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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글
작품등록일 :
2024.08.0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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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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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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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과 현실

DUMMY

척! 사악-, 척! 사악-


삽이 움직일 때마다 무덤이 파헤쳐졌다.


“아이고”


허리를 간신이 펼친 한현의 입에선 앓는 소리가 연신 흘러나왔다.


“아씨, 개 힘드네.”


한현은 땀이 난 이마를 소매로 닦았다.

온몸이 쑤시고 배가 고팠지만, 다시 삽을 들어 땅을 팠다.


석- 석-


...


기계적으로 한참을 움직였을까.

한현의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조차 남지 않았다.


‘여기도 아닌가?’


그때였다.


탕!


쇠가 부딪히는 청명한 소리가 들렸다.

삽에서 난 소리였다.


한현은 삽질을 멈추었다.

조심스럽게 손으로 땅을 훑었다.


부스스-


흩어진 흙덩이 사이에 석관 하나가 나타났다.

매우 정교하게 조각된 장식들이 꾸며져 있는 대리석 석관이었다.


슥-


옷소매로 석관을 조심히 닦았다.

달빛에 비친 석관 귀퉁이에는 종교적 부조가 조각되어 있었고.

석관 뚜껑에는 금속으로 등각 된 글귀가 보였다.


“떴나!?”


글귀를 해석할 수 없었지만, 한현은 그 뜻은 알고 있었다.

[데빌슬레이어]에서 매번 보던 그림과 동일했으니.


“빛의 신도. 여기에 잠들다. 크흑.”


한현이 땅을 파헤치며 다닌 지만 벌써 삼 일째였다.


몇 번에 허탕 끝에 나온 당첨이었다.

현실이 된 게임은 고인물인 그에게도 쉽지만은 않았다.

단순 게임이라며 클릭 한 방에 끝날 일이 이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무덤을 찾는 일도.

삽으로 땅을 파는 일도.

모든 것이 클릭이 아닌 몸으로 해결해야 했다.


“시, 시체는 처음인데...”


석관을 찾았으니 이제 관 뚜껑을 열어야 했다.


하지만, 선뜻 손이 나가지 않았다.

그 속에서 무엇이 나올지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몇십 년도 더 된 관 뚜껑은 무겁고도 찐득했다.


한현은 공포 반 긴장 반인 상태로 무거운 관뚜껑을 힘껏 밀었다.

다행스럽게, 관뚜껑은 한현의 힘으로 움직였다.


드윽- 드드드- 드륵!


눈 깜빡할 시간이 흘렀을까.

열린 관 뚜껑 사이로 그가 살면서 맡아보지 못했던 비릿한 악취가 올라왔다.


“아욱, 윽!”


한현은 석관을 그대로 둔 채 급히 코를 막았다.

몸은 이미 무덤 밖으로 도망쳤지만, 눈은 여전히 석관 안을 주시하고 있었다.


작은 키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이를 보니, 생전에 시체의 주인이 그리 덩치 큰 사람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시체는 썩어 문드러져 살덩이와 뼈만 남아 있었다.

관 안에 물이 스며들었는지, 살덩이는 고인물에 젖어 있었고, 수십 마리의 구더기가 들러붙어 있었다.


한참을 들여다보니,

썩은 살덩이와 구더기 사이에서 달빛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은색 빛을 반사하는 작은 단검이었다.


‘드디어!’


한현은 빠르게 썩은 더미 사이에서 단검을 회수했다.

옷으로 썩은 물과 진흙 덩이들을 닦아냈다.

단검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가 찾던 그 물건이 맞았다.


공략에 따르면,

[약속된 성자의 단검]이라 불리는 단검이었다.


‘휴~, 이제야 숨통이 트이네.'


#


한현은 지난날을 돌이켜봤다.


이 단검을 얻기 위해서 며칠 밤낮을 샜던가.

다시 생각해 보니, 데빌슬레이어에서 깨어나고 총 3일이 지난 상태였다.


도시를 배회한 지 하루.

도시에서 나와 묘지를 찾기까지 하루.

그리고 지친 몸을 이끌고 무덤을 파헤치며 헤맨 지 하루가 지났다.


정말 험난한 여정이었다.

게임 화면으로 보던 모든 것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으니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리라.


처음엔 감동과 희열을 느꼈다.

