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를 먹는 용의 주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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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줏단지
작품등록일 :
2024.07.29 17:43
최근연재일 :
2024.08.13 11: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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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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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저주받은 여자 (2)

DUMMY

둘 다 당연히 금화일 줄 알았기에 혼란스러움은 배가 되었다.

그럼 대체 저주의 매개체는 뭐지? 한참을 고민해봤지만 역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


“죄송한데 혹시 집 안을 살펴봐도 될까요?”


직접 보는 것 뿐. 그 말에 연정의 표정에 갖가지 고민이 떠올랐다.

아무리 도와주러 온 후배라지만 처음 본 남자한테 집 안을 보여준다는 게 영 꺼림칙하기도 했고,

그냥 돌려보내자니 이젠 정말 사고를 크게 당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참을 끙끙거리던 연정은 결국 큰 결심을 내린다.


“방···꼴이 좀 더럽긴 한데···나중에 어디가서 말하면 안돼?”

“걱정 마세요. 그건.”

“그럼 들어와.”


부탁하는 입장에 이것저것 따질 체면이 아니었으니 연정은 창피함을 무릅쓰고 지천을 안으로 들였다.

그녀의 말마따나 방 안은 거의 돼지우리나 다름 없었다.


‘···음···이런 게 자취방이구나.’


생전 자취를 해본 적 없는데다 비슷한 건 고작 시골 생가에 가는 것 뿐.

그마저도 나름 정리를 좋아하는 성정이어서 웬만하면 깨끗히 관리했는데,

솔직히 여학생은 방을 깔끔하게 해놓고 살지 않을까 하는 편견도 조금 있었다.


‘내가 너무 편협했군.’


환상은 일찌감치 깨버리고 방 안을 두리번 거리는 지천에 연정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다.

친구들이 아닌 이상 이성이 오면 어떻게든 깔끔하게 정리해놓는데,

예상치 못한 가정방문에 연정은 지천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이상하네요.”

“뭐, 뭐가?”

“이렇게 물건이 많고, 나와있는 것도 많은···.”

“그, 그게 뭐가 이상해! 대학생이고 나 취업도 했잖아! 일 배우고 공부도 같이 병행하려면 집안 일 좀 뒤로 밀릴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어? 청소 못 할수도···있고···그리고···.”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거죠?”

“···응?”


지천의 물음에 연정이 고개를 퍼뜩 들었다. 그의 얼굴은 정말로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

그럼 나와있는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는 뭐하러 꺼낸거지?


“오해가 있나본데. 제 말은 이 방 안에 선배 주변에 맴도는 안좋은 기운을 뿜을 만한 물건이 전혀 안보인다고요.”

“아.”


연정의 얼굴이 잘 익은 토마토마냥 붉어졌다. 자격지심에 괜히 버럭한 게 바닥을 보인 기분.

그런 연정을 뒤로 한 채 지천은 방 이곳저곳 잘 안보이는 곳까지 살폈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어···그렇다면···.’


설마 일해나 황씨 할머니 때처럼 다른 곳에서 저주를 벌였다는 건가?

그렇다면 일이 복잡해진다. 황씨 때는 같은 마을이었고, 일해는 확증이 있는 장소가 따로 있었지만,

연정은 거의 초면인데다 인간관계는 물론 어디서 저주를 받은 건지 찾기도 힘든 상황.


[오래도 걸리는구나.]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흑운을 보자니 이건 뭐 한량이 따로 없다.

허공에 턱을 괜 채 누워 고민하는 저를 심드렁하게 쳐다보는 모습.


“찾기가 어려운 걸 어떡하라고요.”


흑운에게만 들리게끔 작게 속삭이니, 그가 피식 웃으며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손가락을 따라 시선이 닿은 곳은 다름 아닌 연정.


[인간들은 이럴 때,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던가?]

“···네···?”

[잘 봐봐. 이 저주의 특징을- 그럼 답이 나올게야.]


저주의 특징이라니? 지금까지 봐온 저주들과 다른 점은 일전엔 직접적으로 죽이려고 했다는 것.

지금은 언제 어디서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게 달랐고, 그 외에는···.


[어떠냐? 생각이 났느냐?]

“···모르겠는데.”

[···영민한 아이인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머리를 굴릴 줄 모르는 군.]


짙은 한숨을 내뱉는 흑운에 조금 울컥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 단순무식한 이무기한테 이런 말을 듣다니.


‘치욕적이야···!!’


마음 같아선 빨리 답을 알려달라고 재촉하고 싶었지만, 이렇게까지 무시를 당한다면 포기할 수 없다.

