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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0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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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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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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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을 구하는 방법 (3)

DUMMY

스륵—


한현은 시종이 조심스럽게 놓고 나간 편지를 펼쳐 보았다.

편지의 글귀는 차분하지만, 무게감이 느껴졌다.


[“친애하는 에드워드 조드 디 오블레앙 공자님께,

...

당신의 뜻에 따라 여신의 종으로서 종사하겠습니다.

...

대주교 벨라타르 모르가니스”]


현재 에드워드 공자의 사회적 지위는 그리 안정적이지 않았다.

오랜 시간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갑작스레 다시 나타난 공자라는 정도의 인식만 있었을 뿐, 그를 지지해 줄 강력한 세력이나 명문가가 전무했다.


한현은 외롭게 홀로 서 있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주입된 기억 속에서도 공작 위에 대한 명분과 정통성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며 지지해 줄 강력한 뒷배가 없었기에, 그의 위치는 불안정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성당의 종교적 지지를 얻기로 결심했었다.

그 결과로 받은 것이 바로 이 편지였다.


직- 직-


한현은 앞으로의 일정과 준비 목록이 정리된 서류철을 펼쳐보며 차분히 검토했다.

서류철 안의 페이지 중 ‘대성당’이라고 적혀 있던 목록을 확인한 후, 그 부분을 과감히 지워버렸다.


제목이 <계승식>이라고 작성된 목록을 살펴보니, 그 안의 리스트들은 이미 모두 두 줄씩 잉크로 빗금이 그어져 있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나타내는 표시였다.


“계승식 준비는 이걸로 끝이야.”


다음 목록을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대저택>이라는 제목이 붙은 목록들이었다.


오블레앙 공작가의 대저택에는 몇 가지 숨겨진 아이템들이 있었다.

이 아이템들을 얻기 위해서는 보통 게임 중반에 공작가 관련 퀘스트를 완수하거나, 후반부에 공작가와 확고한 동맹 관계를 맺어야 했다.


만약 아무런 준비 없이 단순히 공작가에 들렀다가 도둑으로 낙인찍히며 공작가와 적대 관계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한현은 공작가의 정식 후계자로 인정받은 상태였다.

이는 그가 공작가의 대저택에 있는 아이템들을 언제든지 원할 때 자유롭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도둑으로 몰릴 위험도, 적대 관계가 설정될 염려도 없었다.


“공작님, 준비되었습니다.”


멜빈에게 사전에 요청했던 사항들이 준비된 모양이었다.


“그래, 가자.”


한현은 멜빈과 함께 대저택의 중앙계단으로 향했다.

웅장한 중앙 홀과 위층을 연결하는 계단의 벽면에는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그들은 벽에 걸려 있는 대형 판화를 바라보며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멜빈은 한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그림을 내리면 되겠습니까?"


멜빈이 가리킨 것은 금색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대형 액자였다.

그 안에는 붉은 망토를 두르고 장미 문양의 갑옷을 입은 기사가 드래곤을 사냥하는 장면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었다.

판화는 마치 전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 그 자체로 강력한 아우라를 발산하고 있었다.


한현은 잠시 그림을 응시한 후, 대답했다.


“혹시 이 그림의 연원을 알고 있어?”


“이 그림은 오블레앙 초대 공작님께서 붉은 용 카르바록스를 죽이는 장면을 당대의 유명한 예술가가 그린 것입니다.”


한현은 잠시 그 말을 곱씹었다.

드래곤을 잡는 다라, 고인물인 그조차도 게임의 최종장에 가서 풀업 상태로 겨우 잡을 수 있었던 드래곤을 공작이 쓰러뜨렸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 내려라.”


한현의 지시에 따라 멜빈은 주변에 대기하던 하인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하인들은 준비해 둔 사다리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올라가 그림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그림은 예상보다 훨씬 커서, 대여섯 명이 동시에 들어야 겨우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무게였다.

게임 속에서라면 클릭 한 번으로 쉽게 끝날 일이었겠지만, 현실에서는 이처럼 힘든 과정이 필요했다.


