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천재 테이머가 조련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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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강
작품등록일 :
2024.07.25 18:54
최근연재일 :
2024.08.1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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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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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악할 수 없음

DUMMY

대학 입시며, 취업까지 모두 ‘이능’을 쓰는 칸이 존재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이능’란을 클릭해 한참 스크롤을 내려 ‘없음’을 선택할 때면, 매번 울고 싶은 심정이 되고는 했다.


그런 그가 각성 전, 재난처리지원과에 합격할 수 있던 건 모두 순전한 노력 덕분이었다.

그런데 어린 시절부터 타고나길 A-급이었던 진환이 운을 논하고 있는 걸 보니, 민혁은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난 죽을 만큼 노력했어. 내가 가지고 있던 게 있었냐, 진환아?”

“······.”

“네 말대로 나는 고등학생 때 개무시를 당했어. 그깟 흔한 능력 하나 없다는 이유로. 그런 내가 대학에도 진학하고, 공무원도 됐지. 이 모든 일들이 다 운처럼 보여?”

“네가 규격 외로 각성한 건 전부······!”

“그 규격 외 등급도, 내 노력으로 재난처리지원과에서 일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평생 몰랐을 일이겠지.”


화를 쏟아낸 민혁이 숨을 골랐다.

여기서 진환과 드잡이를 해봤자 좋을 게 조금도 없다는 걸 알았으니까.


“운이든 뭐든, 네 마음대로 생각해. 나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온갖 힘을 다해 노력할 거야. 운이니 어쩌니 하며 남을 깎아내리고 싶으면 그렇게 해. 너만 손해일 테니까.”

“너······.”

“난 일정이 있어서 먼저 간다.”


민혁은 뒤를 돌아 계단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젠장. 괜히 옛날 생각 때문에 기분만 잡쳤어.’


감정을 정리하려 한숨을 푹 내쉬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옥상 문을 닫은 민혁이 제 양 볼을 가볍게 때리고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오늘 7시부터는 몇 연구원들과 함께 마수들의 연구에 참관하기로 한 일정이 잡혀 있었다.

은아와 다시 마주해야한다는 건 별로 유쾌하지 않았지만, 특별재난대응과 명령이니 따라야 했다.


민혁이 억지로 웃으며 마저 계단을 내려가던 순간.


“야, 하민혁!”


진환이 그를 불러 세웠다.

제 뒷머리를 긁적이고는 그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오늘 너한테 이딴 말을 하려던 건 아닌데, 하······.”

“······.”

“내가 너 고등학생 때······.”


진환의 말을 듣던 민혁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잠깐.”


진환의 뒤, 하늘에 예상치 못한 균열 하나가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막 해가 지기 시작해 보랏빛으로 물들었던 하늘에, 붉은 선 하나가 그어졌다.


이곳에서 나고 자라며 몇 차례나 봐왔기에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도무지 친근해지지 않는 광경이다.


저 붉은 직선은 게이트가 오픈되기 전 발생하는 균열이다. 고작 얇고 작은 저 선은, 몇 시간 뒤 마물이 무작위로 쏟아지는 게이트로 변했다.


“뭘 보는 거야?”


민혁을 따라 뒤를 돌아본 진환 역시 이현상을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균열?”


진환의 말에 두 사람의 신경이 곤두섰다.


“그래. 또······.”


민혁이 입술을 꽉 깨문 채, 방금 떠오른 붉은 직선에 가까이 다가갔다.


‘다행히 아직 생성 초기야. 근데 불안한데. 왜 계속 청사에 생기는 거지?’


보통 방금 생성된 균열이 게이트 오픈으로 이어지기까지는 평균적으로 다섯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그러니 당황할 만큼 촉박한 시간은 아니나, 민혁은 침착해지지 못했다.

근래 예정된 시간이 아닌 갑작스레 게이트가 터지는 현상이 두 번이나 발생했으니까.


민혁은 자켓 안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핸드폰을 꺼냈다. 우선은 알리는 게 필수 절차였다.


특별1팀(팀장님 O)라고 써 있는 단체 메신저 방에 들어가 카메라를 킨 직후였다.


“뭔가 이상한데. 저 균열, 너무 빠르게 커지지 않냐?”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 균열을 살펴보던 진환이 내린 평가다.

카메라 화면을 통해 상황을 확인하던 민혁도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라면 이 정도 성장까지는 한 시간은 족히 걸렸을 테니까.


단체 메신저 방에 사진을 전송한 민혁이 몇 마디를 덧붙였다.


- 3건물 옥상에 균열 생겼어요. 주위에 알려 주세요.


곧바로 확인한 준재가 물음표 여러 개를 전송했다.