기필코 스스로 답을 알아내고 말겠다며 연정의 저주가 다른 것들과 다른 점을 찾기 위해 애썼다.

그런 지천을 바라보는 흑운의 입가에 약간의 미소가 번졌다.


[원, 백도사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오래 전, 영물이 된 그 날 부터 인간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얼마나 백도사 밑에서 굴렀던가.

백도사는 청렴하고 지적수준이 높았지만, 말에는 거침 없는 사람이었다.


“흠···확실히 미물이었다보니 못 알아듣는 것도 이상하진 않군.”

[미물이라니! 영물이라고! 영물! 너희같은 인간이 받들어 모시는 그런 영물!]

“그래, 어엿한 영물이니 모든 것을 깨우치고 인간들을 아우를 수 있는 용이 되면 좋겠구나.”


다독이는 말투와 쉬이 화를 내지 않는 성품이었지만, 은근히 상처주는 말도 서슴치 않았다.

물론 그래서 더 기를 쓰고 공부해 용이 되기 위해 승천까지 했건만.


[···그렇게 날 배신할 줄이야.]


잠깐 옛기억에 잠겨있던 흑운의 시선이 지천의 정수리로 향했다.


[기분 나쁠 정도로 닮았단 말이지.]


핏줄이라는 건 전대의 육체와 정신에 깃든 것들이 그대로 후대에 이어지는 연결고리다.

당연히 닮을 수 밖에 없다는 건 알지만, 이상하리만치 백도사를 많이 닮은 지천이어서 더 눈길이 갔다.

처음에 봤을 땐 도술을 써서 젊게 사는 거라고 착각했을 정도니 말 다했다.


[하지만 이 녀석의 영혼은 오히려···.]


저주에 잠식이 되어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저와 많이 닮아 있었다.

인간이 영물의 영혼을 닮는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이승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었기에,

그저 제 저주를 물려받아서 닮게 변했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알았다.”

[호오···그래도 백도사의 핏줄인가?]


예전에 자신이었다면 아마 알아내는데 한참이 걸렸겠지만, 지천은 의외로 답을 빨리 찾은 듯 하다.


[뭐, 하기사 나같은 대단한 존재의 계약자이니 모자라면 오히려 내 꼴만 우스워지는 게지.]


오히려 그런 지천의 깨우침에 자신이 콧대를 높이며 그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지켜봤다.

지천은 연정이 서 있는 현관으로 몸을 돌렸다. 딱 마주친 눈에 연정은 살짝 부담스러운 것 같았는데,

그 사이 지천은 드디어 저주의 매개체가 뭔지 알 수 있었다.


“선배님, 찾았어요.”

“응? 어? 찾았다고? 어디? 혹시 현관에 있어? 구두야?”


새로 산 구두가 혹시 저주에 걸린 물건이었나?

어쩐지 보세치곤 좋아보이더니 라며 구시렁거리는 연정에, 지천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갑작스런 스킨십에 놀란 그녀가 움찔하며 지천을 돌아본 그 순간.


“이거에요. 저주 매개체.”

“···응?”


연정은 순간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충격을 받았다.

그도 그럴게 지천이 가리킨 건 다름 아닌 제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은색 커플링이었으니까—


*


이제껏 봐온 저주에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는데, 이는 저주를 내린 대상이 모두 원혼이었다는 것.

귀신의 저주였기에 때를 가리지 않고 저주 대상자들을 죽음에 몰게 한 것이었고,

대상자들의 몸엔 항상 사람같은 존재가 언뜻 비추곤 했다.


‘하지만 이 선배 주변에 보이는 건 오직 먹구름같은 검은 기운 뿐이야.’


그 말은 저주를 건 대상은 원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이었고, 유추할 수 있는 용의자는 오직 한 사람.


“수빈 오빠가···이 반지에 저주를 걸었다고?”

“걸었는지 아닌지는 확인해봐야겠지만, 확실한 건 그 반지가 매개체라는 것 뿐이에요.”

“···그, 그렇지? 오빠가 건 건 아닌거지? 그래 맞아···.”


그럴리가 없어···. 연정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렸다.

그만큼 수빈에 대한 믿음이 강했고, 제가 기억하기에도 연인에 대한 자랑을 할 때 만큼은 정말 행복해보였다.

만약에, 정말로 만에 하나라도 저주를 건 상대가 연인인 채수빈이라면···.


‘잔인한 일이지.’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상대가 자신을 저주한다는 사실을 알면 누구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 할테니까.

하지만, 자신에게 중요한 건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제가 살 길이었다.


