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천재 테이머가 조련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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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강
작품등록일 :
2024.07.2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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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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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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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해먹기 딱인 놈

DUMMY


기자회견 닷새 전.

민혁은 한명이 던져둔 자료를 부여잡고 침대에 기댄 채 반쯤 졸면서 자료를 들여다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에 적힌 내용들이 생각보다 눈에 잘 들어온다.


각성자가 되면 기초 능력도 올라간다더니 진짜네. 민혁은 소문으로만 듣던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체감하고 있었다.


‘암기 속도가 예전이랑은 완전 다르잖아.’


그간 대학을 가기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퍼부었던 시간이 아까워지기 시작해 민혁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제 옆에 수북히 쌓인 종이 뭉치를 살펴보았다.


‘한명 선배가 괜히 이만큼 던져주고 간 게 아니네.’


속으로 한명을 대책없다 욕했던 것을 취소하기로 했다.

바깥이 아직 어둑하던 때 책 한 권 분량은 거뜬히 나올 것 같은 종이를 다 외운 뒤, 민혁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웬만한 특실보다 넓은 전용 병실을 왔다갔다하며 근래 일어났던 일들을 되돌아보았다.

갑작스러운 각성과 아직 완벽하게 파악되지 못한 능력, 그리고 능력 유출과 기자회견까지······


조금, 아니 많이 특수한 능력이니 언젠가 논란이 될 것 같기는 했어도 이렇게 내부 유출로 기자회견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도 한명 선배가 도와줘서 다행이네.’


민혁이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침대에 질의응답 자료가 잔뜩 흩어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근데 한명 선배는 예상 질문을 언제 저렇게 많이 뽑아놨냐.’


특재대 출신이니 한 번 쯤은 경험이 있겠지, 하며 민혁이 눈을 감았다.


“민혁 씨?”


누군가 등을 흔드는 손길에, 민혁이 눈을 떴다.

소파에 기댄 채 잠든 모양이었다. 벌써 주위가 밝았다.


“아, 은아 씨.”

“왜 침대 놔두고 여기서 주무세요?”

“아, 뭐 외워야 하는 게 있어서 그만······. 잠깐 쉬다가 깜빡 잠들었나봐요.”

“아직은 무리하시면 안 돼요. 능력 고갈은 탈진이랑 비슷해서, 완전히 회복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거든요.”


은아에 대한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걱정해주는 마음이 참 다정하다고 생각한 그때였다.


“잠깐 길들인 마수들 좀 꺼내보실래요? 한 마리면 돼요. 아, 이왕이면 그 불 쏘는 친구로.”

“드래곤은 몇 번 보지 않았습니까?”

“새로운 능력 보려고요. 어려우세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은아가 장난스레 웃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마수인데 얼굴 도장 좀 찍어둘 겸 해서요.”

“그나저나 은아 씨, 방금 본인이 저한테 무리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있잖아요. 자, 시간 없어요.”


민혁이 떨떠름하게 왼손을 펼쳤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최고의 연구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건지.


‘그래. 이렇게 열성적이니까 그런 타이틀을 가지고 있겠지.’


당하는 입장에서는 고역이지만.

민혁은 아직 욱신거리는 뼈마디를 부여잡고 제 손바닥을 펼쳤다.


마수를 불러내는 건 이제 어렵지 않았다. 민혁이 오른손을 펼치며 드래곤의 모습을 떠올렸다.


‘크기는 최대한 줄여서 나오자. 또 건물 무너뜨리지 말고.’


연구실 하나를 엉망으로 만든 탓에 자칫 시말서를 쓸 뻔한 탓에, 능력 사용이 이전보다는 좀 더 조심스러웠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빛이 반짝이고 곧 흰 털이 복실복실한 마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 이번에는 크기가 작네요.”


미리 크기를 줄여놓은 덕에, 의무실은 부서지거나 망가지는 일 없이 안전했다.


민혁이 앉은 소파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은 소형 드래곤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더니 제 머리로 민혁의 손을 툭, 툭 쳐댔다.


제 주인의 옆에 걸터앉은 소형 드래곤이 손등에 머리를 부볐다.


[드래곤: 뭐함?]


귀여운 외모와 달리 뻔뻔스러운 태도다.


뭐 이런 게 다 있냐.

어이가 없어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니, 이번엔 앞발로 허벅지를 긁기 시작했다.


“만져달라는 걸까요? 단순히 주종 관계에 그치는 건 아닌 것 같네요.”


조심스레 드래곤의 정수리를 긁어주자, 그릉거리는 소리를 냈다.

흉포한 마수가 아니라, 꼭 반려동물처럼 느껴졌다.


“조금 비현실적이긴 하네요. 토벌 대상인 마수를 이렇게 쓰다듬고 있다니······.”

“그러게요. 이것도 다 민혁 씨 능력이겠죠.”


가져온 노트북에 무언가를 기록하기 시작하던 은아가 타자를 멈췄다. 눈 앞의 민혁은 배를 뒤집은 마수를 벅벅 긁는 중이었다.


