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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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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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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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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을 구하는 방법 (1)

DUMMY

10대 팩션 세력 중 하나인 [끝나지 않는 제국]에는 일곱 명의 선제후가 존재한다.

이들은 황제를 선출할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었다.


황제의 권력이 강할 때는 단순히 거수기 역할에 그치지만, 황제의 권력이 약해지거나 정통성이 부족할 경우에는 직접 황제를 옹립할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오블레앙 공작 위는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3대 선제후 중 하나였다.

[버려진 귀족]이 죽으면 오블레앙 공작 위는 공석이 되며, 플레이어는 작위 계승 퀘스트를 통해 공석이 된 공작 위를 획득할 수 있다.


반면, [버려진 귀족]을 살리는 스토리로 진행할 경우, 공작 위를 얻지는 못하지만 오블레앙과 확고한 동맹을 맺을 수 있다.

보통 공략 측면에서는 오블레앙의 공작 위를 직접 계승하기보다는, 확고한 동맹을 맺는 것이 더 많은 이점을 제공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한현에게는 직접 몸을 움직여 경험치를 쌓기보다는 작위를 계승하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이었다.

이는 “고인물 공략”과 “주입된 기억”을 결합해 도출한 최종 결론이었다.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한현은 멜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멜빈은 신기하게도 누군가 대저택에 침입하면, 집무실에서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손님? 어떻게 알았지?”


멜빈은 대답 없이 웃으며 뾰족한 이빨을 드러냈다.

그의 서늘한 치아를 보자, 한현은 멜빈이 뱀파이어 종족임을 떠올렸다.


[데빌슬레이어]의 뱀파이어는 특이한 종족이었다.

이들은 일반 인류의 한 종족으로 분류될 수도 있고, 악마 종족의 일원으로 간주할 수도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이들이 확고한 진영이 없는 것을 두고 '박쥐'라고 조롱했지만, 정작 뱀파이어들은 스스로를 박쥐라 여기는 데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뱀파이어는 영지형 몬스터였다.

한 명의 뱀파이어 영주가 터를 잡으면 그곳에 뱀파이어 기사, 구울, 숙주 같은 하위 몬스터들이 스폰되었다.


뱀파이어 영주는 악마종 등급에서 장군급의 힘을 지녔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자기 영지를 떠날 수 없었다.


아마도 멜빈은 이 대저택을 자신의 영지로 삼은 뱀파이어인 듯했다.

거기에 특별한 이유로 공작의 집사 역할을 맡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멜빈, 다른 인간 하인은 구할 수 없나?”


“원하신다면, 저희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한현은 멜빈이 말한 ‘저희’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았다.

아마도 지하 연회장에서 시체를 닦고 있던 그 하인들을 의미하는 것일 터였다.


한현은 뱀파이어의 부하들이 자신의 대저택을 돌아다니게 하고 싶지 않았다.

멜빈이 아무리 복종적인 자세를 취한다고 해도, 뱀파이어는 여전히 뱀파이어일 뿐이었다.


사실 흑기사가 없었다면, 그는 이미 이곳에서 도망쳤을 것이다.


“됐어. 일단, 옛날 사용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봐 줘.”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손님을 모셔 와.”


“알겠습니다.”


멜빈은 가볍게 목례한 뒤 집무실에서 나갔다.

잠시 후, 그는 허름한 옷을 입은 한 소녀를 데리고 다시 집무실로 들어왔다.


“저기...”


멜빈이 집무실로 직접 사람을 데려온 것으로 보아, 이 소녀는 도시의 권력자나 유력자는 아닌 듯했다.

만약 어느 정도 급이 되는 유력자였다면, 손님을 맞이하는 응접실로 모셨을 테니 말이다.


꼼지락- 꼼지락-


16~18세 사이의 소녀는 주눅이 든 듯 양손을 꼼지락거리며 불안해했다.

멜빈은 그런 소녀에게 조용히 말했다.


“공자님께, 어서 말해보거라.”


“아... 저... 그게...,”


한현과 멜빈은 조용히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소녀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결국 약간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저, 저희 언니가, 이곳에 일하러 간다고 했는데, 도, 돌아오지 않아서요. 혹, 혹시 어디로 갔는지 아시나요?”


한현은 소녀의 얼굴을 보며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게임 속 퀘스트 중 하나였던 [돌아오지 않는 언니]가 떠올랐다.


그러나 단순히 퀘스트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딘가 이 소녀의 얼굴을 본 적이 있는 듯했다.


‘언제였지?’


멜빈이 옆에서 물었다.


“언니 이름이 지젤이었나?”


멜빈의 반응을 보니, 멜빈은 이 소녀의 언니를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네! 맞아요. 우리 언니 이름은 지젤이고, 제 이름은 리젤이에요!”


멜빈은 잠시 멈칫하더니, 한현의 귓가에 다가가 지젤이 누구였는지 조용히 속삭였다.

