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를 먹는 용의 주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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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줏단지
작품등록일 :
2024.07.29 17:43
최근연재일 :
2024.08.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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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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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저주 (4)

DUMMY

1950년대,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았던 시대임에도 조씨 집안 만큼은 예외였다.

대궐같은 집과 끊이지 않는 재화와 풍족한 먹거리. 그 중에서도 가장 귀한 것은 외동아들이었으니,

조현갑, 작년에 숨을 거둔 황춘봉의 남편이었다.


“아니, 혼인한지도 벌써 5년이나 되었건만, 어떻게 된 게 소식이 이렇게 없을 수가 있다니?!”


시어머니의 꾸중에 죄인처럼 입을 다문 여인은 춘봉이 아니었다.

현갑의 처는 몇 번이고 아이를 가지기 위해 노력했지만, 번번히 시간만 허비하기 일쑤니.

복장이 터지는 시부모님들은 결국 첩을 들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론 현갑 역시 이에 반대하진 않았다.


‘저 당시엔 첩이 있던 건 꽤 흔한 일이었으니까···.’


지금이야 경을 칠 일이라며 상간남녀로 고소를 해도 시원찮을 일이었지만, 그 시대의 풍토는 그러했다.

그리하여 조씨 집안의 대문을 넘는 또 한 사람의 여인이 등장했으니-


“여기가 앞으로 당신이 지낼 방이오.”

“감사해요. 서방님.”


나긋하고 꾀꼬리 같은 말투, 순식간에 집안 사람들을 휘어잡을 정도의 매력을 가진 여인, 첩이 바로 황춘봉이었다.

요행을 부리긴 커녕 처와도 허물없이 지내며 시부모에게도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 누가 첩이라고 무시를 할까?

마을 사람들도 춘봉을 첩으로 여기긴 커녕, 오히려 새 장가를 간 것마냥 현갑을 축하기까지 했다.


“저렇게 참하고 착한 아내가 또 어딨겠어?”

“처만 불쌍하게 됐네. 애첩이 안방으로 들어가는 건 얼마 안 걸리겠는데?”

“우리 내기라도 할까?”


저잣거리 구경이라도 난 듯 남의 집 안 일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통에 본처의 꼴만 우스웠다.

하지만 그녀 역시 춘봉을 나무라지 못 한 건,


“형님~ 아직 식전이시죠? 제가 반찬 좀 몰래 빼놨어요.”


외려 형님이라며 친근하게 다가오는데, 텃세를 부리자니 집안 사람들이 본처를 더 안좋게 볼 게 뻔 했다.

춘봉이 집으로 들어온 지 두 달도 되지 않았을 때.


“우욱···!”


그릇을 깨트리며 헛구역질을 하는 모습에 본처는 아연실색했더랬다.

임신이었다. 시부모도, 현갑도 그토록 바라던 임신.

애첩이 본처로 신분 상승하는 건 순식간의 일이었고, 그녀는 결국 시부모의 등살에 집에서 내쫓겨졌다.


“쯧, 쯧···애도 못낳더니 결국 쫓겨나는 군.”

“내가 내기에서 이긴 거지?”

“쳇, 그래도 더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본처는 그렇게 마을 사람들에게도 없던 사람처럼 기억에서 잊혀졌다.

그렇게 본처가 된 춘봉은 연달아 아들 둘과 딸을 낳으니 시부모도 귀한 며느리가 들어왔다며 예뻐하기 바빴다.

물론, 그 아이들이—


“절대로 들켜선 안됩니다.”

“아이고, 걱정마십시오.”


춘봉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걸 알았더라도 그리 예뻐 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황춘봉은 본래 조씨 집안이 터를 잡은 지역과 거리가 먼 곳에 살고 있었다.

그녀의 고향은 시골 깡촌으로 마을에 사람도 몇 없어서 먹거리 걱정만하고 살던 곳.


‘···여긴···.’


기억의 파편을 보던 지천의 눈에 들어온 지형은, 우물이 있는 바로 이 자리였다.

현갑에게 본처가 있듯, 춘봉에게도 남편이 있었다.

배운 것 하나 없이 나무만 캘 줄 알고 술에 취하면 춘봉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그런 남편.


“운 좋은 줄 알아! 히끅! 네 년 면상까지 못생겼으면 내가···끅, 끼고 살았을 줄 알아?”


자존심을 짓밟는 말을 서슴없이 하지만, 당시엔 지아비를 버리고 야반도주하는 이들은 적었다.