“혹시, 이름은 있나요?”

“아직이요.”

“지금 지어볼까요? 이름 부르는 걸 알아들을 수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뭐, 짓고 싶지 않으시면 대충 1번이라고 호명하셔도 되고요.”


딱히 부를 말이 없던 게 걸리는 차였는데.

1번이라고 부르는 건 너무 정 없는 것 같고.


민혁이 제 손을 타는 마수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넌 뭐 바라는 이름 같은 게 있냐?”


대답을 바라고 물어본 말은 아니지만, 반투명한 상태창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드래곤: 없음.]


자기 할 말만 하는 게 아니라니.

마수와 소통이 된다는 건 제법 놀랄 일이었다. 민혁은 저도 모르게 은아를 흘깃 바라보았다.


‘지금은 말고, 조금 나중에 이야기해도 되겠지.’


당장은 기자회견을 신경 쓰기에도 머리가 아프다. 여기에 새로운 능력까지 생겼다고 보고한다면, 분명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 게 뻔히 보였다.


“왜 그렇게 보세요?”

“아, 아닙니다. 이름이 생각 나서요!”


눈치 하나는 진짜 빠르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민혁의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래요? 뭔데요?”


촌스러워야 오래 산다는 미신을 떠올리고는, 민혁이 금세 이름을 짜내었다.


“음, 복실이.”


순간 은아의 얼굴이 굳었다. 표정을 지을 리 없는 드래곤, 복실이의 얼굴도 딱딱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드래곤: 님, 진심임?]


“복실이라. 그거 구리네요.”

“뭐 더 나은 이름이라도 있습니까, 그럼?”

“당연하죠, 전 천재니까요. 그래도 주인이 지어주는 게 최고죠.”


어련하시겠어요.

민혁이 대강 대꾸하고는 드래곤의 털을 역결로 쓰다듬었다.

대화창에 무언가 불만 섞인 말이 여러 차례 떠올랐지만, 민혁은 깔끔히 무시했다.


‘근데, 혹시 이름 바뀐 것도 바로 반영이 되려나?’


———————————————

[마수 정보]


[명칭: 복실이]

[계열: 전투]

[중심 능력 1: 상대에게 견디기 어려운 온도의 화염을 내뿜는다.]

[기본 능력 1: 발톱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낼 수 있다.]

[기본 능력 2: 조절 가능한 바람을 일으킨다.]

[친밀도: 30 (중심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음)]

———————————————


바뀐 명칭을 확인한 민혁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친밀도도 올라있네. 이름을 지어주면 조금씩 오르는 건가.’


시간이 날 때 나머지 마수들에게도 이름을 하나씩 지어줘야겠네.

왜 웃냐는 은아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민혁이 복실이를 몇 번 더 쓰다듬었다.


“몇 가지 더 테스트해보고 싶은 건 있는데, 우선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는 게 좋겠어요.”

“왜요?”

“곧 기자회견이시잖아요. 연습하셔야죠. 본격적인 건 이후에 참여 부탁드릴게요.”


대체 얼마나 본격적으로 하려는 걸까.

민혁은 자꾸만 굳어지려는 얼굴을 애써 활짝 펴고는 은아를 배웅했다.


‘몇 시지?’


바로 맞은편 벽에 걸린 시계는 어느덧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휴.”


기자회견까지는 곧 닷새. 민혁은 그 자리에서 처음 이능을 소개하게 된다.


“그곳에서 좋은 모습을 잘 보여주면, 사람들이 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좋아질 거야. 우리는 본질적으로 공무원이다. 여론 안 좋으면, 너 영 못 써먹어.”


귓전에 한명의 말이 맴돌았다.

이제 꿈 꾸던 목표까지 거의 다 온 셈이다. 고작 한 시간짜리 생방송에 머뭇거릴 이유는 없었다.


민혁은 곳곳에 놓인 커다란 종이 뭉치를 보고 숨을 들이켰다.


“그래, 내가 너 완벽하게 외워 준다.”



***



민혁의 기자회견 준비로 청사가 어수선했다. 유출된 영상을 내리는 것도 많은 인력이 투입되어야 했는데다, 이런 대규모 공식 기자회견은 오랜만이었으니까.


내내 의무실에서 지내게 된 민혁은 제때 먹는 밥, 은아와의 면담을 제외하면 모든 시간을 기자회견 준비에 몰두했다.


“젠장, 무슨 예상 질문이 이렇게 많냐. 머리 아프게.”


환자복만 입고 있다 뿐이지 대우는 웬만한 중노동이나 다름 없네, 생각하며 민혁이 종이를 넘겼다.


‘이거 다 외우면 한명 선배가 와서 시험 친다고 했지.’


지원과에 있을 때도 조금 날카롭고, 꼼꼼한 선배였다. 막상 교육 받는 입장에 처해보니 세 배쯤 무서웠지만.


“다 못 외우면 밤 새운다고 했는데, 진짜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진심일 것만 같아 민혁이 머리를 부여잡고 집중력을 최대한 쏟아 부었다.