지젤은 한현이 숨겨진 통로를 무너뜨렸을 때, 제단 위에 묶여 있던 그 여자였다.


“이런...”


한현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소녀도 불안한 얼굴로 주위를 살폈고, 어느새 그녀의 눈망울에는 눈물이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언, 언니가 죽은 건가요?”


엄혹한 세상이었다.

누군가의 죽음이 흔해빠진 그런 세상.


한현은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맞다.”


그는 그녀에게 이 저택에서 일어난 끔찍한 진실을 모두 말해주었다.

악마들인 숙부가 너의 언니를 죽였으며, 그 숙부는 본인이 죽였노라고.


한참 동안 이야기를 들은 떨리는 눈으로 소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언니의 유해를 수습할 수 있을까요?”


한현은 대답 대신 멜빈을 바라보았다.

시체를 처리한 것은 멜빈의 부하들이었기 때문이다.


멜빈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네는 나를 따라오게.”


"네..."


소녀는 조용히 대답하고 멜빈을 따라 자리를 떴다.


한현은 그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게 맞는 걸까?’


자신이 알고 있던 [돌아오지 않는 언니] 퀘스트의 진행과는 너무나 다른 상황에 혼란스러워졌고, 이내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몇 분이 흐르고, 멜빈은 작은 반지 하나를 한현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은 [신앙의 물음]이라는 이름의 반지였다.


“방금 그 소녀가, 언니의 유해를 돌려준 것에 대한 답례로 이걸 주었습니다.”


한현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사실 한현은 멜빈이 그 유해들을 따로 챙겼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뱀파이어들이 악마 하수인 놈들의 시체들을 치울 때, 당연히 함께 처리했을 거로 생각했기에, 멜빈이 별도로 관리했을 거라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아마 그들은 시체를 따로 보관해 둔 모양이다.


‘제기랄,’


한현은 속으로 뱀파이어를 저주하며 혼란스러운 상황을 되새겼다.

뱀파이어들이 그 시체들을 이 대저택 어딘가에 숨겨두고, 그 피를 쪽쪽 빨아먹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 생각에 몸서리치며 결심했다.

이들을 하루라도 빨리 저택 밖으로 몰아내든지, 아니면 완전히 자신의 손아귀 안에 넣어야 한다고.


한현은 멜빈의 꼴 보기 싫은 얼굴을 외면하고, 손에 든 반지를 내려다보았다.


게임에서도 언니는 이 대저택에서 실종되었고, 그 사실을 소녀에게 알려주면 보답으로 받는 아이템이 바로 이 반지였다.

이 [신앙의 물음] 반지는 악마종 몬스터가 접근할 때 떨림으로 경고하는 유용한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이 반지를 받아 든 한현는, 퀘스트와 현실이 묘하게 뒤섞인 듯한 이질감에 빠져들었다.


[돌아오지 않는 언니] 퀘스트는 단순히 실종된 언니를 찾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작가에 악마가 존재한다는 중요한 설정을 플레이어에게 암시하기 위한 목적이 담긴 퀘스트라고 할 수 있다.

이 퀘스트를 통해 플레이어는 공작가가 단순한 귀족 가문이 아니라, 그 이면에 더 깊고 어두운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이후 이어지는 [공작가의 비사] 퀘스트는 그 비밀을 파헤치는 주요 스토리라인이 되며, 공작가의 악마와의 연결고리를 밝혀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지를 손에 쥔 한현은, 게임 속 이야기와 현재 상황이 어딘가 점점 맞물리는 듯한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하...”


한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퀘스트 공략 순서를 바꾸자, 현실 속 사건들도 뒤죽박죽으로 변해버렸다.

게임 속에서 익숙했던 진행 방식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었다.


모든 사건이 연쇄적으로 변해가는 이 상황에서, 그는 더 이상 단순히 게임 공략에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그의 선택에 따라 예측 불가능하게 변하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던 공략조차 하나하나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모든 것이 예측 불가능하게 변해가는 상황에서, 그는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임을 깨달았다.

지금으로선 그를 도와 빠르고 효과적으로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줄 사람들, 즉 신뢰할 수 있는 세력이 절실히 필요했다.


단순히 공작 위를 얻는 것만으로는 이 복잡한 상황을 해결할 수 없었다.

한현 자신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할 물리력이 필요했으며, 절대로 악마에게 홀리지 않을 강인한 수행원들도 필수적이었다.

또한, [데빌슬레이어]에서는 동맹률이라는 개념이 있었기에, 동맹에게 일정 수준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배신할 가능성도 있었다.

따라서 배신하지 않을 충성스러운 사람들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다.


이러한 요건들을 종합해 볼 때, 지금으로서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세력은 한 곳이었다.


#


오를레앙의 경비대장, 조반니 푸아테리는 요즘 신경성 위장염에 시달리고 있었다.