‘이 저주를 흑운이 먹어야 여의주가 완성되고, 그래야 이 거지같은 저주도 풀릴테니까.’


이기적이지만 연정의 마음을 헤아리고 지탱할 시간은 제게 존재하지 않았다.


“선배, 잠깐 커플링 빼서 보여주시겠어요?”

“···지, 지천아 근데 이거 정말 확실한거니? 이거 아닐수도 있잖아. 응?”

“아닐수도 있는게 아니라. 아니길 바라는 거죠?”

“······.”


연정의 얼굴이 무너질 듯 일그러졌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제게 동의를 구한 것 같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눈 건 오늘이 처음.


“저는 어디까지나 선배 부탁으로 이 자리에 온 거에요. 만일 받아들이기 싫고 부정하고 싶다면 그만두셔도 돼요.”


잔인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연정과 자신은 남남이다. 만일 이 일이 일해나 강모의 일이었다면,

그들이 마음을 추스릴 시간을 줬을지도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감정을 교류한 적 없는 남남인 경우는 다르다.

그런 제 태도에 연정은 오히려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여기···.”

“감사합니다.”

“···넌 참 차구나.”

“쿨하다고요?”


아무렇지 않게 받아치는 말에 연정이 피식 미소를 띤다. 정말 자비란 눈꼽만큼도 없었지만,

그래서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데는 지천의 성격이 한 몫 했다.


‘역시 이 반지가 맞았군.’


은색에 큐빅이 박혀 있는 심플한 디자인의 커플링.

저주의 매개체라고 더욱 확신한 건, 반지를 빼내었을 때 연정의 주위를 맴돌던 검은 기운이,

온전히 제 주변으로 몰려와 완전히 시야를 뒤덮었기 때문에—


[음, 이 정도면 대화하기도 힘들테니 일단 내가 맛 보도록 하마.]


눈치빠른 흑운이 검은 연기를 손에 끌어모아 지난 번처럼 먹어치웠다.

그럼에도 반지에서는 여전히 검은 기운이 일렁이며 새롭게 피어나고 있었는데, 뭔가가 눈에 반짝였다.


“이거 보셨어요?”

“어떤 거?”


지천이 가리킨 곳은 반지 안쪽, K라고 적힌 이니셜이었다.

잘 보이지 않았지만 글자 안쪽에 뭔가 검게 그을린 아주 작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흑운이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이거 ‘전이’였구만?]

“?”


전이가 뭐죠?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니, 흑운이 ‘전이’ 라는 것에 대해 설명을 이었다.


[‘전이’ 라는 건 보통 저주들과는 조금 다른 것이니라.]


흑운의 말에 의하면, ‘전이’ 라는 것은 뜻 풀이 그대로 무언가를 전해받는다는 뜻이었다.

그 말인 즉, 연정이 반지를 낌으로서 그녀의 ‘무언가’를 저주를 건 시행자에게 옮겨준다는 것.


[근데 께름칙한 건 이 처자가 자꾸만 사고수에 시달린다는 게지.]


가만히 설명을 듣던 제 머릿 속에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저, 혹시 남자친구 분에 대해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혹여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꺼낸 제 의문에 연정은 잠깐 기억을 되짚어보는가 싶더니,


“맞아. 어릴때 자주 그랬다고 하긴 했어. 근데 그건 왜···?”

“······.”


거의 맞아 떨어진 가설에 지천의 표정이 싸하게 굳었다.

그리고, 그 대답을 들은 흑운 역시 지천이 생각한 게 무엇인지 알아채고는 조금 짜증스레 혀를 쯧 차는 것이다.


*


퇴근시간으로 붐비는 지하철역 입구 앞, 멀끔하게 생긴 남자가 걸어 올라오더니 한 여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연정아!”

“오빠 왔어?”


바로 연정의 남자친구 채수빈, 그는 제 연인을 발견하자마자 기분 좋게 달려왔건만,

정작 연정의 표정이 좋지 않음을 알아채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그래? 혹시 어디 안좋아?”


다정한 물음에 연정은 아무것도 아니라면서도 눈썹을 팔자로 일그러트렸는데,

그 모습을 보고 더욱 걱정이 앞선 수빈이 재촉하듯 캐물었다.


“왜, 왜 그러는데? 나는 네가 그런 표정을 지으니까 속상하다. 오빠한테 말 못할 이야기야?”

“···실은···나 요즘 너무 다치는 것 같아서 말이야···. 내가 너무 덤벙거리니까 한심해서 그렇지 뭐.”

“어? 어디 다쳤어? 어디 봐. 우리 괜히 만나자고 했나? 내가 너희 집으로 갈 걸···.”


