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천재 테이머가 조련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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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강
작품등록일 :
2024.07.25 18:54
최근연재일 :
2024.08.1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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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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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

DUMMY


기자회견 당일, 민혁은 예정된 시간보다 일곱 시간이나 빠르게 일어났다.

아침부터 준비할 게 있으니 서둘러야 한다는 은아의 재촉 때문이었다.


의무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한명이 민혁을 맞이했다.


“선배님.”

“왔냐? 다들 너 기다리고 있다.”


한명이 턱짓으로 빈 사무실을 가리켰다. 평소 조용하던 복도에 낯선 사람들이 가득했다.


“안녕하세요!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네요.”


옅은 갈색 머리를 한 남자가 싱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손에 가위를 들고 앞치마를 두른 채였다.


“아, 오늘 와주시기로 한 디자이너 분 맞으실까요?”

“저는 헤어팀 서브고요. 잠시만요. 금방 실장님 불러오겠습니다. 실장님, 오셨어요!”


조금 더 나이가 들어보이는 남자가 여러 물품을 챙기고는 민혁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안으로 들어가셔서 앉으시면 됩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실장님.”


민혁이 의자에 앉자 여러 사람이 동시에 민혁의 근처로 달라붙었다.

실장이라는 남자가 머리를 만지는 동안, 딱 봐도 제법 오래된 경력인 것 같은 사람들이 민혁의 얼굴을 두드렸다.


‘근데 뭔 준비가 이렇게 길어?’


민혁이 앉은지 30분이 지났는데도, 다 됐다는 말은 들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외출 준비라고는 면도, 애프터쉐이브, 올인원 바르기가 끝인 민혁에게는 다소 낯선 과정이다.

그마저도 귀찮아 대충 세수하듯 비비던 게 전부였는데.


기자회견 준비라고 해도 끽해야 머리 만지기 정도를 생각했던 민혁은 슬슬 좀이 쑤셨다.


지루해서 곧 졸 것 같던 그때, 목 뒤에 잔잔한 바람이 느껴졌다.

드라이기 특유의 기계음도 들리지 않았다.


‘이능인가?’


민혁의 시선을 눈치챈 서브 디자이너가 웃으며 말을 붙였다.


“하하, 제 능력입니다. 별 건 아니지만 꽤 괜찮죠?”

“각성자이신가봐요.”

“네. 근데 별 건 아녜요. 이렇게 공기 흐름을 아주 살짝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이라서요. 그래도 적성은 엄청 잘 살렸어요.”


옆에 서 있던 실장이 인간 드라이기, 하며 웃었다.


“저 같은 D급 각성자도 능력이 있으니 이렇게 편한데, 비각성자들 힘든 건 정말 상상도 안되네요.”

“그런가요? 그래도 나름 살만 했어요.”

“그러고 보니 비각성자였었다고 하셨······ 아, 아무래도 이런 거 여쭤보는 건 좀 그렇죠.”


민혁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상황을 얼버무렸다.

마음 같아서는 알면서 물어보는 건 눈치가 없는 거냐, 몰아붙이고 싶었지만 민혁은 지금 모든 시선을 한몸에 받는 신입 요원이다.

괜히 [특재대 신입 요원의 갑질] 따위의 제목을 가진 기사의 주인공이 될 상황은 피해야 했다.


그저 표정을 살짝 굳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자신을 실장이라 소개한 디자이너가, 곁에 있던 남자의 다리를 발로 걷어차며 밀어냈다.


“야, 말 조심 안 해? 어우, 죄송합니다. 신입이라 아직 좀 멍청한 구석이 있어요. 이런 거 물어보면 안되는데, 제가 대신 사과 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미리 기자회견 했다고 치죠, 뭐.”


말실수를 한 서브 디자이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연거푸 죄송하다는 말을 건네며 고개를 숙이는 남자를 보며, 민혁이 손사래를 쳤다.


내가 의도한 건 이게 아닌데.

민혁의 의도와 달리, 두 사람에게는 괜찮다는 농담이 생각보다 더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정말 괜찮으니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민혁이 괜찮다고 말했지만, 한 번 가라앉은 분위기는 금세 풀리지 않았다.

가시방석인 상태로 한 시간 정도를 더 보내고서야 민혁은 의자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탈의실 들어가셔서 옷 갈아입으시겠어요?”


서브 디자이너가 민혁에게 수트를 건네주었다. 안에 조끼까지 있는 쓰리피스 수트였다.


"후우."


민혁이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잘 다려진 쓰리 피트 수트는 어딜 보아도 고급스러웠다. 지금까지 입은 수트라고는 시청의 [청년을 위한 면접 정장 대여]에서 빌린 게 전부였는데.

이름이 알려진 명품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단추 모양 하나 봉제선 하나에도 신경을 기울인 것 같은 맞춤 정장이다.