게다가 이미 그녀의 품에는 옹알이 하는 아이가 셋 씩이나 있잖은가.


“내가···얼굴만 괜찮다는 건가.”


아내인 제게 기대하는 게 고작 얼굴 뿐이라니. 그렇다면 늙어서 추해지면 버릴 건가···?

그 생각까지 미치자, 춘봉은 결심이 섰다.


‘도망가자.’


떠나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거야!

거지같은 남편 밑에서 사느니, 차라리 모든 과거를 버리고 다시 시작하면 돼!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을 보자니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남편이 말한 것처럼 미모 하나는 타고 났으니까-

춘봉의 발목을 잡는 건 오직 하나.


“으애애애앵~”

“아부부부···부아아.”

“꺄아아아-”

“······.”


제 속 아파서 낳은 핏덩이들. 하지만 이미 결심이 선 순간부터 춘봉에게 모성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싸늘한 눈으로 아이들을 내려다보던 그녀는 남편이 술에 깊게 잠든 밤.

몰래 집을 빠져나와 아이들을 하나씩, 하나씩···.


“너희도 나같은 부모 만나서 살바엔···차라리 다음 생에 부잣집에서 태어나는 게 좋을게야.”

“으애애애애!! 애애애애앵!!”

“나도 좀···사람 답게 살자! 제발 좀!”


말라버린 폐우물의 뚜껑을 닫고 사슬을 묶은 춘봉은 그 길로 남편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 마을을 떠났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바로 조씨 집안이 터를 잡은 마을.


‘여기라면 괜찮아.’


제 고향에서도 제법 떨어진 지역, 게다가 운명처럼 조씨 집안에서 첩을 들인다는 소문까지.

그토록 부유한 집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들어가야지.

모든 것이 춘봉을 위해 하늘이 돕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우리는 후사를 보고 싶구나.”

“걱정마세요. 어머니.”


까탈스러운 시부모에게도 인정을 받았지만 한 가지.

아무리 외모가 뛰어난들 이미 아이를 셋씩이나 낳아 망가질대로 망가진 몸이었다.

달거리를 하지 않은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터.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건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럼 사오면 돼.”


뛰어난 미모덕에 흠모하는 이들이 많으니 그 중에서도 의원을 골라 돈으로 매수했다.

갓난아이를 구해달라고, 그리 어려운 부탁은 아니었다.

당시엔 가난으로 인해 아이를 팔고 다른 집에서 키우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산파까지 매수해 세 아이를 데려와 자신이 낳은 것처럼 꾸몄다.


“조현갑이 어떤 사람인지 아시죠? 이미 당신들은 저와 한 배를 탄 겁니다.”


부잣집에서 모자람없이 자란 현갑은 성질이 사납고 자신이 당했다고 생각하면 배로 갚아주는 성정이었다.

그런 성정을 알기에 산파도, 의원도 차마 춘봉을 배신할 생각을 하지 못 했다.

아니, 애초에 그런 용기도 없을 돈만 필요한 이들로 매수한 거였으니까-


‘모든 게 계획대로야.’


새 출발은 너무나도 달콤했다.

시부모의 장단과 아이를 키우는 일은 거지같던 남편에게 매맞던 것보다는 훨씬 쉬운 일.

평생 평화롭고 행복한 나날만 남았다며 안도한 춘봉에게 현갑이 어느 날 한 가지 제안을 꺼냈다.


“우리도 이제 늙었으니 시골에서 집 짓고 사는 게 어떤가 임자.”

“하긴, 애들도 다들 독립했고, 우리 둘만 이렇게 대궐같은 집에서 사는 건 힘들죠.”


현갑의 장사수익은 상당히 좋았고, 아이들도 대성해서 곶간에 씨가 마를 일이 없었다.

풍족한 삶에 이제 시골에 내려가도 괜찮겠다 싶어 현갑의 의견에 찬성한 것 뿐인데.


“···어디···라고요?”


현갑이 집을 샀다는 곳은 다름 아닌 춘봉이 도망쳤던 그 마을이었다.


“마음에 쏙 드는 저택이 있어서 그걸 샀지. 이사 준비나 하자고.”


보지도 않은 집이 싫다고 떼를 쓸 수도 없고, 이제와서 과거를 들먹일 수도 없는 노릇.


‘살아 있으면 어떡하지···?’


모든 걸 버리고 도망친 그 마을에 아직도 전 남편이 살아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뿐이었다.

다행히도 하늘은 춘봉을 버리지 않았는지, 마을에 전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수소문해서 알아본 봐론 춘봉이 떠난 후 얼마 안가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만 전해졌다.


