······공격 하려는 게 아닙니다.”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중에 설명 드릴게요. 우선 잠시 비켜 주세요.”


넋이 나간 듯한 세진을 뒤로 하고 민혁이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가까이서 바라보던 준재의 입이 점차 벌어졌다.


“안녕.”


야, 진정해.

민혁이 드래곤을 향해 손을 뻗었다.


푸르르-

드래곤이 몸을 털었다. 미처 삼키지 못한 작은 불꽃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리 와.”


손을 뻗자, 드래곤이 천천히 민혁에게로 다가왔다.

뭐가 두려운지 한 발을 떼는 속도가 더뎠다. 한 발 다가오고는 주위 냄새를 맡고,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민혁이 제 손을 내주고 위아래를 흔들자 다시금 커다란 발을 뗐다.


‘이래도 괜찮은 건가? 지금이라도 공격하는 게 낫지 않을까?’


몇 발자국 뒤에 있는 두 사람이 보기에 이 광경은 정상적이지 못했다.

마수는 토벌해야만 하는 존재.

길다면 긴 헌터 생활 동안, 마수를 반려 소동물 다루듯 구는 건 처음이었다.


‘진짜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야?’


세진이 슬쩍 손을 펼쳤다. 만약의 상황에 언제든 대응할 수 있게끔.


그 공격성을 귀신 같이 알아챈 마수가 또 다시 울부짖는 소리를 냈다.


“세진 씨. 긴장 풀어주세요.”

“하지만······!”

“저를 믿어주세요.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좋아요. 믿어볼게요.”


“무슨 일 생기기만 해봐.”


중얼거리는 소리는 무시하고.

민혁이 다시금 손을 내밀었다.


희고 거대한 서양 용이 목을 길게 빼고는 민혁의 손에 코를 가져다 댔다.


‘촉촉한데?’


그대로 가만히 머물자, 드래곤은 조금씩 거리를 좁혔다.


“옳지.”


한 발 나왔다, 도로 돌아갔다를 반복하던 마수는 어느새 민혁의 코 앞까지 다가왔다.


잠시 민혁과 눈을 맞춘 드래곤이 마음을 먹은 듯 몸을 낮췄다.

그러고는 손바닥에 제 머리를 가져다 댔다.

경계심 많은 강아지가 처음 보는 사람과 인사를 하듯.


생각보다 부드럽네.


접촉이 시작되자 민혁의 손 끝에서 금색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인간형 마수를 포획할 때 나온 빛무리와 동일한 색.


키이이익-


백색 대형 용은 몇 초 지나지 않아, 인간형 마수가 그랬듯 크기가 점점 작아 지더니 금색 빛무리로 변했다.


‘이게······ 연결이구나. 이제 확실히 알겠어.’


마수와 인간이 연결된다는 게 평범한 일은 아니지만, 인간형 마수와 드래곤 모두 민혁에게 안정감을 안겨주었다.

민혁은 잠시 감상에 빠져 빛무리가 흡수된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규격 외’라는 말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와······.’


놀란 건 민혁 뿐만이 아니다.

세진과 준재 역시 입을 다물지 못했으니까.


방금 한 번 본 장면이지만 어디 마수를 흡수한다는 게 쉽게 이해되는 모습일까.


‘진짜 끝내준다, 이거.’


잠시 스스로에게 취해 있는 민혁의 뒤로 감탄 소리가 흘러나왔다.


“와······.”

“이게······ 이게 진짜 제가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나요······?”

“진짜 소문이 사실이었네요. 아니, 소문보다 더······.”


미처 대피하지 못한 연구원들이다.


“잠시만요, 잠시만······.”

“무슨 매커니즘으로 이능이 작동하시나요?”


다리가 풀렸는지 일어나지 못하는 와중에도 연구 본능이 발휘하는지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눈이 반짝인다.


“혹시 지금 시간 있으십니까! 조금만 연구하게 시간 좀 빼주시면 안될까요?”

“예? 어디 다치신 거 아니세요?”

“하나도 안 다쳤습니다.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처음 보는 이능이 눈 앞에 있는데?”


광기가 서린 게, 묘하게 은아를 떠올리게 하는 눈빛이었다.



***



정부 소속 헌터들이 모인 청사 안. 그중에서도 조금 외진 회의실에 팀장급이 가득 모여 있었다.


논의사항은 단 하나. 하민혁의 특별 채용 건.


“정말 괜찮겠습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마수 흡수라던데······.”

“그럼 어떡합니까. 규격 외인데. S급 이상이면 무조건 정부 소속되어야 하는 거 아시잖습니까.”

“뭐 방법이야 많죠. 현장에서는 안 쓰고 사무직으로 돌릴 수도 있는 거고.”

“그게 말이 됩니까? 저런 재능을 썩힌다고요?”


특별 1팀 팀장, 우성이 머리가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눌러댔다.


‘하여간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놈들이 이렇게 쓸데없는 걸로 싸워대는 게 말이 되나.’


차라리 영양가 있는 업무 생각이나 하는 게 낫겠다, 싶어 스케줄러를 펼처본 순간.


“근데, 특별 채용이 된다고 해도 테스트 통과할 수나 있겠습니까?”


정부 소속 요원이 되기 위해서는, 최종 합격 이후에도 몇 가지 필수 테스트가 필요했다.


그 중 하나가 채용 이후 바로 보는 필기 테스트.

최종 합격자 중 20%를 탈락시키는 테스트는 어렵기로 악명이 자자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엄두도 낼 수 없는 암기량이었으니까.


“그건 또 그렇네요. 전문적으로 공부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인데.”

“특별 채용이고 뭐고 간에 그 테스트 떨어지면 현장 요원으로는 부적격 아닙니까?”

“그렇죠. 그것까지 특혜를 줄 수는 없을 테니까.”


그 말에 민혁을 반대했던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아무래도 그런 위험성 높은 이능은 제거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으니까.


이대로 민혁이 당연히 떨어질 거라는 이야기가 오가던 중.


“아주 헛된 꿈들을 꾸고 계십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천재 테이머가 조련을 너무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이게 나? 24.08.13 32 1 12쪽
17 이용해먹기 딱인 놈 +1 24.08.12 53 2 12쪽
16 아니, 갑자기 기자회견이요? 24.08.11 67 2 12쪽
15 인터넷 게시글 24.08.10 73 1 11쪽
14 파악할 수 없음 24.08.09 87 1 12쪽
13 운 좋은 새X 24.08.08 95 3 11쪽
12 드래곤이 대화를 걸어옵니다 24.08.07 111 3 12쪽
11 거기까지만 해라 24.08.06 117 3 12쪽
10 어디까지 하나 보자 24.08.05 123 3 12쪽
9 넌 나보다 못난 놈이었잖아 +1 24.08.03 130 3 12쪽
8 그런 부류랑 나랑 같나 24.08.01 141 5 10쪽
» 아주 헛된 꿈들을 꾸고 계십니다 24.07.31 151 3 12쪽
6 사람 좀 덜 믿어야겠네 24.07.30 161 3 10쪽
5 급소가 어디라고? 24.07.29 170 5 12쪽
4 여기서요? 24.07.28 193 5 13쪽
3 지금요? 24.07.27 207 5 13쪽
2 네? XX요? +1 24.07.26 231 5 10쪽
1 EX급 각성한 썰 푼다 +1 24.07.25 262 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