민혁은 답장 대신 도로 안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어 두고는 제 왼손을 펼쳤다.


마수를 소환하려는 모습을 본 진환이 벌컥 화를 냈다.


“야. 너 뭐 하려고?”

“마수 몇 마리만 미리 꺼내놓으려고 하는 거야.”

“미쳤어?”


진환이 성큼 다가와 민혁의 팔을 내리쳤다.


“아무리 청사 안이라도 허락 없이 능력 사용이 될 것 같냐? 같이 있던 나도 문제 된다고!”

“당장 여기 균열이 생겼는데, 보고만 있으라고?”

“어차피 오픈까지는 한참 걸려. 방금 연락도 했잖아.”


진환이 혀를 차며 제 앞의 이현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분명 아까보다도 더 많이 성장한 균열을 보았지만 진환은 착각이겠거니, 하며 무시하기로 했다.

곧 지원팀과 숙련된 헌터들이 올 테고, 그러면 게이트가 열려도 이상이 없을 거라 생각하며.


“지원팀 결재하러 금방 오는데 그 안에 무슨 일 나겠냐?”


진환과 달리, 민혁은 그리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이현상을 현장에서 두 번이나 목격한 장본인이다.

진환이야 청사에서 벌어진 게이트 오픈을 보지 못했고, 게이트 오픈 시간이 당겨졌다는 것은 대외비이니 알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그렇기에 민혁이 느끼는 균열의 무게감은 달랐다.

점점 빠르게 성장하는 구멍이 언제 입구가 되어 터질 지 알 수 없었으니까.


‘벌써 2분이 지났어.’


아직 청사에 ‘코드 레드’ 방송이 울리지 않았다. 사진을 전달하고, 균열을 점검하는 시간까지 못 해도 10분은 걸릴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법에 안 걸리게 잘 알아서 할 테니까, 네 안위가 걱정되면 멀리 가.”


민혁은 만류하는 진환의 면전에 대고 문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동작에 진환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자신이 꼭 위기를 앞두고 제 안위만 돌보느라 겁을 내는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내가 너만 활약할 기회를 주겠냐? 하여간 약아빠진 새끼.”

“그럼 엊그제처럼 방해만 마라, 박진환.”


민혁이 다시 왼손을 펼쳤다.

그가 집중하며 흰 드래곤의 모습을 떠올리자, 손바닥 위에 금빛의 작은 공이 형태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지난 번 전투와 다르게, 민혁이 소환과 동시에 추가적인 제약을 하나 걸었다.

크기를 강아지만큼 작게 할 것.


당장 전투에 필요한 건 아니니 아주 작게, 위협도 되지 않을 만한 크기로 소환한다면 이후 심의회가 열려도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민혁의 명령 대로, 거대한 위용을 뽐냈던 흰 드래곤은 말티즈만한 크기로 지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강아지, 아니 드래곤형 마수는 민혁의 발치로 다가와 제 얼굴을 마구 부볐다.


“옳지, 착하지.”


민혁이 손을 뻗자 덜렁 드러누워 제 배를 보이기까지 했다.

균열을 감시하던 진환이 그 모습을 보고는 잠시 얼이 빠진 듯 멍해졌다.


“그게······ 뭐냐?”

“뭐긴. 둘이 구면이잖아.”

“설마 그게, 내 갈비뼈 부러트린 놈?”


민혁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본 진환이 이마를 짚었다.


세상에 뭐 저런 게 다 있나.

그렇게 포악하던 마수가 저렇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본 진환은 그냥 무시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규격 외라는 건 정말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며.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균열은 더욱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첫 발견 직후 5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이제는 새빨갛게 변해 주위를 물들이는 구멍을 보며, 진환이 물었다.


“그래서. 이제 뭐 어쩔 건데?”


진환의 물음에 민혁이 마수를 만지던 손을 떼었다.


“게이트가 터지기 전까지는 대기만 할 거야. 그 전에 오기를 기도해야겠지.”

“······만약 그때까지 아무도 도착하지 못한다면?”

“만약 게이트가 터졌는데됴 요원들이 도착하지 못했다면······.”

“못했다면?”


민혁이 진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장난기 섞인 말투로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둘이 싸워야지. 저것들이 밖으로 튀어나가지 않게.”

“하. 대책 없는 새끼.”

“대책이 없는 게 아니라, 지금은 대책이 이것 뿐인 거야.”


딱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진환이 인상을 찌푸렸다.

청사는 거주 지역과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당장 차로 3분만 나가면 지하철, 그리고 신축된 아파트 단지들이 즐비했고 멀지 않은 곳에 강남이 있었다.