“어때? 괜찮지. 마을?”

“···네, 좋네요. 더할나위 없네요.”


동물에겐 귀소본능이 있다고 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존재라고 한들, 나이가 들수록 결국 태어난 곳으로 돌아온다고 하던가.


‘그래···어차피 내 과거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이미 세월이 많이 지난데다 폐우물은 여전히 사슬로 묶여있으니 더는 걱정할 게 없었다.

하지만, 마을로 돌아오고 난 이후부터 춘봉은 매일같이 악몽에 시달렸다.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는 아기들이 제 다리를 붙드는 거지같은 꿈—


“태아령이구먼.”

“···태아령···이라고?”


견디다 못한 춘봉이 결국 용하다는 점집을 찾아가 들은 점괘였다.

간혹 엄마 뱃속이든, 태어난지 얼마 안되어서든, 죽은 아기들이 구천을 떠돌며 부모를 붙잡는다는 이야기.


“근데, 이것들이 아주 독해. 이렇게 독한 태아령은 처음 봤어.”


어쩌면 이게 자네를 죽일지도 몰라. 보살의 말에 두려움이 앞섰다.

어떻게 찾은 행복인데, 끝까지 그 피붙이들 때문에 모든 걸 망칠 순 없다고 생각했다.

굿도 해보고 부적도 써보고 우물에 가서 상을 차리고 미안하다며 싹싹 빌었지만 소용 없었다.

악몽은 매일같이 춘봉을 옥죄었고, 현갑보다도 몸이 더 약해져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절대로···죽을 수 없어.’


삶에 대한 의지로 일어난 춘봉은 힘겹게 다른 무당을 찾았다.


“어디서 무덤냄새가 풀풀 난다 했더니만, 이 산송장은 또 뭐야.”

“···허억···허억···버, 법사님께서···이런 일을 전문으로 한다 듣고 왔는데···.”

“흥, 제대로 찾아오긴 했군. 죽을 날 앞두고 온 것 보니.”


살수무당, 저주와 비술에 능통하다는 무당을 찾아온 건 정말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법사는 그녀에게 한 가지 묘책을 일러줬는데,


“이는 자네 가족들이 대신 살을 맞는 거야. 그래도 살고 싶나?”

“······.”


춘봉은 덜덜 떨리는 입꼬리로 호선을 그렸다.


“살고···싶어요···!!”


어차피 제 친 자식들도 아닌데다가 현갑도 살만큼 살지 않았는가.

게다가 어차피 굶어죽을 아이들도 제 밑으로 데려와 평생을 먹여 살려줬다.

그렇다면 당연히 효도를 해야할 게 마땅했다.


‘나는 아직 더 살고 싶어!!’


그 욕망에 그 날, 춘봉은 모두가 잠든 밤. 기어코 법사가 일러준 비술을 실행에 옮겼다.


[엄마···왜 우릴 버렸어?]

[우리는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렸는데.]

[엄마가 우릴 찾지 않으면···우리가 찾아갈게.]

‘시끄러워!!’


제 아이들이 내는 것 같은 환청에도 춘봉은 비술만을 생각했다.

그리고, 효과가 있던건지 정말로 자신은 살아남았다.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수가···.’


어떻게 친자식도, 데려온 자식도 죽일 만큼 잔인할 수가 있지?

과거의 기억 속, 미친 사람 처럼 웃어제끼는 춘봉에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만! 정신 차리지 못하겠냐!?]

“헉!!”


그 기억 속에서 벗어난 건 제 어깨를 잡고 흔드는 흑운 덕이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어느 새 해가 지려 하고 있었다.


[대체 뭘하고 있기에 초만 그렇게 멀뚱이 쳐다보고 있느냐?! 난 너 혼이 빠져나가는 줄 알았다.]

“···저 아기들이 버려진 과거를 봤어요.”

[···뭐?]


하얗게 타오르던 촛불 역시 이내 예전처럼 색이 이리저리 바뀌며 타오르고 있었다.

흑운에게 방금 본 것들을 이야기하자, 가만히 듣던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선을 초로 향했다.


[과연 도사는 도사군. 그래.]

“무슨 말이에요?”

[내가 전에 말했지. 초는 저승과 이승을 잇는 눈 역할이라고?]


백도사가 남긴 초는 아무래도 영혼의 기억을 볼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했을 거라 설명했다.

그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갔다.


“이야···이거 진짜 신기한 초네.”


