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천재 테이머가 조련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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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강
작품등록일 :
2024.07.25 18:54
최근연재일 :
2024.08.1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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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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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넌 나보다 못난 놈이었잖아

DUMMY

진환은 속이 뒤집히려는 걸 꾹 참아가며 간신히 착한 얼굴을 유지하고 말을 붙였다.


“박은아 연구원 님? ······어떻게 아는 사이야? 뭐, 잘돼 가는 거?”


민혁이 얼굴을 잔뜩 구겼다.


“오랜만에 만나서 이상한 소리 하지 마라. 이것도 설명하자면 조금 긴데······. 여하튼 그런 거 아니야.”


진환이 사람 좋게 웃으며 민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말을 듣자 그럼 그렇지, 하고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야, 그래. 내가 실수했다. 얼굴도 예쁘고, 직업도 좋은 저런 여자를 쉽게 사귈 수가 있나. 보통 사람은 안 만날 텐데.”


진환이 은아를 빠르게 훑어 보고는 목소리를 낮춰 민혁에게 속삭였다.


“혹시 내가 상처 후벼판 건 아니지? 차였다거나, 뭐 그런 거?”

“뭐래. 죽어도 엮지 마라. 연구원 님이 부르니까 갔다 온다. 먼저 들어가!”


진환은 두 사람이 만나 인사를 나누는 걸 보고, 휙 몸을 돌려 강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진환이 사라진 자리를, 은아가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


“하민혁 주무관 님?”

“예.”


민혁이 퉁명스럽게 굴었지만 은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


“내 정신 좀 봐, 이제 요원이라고 불러야겠네요. 그쵸?”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걸어오는 은아에게서 민혁이 슬슬 몸을 피했다.


‘성격이 좋은 건지, 뻔뻔한 건지······’


첫날도 그렇게 꼬였고, 오늘도 면박을 줘놓고는 이렇게 친근하게 굴 수가 있다니.


“아, 예. 뭐······.”


은아는 민혁의 떨떠름한 반응이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참, 그나저나 방금 대화한 사람은 누구예요?”

“진환이라고, 고등학교 동창이요.”

“흐음······. 그래요?”


그때, 민혁은 그의 기준에서 아주 좋은 생각 하나를 떠올렸다.

은아가 자신에게서 관심을 뚝, 끊을 획기적인 제안. 바로 소개팅이었다.


‘진환이도 박은아 씨를 눈 여겨 본 것 같고, 박은아 씨도 진환이가 싫지는 않을 텐데 소개팅이나 시켜줄까? 그럼 날 좀 덜 괴롭히지 않을까?’


완벽한 계산이라 생각한 민혁이 과장된 제스처와 함께 방긋 웃었다.


“소개팅이라도 시켜드릴까요? 쟤, 진짜 인기도 많고 괜찮은 친구거든요.”

“에이, 됐어요. 제 이상형은 민혁 씨 같은 분이라.”


가슴이 두근거릴 법한 말에도 민혁의 표정은 아주 평온했다. 심장에는 약한 진동도 없고.


‘또 무슨 짓거리를 하려고 이딴 말을 할까?’


이미 민혁의 안에서 은아는 ‘미친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은아와 더 같이 있고 싶지 않은 민혁이 손목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아이쿠. 시간이 벌써.”


어정쩡하게 목례를 한 민혁은 강의실 안으로 도망쳤다.



***



‘왜 안 와?’


쉬는 시간이 끝난 지 15분이나 지났는데, 강의를 해야 할 은아가 돌아오지 않았다.

민혁은 준재가 만든 ‘특별1팀 단체 메신저방(팀장님 X)’ 방에 올라온 메신저를 확인하며 시간을 보냈다.


- 오늘 팀장님 기분 저조. 준재가 오늘 현장에 29분 늦음.

- ㅠㅠ지하철이 너무 막혔어요

- 미친놈. 말이 되냐?

- ㅋㅋㅋㅋ시말서 기준까지 딱 1분 남겨놓으셨네요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며 킥킥 웃는 사이, 앞 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은아였다.


“죄송해요. 자료를 가져 오느라 조금 늦었네요!”


은아가 웃으며 USB를 흔들어 보였다.


“이론 수업과 시험이 끝나면 여러분들은 모두 실습 테스트에 들어가시게 됩니다. 모두 아시죠? 아직 필기도 치르지 않았지만,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실기도 치르셔야 하니까요.”


컴퓨터에 USB가 연결되자 커다랗게 동영상이 든 파일 탐색기가 열렸다. 은아가 동영상 하나를 열었다.


“능력을 얼마나 유연하게 사용하느냐가 점수에 큰 영향을 주니, 도움이 될 법한 능력 사용 전투 사례를 가져왔어요.”


