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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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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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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레앙의 어둠 (4)

DUMMY

원하든 원하지 않던, 다음 퀘스트는 [죽지 못한 자들의 무덤]으로 결정되었다.

이 퀘스트는 도시 오블레앙의 메인 퀘스트로, 궁극적인 목표는 카타콤의 깊숙한 어둠 아래 숨어 있는 지하던전에서 태어난 악마를 처치하는 것이다.


숨겨진 보스방에서 얻은 흑기사와 흑마 천우 그리고 붉은장미기사단이라면, 던전 보스인 악마를 쓰러뜨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악마와의 전투가 아니라, 그곳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카타콤과 지하던전으로 내려가는 그 길은 생각보다 훨씬 길고 험난했다.


한현이 처음 발을 들인 지하수로에서 대저택으로 통하는 길은 외길이었다.

그 통로는 본래 대저택에서 흘러나오는 오수를 처리하기 위해 기능적으로 설계되어 단순하다.


하지만 카타콤과 지하던전은 전혀 다른 목적을 지닌 공간이다.

그곳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오래된 죽음이 깃든 무덤이며, 길을 알 수 없는 미로였다.


카타콤은 그 이름 그대로, 죽은 자들의 무덤이었다.

대성당의 성스러운 묘지에 묻히지 못한 신도들이 그들의 마지막 안식처로 선택한 곳이 바로 이 도시의 깊은 지하에 자리한 카타콤이었다.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블레앙이라, 이제는 단순한 신앙심만으로는 이곳에 묻히는 것이 불가능해졌고, 오직 믿음이 깊은 소수의 신도만의 특별한 장소였다.

그렇기에 도시의 많은 시민들이 어떻게든 카타콤에 묻히기를 바랐고, 그러한 열망은 카타콤의 끝없는 확장을 불러왔다.


카타콤은 이제 단순한 납골당이 아니라, 거대한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거대한 지하 묘지로 변모해 있었다.

게임 내에서는 이 카타콤이 지하 9층까지 이어져 있고, 각 층은 옆으로도 확장되어 있었다.

그 길은 너무나 복잡하고 꼬불꼬불하여, 카타콤을 오랫동안 관리해 온 수사들조차 제대로 된 경로를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게다가 카타콤은 단순한 묘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지하 9층 아래에는 추가로 4층 규모의 지하던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던전은 단순히 묘지의 연장이 아닌, 악마 소환이라는 다른 목적을 품고 있는 공간이었다.


결국, 이곳을 정복하기 위해선 총 13층에 달하는 복잡하고 구불구불한 미로를 하나하나 청소하며 나아가야만 했다.


[죽지 못한 자들의 무덤] 퀘스트는 해결 방식에 따라 보상과 미션 성공도가 크게 달라졌다.

어떤 길을 택하느냐에 따라 플레이어의 명성, 보상, 그리고 카타콤의 운명이 달라졌으니, 그 선택이 퀘스트의 본질적인 핵심이라 할 수 있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잡몹과 층별 네임드 몬스터를 모두 무시하고 바로 지하 13층으로 내려가 최종 보스를 처치하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퀘스트는 해결되지만 얻는 보상이 적었다.

추가 퀘스트 경험치나 보상 아이템은 거의 없고, 정화되지 않은 카타콤과 지하던전에서는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출몰하게 된다.


단순 몬스터를 잡는 것으로 경험치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은 효율적이지 못했고, 결국 카타콤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도시에서의 평판 역시 좋지 않았다.


중간의 적당한 방법은 카타콤과 지하 던전을 적당히 청소하는 것이다.

각 층의 네임드 몬스터들만 잡으며 나아가, 마지막으로 최종 보스를 쓰러뜨리는 것이다.

이 방식은 추가 경험치와 적당한 보상을 얻을 수 있으며, 카타콤 9층까지는 몬스터들이 더 이상 출몰하지 않게 된다.

지하던전에서는 여전히 몬스터들이 나타나지만,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시간도 적당히 걸리고, 보상도 괜찮으며, 평판 역시 나쁘지 않다.

무난한 선택으로, 많은 이들이 이 방법을 선호했다.


가장 힘든 방법은 모든 층의 몬스터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처리하는 것이다.

카타콤의 9층과 그 아래 4층의 지하던전까지 완벽하게 정화하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퀘스트를 완료하면 카타콤이 지하던전까지 확장되고, 최고 수준의 평판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고된 일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 속에서 끊임없이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데는 무수한 시간이 걸렸고, 그 반복적인 전투는 점점 노가다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퀘스트를 준 NPC조차 플레이어가 너무 오래 걸린다며 짜증 섞인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을 견뎌내려면 웬만한 인내심으로는 부족했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여러 번 찾아온다.


어쨌든 [죽지 못한 자들의 무덤] 퀘스트는 본질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종의 노가다 퀘스트였다.

복잡한 카타콤과 지하던전을 하나하나 정화하는 과정에서 인내심을 시험받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끊임없는 반복적인 전투가 기다리고 있었다.