그러니 두 사람이 어떻게든 대처해야 한다던 민혁의 말이 그리 틀리지는 않았다.


‘내가 하민혁이랑 협업을 해?’


속으로 궁시렁거렸지만 진환이 착실하게 아주 약한 정도의 능력을 제 손에 둘러 놓았다.

언제든 위기 상황에 사용할 수 있게끔.


그 순간.


“코드 레드. 코드 레드. 청사에 있는 요원 전체 3건물 옥상으로 집결 바랍니다. 반복합니다. 청사에 있는 요원 전체 3건물 옥상으로 집결 바랍니다.”


기계적인 여자의 목소리가 청사 전체를 울렸다.

긴급 사태임을 알리는 방송이지만, 현장에 있는 두 신입 요원들의 마음은 오히려 편해졌다.

이제 곧 프로 헌터들이 도착할 테니까.


“야. 이제 마수 집어 넣어라. 게이트 열리기 전에 선배 요원들 도착할 테니까.”


진환은 방송과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제 양손에 두르고 있던 파동을 해제했다.


그와 달리 몇 번의 이현상을 겪어 온 민혁은 마수를 집어 넣을 생각이 없었다.

집결까지는 못 해도 2분이 더 걸릴 터였다.

2분은 짧은 시간이지만, 동시에 이현상이 벌어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기도 했다.

민혁의 머릿속에 불안감이 가득 맴돌았다.


이러다 게이트가 갑자기 터지기라도 하면 어쩌지?


그럴 리 없다며 민혁이 스스로를 안심시키던 때에.

점차 붉어지던 게이트 입구는, 붉다 못해 검게 변해 주위를 먹빛으로 물들였다.

그리고는 귀를 찢을 듯한 폭음이 옥상을 가득 메웠다.

가까이에 있던 두 사람의 귀에 이명이 울렸다.


“젠장!”


불행한 예측은 언제나 맞아 떨어지는 법이다.


게이트 오픈과 동시에 바람이 휘몰아쳤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강한 바람이 두 남자의 시야를 완전히 가려 버렸다.


“이게 무슨······!”


눈 앞에서 처음 게이트 오픈을 겪은 진환이 비명에 가까운 말을 내질렀다.

헌터의 임무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혼란에 휩싸인 진환과 달리 민혁은 침착하려 호흡을 골랐다.


‘괜찮아. 이 능력만 있으면······. 곧 숙련된 요원들도 올 거고, 금방 길들일 수 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이 걷혔다.

민혁은 시린 두 눈을 부릅 뜨고는 마수를 보려 애를 썼다.

처음부터 게이트와 가까이에 있던 덕에 마수의 정보와 약점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였다.


눈을 뜬 민혁이 마수의 모습을 확인했다.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는 마물은 박쥐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제 송곳니를 드러내며 눈에 보이는 충격파를 쏘아댔다.

거대한 파동이 민혁의 옆얼굴을 가볍게 스치며 벽으로 날아갔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문이 가볍게 찌그러 졌다.


‘미친, 이게 무슨.’


민혁은 박쥐가 날리는 파동을 피하며 정보를 읽어내려 마수를 바라보았다.


예상대로, 마수의 정보가 상태창에 가득 떠올랐다.


———————————————

[마수 정보]


[명칭: ???]

[계열: 파악할 수 없음]

[중심 능력 1: 파악할 수 없음]

[기본 능력 1: 파악할 수 없음]

[기본 능력 2: 파악할 수 없음]

[친밀도: 길들일 수 없음]

———————————————


내용을 확인한 민혁의 두 눈이 거세게 흔들렸다.


이전과는 다른 내용이 상태창에 가득했으니까.


파악할 수 없음.

게다가 길들일 수 없다는 내용까지.


‘길들일 수 없다고?'


다시 살펴도 낯선 문장은 그대로였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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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거기까지만 해라 24.08.06 117 3 12쪽
10 어디까지 하나 보자 24.08.05 122 3 12쪽
9 넌 나보다 못난 놈이었잖아 +1 24.08.03 130 3 12쪽
8 그런 부류랑 나랑 같나 24.08.01 141 5 10쪽
7 아주 헛된 꿈들을 꾸고 계십니다 24.07.31 150 3 12쪽
6 사람 좀 덜 믿어야겠네 24.07.30 161 3 10쪽
5 급소가 어디라고? 24.07.29 170 5 12쪽
4 여기서요? 24.07.28 193 5 13쪽
3 지금요? 24.07.27 207 5 13쪽
2 네? XX요? +1 24.07.26 230 5 10쪽
1 EX급 각성한 썰 푼다 +1 24.07.25 262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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