리모컨을 누르니 강의실 불 전체가 꺼졌다. 강의실이 어두워지자 익숙한 남자의 얼굴이 점차 선명하게 보였다.


신입 요원들이 흘끔, 민혁을 돌아보았다.

스크린에 뜬 얼굴은 다름 아닌 민혁이었으니까.


“여러분들은 정말 운이 좋은 거예요. 첫 규격 외 등급, 다른 말로 EX급 각성자가 이 자리에 있거든요.”


화면 속에서 한 남자가 인간형 마수와 전투를 벌이는 모습이 재생되고 있다.

날렵한 몸놀림으로 마수의 공격을 회피하고, 등 뒤를 파고들어 약점을 노렸다.


고유 능력을 곁들여 금빛 섬광이 번뜩이는 장면에서는 몇몇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신입이 아닌 프로 헌터의 움직임 같았다.


“아주 좋은 전투 사례죠? 여러분들도 실습에 열심히 참여하셔서, 흡족한 결과를 얻어가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민혁이 고개를 슬쩍 숙여 얼굴을 감췄다. 강의실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쳐다보며 추켜세우는 소리에 두 뺨이 홧홧하게 달아 올랐다.

오랫동안 비각성자로 살아온 민혁은 이런 우호적 관심에 익숙하지 못했으니까.


강의실 내의 분위기와 달리, 진환의 얼굴 빛은 검게 죽어갔다.


‘저게 무슨······.’


민혁의 움직임이 뇌리에 박혀 지워지지 않는다.

영상이 꺼진 스크린을 노려보던 진환이 간신히 눈을 돌렸다.


‘얼마 전까지 비각성자였던 놈이 저렇게까지 움직일 수 있다고?’


겉으로는 모두를 차별없이 대하는 체하며 겸손을 떨었지만, 실제로는 비각성자를 한참 아래로 생각하던 그다.

그런 비각성자에게 뒤지다니.

자존심에 금이 가는 듯 했다.

자신보다 한참 아래라고 생각했던 민혁의 압도적 실력에 진환이 두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입꼬리를 최대한 올려보려 노력했지만 표정 관리가 쉽지 않았다.


‘하, 새끼. 운 좋네.’


진환은 억지로 웃어 넘겼다.


지금 민혁이 가진 모든 것은 운이라 치부하고, 풀리지 않는 짜증은 앞으로 갚아나가겠다 다짐하면서.


‘그래. 이능 좀 좋으면 뭐해. 어차피 필기 시험에서도 떨어질 놈인데.’


그렇게 생각하자 복잡하던 속이 가라앉았다.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자 평소 짓던 사람 좋은 표정이 자연스럽게 돌아왔다.


진환이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민혁의 동영상을 바라보았다. 배가 뒤틀리는 건 마찬가지지만, 어차피 마지막엔 본인이 앞설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필기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실기에서도 두각을 보인다면 규격 외라는 등급도 무의미해질 거라 생각하며.


수업 내내 민혁의 활약이 진환의 머릿속을 둥실둥실 떠다녔다. 뒤쳐졌다는 생각에 절로 몸이 떨리는 진환이었다.


민혁의 전투 장면으로 시끄러워진 수업은 예정 보다 조금 늦게 마무리 되었다.

몇몇이 마수 제압 장면에 자극을 받아 연거푸 전투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 진도가 조금씩 밀린 탓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마지막 교시 교육 담당 요원의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민혁은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빠르게 뒷문으로 빠져 나갔다.


‘뒷자리 앉아 있기를 잘했다. 하마터면 저기 잡힐 뻔 했네.’


질문을 쏟아내는 사람들을 모두 상대하니 평소보다 몸이 축 늘어졌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터덜터덜 건물을 걸어나갔다.


어서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앞서 민혁의 보폭이 커졌다.

성큼 걷던 민혁이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 멈춰 섰다.


“세진 씨?”

“어, 여기서 만나네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세진이 고개를 까딱였다. 옆에는 준재도 함께였다.

양손 가득한 비닐봉지 안에 캔커피가 잔뜩 쌓여 있다.


“오늘도 야근이세요?”


거의 울 듯한 얼굴로 준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힘든 게 아니네요.”

“우리 일이 다 그렇죠. 오늘은 팀장님한테 대판 깨져서 힘든 거지만.”


준재가 늦었다던 단체 메신저 내용을 떠올린 민혁이 저도 모르게 설핏 웃음을 터뜨렸다.


“웃지만 마시고 얼른 합류해 주세요, 민혁 선배님!”


어느새 민혁을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준재였다.

서열은 청사 전체 시간을 따져야 한다고 말하며, 민혁의 사양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붙인 호칭이다.


“근데 선배님도 제법 피곤해 보이시는데요?”


피곤할만도 했다.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야 했으니까.


