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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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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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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오블레앙의 어둠 (2)

DUMMY

"멜빈, 남은 기사가 몇이라고?


한현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멜빈은 잠시 주저하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단장 비토레를 포함해 총 13명입니다."


멜빈의 말이 끝나자 한현은 무의식적으로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13명이라니... 이순신이냐?"


멜빈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이순신... 이요?"

"아니, 신경 쓰지 마."


한현은 피곤한 듯 고개를 저었다.


원래 붉은장미기사단의 기사 정원은 100명이었다.

스콰이어라 불리는 종자들을 포함한 수였다.

실제로 전장에 나갈 수 있을 만큼 완편된 기사의 수는 대략 50명에서 60명 정도였다.

이는 순수하게 전투에 참여할 기사들만을 계산한 수치였다.

병참 지원, 행정 업무, 기타 잡무를 맡는 병력을 모두 합치면,

붉은 장미 기사단의 총 병력 규모는 약 500명에 이른다.


오블레앙 지역의 전체 인구는 대략 10만 명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인구의 1~3%가 정식 군인으로 징집한다고 할 때, 다른 가문으로부터의 소집 명령 없이 오블레앙에서만 순수하게 모집할 수 있는 상비군은 최대 1,000명 남짓이었다.

이때 1,000명은 군가문 출신의 정통 군인들로 대대로 병역을 이어온 군인들이며, 각자 사비로 무장을 갖춘 이들이었다.


그런데, 공작가 상비군 규모의 절반을 차지하던 500여 명의 붉은장미기사단을 잃었으니, 이는 곧 공작군이 지닌 핵심 전력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단순히 숫자로 보자면 상비군의 절반이 사라진 셈이었지만, 이건 단순한 병력 손실로 말할 수 없었다.

그들이 지닌 전투 경험과 전통은 단순한 병력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한현의 원래 계획은 붉은장미기사단의 단장이나 주요 장교진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스무스하게 병력을 재정비하려 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이제 완전히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겨우 백여 명의 경비대를 무장시키는 것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그로 인해 공작가의 재정은 거의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그런데 이제는 500여 명의 붉은 장미기사단을 채우라고 하니, 이건 말 그대로 무리였다.


솔직한 심정으로 '나보고 어쩌라는 거지?' 하고 소리치고 싶었다.

이제 겨우 숨통이 트이는가 싶었는데, 마치 잠깐의 안도감 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스토리상 제국 내에서 황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7인의 선제후들은 서로 치고 박고 싸우고 있었다.

그들의 권력욕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각자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영지군을 강화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제대로 된 영지군을 유지하지 못하면 언제든 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었고, 심지어 영토 침략의 위협까지도 피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확장팩 스토리 중 제국 팩션에는 [황제 선출]이라는 퀘스트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혼란이 심화되면 게임의 공략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각 세력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치열한 권력 다툼 속에서 어떤 결말이 나올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망할...”



비가 내린 도시 오블레앙에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분주하던 발걸음과 소란스러웠던 소리들이 점차 사라지며, 도시는 고요한 적막 속으로 빠져들었다.

구불구불한 돌로 포장된 골목길 곳곳에는 빗물이 고여 있었고, 그 물웅덩이를 밟으며 걷는 두 명의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발걸음은 고요 속에서 작게 울려 퍼졌고, 비에 젖은 공기는 차갑고 습했다.


그림자 중 한 사람은 깊숙이 로브를 뒤집어써 얼굴이나 신체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 아래로 드러난 그의 호리호리한 체형이 눈에 띄었다.

그는 섬세한 움직임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어둠 속에서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 그의 곁에 서 있던 또 다른 인물은 긴 망토를 걸쳤지만, 그 아래로 풀 플레이트 갑옷이 묵직하게 빛나고 있었다.

덩치가 큰 이 사내는 묵직한 체구와 무겁게 울리는 발소리로 앞선 사람과는 대조적인 위압감을 풍겼다.


로브를 깊게 눌러쓴 남자는 흰 천으로 코와 입을 가린 채 앞장서서 걸었다.