그림이 마침내 벽에서 분리되었을 때, 하인들은 숨을 고르며 빈 벽면을 바라보았다.


“어?”

“뭐야?”


멜빈은 하인들의 소란을 진정시켰다.


“조용!”


그림이 내려진 자리에는 가로세로 50cm 정도 되는 크기의 금고가 드러나 있었다.

금고는 매우 단단해 보였으며, 중앙에는 손자국 모양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한현은 잠시 주저했지만, 곧 결단을 내리고 손을 그 손자국에 대었다.


순간, 따끔한 통증이 손바닥을 찌르고 지나갔다.

마치 모기에게 물린 것 같은 아픈 느낌이었지만, 이를 개의치 않고 손을 그대로 유지했다.


곧 그의 손바닥에서 흘러나온 피가 금고의 손자국 문양 전체를 서서히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딸깍—


피로 완전히 붉게 물들자, 금고의 장치가 작동하며 문이 천천히 열렸다.


끼잉—


숨을 고르며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곳에는 한 권의 책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책의 겉표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죽으로 덮여 있었고, 무겁고도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책장을 넘기자, 안에는 빽빽하게 적힌 글씨들이 나타났다.

오래된 글씨체로 적힌 내용은 바로 해석하기 어려워 보였다.


“혹시 이 책에 대해 아는 게 있어?”


멜빈은 책을 잠시 바라보더니, 신중하게 대답했다.


"책 내용을 봐야 알겠지만, 겉으로 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죽의 재질도 특이하고, 이렇게 오래된 책이라면 어떤 비밀이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멜빈에게 책의 연원을 묻긴 했지만,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이 책은 게임에서도 사용법만 나와 있을 뿐, 그 연원이나 기원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던 것이 기억났다.


한현은 다음으로 대저택의 최상층 테라스로 향했다.

이 테라스는 옥상 지붕과 연결된 구조로, 앞쪽으로는 잘 가꿔진 정원과 도시 오블레앙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마치 오블레앙의 모든 것을 내려다볼 수 있는 관망대처럼 느껴졌다.


테라스의 한쪽 구석에는 전체적으로, 돌로 만들어진 작은 기둥이 자리하고 있었다.

기둥 위에는 작은 접시 모양의 조형물이 올려져 있었는데, 얼핏 보면 단순한 장식품처럼 보였다.

이 조형물은 테라스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게임에서 한현이 이미 알고 있듯이, 이 조형물은 숨겨진 아이템을 얻기 위한 기믹을 포함하고 있었다.


한현은 품속에서 작은 페이퍼 나이프를 꺼냈다.


멜빈이 "조심하십쇼"라고 말했지만, 한현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페이퍼 나이프로 자신의 왼손바닥을 그었다.


주륵—


뜨거운 피가 천천히 흘러내려 조형물인 접시를 채웠다.

피가 어느 정도 차오르자, 접시에서 노란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서서히 강해지더니, 이내 접시 위에 새로운 물체가 나타났다.

그것은 페이퍼 나이프보다 한 치 정도 더 큰 단검이었다.


“허, 신기하군요.”


멜빈이 감탄하며 다가왔다.

그는 미리 준비해 둔 하얀 손수건으로 한현의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며 말했다.


“세지 못할 삶을 살면서, 더 이상 놀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놀랍군요. 공자님께서는 어떻게 이런 비밀들을 알고 계신 겁니까?”


멜빈의 목소리에는 작은 설렘과 경외심이 담겨 있었다.

한현은 멜빈의 미묘한 감정을 감지하며, 단검들을 품속에 조심스럽게 챙기면서 말했다.


"당신, 앞에 있는 이가 누군지 잊었어?"


멜빈은 한현의 말에 긴 어금니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웃지 마, 정들어.”


대저택에서 얻어야 할 숨겨진 아이템은 이제 모두 손에 넣었다.

비록 고급 아이템들이 몇 가지 더 남아있기는 했지만, 마법이나 희귀 아이템급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은 이 두 가지뿐이었다.