“대장님, 카타콤 수도원장님께서 찾으십니다.”


“뭐? 원장이?”


“네.”


“제기랄, 들어오라고 해라.”


깊은 수도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골목길에서 마주쳤다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음습한 인상이었지만, 그가 수도원장임을 알고는 일단 참았다.


“무슨 일인가?”


“크흠, 푸아테리경, 여신의 축복을—”


“원장, 바쁘니 빨리 요점만 말하시오”


수도원장은 한참 동안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흠, 흠, 카타콤이 심상치 않소.”


“왜? 시체들이라도 일어났나?”


“어, 어떻게 알았소?”


수도원장이 동그랗게 뜬 눈으로 놀라자, 조반니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진짜인가?”


“진실이오. 지금 수도자들도 3층 이하의 카타콤에는 내려가지 못하고 있소.”


“원래 좀비도 나오고 그랬잖소?”


“아니요! 감히, 여신의 카타콤에서 좀비라니! 이건 심각한 문제란 말이오!”


“젠장맞을...”


조반니도 최근 발생한 이상 징후에 대해 알고 있었다.

몇몇 도시의 유력자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현재 오블레앙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가 알고 있고 예상되는 바로는 이 모든 것이 공작가와 연관이 있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공작가를 조사할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도시의 기본적인 치안 문제는 경비대가 맡아 해결할 수 있지만, 카타콤과 같은 이상 증후들은 경비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문제는 오블레앙 공작가가 나서서 기사단을 파견하거나 용병을 고용해 처리해야 할 사안이었다.


오블레앙에는 두 개의 기사단이 있었다.

붉은장미기사단은 외적을 막는 역할을 맡고, 백장미기사단은 내적 문제를 처리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는 백장미기사단이 파견되어 문제를 해결해야 했지만, 문제는 백장미기사단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는 점이었다.


공작이란 자도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니, 현재로서는 조반니가 적절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상태였다.


“푸아테리, 자네가 나서줄 수 없는가?”


“일단 당장은 힘들어.”


“하지만 카타콤의 그 많은 시체가 일어나면 어떻게 될지 알지 않는가!”


“원장, 지금 그 일 외에도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고.”


수도원장도 조반니의 사정을 이해한 듯 말했다.


“혹시, 사람들이 실종된 일 때문인가?”


“원장, 지금은 일단 돌아가시오. 가까운 시일 내에 내가 직접 처리하리다.”


“큼, 경이 그렇게 말한다면 믿겠소. 하지만 근시일 안에 해결되지 않으면, 대성당에 요청할 터이니. 그리 아시오.”


쾅!


조반니는 책상을 부셔뜨릴 듯이 내려치며 말했다.


“아니, 이봐! 장난하는 건가? 여긴 오블레앙이야. 오블레앙! 공작가 도시 오블레앙! 감히 여기에 외세를 들여놓겠다고 말하다니!”


불같이 화를 내는 경비대장의 분노에 수도원장은 찔끔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큼, 큼, 그러면 대장이 빨리 처리를 해주리라 믿겠소.”


수도원장은 조반니가 더 화를 내기 전에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조반니는 눈썹에 깊은 주름이 생길 정도로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지금 상황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도시 전체에서 실종된 사람만 수백 명이고, 하층민 구역은 사람이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로 험해졌다.


게다가 이런 일을 수사해야 할 '나비기사단'인가 뭔가 하는 놈들은 중앙 시장에서 패악질이나 부리더니 요즘에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경비대만으로는 이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끼잉—


“대장님!”


“뭐야? 또?”


“공작가에서 찾는다고 합니다.”


“공작가?”


“네, 공작께서 대장님을 찾는다고 합니다.”


“뭐? 그 사람, 살아는 있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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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오블레앙의 어둠 (3) 24.09.05 23 1 13쪽
16 오블레앙의 어둠 (2) 24.09.04 28 1 13쪽
15 오블레앙의 어둠 (1) 24.09.03 31 1 13쪽
14 동맹을 구하는 방법(4) 24.09.02 35 1 12쪽
13 동맹을 구하는 방법 (3) 24.08.30 31 1 18쪽
12 동맹을 구하는 방법 (2) 24.08.28 34 1 13쪽
» 동맹을 구하는 방법 (1) 24.08.27 31 1 13쪽
10 법과 질서를 위하여 24.08.26 38 1 13쪽
9 뜻밖에 등장 24.08.22 40 1 13쪽
8 리스폰, 끝없는 의심 24.08.21 39 1 12쪽
7 피의 연회장 24.08.20 37 1 12쪽
6 다시 만난 숙부 24.08.19 38 1 12쪽
5 경험치 그리고 퀘스트 24.08.15 48 1 13쪽
4 단검의 쓰임 24.08.14 49 2 14쪽
3 공략과 현실 24.08.13 54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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