발걸음이 돌길을 밟을 때마다, 주변에선 진득한 악취가 코를 찔렀지만, 신경 쓰지 않으려는 듯 무심하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벽을 따라 늘어선 주점에서는 정신이 나간 듯한 주정뱅이들의 고함소리가 들렸고, 골목 곳곳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쓰레기 더미와 썩어가는 음식물 찌꺼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런 혼란스러운 환경을 뒤로한 채, 그들은 도시 외곽에 자리한 낯선 건물 앞에 멈춰 섰다.

그 건물은 마치 한옥의 형태를 억지로 높여 올린 듯, 이질적인 모습으로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의 건축물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불안감을 자아냈다.


똑, 똑.


로브를 깊게 눌러쓴 남자는 건물 입구 앞에 멈춰서서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

빗소리가 주변을 감싸는 가운데, 두드리는 소리가 어둠 속에 고요하게 퍼져 나갔다.

하지만 안쪽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남자는 대답을 기다리며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시간이 마치 멈춘 듯 더디게 흘러갔고, 정적은 길어졌지만 그의 태도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다만, 비에 젖은 로브가 미세하게 흔들릴 뿐이었다.


잠시 후 문 너머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요?"


나지막한 노인의 목소리였다.

그 음성에는 경계와 피로가 묻어 있었다.


"천마불멸."


로브를 쓴 남자가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노인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뭐, 뭐요?"


"천마불멸."


남자가 다시 동일한 말을 반복하자, 노인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한 채 침묵했다.

차 한 잔을 마실 법한 긴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마침내 문 뒤에서 노인의 조심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천마... 영세."


노인의 대답이 끝나자, 로브를 쓴 남자는 차분히 응답했다.


"성화강림."


"만... 만마항복."


다시 한번 답을 주고받으며, 두 사람 사이의 긴장이 한층 더 고조되었다.


"교주영세."


"교도무쌍..."


총 세 번의 밀어를 주고받자, 마침내 낡은 건물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끼익―


건물 안에는 노인 한 명이 서 있었다.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듯 그의 등은 구부러졌고, 짙은 회색으로 변한 긴 수염과 머리카락이 그의 나이를 짐작케 했다.


그러나 외모와는 대조적으로 노인의 눈빛은 불길처럼 이글거렸다.

붉게 빛나는 안광은 마치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거칠고 강렬했으며, 그 열기는 문 밖에서도 뚜렷하게 느껴졌다.

노인은 로브를 쓴 남자를 바라보더니, 낮고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오시오."


오블레앙에는 어울리지 않는, 낯선 억양이었다.


노인의 말이 끝나자, 밖에 서 있던 두 남자는 말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노인은 앞장서서 테이블이 있는 공간으로 안내했다.


노인의 안내를 따라 조용히 자리에 앉은 로브를 깊게 쓴 남자는 이내 자신이 쓰고 있던 로브를 벗었다.


남자는 백금발을 단정하게 정리한 바싹 마른 체형의 사내, 바로 한현이었다.

그의 곁에는 육중한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흑기사가 함께하고 있었다.


노인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교에서 오셨소?"


그의 물음에는 약간의 경계가 서려 있었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한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묵묵히 노인의 시선을 마주했다.

이 노인은 한현이 사용하는 모드, [무림무공 100종 절예: 스킬 확장 모드]에 등장하는 사용자 정의 NPC였다.

무공을 스킬처럼 가르쳐 주는 것은 물론,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동료로도 함께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여타 다른 무공 모드에서는 단순히 일회용 스킬북을 통해 무공을 습득할 수 있었지만, 한현은 천마 콘셉트를 제대로 살리겠다고 스토리 퀘스트가 있는 이 모드를 선택했었다.


다행히도 한현은 해당 모드에서 제공되던 특이한 선택지 문장을 기억해내고 있었다.

그때 그 대사들을 정확히 떠올린 덕분에, 중요한 밀어를 주고받아야 하는 상황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작은 실수가 치명적일 수 있었다.


"내 물건을 찾으러 왔다."


한현이 무심하게 말했다. 그러자 노인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물건 말이오?"


한현은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을 그대로 이어갔다.


"내가 말했었지. 본좌는 결..."


그 순간, 노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한현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노인은 마치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내듯 한현의 대사를 함께 말했다.


"... 결코 죽지 않는다. 서쪽으로 가서 본좌의 부활을 준비하라. 달도 별도 모두 사라진 진정한 붉은 어둠이 내릴 때, 다시금 이 땅에 강림하여 내 물건을 찾으러 오리라. 혼을 이어받아 그 뜻을 땅에 새기고, 진정한 불은...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리라."