[데빌슬레이어]에서 아이템 등급은 일반, 고급, 마법, 희귀, 전설, 신의 순서로 나뉘는데, 마법 이상의 아이템은 등급의 우열을 쉽게 나누기 어려웠다.


각 아이템이 가진 고유의 특성과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만의 고유한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다.

특히 마법 이상의 아이템을 착용하면 전용 스킬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얻을 가치가 있었다.


이 게임에서 스킬을 배우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였다.

NPC에게 직접 배우거나, 책이나 주문서를 통해 배우는 방법, 그리고 아이템을 통해 배우는 방법이 있었다.


다양한 스킬을 보유하는 것은 게임을 수월하게 진행하는 데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마법 아이템을 얻을 기회가 생긴다면 반드시 확보해야 했다.


한현은 집무실로 돌아와 단검과 책을 책상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테라스에서 얻은 이 단검의 이름은 월영단검(Moonshadow Dagger)이었다.

이 단검은 두 가지 강력한 스킬을 제공했다.


[월광의 축복]과 [월광의 저주].


[월광의 축복]은 달이 밝게 빛나는 밤에 발동할 수 있는 스킬로, 단검이 달빛을 흡수하여 체력과 마나를 회복시켜 주는 능력이었다.

반면, [월광의 저주]는 달빛 아래에서 단검으로 적을 공격했을 때, 그 상처가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없게 만드는 능력이었다. 적에게 깊은 타격을 입히고 장기적으로 고통을 안겨주는 스킬이었다.

이 두 스킬은 모두 액티브 스킬로 분류되었으며, 월영단검을 착용한 상태에서만 발휘되었다.


겉표지에 아무것도 안 적혀 있는 책을 바라보았다.


이 책은 바로 붉은금서 (The Crimson Forbidden Codex)라 불리는 스펠북이었다.

붉은금서는 겉으로는 단순한 오래된 책처럼 보였지만, 한 번 읽으면 강력한 스킬을 가르쳐 주고는 즉시 사라지는 스펠북이었다.


이 책이 제공하는 스킬은 [피의 서약 (Blood Pact)]였다.

혈류량을 영구적으로 증가시켜, 전투 시 HP 회복을 가속하는 패시브 스킬로, 전투에서의 생존율을 크게 높여주는 능력이었다.

이 스킬은 전투 중에 매우 유용한 효과를 발휘했다.

체력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 적과 긴 전투에서도 버틸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고, 회복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어, 자원 관리 측면에서도 이득이었다.


붉은금서와 월영단검을 손에 넣으면서, 한현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비록 퀘스트의 진행 방식이 약간 달라질 수는 있어도, 필드에 분포된 숨겨진 아이템들은 여전히 공략대로 찾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좋아, 얼추 준비는 끝났어.”


#


대굴 대굴 ...


대법관 [게오프리 다르켄]의 수급이 유리처럼 투명한 연회장 바닥을 굴렀다.

도시의 최고 권력자의 목을 베어버린 그 끔찍한 광경에 연회장에 모인 귀족들은 숨을 삼키며, 공포와 충격에 휩싸인 채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이, 이게 무슨 무례요!"

"감히, 뭐 하는 거요!"


몇몇 제법 깜냥이 있는 귀족들이 용기를 내어 외쳤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공허하게 울렸다.


척! 척! 척!


연회장으로 들어온 흉갑으로 중무장한 경비대의 무시무시한 모습에 귀족들의 입술은 떨리며 굳어졌다.

차가운 금속이 내는 소음이 공간을 가득 채우자, 그들의 저항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하고 무력하게 사라져 버렸다.


경비대는 귀족들을 둥글게 에워싸며, 연회장의 모든 출구를 차단했다.

아무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그들의 단호한 태도에 연회장은 더욱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각하, 저희를 겁박하려는 겁니까?"


머리가 희끗희끗한 늙은 귀족 한 명이 앞서 나서며 묻는다.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두려움이 섞여 있었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떨림이 감돌았다.