“주교, 재무 상태는 좀 어때?”


한현은 느긋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그의 눈빛은 기대에 가득 차 빛나고 있었다.


“네, 공작님. 현재 오블레앙의 재정 상태는...”

에밀레 주교는 침착한 태도로 보고를 이어갔다.


에밀레 주교는 단순히 유능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그 며칠 사이 그는 오블레앙의 재정 상황을 완벽히 장악했고, 옛 숙부의 재산을 포함해 권력의 중심에 있던 권신들의 재물을 모두 몰수했다.


그뿐만 아니라, 악마의 하수인이었던 나머지 귀족들의 재산까지도 단호하게 거둬들이며 오블레앙의 재정을 철저히 재편성했다.

그가 취한 조치의 속도와 효율성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었다.


확보한 재물의 양을 확인한 순간, 주변에 있던 이들의 감탄이 이어졌다.


“옛 공작가의 위상과 맞먹을 정도군요.”

한 사람이 낮게 중얼거렸다.


“역시 교주님, 아니, 공자님이십니다!”

다른 이는 존경이 담긴 목소리로 맞장구쳤으며.


“이 돈만 있었다면, 우리 기사단은 더 강해질 수 있었을 텐데...”

한편에서는 아쉬움을 담아 말하는 기사도 있었다.


다들 한마디씩 주고받는 와중, 한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미소를 지었다.


“봐, 내가 다 대비하고 있다고 했잖아.”


앞서 생각했던 [죽지 못한 자들의 무덤] 퀘스트 해결 방법들은 어디까지나 플레이어로서 선택했던 방식이었다.

혼자 또는 소수의 동료 NPC만을 데리고, 복잡한 13층짜리 던전을 헤쳐 나가야 했던 과거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한현은 창고에 가득 쌓인 재물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멜빈을 향해 말했다.


“용병 길드장을 불러.”


멜빈이 고개를 들고 되물었다.


“용병 길드... 말씀이십니까?”


“그래, 길드장 이름이 [바르그 원아이]였지? 아마, 맞을 거야.”


멜빈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플레이어로서 던전을 직접 공략할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공작으로서의 방식을 사용할 시간이었다.


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용병들을 소집해 대규모 작전을 펼치는 방식 말이다.


물론, 각 층의 네임드 몬스터와 최종 보스는 여전히 한현과 그의 기사단이 직접 상대해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 외의 수많은 일반 몬스터들은 이제 용병단의 몫이었다.

대규모로 소집된 용병들은 충분히 그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결국, 한현 본인이 이 퀘스트의 '주체'가 되는 셈이었다.


이제 더 이상 혼자서 던전을 헤매며 모든 몬스터를 일일이 상대할 필요는 없다.

이제 퀘스트를 주는 자가 되어, 그들에게 던전을 공략하게 만드는 것이다.

과거엔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하려 했지만, 지금은 공작이라는 위치에서 더 크고 강력한 수단을 활용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


“이봐, 그거 저쪽에다 두라고 했잖아!”

“야! 이 빡대가리야, 칼에 물 묻히지 말라고 했지? 녹슬 거라고!”

“이 돌대가리 새끼, 감자 거기 놓으면 다 썩는다고!”


평소 고요하던 수도원이 때아닌 소란으로 가득 찼다.


수도원의 작은 공원은 낮은 담벼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 공원의 한쪽에는 오래된 카타콤으로 통하는 입구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 입구 앞에는 다양한 장비를 착용한 수많은 사람들이 어수선하게 모여 있었다.


그중에는 온몸을 단단히 무장한 이들도 있었고, 반대로 칼 한 자루만 허리에 차고 와 준비가 부족해 보이는 이들까지 있었다.


카타콤 입구 근처, 구석진 공터에는 눈에 띄는 하얀색 전쟁용 지휘 텐트가 서 있었다.

텐트는 단단한 기둥과 두꺼운 천으로 견고하게 만들어졌고, 소란 속에서도 그 안은 묘하게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텐트 안에는 곰치호 가죽이 깔린 침대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 한현이 웃통을 벗은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백금빛 머리카락이 텐트 속 희미한 불빛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고, 그의 표정은 고요했지만, 미세하게 찌푸린 이마에는 결단력과 집중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한현의 입술이 미세하게 달싹였다.


“모든 장애와 번뇌에서 벗어나, 순수함을 유지하고 내외의 조화를···”


긴 구결이 끝나갈 무렵, 귓가에 두둥! 하고 익숙한 알림음이 울리는 듯했다.

마치 게임 속에서 새로운 능력이 활성화될 때 들리던 그 소리였다.


'상태창.'


마음속으로 상태창을 떠올리자, 눈앞에 투명한 화면이 펼쳐졌다.


[역근세수경]

- 근골을 청정하게 하여 신체를 강화합니다.

- 몸과 마음을 청정한 상태로 유지합니다.


“감축드립니다, 교주님.”

천우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공자라 불러.”

한현이 차분히 정정했다.


“아, 감축드립니다, 공자님.”