깔끔하게 뒤로 넘긴 머리는 민혁의 눈과 콧대를 돋보이게 했다. 새벽부터 디자이너들이 달라 붙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이게 나? 같은 멘트를 쳐야할 것 같네.


한 번도 제대로 꾸며본 적 없는 민혁은 어색함에 뒷머리를 매만졌다.

그러다 절대 세팅을 건드리지 말라던 말을 떠올리고는 황급히 주먹을 쥐고 손을 내렸다.


“민혁 선배님, 준비 끝나셨어요?”

“네. 나갑니다.”


바깥에서 준재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지막으로 매무새를 확인한 민혁이 탈의실 문을 열었다.


“오. 완전 다른 분 같은데요!”

“그런가요?”

“준비 다 됐으면 어서 내려가지. 세팅 완료야.”


어느새 도착한 우성이었다. 민혁을 포함한 몇 요원이 우성의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기자 회견이 예정된 1층 언론홍보실에는, 이미 기자들이 잔뜩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바로 올라가면 돼.”


카메라가 모두 민혁을 향하고 있다. 민혁이 단상에 오르기 무섭게, 자리에 앉아 있던 기자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누가 질문을 허락한 것도 아닌데 사방에서 목소리들이 뒤섞여 들렸다.


“마수를 길들일 수 있다는 게 정말 맞습니까?”

“비각성자였다는데, 사실입니까? 만약 그렇다면 언제 각성하셨습니까?”

“해당 전투 때 승인 없이 능력 사용을 하셨다는 게 정말입니까? 내부 징계는 어떻게 되셨습니까?”


날 선 질문과 함께, 눈이 따가울 만큼 밝은 플래시가 쉬지 않고 터졌다.

민혁은 간신히 눈에 힘을 주어 버텼다. 여기서 인상을 찌푸렸다가는 '하민혁 신입 요원, 기자 질문에 눈쌀 찌푸려' 같은 제목의 기사가 쏟아질 게 뻔하지 않은가.


'아오, 눈 아파.'


민혁은 차우성과, 그 비슷한 연차의 팀장들을 존경하기로 했다.

대체 이 눈 따가운 기자회견을 매번 어떻게 버티는 거지?


슬슬 눈이 시릴 때 즈음.


“잠시 정숙해주시길 바랍니다. 질문은 입장 발표 이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특수재난대응과 직원이 마이크를 잡고 주위를 정돈했다. 그러자 시끄럽던 질문 세례가 점차 잦아들었다.

셔터도 간간히 터지는 게 전부였다.


목소리가 잠잠해지자, 단상 아래에 있던 한명이 민혁에게 손짓했다.


“민혁아, 실시간 중계 카메라 1분 후에 슛 들어간다.”

“네. 준비됐습니다.”


한명이 작은 목소리로 상황을 전달하고는 단상 바로 앞 간의 의자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중앙에 위치해있는 카메라 한 대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이제 시작이네.

몇 차례 모의 연습을 한 덕에 민혁은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단상 옆으로 한 걸음을 나온 민혁이 허리를 깊게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하민혁입니다.”


그러자 멎었던 카메라 셔터음이 귀를 찢을 듯 울려댔다.


“최근 유출된 영상 건으로 인해 많은 질문이 생기셨을 것 같아, 직접 인사 드리게 되었습니다.”


준비된 몇 마디 멘트를 친 뒤, 민혁이 오른손을 펼쳤다.


‘마수를 소형화해서 꺼내고, 명령에 잘 따른 다는 걸 보여주면 된다고 했지.’


민혁에게는 익숙해진 일이었지만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아니었다.

토벌의 대상인 마수가 그들의 바로 앞에 있다. 그것도 영상에서 가열차게 불을 뿜어대던 위험한 우두머리 레벨이.


셔터 소리가 더욱 빠르게 터졌다.


그 앞에서 민혁은 마수를 품에 안고 아주 약한 불을 천장 쪽으로 내뿜었다.

동시에 소형화된 드래곤에게 날아보라고 명령하거나, 약한 화염을 뱉게 했다.


그르릉-


평소 연습할 때보다 몇 배는 협조적이고, 애교가 가득한 태도다.


‘뭐야. 나 도와주는 거냐?’


그 모습에 긴장이 풀린 민혁이 슬쩍 미소 지었다.


몇 분 정도의 이능 시연이 끝나고, 앉아 있던 기자 중 하나가 손을 들었다.


“지금 잘 따르는 것은 알겠습니다. 만약 마수가 통제를 벗어나게 되면 어떡합니까?”


통제를 벗어난다니.

민혁은 순간 상태창에서 본 ‘대체로’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건 차차 알아보고.’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약속 드립니다. 마수를 길들이는 것 자체가 제 이능입니다. 능력이 사라지는 일이 없는 것처럼, 마수가 통제를 벗어나는 일 역시 없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민혁 혼자 단상에 오른 몇 십분 뒤.

카메라 옆에 설치된 라이트에서 잠시 초록빛이 깜빡였다.