“누구?”


옆에 있던 멜빈이 귀띔하여 주었다.


"세관장, 알드릭 벨몬트입니다."


"오! 당신이 세관장이었군."


알드릭 벨몬트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답했다.


"네, 각하. 그런데 지금 이게 무슨 일인지 묻지 않습니까?"


[알드릭 벨몬트]는 오블레앙의 조세를 걷는 직책을 맡고 있는 세관장으로, 그의 이름은 권력의 중심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아버지가 공작이던 시절까지는 충실한 관리로서 명성을 쌓았지만, 숙부의 권력을 등에 업고 대법관과 손잡은 이후로는 도시를 좌지우지하는 암중 세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눈빛은 연회장의 긴장감을 의식한 듯, 조심스럽지만 흔들림 없는 결의를 담고 있었다.


“잠시 기다려봐.”


“그게, 무슨...”


쾅!


닫혀 있던 연회장 문이 강제로 열리며, 그곳으로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당당하게 들어왔다.

갑옷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그들은 질서 정연하게 연회장을 가로질렀다.


"오! 구호기사단이다!"

"이보게, 여기 미친 공작이 있네!"

"우리 좀 살려주시게!"


귀족들은 기사단의 등장을 마치 구원의 손길처럼 반겼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희망이 스쳤고, 이 혼란이 곧 끝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기사단은 귀족들의 간절한 외침에 응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침묵을 지키며 연회장의 중앙으로 향했다.

귀족들은 그들이 구원자가 아닌, 이 혼란의 연장선임을 깨닫고서야 비로소 차가운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기사들의 행동은 명확했다.


쿵!


“빛의 인도자께 영광을!”


쿵!


“빛의 인도자께 영광을!”


구호기사들은 연회장 중앙에 도달하자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며 복종의 표를 했다.


저벅- 저벅-


연회장 밖에서 한 명의 주교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주교는 구호기사들이 깔아놓은 경로를 따라 중앙으로 걸어가, 그곳에 서 있는 한현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의 등장에 연회장의 공기는 한층 더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여신의 종이 빛의 인도자를 뵙습니다."


주교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경건했다.

연회장에 있는 이들 중 몇몇은 그를 알아보았다.

그는 바로 에밀레 주교, 이전에 대저택을 찾아왔던 인물이었다.


“그래, 찾았어?”


“네, 말씀드린 대로 대법관, 세관장, 자문관 등 여러 귀족의 자택에서 악마를 부르는 표식이 발견되었습니다.”


“역시...”


한현의 말이 끝나자, 연회장에 모인 귀족들은 순간적으로 침묵에 휩싸였다.

에밀레 주교가 한현의 곁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뜻을 표하자, 긴장감이 한층 더 짙어졌다.


그제야 귀족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몇몇 귀족들은 두려움에 낯빛이 흑색으로 변하며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들의 눈에는 공포와 절망이 서려 있었다.


반면, 다른 이들은 흥분과 긴장으로 얼굴이 상기되며 이 순간을 어떻게든 이용하려는 듯 보였다.

연회장은 이제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한순간에 폭발할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현은 위엄 있게 [대공의 보검]을 높이 치켜들며, 강렬한 목소리로 외쳤다.


"본 공자는 오늘 이 자리에서 선언한다. 악의 하수인들아, 이곳은 더 이상 너희들의 안식처가 아니다. 이 땅, 오블레앙에서 즉시 꺼져라! 조반니!"


조반니가 즉시 응답했다.


"예스, 마이로드!"


한현의 목소리가 연회장을 가득 채우며 명령을 내렸다.


"법과 질서를 집행하라!"


조반니는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충! 경비대! 집행하라!"


조반니의 외침과 동시에 경비대가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동작은 빠르고 단호했으며, 더 이상 연회장에서 허락된 혼란은 없었다.

귀족들은 점점 더 두려움에 사로잡히며, 그들의 운명이 곧 결정될 것임을 직감했다.


스릉!

스릉!