매일 하던 게임이 실사화되었으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감동은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한현은 게임에서나 고인물이지 현실에선 그저 게임 폐인일 뿐.


게임은 게임, 현실은 현실이었다.


무엇보다, 사회적 지위가 최하층인 거지가 되었기에 NPC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게다가 세파에 찌든 중세인의 눈빛은 게임이나 하던 현대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사실 그 눈빛을 떠나서, 한현은 정신적으로 사람을 상대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진짜 인간 같은 NPC에게 선뜻 다가가는 건 더욱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한현은 이런저런 이유로 매번 하던 게임처럼, 데빌슬레이어 세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못했다.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한현은 빠르게 도시 생활을 손절했다.


이후, 한현은 [공작가의 비사] 퀘스트 진행을 선택했다.

목숨이 달린 일이기에 다른 걸 하기도 뭐했다.


일반적으로 이 퀘스트를 깨는 공식적인 공략은 3가지였다.


첫 번째 방법은 본 퀘스트 스토리에 따라, 지겹고 긴 대화와 선택지를 거쳐 가신들과 친척들을 이용해 악마에게 홀린 숙부를 몰아내는 것이다.

스토리상 악마에 사로잡힌 숙부는 사실 가족이 아닌, 악마가 만들어낸 가짜였다.

따라서 진짜 가문의 가신들과 친척들을 악마의 미몽에서 깨워 그를 몰아내면, 다시 공작의 후계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게임 공략을 알고 있다고 해도, 캐릭터의 성장 히스토리나 성격을 모르는 상태에서 가족과 친지들과의 대화를 통해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현재 한현의 상태로는 절대 불가능했다.

아무리 고인물인 한현이라도 세부적인 NPC의 히스토리와 가족 간의 관계는 알 수 없었다.


두 번째 방법은 숙부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아무도 모르게 암살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한현이 자주 사용해 왔고, 게임 내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무난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불알 두 쪽만 가진 현재 한현의 상태로는, 이 방법 역시 실행이 불가능했다.

또한, 특수한 능력 없이 암살을 시도하면 오히려 자신이 암살당할 위험이 더 컸다.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은 앞뒤 젤 거 없이 공작가로 들어가 무쌍을 찍는 방법이다.

캐릭터를 먼치킨으로 만들어 저택 내 살아있는 모든 것을 죽이는 방법이다.


이 방법 역시, 두 번째 방법과 마찬가지로 지금 한현으로써 절대 실현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더군다나 먼치킨이 될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시간 초과 트리거가 발생해 죽을 수도 있었다.


결국, 정석적인 공략 세 가지 모두 실행이 불가능했다.


‘역시, 다른 방법이 필요해.’


골치가 아팠지만, 한현은 계속 생각을 이어갔다.

어차피 공략을 만드는 게 그의 일이었으니, 너무 정석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었다.

게임이 아닌 현실이 되었으니, 게임 시스템에서 강제로 주어진 제약이나 한계를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아무리 무리한 공략 루트를 짜더라도 게임이 뻗거나 시스템이 꼬일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온갖 변칙적인 방법과 시스템 오류까지 모두 고려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조금 시간이 흐른 후, 한현은 마침내 새로운 공략을 떠올렸다.


“이게 되려나?”


확장팩 후반부와 추가 DLC를 연계하는 방법이었다.

게임이었다면 절대 불가능했겠지만, 현실이 된 지금은 가능할지도 몰랐다.


이 방법에는 [약속된 성자의 단검]이라는 아이템이 필요했다.


이 아이템만 손에 넣으면 어떻게든 [공작가의 비사] 퀘스트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현은 도시의 무서운? NPC들을 피해 대성당이 관리하는 묘지까지 달려온 것이다.


[약속된 성자의 단검]


이 아이템은 메인 스토리 극 후반에 등장하는 퀘스트 아이템이다.


한현의 머릿속 공략에 따르면, 이 아이템은 대성당이 관리하는 묘지에 묻힌 옛 성자와 함께 잠들어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물론, 대성당의 묘지를 찾아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이 세계관에서 도시 밖은 어디서든 몬스터가 튀어나올 수 있는 위험한 곳이었기에, 그 자체로 큰 모험이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생활화된 세상.

야생 동물이 몬스터인 세상.