노인은 온몸을 덜덜 떨었다.

12대 호법장로 흑마 천우, 그는 교주를 기다린 지 어언 50년이었다.

그 긴 세월 동안, 그의 나이는 어느덧 망백(91세)을 넘어 있었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하염없이 기다려왔던가.

천우가 이 낯선 서토 땅에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비겁한 배신자들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은 교주를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교주는 죽기 직전, 그에게 마지막 밀명과 의발을 남겼었다.


천우는 그 밀명을 따르기 위해 먼 길을 떠나, 이곳에 도착했다.

교주가 부활하여 자신을 찾아올 그날을 기약하며, 동양의 상징인 태극이 그려진 높은 건물을 지어놓고 수십 년을 기다렸다.


이 건물 태극루는 교주를 위해 준비한 성역이자, 교주의 귀환을 염원하는 상징이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곳에서 천우는 희망과 절망을 오가며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러나 세월은 그의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마저 갉아먹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이제는 그마저도 반쯤 포기한 채 생을 마감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마지막 명령을,

오직 자신만이 들었던 그 말을,

한현이 똑같이 내뱉는 순간,

천우의 시간은 멈춰 섰다.


교주가 돌아왔음을 직감했다.

마치 죽은 자가 다시 살아 돌아온 것처럼,

그의 가슴속에 깊이 잠들어 있던 희망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천우의 심장은 요동쳤고,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맺혔다.

50년을 기다려 온 교주가 드디어 돌아온 것이다.


"제자 천우, 존귀하신 교주님을 뵙습니다."


천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마치고, 그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곧 두 무릎을 완전히 꿇고,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깊게 머리를 조아리며 오체투지를 올렸다.


50년간 기다려 온 교주의 귀환 앞에서 천우의 몸은 경건함과 감격으로 떨렸다.

그의 가슴속에선 오랜 세월 쌓인 절망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눈물이 주름진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감정이 한순간에 터져 나오는 듯했다.


‘이게... 되네?’


한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웠다.


사실 태극루를 어떻게 얻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터였다.

그러나 생각보다 쉽게, 대사 몇 마디로 목적을 이룬 것에 조금 어리둥절했다.

이렇게 간단하게 얻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태극루를 손에 넣었으니, 이제 더 이상 복잡한 영지 상황에 얽매일 필요는 없었다.

답이 보이지 않는 현 상황은 조반니와 에밀레에게 맡기고, 자신은 더 중요한 과업에 집중해야 했다.


바로 자신의 능력을 강화하는 것.


어차피 군사적인 문제는 조반니에게, 재정적 문제는 에밀레에게 이미 맡겨둔 상태였다.

비록 공자의 기억을 이어받았다고는 하지만, 현실에서 오랫동안 백수로 지내온 한현이 갑자기 군사적, 행정적 문제를 능숙하게 해결할 수는 없었다.


지금 한현에게 필요한 것은 영지를 관리하거나 전장에서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본 캐릭터의 힘을 키우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어떤 선택보다도 확실한 방법을 택했다.

바로 [무림무공 100종 절예: 스킬 확장 모드]를 얻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한현이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 물건은 보관하고 있지?"


천우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 경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떤 물건이신지요. 원하시는 물건이 있다면, 누구든 죽여서라도 찾아 대령하겠습니다."


천우의 눈빛에는 깊은 충성심과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교주를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따를 준비가 되어 있는 듯했다.


한현은 천우를 바라보며 차분히 생각했다.

더 이상 돌려 말할 필요가 없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야 겠다고.


“천우, 너 무공 뭐 알고 있냐?”


천우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듯 대답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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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블레앙의 어둠 (2) 24.09.04 2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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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동맹을 구하는 방법(4) 24.09.02 34 1 12쪽
13 동맹을 구하는 방법 (3) 24.08.30 31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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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동맹을 구하는 방법 (1) 24.08.27 30 1 13쪽
10 법과 질서를 위하여 24.08.26 38 1 13쪽
9 뜻밖에 등장 24.08.22 40 1 13쪽
8 리스폰, 끝없는 의심 24.08.21 39 1 12쪽
7 피의 연회장 24.08.20 37 1 12쪽
6 다시 만난 숙부 24.08.19 3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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