‘벌써 시간 다 됐다고?’


내려가기 전, 민혁이 단상 옆으로 나와 마이크를 쥐었다.


“이제까지 없던 계열의 이능 탓에 많은 분들이 혼란스러웠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실 부분 없이 최대한 성실히 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 반응이나, 실시간 영상에 올라오는 여론 반응들은 민혁에게 호의적이었다.

민혁이 모범적인 태도 덕이다.

보통 높은 등급의 이능을 가진 사람들은 거만한 자세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민혁의 인사가 끝나고, 직원이 올라와 단상 위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는 민혁에게 눈짓을 보냈다.


‘내려가도 된다는 거지.’


“이후부터는 대변인이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순차적으로 받을 예정이오니, 호명되신 분들에 한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말씀 주시면······.”


단상에서 내려온 민혁이 긴 한숨을 뱉었다.


'뭐, 망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



텄다.

하민혁의 기자회견을 보고 나온 몇몇 기자들이 제 머리를 벅벅 문질렀다.

꽤 짭짤한 돈을 받고, 대충 자극적인 단어 몇 개 붙여서 기사 올려주면 되는 단순한 일이었다.

그런데······


‘아니, 이능이 뭐 기자회견 잘 하기냐? 장난해?’


뭐라도 트집 잡을 거 잡아 올리라고 호통이라고 치고 싶지만, 그가 보기에도 흠 잡을 게 없는데 어떡하나.


“뭐, 너무 FM이라 트집 잡아 쓸 말도 없습니다.”

“에이 씨. 어떻게 해요? 뭐 ‘너무 완벽한 걸 보니 분명 이상한 놈이다’ 이딴 말을 쓸 수는 없잖아요.”

“앉아서 생각해봐야죠. 이거 생중계만 송출 안 됐어도 괜찮았을 텐데, 기자회견에서 여론 싹 돌려놔서······.”


투덜거리며 거리를 걷던 중, 기자 하나가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섰다.

땅이 조금씩 울리고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핸드폰이 징징 울리며 위험 구역에 있다는 알람을 보내왔다.


“조심하세요. 게이트 진압 중인 거 같은데.”

“요즘은 왜 이렇게 미리 사전 대비를 못하는 것 같지? 길거리 돌아다니기도 위험해요.”

“왜, 그러니까 더 강한 이능 가진 사람들 끌어 모아야 한다고들 하잖아요.”


강한 이능이라.

말을 끝맺은 기자가 제 수첩을 만지작거렸다.


두 기자는 동시에 한 남자를 떠올렸다.

하민혁.

적어도 근 몇 년 안에 본 사람 중에서는 가장 괜찮은 이능을 가진 사람 같았으니까.


게다가 악의적인 기사를 쓰기에도 영 소재 거리가 없는 사람이다.

인간적인 고민에 빠진 두 사람이 말 없이 현장에서 등을 돌려 반대로 걸었다.

우회 도로로 몸을 돌린 순간, 고막이 찢어질 듯 큰 소리가 들렸다.


“뭐······!”


가장 기본형인 벌레형 마수였다.

게이트를 제압 중이던 요원들의 시야를 벗어나 나온 놈이다.


이능은 있지만 전투에는 도저히 쓸모가 없다. 발버둥을 친다고 해서 이놈을 물리칠 수는 없다.


“젠장······.”


누군가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흘러 나온 그 때였다.


“조심하세요!”


주저 앉아 있는 그들의 앞을 한 남자가 막아섰다.

무거워 보이는 조끼, 팔과 다리를 감싸는 보호대.

보조 기구를 착용한 정부 요원이다.


커다란 드래곤 한 마리가 남자의 명령에 맞춰 마물을 향해 제 앞발을 휘둘렀다.

그리고 남자의 오른쪽 손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몇 발자국 떨어져 있는데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인 불은 이를 드러낸 거대 벌레를 단숨에 태워버렸다.


“마수가 마수를······.”


A급 이상은 되어보이는 마수를 복종시키고,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은 전 지구상 단 한 사람 뿐이다.


“하민혁······?”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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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거기까지만 해라 24.08.06 117 3 12쪽
10 어디까지 하나 보자 24.08.05 123 3 12쪽
9 넌 나보다 못난 놈이었잖아 +1 24.08.03 130 3 12쪽
8 그런 부류랑 나랑 같나 24.08.01 141 5 10쪽
7 아주 헛된 꿈들을 꾸고 계십니다 24.07.31 150 3 12쪽
6 사람 좀 덜 믿어야겠네 24.07.30 161 3 10쪽
5 급소가 어디라고? 24.07.29 170 5 12쪽
4 여기서요? 24.07.28 193 5 13쪽
3 지금요? 24.07.27 207 5 13쪽
2 네? XX요? +1 24.07.26 231 5 10쪽
1 EX급 각성한 썰 푼다 +1 24.07.25 262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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