“커피라도 한 캔 드실래요?”

“아, 감사히 받을게요. 안 그래도 바로 시험 공부하러 가야 했거든요.”


시험이란 말에 두 사람이 옛날을 떠올리며 두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듣네. 필기 점수 하위 30프로는 직렬 변경이었죠?”

“그러고 보니, 민혁 선배님 필기도 곧이네요.”

“최선을 다해야죠.”


말 그대로, 민혁은 최선을 다해 자신을 증명할 계획이었다.



***



교육실 복도 자판기 앞.


민혁이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수업이 끝난 방금, 얼마 전 보았던 필기 시험 결과 안내가 문자로 날아왔다.


“후우.”


숨을 고른 민혁이 핸드폰을 집었다.


————————————————

[WEB 발신]

<행정안전부 특별재난대응과>


안녕하세요. 특별재난대응과 행정팀입니다.

최종 합격 대상자 필기 시험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조회 가능하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문의) 내선번호 뒷자리 0820


감사합니다.

————————————————


잘 보았을 걸 알면서도 새삼 긴장이 된다.

모르는 문제가 없었으니까.


오. 예상보다도 더 높네.


비각성자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누구보다 공부에 매진한 민혁이다.

웬만한 시험에는 매번 자신이 있었다.


‘다행이다. 하위 30%는 따로 표기된다고 했으니까, 나는 아닌가보네.’


안심하고 웃고 있는 민혁의 등 뒤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야, 하민혁!”


박진환이었다.

문자가 온 직후 그는 탈락 여부를 확인했다. 그리 낮지 않은 점수로 통과한 그는 재빨리 민혁을 찾아 다녔다.


‘교육이 끝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이 근처에 있겠지.’


마침내 민혁을 발견한 진환의 표정은 어느 누구보다도 더 환했다.

남들은 시험을 잘 보았으니 기분이 좋겠다, 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진짜 이유는 달랐다.


분명 민혁이 탈락했을 테니 위로하는 척 떨어진 자존감 좀 채우고, 제가 더 잘난 사람이라며 아닌 척 으스대기.

그게 진환의 본 목표였다.


“방금 시험 결과 문자 온 것 봤어? 10분 전에 왔더라고. 확인해봤어?”


잔뜩 신이 난 게 표 나는 목소리다.


“어, 진환아. 그렇지 않아도 방금 확인했어.”


‘엄청 기뻐하질 않네. 그럼 역시 하위권 점수인가?’


슬쩍 간을 본 뒤 진환이 돌려 물었다.

제 점수를 확인할 때보다 심장이 더 터질 것 같았다.


“어때, 좀. 점수는 잘 나왔어?”

“내 예상이랑 얼추 비슷하네.


그럼 그렇지.

속으로 쾌재를 부른 진환은 짐짓 안타까운 체 했다.

미간 사이를 좁히고, 어깨까지 출 늘어뜨렸지만 기대감 가득한 눈빛은 숨기지 못했다.


‘그래. 이게 정상이지. 넌 나보다 못난 놈이었잖아.’


이런 생각을 모두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진환은 최대한 안타까운 목소리를 꾸며냈다.


“너무 속상해 할 필요 없어. 현장 요원된다고 해서 꼭 좋은 것도 아니고.”


얘 뭔 소리 하냐.

민혁이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뭐?”

“애초에 지원과 소속이었잖아, 너. 그러니까 행정 업무가 더 잘 맞을 수도 있어.”


꼭 탈락하기를 간절히 바란 사람처럼 말하는 태도.

민혁이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웬만해서는 날 세우지 않는 성격임에도 불쾌하게 느껴지는 행동이었다.


“아니, 진환아. 너 무슨 소리야?”


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 화면을 진환 쪽으로 돌려주었다.


“탈락? 내가? 절대 그럴 일 없어.”


화면을 본 진환의 두 눈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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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드래곤이 대화를 걸어옵니다 24.08.07 111 3 12쪽
11 거기까지만 해라 24.08.06 117 3 12쪽
10 어디까지 하나 보자 24.08.05 123 3 12쪽
» 넌 나보다 못난 놈이었잖아 +1 24.08.03 131 3 12쪽
8 그런 부류랑 나랑 같나 24.08.01 141 5 10쪽
7 아주 헛된 꿈들을 꾸고 계십니다 24.07.31 151 3 12쪽
6 사람 좀 덜 믿어야겠네 24.07.30 161 3 10쪽
5 급소가 어디라고? 24.07.29 170 5 12쪽
4 여기서요? 24.07.28 193 5 13쪽
3 지금요? 24.07.27 207 5 13쪽
2 네? XX요? +1 24.07.26 231 5 10쪽
1 EX급 각성한 썰 푼다 +1 24.07.25 262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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