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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0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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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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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질서를 위하여

DUMMY

한현의 눈이 크게 떠졌다.


태극루는 [데빌슬레이어] 세계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물이었다.

도시 외곽에 위치한 이 건물은 마치 고층으로 억지로 세운 한옥처럼 보였다.

건물의 상층부 벽에는 태극기 모양의 문양이 특징적으로 새겨져 있었다.


이 태극루라는 이름의, 이 건물은 원래 게임 스토리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사용자 모드를 적용해야만 생성되는 특별한 장소였다.

이 모드는 오리지널 [데빌슬레이어]에는 없는 무공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무협충을 위한 콘셉트 모드였다.


일명, [무림무공 100종 절예: 스킬 확장 모드]였다.


한현은 찌릿한 두통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허, 도대체 어디까지···”


이 모드는 한현이 동양에서 온 힘을 숨긴 천마 콘셉트를 적용하기 위해 설치한 모드였다.

이 모드는 안정성이 높은 스킬 확장 모드였으며, 오리지널 시스템이나 다른 모드들과의 충돌이 적었다.

그래서 사용하지 않더라도 굳이 삭제하지 않고 그냥 남겨두었던 모드였다.


달그락- 달그락-


한현은 점점 멀어지는 태극루를 바라보며, 현재의 일을 마치면 서둘러 태극루를 수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골든 스테이트 코치] 대마차가 도시오블레앙을 벗어났다.

오블레앙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요새이자 도시였다.

거대한 성벽은 수 세기 동안 수많은 전쟁을 막아내며, 오블레앙의 위엄과 권력을 상징해 왔다.


“공자님, 이제부터 빠르게 달리겠습니다. 창문을 닫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알겠다.”


턱!


마부의 말에 따라 창문을 닫았다.

구보로 걷던 기마대도 어느새 달리기 시작했다.


대성당으로 향하는 길은 한현이 이전에 걷던 길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금빛으로 물든 넓은 들판과 떠오르는 붉은 태양빛에 감싸인 계곡은 오블레앙 지역의 장엄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이곳은 대자연의 광활함과 대곡창의 웅장함이 조화를 이루며, 오블레앙이 왜 [데빌슬레이어]에서 풍유와 질서의 중심지로 불리는지를 보여주는 장소였다.

한현이 보고 있는 풍경은 단순히 생존을 위해 몬스터를 경계하며 두리번거리던 길과는 완전히 달랐다.

한때 그가 지나왔던 위험하고 난처한 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권위가 도사리고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한현은 마차에서 내렸다.


그의 앞에는 고딕 양식의 뾰족한 첨탑들이 하늘을 향해 웅장하게 솟아오른 대성당, [기억의 사원]이 있었다.

이 대성당은 섬세하게 조각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들로 장식되어 있었으며, 그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신비로운 무늬를 바닥과 벽에 드리우고 있었다.

대성당의 외벽은 검은색과 회색의 석재로 견고하게 쌓여 있었고, 벽면을 따라 난 정교한 조각들은 오랜 세월 동안 그 자태를 유지해 온 듯했다.

성당의 중앙에는 거대한 장미창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여신의 모습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었다.

대문 위에는 수많은 신화적 장면이 부조로 표현되어, 이곳이 단순한 예배 장소를 넘어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기록하는 성스러운 공간임을 알리고 있었다.

대성당 앞의 계단은 여러 세대를 거치며 다듬어진 것처럼 매끈했고, 계단을 오르며 느껴지는 무게감은 이곳이 얼마나 오랜 역사를 간직해왔는지를 상기시켰다.

대성당 정문에서 마차까지 이어진 긴 길에는 붉은색 카펫이 깔려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오블레앙을 상징하는 하얀색과 붉은 장미 잎들이 수놓아져 있었다.


한현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의 뒤에는 흉갑과 예식 정복을 갖춘 경비대가 따르고 있었다.

대성당 앞 광장에는 도시에서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한현과 경비대를 비롯한 십여 명의 행진을 지켜보고 있었다.


행진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도시의 일반 시민들과는 달리, 화려한 장식과 귀한 옷으로 치장한 예식 정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만 보아도, 이들이 귀족이거나 한 지방의 권력자들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강한 열망, 질투, 시기 등 복잡하고 불쾌한 감정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한현과 그의 일행을 주시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듯한 경계심과 동시에, 그들이 누리고 있는 권력을 탐내는 듯한 갈망이 느껴졌다.

이들의 표정은 겉으로는 차분해 보였지만, 내면에 감춰진 역겨운 감정이 표면 위로 떠 오를 듯이 일렁이고 있었다.


‘쯧,’


한현은 찝찝한 느낌을 떨쳐내려 하며 천천히 대성당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뒤를 따르는 무리와 함께 대성당의 거대한 문턱을 넘어서자, 무언가 중요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현과 그 무리가 대성당 안으로 완전히 들어섰을 때, 대성당의 대문인 [그레이트 도어]가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알리듯 무겁게 닫혔다.