아무래도 불꽃 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달라지는 것 같았다.

빨강, 초록, 파랑, 하양, 노랑으로 총 다섯가지 색이 있으니 그마다 새로운 힘이 있을지도 모른다.

신기함에 초를 이리저리 훑고 있으니, 소임을 다했다는 듯 다시 팔찌로 변해 제 팔에 채워진다.


“그래도 덕분에 저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고, 그 저주를 황씨 할머니가 어떻게 피했는지도 알 것 같아요.”

[······.]

“···흑운? 내 말 듣고 있어요?”

[그래, 듣고 있다. 그럼 이제 그 할망구가 비방을 친 곳도 알겠군?]

“네.”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지천이 곧 포대기에 감긴 아기들에게 향했다.

아기들은 연신 울음만 터트리며 억울한 듯 미간을 찌푸렸는데,


“너희 마음이 어떤지 알았어. 그러니···기다려줄래?”


너희가 마음껏 활개칠 수 있게 내가 도와줄테니까

생각지도 못한 말에 아기들은 물론 흑운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저것들은 그냥 이제 무시하고 가면 돼. 우리야 저주만 먹으면···.]

“그래도 억울함은 풀어야죠. 그 비방만 찾아내서 끊어놓으면 이 애들이 다시 황씨 할머니를 찾아갈거고.”


그럼 그때 모든 고리가 풀어지는 거 아닌가요?

지천의 말에 흑운이 할 말을 잃고 그를 멍하니 바라봤다.


[이 녀석 백도사랑은 전혀 다른 인간이군.]


얼굴은 조금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상태로 영혼의 기억을 잃고,

거기다 핏줄이라고 한들, 백도사가 도술에 이용했던 초를 쓸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 했다.


[게다가 백도사라면···.]


아마 저 아기들을 강제로 성불시켰을 게 뻔했다.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어떻게 영혼이 인간을 해하냐며 저주 자체를 끊어놓을 올곧은 인간.

그 단호한 성정에 끌려 백도사에게 가르침을 받았지만, 지천은 전혀 달랐다.


[억울함을···푼다라.]


모든 초점은 인간과 영혼이 아니라 피해자이냐 아니냐를 생각하는 눈이었다.

그 모습이 제법 신선해서 흑운은 일단, 지천을 따라보기로 한다.


[이 녀석이 정말 제대로 날 용을 만들어 줄 재목일지 지켜봐야겠군.]


아직 힘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이상. 지금은 지천에게 협조하는 게 합당한 선택이라는 걸 알기에—


*


“몇 끼나 드신 거야?”

“양푼이로 네그릇이나 드셨어.”

“···하···진짜 재산이 문제가 아니라 맨날 참석하다가 우리만 죽어나는 거 아니야?”


불안함에 작은외삼촌과 큰외숙모가 중얼거렸다.

친척들은 이제 재산보다도 언제 자신들이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벌벌 떨었다.

게다가 할머니는 친척들 중 누가 죽고나면 몇 날 며칠을 걸신들린 사람처럼 밥만 찾았으니까-


“죽은 사람들이 먹을 걸 다 먹는 것 같잖아요. 양기 뽑아먹는것처럼.”

“할머니···진짜 미친 것 같아요.”


그럼에도 쉽사리 발을 떼지 못하는 건 모두들 춘봉이 가진 어마어마한 재산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을 무렵. 가장 상석에 지팡이를 집고 온 춘봉이 앉았다.


“다들 장례 치루느랴 고생했어···내 딸이 그렇게 갈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흑···.”


우는 모습이었지만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

다들 그저 황씨 대신 죽지 않기를 바라며 눈도 마주치지 않았으니까.

아무도 호응하지 않으니 황씨도 눈물을 거두고는 며느리를 시켜 접시를 내왔다.


“자, 식사들 하자꾸나. 내가 특별히 준비한 소고기란다. 다들···고생했으니 맛있게 먹으렴.”


이게 상을 치룬 집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일까?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다들 대꾸하지 않았다.

그리고 황씨는 젓가락을 들어 고기를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천천히 걸음을 옮긴 황씨가 멈춘 곳은 바로 유나의 자리.


“자, 우리 예쁜 손녀···할미가 주는 고기 먹으렴.”


정말 지천이 말한대로 황씨가 음식을 권유하니, 괜한 오싹함에 유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할머니 입맛이 없···.”

“먹어.”


그때 마주한 할머니의 눈빛은 산 사람 같지가 않았다.

식사자리가 마치 얼어붙은 것마냥 쎄한 기운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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