실로 다정한 남자친구의 정석이나 다름 없는 행동에 지나치는 행인들이 두 사람을 힐끔거렸다.

그야말로 선남선녀라며 부러움에 젖은 눈빛이었지만, 정작 두 사람의 대화 주제는 조금 무겁다.


“···오빠 실은 나 요즘 자꾸 사람들 많은 곳에 가면 자꾸 다치더라고···너무 무서워.”

“그래? 어떡한담···집으로 그냥 갈까? 오빠가 배웅해줄게.”

“아니, 그러지말고 오빠네 집에 가자. 사람 많은 곳보다 조용한 곳에서 데이트하고 싶어.”

“아···우리 집···?”

“왜···? 혹시···내가 너무 무리한 부탁했어?”


연정의 물음에 수빈이 약간 난처하다는 듯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니, 나 방도 제대로 안치웠고, 게다가 집에 먹을 것도 없는데.”

“그렇구나···그럼 어쩔 수 없지 뭐···.”


조금 실망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연정에 수빈이 보이지 않게끔 짜증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다시 사람 좋은 표정으로 다가온 수빈이 다정하게 그녀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그럼 우리 집으로 갈까? 자기가 그렇게까지 걱정이 되면 가야지. 안 그래?”

“정말? 고마워~ 역시 오빠가 최고야!”


그제야 기분이 풀린 듯한 연정에 수빈이 안도하며 집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가는 내내 최근 취업한 회사 이야기와 학교 이야기를 하며 재잘거리는 연정의 이야기에,

수빈은 틈나는 대로 맞장구를 치며 이윽고 집 앞에 도착했다.


“들어갈까?”

“와~ 그러고보니 나 오빠집 처음인 것 같아.”

“내가 자취한지 얼마 안됐으니까.”

“그럼 내가 첫 손님이야? 기대된다~”


오버액션을 취하는 연정에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은 수빈이 도어락을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깔끔한 흑백컬러의 모던한 인테리어. 언제나 잘나가는 그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것 같은 집이었다.


“뭐야아~ 지저분하다더니 별로 안 그렇네 뭘?”

“하하, 그래? 다행이다. 저녁은 뭘 먹을까? 시켜먹을까?”

“음, 오늘은 오빠네 집에 왔으니까 오빠 먹고 싶은 걸로 먹자. 내가 살게.”

“에이 왜 네가 사. 오빠 능력 있다?”


여느 커플들과 다름 없이 꽁냥거리는 사이 결국 수빈이 배달음식을 시키고 이런 저런 대화를 이어가던 중이었다.


“아.”

“왜 그래?”


짧은 탄성에 즉각반응한 수빈의 눈에 보인 건, 올이 나간 연정의 스타킹.


“아···올 나갔다. 어쩔 수 없지. 오빠 근처에 편의점 있어?”

“어어, 이 앞에 나가면 모퉁이 돌아서 바로야.”

“그럼 나 스타킹 좀 사올게.”

“오빠가 사다줄까?”


호의에도 연정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남자는 여자들 스타킹 컬러를 모른다며 금방 다녀오겠다고는 집을 나섰다.

홀로 방에 남은 수빈이 그제야 미소 짓던 얼굴 근육을 풀었다.


“하···힘들어 죽겠네.”


방금 전까지 연정을 대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 수빈이 머리를 쓸어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도 뭐···쟤가 있으니까 당분간 괜찮으니···.’


그 값이라고 생각하자.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는 수빈이 제 손가락에 끼워진 커플링을 내려다봤다.

얼마 안하는 값싼 커플링이 제 인생에 그렇게 도움이 된다며 키득거리는 순간.


“···어?”


수빈이 앉아있는 테이블 위로 인테리어 레일등이 덜컹하며 떨어져내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놀란 수빈이 어버버 거릴 즈음, 연정이 초인종을 눌렀다.

이내 표정이 험악해진 수빈이 성큼성큼 다가와 문을 열자.


“어? 오, 오빠? 왜 그래?”

“너···커플링 어쨋···!!”

“커플링? 이거? 이거 왜?”

“······?”


버젓이 손가락에 끼우고 있는 은색 커플링. 분명 제가 준 게 맞았다.

그 순간 수빈의 머릿 속이 정지된 것 같았고, 연정은 엉망이 된 집 안을 보며 헉 하고 비명을 질렀다.


“저게 뭐야!? 오빠, 무슨 일이야?! 안다쳤어?!”

“어···어어···.”


걱정스러운 연정의 물음에도 수빈은 채 표정관리를 하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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