쿵!-


대성당 내부는 전체적으로 어둠에 잠겨 있었으며, 성당 중앙과 그 뒤편의 제대만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에 의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빛과 어둠이 극명하게 대비되며, 신성한 공간의 웅장함이 더욱 강조되었다.


한현은 중앙으로 향하는 긴 복도를 따라 걸으며, 그 양옆에 나열된 신도석을 지나갔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하얗고 노란 긴 복장을 한 어린 시동들이 그의 앞길에 성수를 뿌리며 그를 맞이했다.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조용히 나타난 사제들은 한현에게 금빛으로 장식된 풍성한 예복과 긴 망토를 자연스럽게 입혀주었다.

마치 이 순간을 위해 준비된 의식처럼,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한현은 별다른 내색 없이, 예복이 입혀지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걸어 중앙에 놓인 거대한 황금색 옥좌에 다가가 앉았다.

그가 옥좌에 앉자마자, 이층에서 성가대의 장엄한 음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라아! 샤-”

“아-아-


뜻을 알 수 없는 성스러운 의례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단상 뒤에 있던 대주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제대에 놓여 있던 긴 지팡이를 집어 들고, 한현에게 다가왔다.

대주교는 성호를 그리며 지팡이를 한현에게 건네며 말했다.


“진정, 여신과 함께하겠습니까?”


한현은 대주교를 잠시 쳐다보았다. 대주교의 동공은 확장되어 있었고,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끄덕


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주교에게서 지팡이, [여신의 왕홀]을 받아 왼손에 들었다.


한현이 순순히 지팡이를 받자, 대주교는 약간 흥분한 듯 깊은숨을 내쉬며 뒤편의 제단으로 돌아갔다.

이내 붉은 보석이 박힌 [대공의 보검]을 들고 돌아온 대주교는 한현에게 보검을 건넸다.


한현은 아무런 말 없이 오른손으로 보검을 받아서 들었다.

왼손에는 [여신의 왕홀]을, 오른손에는 [대공의 보검]을 들고 있는 한현을 본 대주교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제대 앞 단상으로 올라갔다.


그 순간, 주변에 있던 사제들이 다가와 앉아 있던 한현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척!-


대주교는 양손을 번쩍 들어 좌중을 둘러보며 외쳤다.


“이 앞에 있는 여신의 종이 오블레앙의 적법한 후계자이자, 오블레앙의 수호자임을 선포하노라!”


대주교의 외침이 울려 퍼지자마자, 신도석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외치기 시작했다.


“예스! 마이 로드!”

“오! 마이 로드!”


귀족들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대주교는 뒤편 제대에 놓인 왕관을 들고 내려왔다. 그의 옆에는 주교 한 명이 도자기를 하나 들고 따라왔다.


한현은 그들이 가까워지자, 주변 사제들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가 무릎을 꿇자, 도자기를 든 주교는 한현의 머리 위에 성유를 붓기 시작했다.


성유가 머리에서 어깨, 등으로 흘러내렸다.

성유 부음이 끝나자마자, 이층의 성가대에서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다.


“의심할 여지 없는 빛의 인도자가 오블레앙에 있음을 선포하노라!-”

“의심할 여지 없는 빛의 인도자가 오블레앙에 있음을 선포하노라!-”


성가대의 합창 같은 외침이 끝나자, 신도석 주변에 있던 귀족들이 다시 한번 일제히 일어나 외쳤다.


“왕이시어 우리를 구원하소서!”

“신이시여, 왕을 구원하소서!”

“오블레앙의 영광을!”

“신이시여, 수호자를 구원하소서!”

“왕이시여, 만수무강하소서!”

“왕이시여, 우릴 구원하소서!”


한현의 머리 위로 [디 오블레앙 왕관]이 씌워졌다.

그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일어나 대중을 향해 돌아섰다.


반짝!


그 순간, 성당 천장에서 강렬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빛은 한현의 머리 위에 있는 왕관을 비추었고, 그 반사된 빛은 성당 내부 구석구석을 환하게 밝혔다.


#


연회장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피의 재단이 되었던 지하와는 달리, 일층에 마련된 이 연회장은 오블레앙 공작가의 대관 업무를 수행하는 집무실 역할을 하는 장소였다.

화려한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벽에는 황금빛 장식들이 반짝였다.


귀족들은 오랜만에 공개된 연회장에서 공작이 된 한현의 모습을 주목하고 있었다.

모든 시선이 한현의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되어 있었고, 모두가 그의 첫 번째 공식 명령을 기대하고 있는 듯했다.


한현의 시선이 경비대장 [조반니 푸아테리]에게로 향했다.