한현은 알고 있는 모든 공략과 원칙들을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되새겼다.

죽지 않기 위해 그 원칙들을 철저히 지키며,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 했다.


현재 그를 지켜줄 원칙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도시에서 만든 길은 도로 경비대가 순찰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대성당의 권역은 몬스터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이다.


한현은 도로 경비대를 따라 도로를 통해 대성당의 묘지로 향했다.

묘지 또한 대성당의 권역이기에 도착만 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물론 그 경비대에게 몇 대 맞기도 했지만, 공략이 정확했는지, 아니면 운이 좋았는지 몬스터를 피해 무사히 묘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인가?”


허나, 산 넘어서 산이었다.

묘지에 도착한 한현은 모니터로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직접 마주하게 되었다.


그건 바로 수백 개의 봉분!


모니터에서 보던 몇십 개의 봉분이 실제로는 수백 개로 늘어나 있었다.

대충 세어본 것만 해도 백 개는 훌쩍 넘어 보였다.


“아씨, 해도 해도 너무하네.”


공략 상으로는 서남쪽 끝에 위치한 마지막 무덤에 성자가 묻혀 있다고 알고 있었지만, 수백 개의 무덤이 펼쳐진 묘지에서 서남쪽 끝을 정확히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한현은 깊은 한숨을 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묘지 입구 근처에 자그마한 막사를 발견했다.

막사 안으로 들어가 보니, 묘지를 관리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들이 놓여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걸 보니, 이미 오후가 깊어져 묘지기가 돌아올 가능성도 작아 보였다.


쾅!


한현은 막사 입구를 발로 차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삽과 곡괭이 같은 도구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고, 묘지기가 벗어둔 작업복도 눈에 들어왔다.


‘팬티 마렵네.’


한현은 입고 있던 누더기를 벗어 던지고, 작업복을 입었다.

거칠고 까슬한 작업복의 옷감이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다.


한현은 땅에 떨어진 삽을 집어 들고 막사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단검이 묻혀 있을 것 같은 무덤을 골라 파헤치기 시작했다.


삽! 삽! 삽!


게임이라면 몇 개 안 되는 무덤을 클릭 몇 번으로 쉽게 끝낼 일이었다.

하지만 현실이 된 이 게임에서는 클릭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직접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망할.’


밤새 무덤을 파면서 한현은 많은 생각에 잠겼다.

그가 알고 있던 공략과 현실 사이에는 분명히 괴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세상이 한현이 플레이하던 "데빌슬레이어"와 비슷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게임과 얼마나 일치할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성자의 무덤 위치조차 확실하지 않은 것처럼, 게임의 스토리, 퀘스트, 그리고 아이템 위치들이 현실이 된 지금과 동일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한현은 성자의 무덤은 찾아냈다.

그리고 눈앞에 있던 [약속된 성자의 단검]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두둥!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


실제로 들리는 효과음은 아니었지만,

고인물인 한현에게는 마치 효과음이 귓가에 스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두 손에는 썩은 냄새가 강하게 풍기는 은빛 단검이 꽉 쥐어져 있었다.


지금 한현에게는 진짜 효과음이 들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 새로운 세계에서 첫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아이템을 얻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약속된 성자의 단검]을 무덤에서 직접 손에 넣었다는 점이 더욱 의미 있었다.

이러한 점은 주요 사건이나 아이템 그리고 퀘스트가 현실적인 보정이 있더라도, 게임과 동일하게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래, 완전히 다르진 않다는 말이지.’


은빛 단검은 두 뺨 길이의 칼날과 한 손에 쥐면 딱 맞게 잡히는 손잡이로 이루어져 있었다.

칼날에는 정교하게 음각된 여인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고, 손잡이에는 알 수 없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물론 글귀의 언어는 모르지만, 글귀의 의미는 알고 있었다.


[약속된 그날]


아마, 이 의미가 맞을 것이다.

성자와 이 단검의 정확한 스토리나 배경은 게임에서도 밝혀지지 않아 한현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가 알고 있는 것은 이 단검이 성자가 신과의 약속을 통해 얻은 아이템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 단검은 전설 혹은 신급 아이템이라는 뜻이었다.


“에구구”


한현은 묘지기 막사에서 훔친 작업복 바지춤을 부여잡으며 무덤에서 빠져나왔다.