경비대는 마치 이전에 철저히 약속된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검을 치켜들었다.

그들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고, 이미 정해진 명령에 따라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귀족들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광경은, 그들이 여태껏 누려왔던 권력과 안전이 더 이상 보호받을 수 없다는 잔인한 현실을 강렬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귀족들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필사적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그들은 비무장 상태였다.


“으악!”

“살려줘!”


그러나 경비대는 철저했고, 무자비했다.

이미 그들은 누구를 제거해야 할지, 누구를 살려야 할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들의 칼날은 냉혹하게 타격을 가했고, 한 번 겨눈 목표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았다.

귀족들의 비명과 절규가 연회장을 가득 채웠지만, 그것은 더 이상 그들에게 어떤 의미도 없었다.

법과 질서가 집행되는 이 순간, 오블레앙의 권력 지형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하고 있었다.


“빛의 인도자를 수호하라!”


에밀레 주교는 명령을 내리며 구호기사단을 이끌어 한현의 주변을 철저히 지켰다.

불상사를 대비하려는 듯, 그들의 움직임은 빈틈없이 정교했다.


사실, 이렇게 대성당의 세력을 동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성당 세력은 여러 교단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빛의 여신 [루멘티아 교단]은 오블레앙의 기억의 사원과 구호기사단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오블레앙의 정식 종교로 인정받은 적은 없었다.

원래라면, 공작은 자신의 세력에 교단과 같은 외부 세력이 끼어드는 것을 극도로 꺼러했을 터.


그러나 한현은 공작 위 계승식을 정식으로 치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루멘티아 교단을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그들은 오블레앙에서 정식 종교로 인정받을 기회를 얻게 되었고, 한현을 도와주는 대가로 그들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물론, 루멘티아 교단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중에 하나는 계승식이었다.

이번 계승식은 단순히 작위를 계승하는 절차로 그치지 않았고, 식 자체를 왕의 대관식처럼 화려하게 승격시켰다.

이를 통해 공작의 권위를 더욱 확고히 할 뿐만 아니라, 루멘티아 교단과의 연대를 공식화했다.


거기다, 자신도 루멘티아 교단의 가르침을 받아들였으며, 그 결과 [빛의 인도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이는 단지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서, 교단이라는 강력한 지지를 확보하는 중요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오블레앙의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


연회장은 피비린내와 함께 섬뜩한 정적이 감돌았다.

이제 남아 있는 귀족들은 처음 삼분의 일에 불과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공포와 충격이 가득했지만, 동시에 살아남은 것에 대한 안도감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온몸을 피로 물들인 조반니가 말했다.


"각하, 역적의 무리는 모두 처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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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오블레앙의 어둠 (5) 24.09.10 18 1 12쪽
18 오블레앙의 어둠 (4) 24.09.10 21 1 13쪽
17 오블레앙의 어둠 (3) 24.09.05 23 1 13쪽
16 오블레앙의 어둠 (2) 24.09.04 27 1 13쪽
15 오블레앙의 어둠 (1) 24.09.03 30 1 13쪽
14 동맹을 구하는 방법(4) 24.09.02 34 1 12쪽
» 동맹을 구하는 방법 (3) 24.08.30 31 1 18쪽
12 동맹을 구하는 방법 (2) 24.08.28 34 1 13쪽
11 동맹을 구하는 방법 (1) 24.08.27 30 1 13쪽
10 법과 질서를 위하여 24.08.26 38 1 13쪽
9 뜻밖에 등장 24.08.22 39 1 13쪽
8 리스폰, 끝없는 의심 24.08.21 39 1 12쪽
7 피의 연회장 24.08.20 37 1 12쪽
6 다시 만난 숙부 24.08.19 38 1 12쪽
5 경험치 그리고 퀘스트 24.08.15 48 1 13쪽
4 단검의 쓰임 24.08.14 48 2 14쪽
3 공략과 현실 24.08.13 54 1 15쪽
2 익숙함의 발견 24.08.12 69 1 12쪽
1 그곳으로 +1 24.08.08 10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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