열정을 불태우는 민혁과 달리, 청사 한구석에서는 민혁을 견제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몇몇 사람들 중 하나는 특별3팀 팀장이다. 민혁을 바로 데려오지 못할 바에야, 기자회견으로 곤경에 처하게 한 후 본인이 등용해 쓰겠다는 속셈이었다.


“팀장님, 말씀하신 자료 가져왔습니다.”


함께 계획을 준비 중인 3팀 팀원이 말을 붙였다. 괜히 찔린 팀장이 복도 밖을 내다보더니 팀원에게 때리는 시늉을 했다.


“야, 조용히 안 가져와?”

“아. 죄송합니다.”


이유 없는 사과를 받고서야 팀장이 자리에 도로 앉았다.


“됐으니까 옆에 쌓아둬. 신문사랑 연락은 잘 됐어?”

“예, 좀 연차 높고 입 날카로운 기자들 풀기로 연락 됐습니다.”


팀장이라 불린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


“잘했네.”


그가 계획한 건,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서 하민혁의 입을 막는 것.

여론이 좋아지지 않으면 자연히 담당이던 차우성 팀장에게로 화살이 갈 테고, 그렇다면 경력 상 그에게 하민혁을 담당하라는 제안이 올 게 당연했으니까.


곧 은퇴 후 사기업 진출을 생각 중이던 그에게 더 높은 자리는 간절한 소망이었다.

그걸 위해서는 높은 실적을 쌓게 해줄 민혁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민혁? 세상 물정 모르는 게 어벙해 보이던데. 예상치 못한 질문 몇 개 받으면 아마 당황해서 얼 탈 게 뻔하지.”

“차 팀장이 가만 있겠습니까? 빨리 투입하고 싶어서 난리던데, 뭐라도 준비 시키겠죠.”

“야. 이 멍청한 놈아.”


멍청한 놈이라 불린 남자가 어깨를 움찔했다. 그가 모시는 팀장은 화가 나면 제 기분 따라 막말을 퍼붓는 놈이었으니까.


남자가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죄송합니다. 실언했습니다. 준비를 엄격하게 시킬 테니 걱정이 돼서 그만······.”

“고작 5일 가지고 뭐, 심지어 쓰러진 놈한테 대본 들이밀고 외우라고 해봤자 얼마나 잘할 수 있다고.”

“그래도 각성자 아닙니까. 웬만한 암기력은 남들보다 더 좋을 테니까 걱정돼서 한 말입니다, 팀장님.”

“각성자? 그래봤자 몇 달 되지도 않는 놈이 뭐가 그리 잘났다고 겁을 먹냐?”


이래서 요즘 놈들이란.

3팀 팀장이 혀를 차며 자료를 슬쩍 훑어 보았다.


‘사고 안 치고, 눈에 띄는 일 안 하고. 본인 능력에 비해 다소 소심하고.’


이 정도 능력이라면, 웬만한 사람들은 당장 SNS 계정부터 파거나, 압구정 술집 거리 나가서 허세 부리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좋게 말하면 바르고, 나쁘게 말하면 평범한 성격인 민혁인 덕에 지금까지 그의 능력을 숨길 수 있었다.


‘지금까지 비각성자였던 놈이야. 이용해먹기 딱인 놈이네.’


기자회견으로 곤경에 처하고, 차우성 팀장이 권한 잃고, 그 때 본인 팀으로 데려와 실적 노동 좀 시키면 후광은 본인이 다 가져갈 거라는 계산이었다.


‘나중에 사기업 갈 때 나랑 끼워서 데려가도 되고. 그러면 나한테 뭐 좀 더 챙겨 주겠지.’


아무도 허락하지 않은 미래 계획을 짜던 3팀 팀장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넌 후임 받을 준비나 해라. 혹시나 대기업이 눈독 들인다, 싶으면 바로 보고하고. 알았냐?”

“예, 팀장님.”

“그래. 일 잘 해야 네가 나 은퇴하면 이 자리 이어받지.”


다양한 생각이 얽힌 채로, 기자회견 날 아침이 밝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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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운 좋은 새X 24.08.08 95 3 11쪽
12 드래곤이 대화를 걸어옵니다 24.08.07 111 3 12쪽
11 거기까지만 해라 24.08.06 117 3 12쪽
10 어디까지 하나 보자 24.08.05 122 3 12쪽
9 넌 나보다 못난 놈이었잖아 +1 24.08.03 130 3 12쪽
8 그런 부류랑 나랑 같나 24.08.01 141 5 10쪽
7 아주 헛된 꿈들을 꾸고 계십니다 24.07.31 150 3 12쪽
6 사람 좀 덜 믿어야겠네 24.07.30 161 3 10쪽
5 급소가 어디라고? 24.07.29 169 5 12쪽
4 여기서요? 24.07.28 193 5 13쪽
3 지금요? 24.07.27 207 5 13쪽
2 네? XX요? +1 24.07.26 230 5 10쪽
1 EX급 각성한 썰 푼다 +1 24.07.25 262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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