띠잉~


한현은 잠시 현기증을 느꼈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지 벌써 사흘째였다.

아니, 다시 생각해 보니 현실에서도 라면조차 먹지 못했으니, 나흘째가 맞았다.


한현은 부랴부랴 파헤쳐진 무덤을 대충 덮은 후, 단검을 품에 넣고 서둘러 도시로 향했다.

도시로 가야 구걸이라도 해서 뭐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한 번 가본 길이라 그런지, 도시로 향하는 길은 큰 어려움 없이 찾을 수 있었다.


터벅터벅 걷는 한현의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졌고, 눈꺼풀이 자꾸만 감겨왔다.


꾸벅- 꾸벅-


잠을 자지 않아서 그런지, 피곤함이 장난이 아니었다.


꼬르륵-


거기다 허기짐까지.


‘이거, 뒤지겠는데?’


피곤해 정신을 잃을 때까지 게임하곤 했지만, 이렇게 몸을 움직인 적은 없었다.

어쩌면 한현은 너무 편안한 세상에서 투정만 부리며 살아왔던 건지도 모르겠다.


‘야발 됐고.’


어쨌든, 지금 세상은 투정이 먹히지 않는 엄혹한 세상이었다.

다른 잡생각을 뒤로했다.

지금은 생존이 우선이었다.


한현이 잠깐 졸았는지 기절했는지 모를 상태로 걷고 있을 때, 도로 저 멀리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어렴풋이 느끼기에 말발굽 소리인 것 같았다.


두구두구두구


멀리서 들리는 말발굽 소리는 지축을 흔들었고, 대지에서 올라오는 반발력이 한현을 더욱 지치게 했다.


‘아씨, 어떤 놈들이?’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웠다.

도로 경비대 또한 뚜벅이라, 한현이 알기로는, 이 도로를 말 타고 다니는 놈들은 없었다.

가끔 성기사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지금 같은 저녁 시간에는 등장할 때가 아니었다.

그러면 저 말발굽 소리는 몬스터일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었다.


‘망할.’


가장 먼저 떠오른 몬스터는 듀라한이었다.


데빌슬레이어를 하면서 길에서 목 잘린 기사들이 날뛰는 걸 자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도로는 도시와 대성당이 관리하는 길이라서 듀라한 같은 악마형 몬스터가 등장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했다.


듀라한이 아니라면...‘혹시?’


그나마 생각나는 건 무작위 인카운터 몬스터였다.

이 몬스터들은 오리지널 시스템에선 나오지 않는 놈들이다.

오직 사용자 취향에 맞춘 모드(MOD)를 적용해야 나타나는 몬스터들이었다.


‘에이, 설마? 모드가 적용된 세상이라고?’


사실, 게임 시스템으로만 이 세상을 재단할 필요는 없었다.

정말로 이 시간에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현은 옷 속에 단검을 움켜쥐며 앞을 살폈다.


‘개 피곤하네.’


점점 말발굽 소리가 지척까지 다가왔다.

한현은 허기짐과 피곤함에 천근만근 몸을 도로 옆 작은 숲속으로 숨기고 앞을 내다보았다.


힘이 들었다.

이틀 밤낮을 자지 않고 움직였으니, 그의 몸은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졸면 안 되는데...’


의식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

더 이상 생각이란 걸 할 수 없었다.

눈꺼풀이 천근 같은 무게로 그를 눌렀다.


다그닥! 달그락!


수십 명의 말 탄 사람이 보였다.

멀리서 보니 모두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있는 것 같았다.


‘어라?’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한 줄기의 생각 이후로, 필름이 끊기듯 한현의 머릿속이 블랙아웃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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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동맹을 구하는 방법 (1) 24.08.27 30 1 13쪽
10 법과 질서를 위하여 24.08.26 37 1 13쪽
9 뜻밖에 등장 24.08.22 39 1 13쪽
8 리스폰, 끝없는 의심 24.08.21 38 1 12쪽
7 피의 연회장 24.08.20 37 1 12쪽
6 다시 만난 숙부 24.08.19 37 1 12쪽
5 경험치 그리고 퀘스트 24.08.15 47 1 13쪽
4 단검의 쓰임 24.08.14 48 2 14쪽
» 공략과 현실 24.08.13 54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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