한현의 시선을 따라 그를 지켜보던 집사장 멜빈이 외쳤다.


“경비대장은 앞으로 나오시오.”


경비대장은 마치 자신이 불릴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듯, 한현 앞으로 나아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스릉-


한현은 대관식에서 사용했던 [대공의 보검]을 꺼내 들고, 경비대장의 양 어깨를 가볍게 치며 말했다.


“경비대장 조반니 푸아테리의 오블레앙을 지키는 충성심과 용맹함을 높이 평가하며, 이 자리에서 새로운 임무를 부여한다.”


순간 모든 귀족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조반니 푸아테리, 당신을 백장미기사단의 단장으로 임명한다.”


“아...”

“이, 이런...”

“아니...”


주변 귀족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오블레앙의 정통 기사단은 두 개였다.

하나는 붉은장미기사단, 다른 하나는 백장미기사단이었다.


현재 붉은장미기사단은 몬스터 토벌을 명목으로 전선에 나가 있고, 백장미기사단은 숙부의 견제를 받아 유명무실해진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반쯤 해체된 백장미기사단의 단장을 임명한다는 것은, 곧 백장미기사단을 재창설한다는 뜻이었다.


다만, 현 도시 경비대장이 기사단장으로 영전하는 것은 다소 급이 떨어지는 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주변 귀족들 사이에서 불만이 생길 수 있었다.


그러나 숙부를 수행하던 붉은 나비 기사단은 한현의 흑기사를 통해 제거된 상태였기에, 그를 위한 근위 기사단을 신속히 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조반니는 주변의 탄식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릎을 꿇은 채 말했다.


"영광입니다, 각하."


멜빈은 준비해 둔 롱소드를 양손에 들고 조반니에게 다가갔다.

조반니는 신중히 그 검을 받아 들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조반니의 얼굴에 결연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귀족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한현은 차분히 조반니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라."


조반니의 목소리는 굳건하고 확고했으며, 주변의 모든 귀족이 들을 수 있을 만큼 분명했다.


"각하, 대역죄인을 고발하고자 합니다."


“대역죄인이라니. 누구인가?"


조반니는 한현이 내려준 롱소드를 들고 침착하게 귀족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적법한 후계자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악한 무리를 끌어들여 공작의 자리를 참칭하려 한 대역죄인이 있습니다. 그 자는 바로 대법관 [게오프리 다르켄]입니다. 그는 더러운 악마들과 결탁해 온갖 사특한 짓을 저지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오블레앙을 어둠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연회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은 듯 조용해졌다.

대법관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주변 귀족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한현은 잠시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말했다.


"대법관, 당신에게 변명의 기회를 주겠다. 무슨 할 말이 있는가?"


한현의 냉정한 물음에, 대법관의 입술이 떨렸다.

그는 자신이 잘 짜여진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떻게든 이곳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각하, 저는... 아니, 그것은 오해입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그러나 한현의 눈빛에는 변명을 들을 필요조차 없다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


한현은 조반니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 죄인을 즉시 처단하라!”


조반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현의 명령에 따라 대법관에게 다가갔다.

조반니의 눈빛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이, 이게 무슨 짓인가!”


대법관이 외쳤지만, 조반니는 흔들림 없이 롱소드를 내리쳤다.


"법과 질서를 위하여!"


서겅-


그 순간, 대법관의 목이 단칼에 떨어졌다.


툭-, 대굴 대굴...


연회장은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귀족들은 한현의 명령과 조반니의 행동을 지켜보며 깨달았다.

오블레앙에 새로운 질서와 혼돈이 태어날 준비를 마쳤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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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오블레앙의 어둠 (5) 24.09.10 18 1 12쪽
18 오블레앙의 어둠 (4) 24.09.10 20 1 13쪽
17 오블레앙의 어둠 (3) 24.09.05 22 1 13쪽
16 오블레앙의 어둠 (2) 24.09.04 27 1 13쪽
15 오블레앙의 어둠 (1) 24.09.03 30 1 13쪽
14 동맹을 구하는 방법(4) 24.09.02 34 1 12쪽
13 동맹을 구하는 방법 (3) 24.08.30 30 1 18쪽
12 동맹을 구하는 방법 (2) 24.08.28 33 1 13쪽
11 동맹을 구하는 방법 (1) 24.08.27 30 1 13쪽
» 법과 질서를 위하여 24.08.26 38 1 13쪽
9 뜻밖에 등장 24.08.22 39 1 13쪽
8 리스폰, 끝없는 의심 24.08.21 38 1 12쪽
7 피의 연회장 24.08.20 37 1 12쪽
6 다시 만난 숙부 24.08.19 38 1 12쪽
5 경험치 그리고 퀘스트 24.08.15 47 1 13쪽
4 단검의 쓰임 24.08.14 48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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