천우가 알려준 [역근세수경]의 구결을 외우자, 스킬창에 해당 스킬이 생성되었다.

스킬이 활성화되자 한현의 몸에는 미세한 변화가 생겼고, 천우는 그 미세한 변화를 귀신같이 감지했다.

구결을 몇 번 더 외우는 동안, 스탯의 상태가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레벨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체력, 정신력, 그리고 힘의 수치가 소폭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스킬 효과만 생각한다면, [금강부동심법]을 익히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었다.

방어력과 정신력을 안정시키는 데 있어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스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현은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나중에 배울 [천마신공]과의 조화를 고려했을 때, [역근세수경]이 더 적합한 선택이었다.

게다가 지금처럼 레벨을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스탯을 직접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는 스킬은 [역근세수경]이 가장 이상적이었다.


직접적인 힘의 증가와 체력, 정신력의 균형 잡힌 향상을 고려할 때, 이 스킬만큼 효율적인 것은 없었다.


“공자님, 원하신다면 제 [소수마공]도 전수해 드리겠습니다.”


천우의 눈빛은 진지했다.

흑마 천우는 마도와 불도 무공의 극한에 도달한 대종사로, 그가 익힌 무공은 그야말로 전설에 가까웠다.

[수림72예], [소수마공], [구음백골조] 등 권법과 지법, 체술에 달인인 그는 맨손 전투에 무적의 존재였다.


하지만 한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됐어. 지금, 다른 무공을 더 늘리는 건 좋지 않아.”


원한다면 언제든 무공을 배울 순 있지만, 한현은 여러 무공을 천천히 배울 생각은 없었다.

지금의 목표는 빠르게 강해지는 것이었다.

전투가 임박한 상황에서 시간을 들여 무공을 익히는 건 효율적이지 않았다.

필요한 무공만을 빠르게 습득해 즉각적인 힘을 발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스탯창에 생성된 스킬은 일정한 숙련도 작업을 통해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

특히, 지금처럼 스킬을 제공하는 NPC에게 직접적으로 배울 경우, 해당 스킬은 [훈련 버프]를 받게 된다.

이 버프는 스킬 숙련도를 빠르게 올려주는 일종의 혜택이었다.

그래서 게임에서는 [훈련 버프]를 받으려면 NPC가 돈을 요구하고, 일정 숙련도가 채워지면 나머지는 스스로 익히도록 버프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런 제한이 사라진 상태였다.

원하는 만큼 스킬을 배울 수 있었고, 충분히 숙련시킬 버프도 계속 받을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었다.

NPC에게서 여러 스킬을 동시에 배울 경우, 그 버프 효과가 반감되는 것이다.

즉, 하나의 스킬에 집중해 완전히 숙련도를 높인 뒤에, 다음 스킬로 넘어가야만 버프 효과를 온전히 받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공작님, 용병들이 모두 준비를 마쳤습니다.”


천막 밖에서 굵고 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현은 짧게 대답했다.


“알았다. 곧 나가지.”


한현은 천우의 도움을 받아 하나씩 플레이트 갑옷을 차려입었다.

갑옷의 무게가 몸을 단단히 감싸는 느낌이 들었고, 그는 곧장 천막 밖으로 나섰다.


천막 밖에는 한눈에 봐도 거칠고 인상적인 남자가 서 있었다.

날카로운 눈빛을 지녔지만, 한쪽 눈은 깊게 파인 상처로 가려져 있었다.

그 남자는 오블레앙의 용병 길드장이자 전장의 베테랑, [바르그 원아이]였다.


바르그는 한현을 보자마자 예를 갖추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몸짓에서는 오랜 전투 경험이 묻어났고, 그 존재감은 주변에 있던 용병들까지도 묵직하게 압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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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블레앙의 어둠 (4) 24.09.10 21 1 13쪽
17 오블레앙의 어둠 (3) 24.09.05 23 1 13쪽
16 오블레앙의 어둠 (2) 24.09.04 27 1 13쪽
15 오블레앙의 어둠 (1) 24.09.03 30 1 13쪽
14 동맹을 구하는 방법(4) 24.09.02 34 1 12쪽
13 동맹을 구하는 방법 (3) 24.08.30 30 1 18쪽
12 동맹을 구하는 방법 (2) 24.08.28 34 1 13쪽
11 동맹을 구하는 방법 (1) 24.08.27 30 1 13쪽
10 법과 질서를 위하여 24.08.26 38 1 13쪽
9 뜻밖에 등장 24.08.22 39 1 13쪽
8 리스폰, 끝없는 의심 24.08.21 39 1 12쪽
7 피의 연회장 24.08.20 37 1 12쪽
6 다시 만난 숙부 24.08.19 38 1 12쪽
5 경험치 그리고 퀘스트 24.08.15 47 1 13쪽
4 단검의 쓰임 24.08.14 48 2 14쪽
3 공략과 현실 24.08.13 54 1 15쪽
2 익숙함의 발견 24.08.12 69 1 12쪽
1 그곳으로 +1 24.08.08 10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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