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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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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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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레앙의 어둠 (1)

DUMMY

스킬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액티브 스킬은 숙련도를 요구했고, 숙련도를 올리는 과정에서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었다.

이는 곧, 스킬 숙련을 통해 게임 초반에 비교적 안전하게 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였다.

물론, 레벨이 어느 정도 오르면 단순히 스킬 숙련만으로 얻는 경험치로는 레벨업이 어려워지겠지만, 초반에는 이 스킬들이 레벨을 올리는 중요한 경험치 원천이었다.

따라서 초반 스킬 숙련의 활용은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다만, 모든 액티브 스킬이 숙련도를 주는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흑기사를 테이밍할 수 있는 [약속된 성자의 단검]의 마법처럼, 숙련이 필요 없는 스킬도 존재했다.

이러한 스킬들은 사용만으로도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숙련도를 쌓아 경험치를 얻는 방식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초반 레벨링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혹시 이것도 되려나?’


한현은 잠시 고민하며 [약속된 성자의 단검]을 손에 쥔 채로, 스킬이 활성화되는지 확인했다.


[성령의 구원]

- 성령의 힘을 통해 악마를 계도합니다.


다행히도 [약속된 성자의 단검]을 손에 쥐었을 때, 스킬창에 해당 스킬이 나타났다.


[데빌슬레이어]는 불친절한 게임으로 악명 높았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라면 상태창에 표시된 스킬 이름만 보고는 어떤 스킬이 숙련이 필요한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고인물인 한현은 스킬의 이름만 보아도 그 세부 사항을 상태창의 설명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 덕분에 한현은 스킬의 특성을 이해하고, 숙련이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미리 판단할 수 있었다.


스킬도 생겼겠다.

이제 다음 진행 루트를 본격적으로 고민할 때였다.


현재 선택할 수 있는 퀘스트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카타콤 지하에 위치한 지하던전의 [죽지 못한 자들의 무덤] 퀘스트였고,

다른 하나는 대성당의 팩션 퀘스트인 [빛의 인도자]였다.


이 두 퀘스트 중 어느 것을 먼저 진행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죽지 못한 자들의 무덤] 퀘스트는 위험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퀘스트 자체는 단순하고 경험치 보상은 확실했다.

빠르게 레벨업을 하고 싶다면 이 퀘스트가 적합할 것이다.


반면, [빛의 인도자] 퀘스트는 상대적으로 위험은 적지만, 퀘스트 자체가 복잡하고 진행하는 동안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도 이 퀘스트는 성 성향의 팩션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오블레앙의 영향력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한쪽 길은 빠른 성장을 약속했고, 다른 쪽은 정치적 영향력을 보장했다.

개인적 성장을 넘어서 사회적 정의의 관점에서 보면, 한쪽은 곧 다가올 도시의 위협을 제거하는 길이었고, 다른 쪽은 평온한 안정을 추구하는 길이었다.


생각이 깊어지면서, 한현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에 빠졌다.


사실, 지금까지는 거창한 정의나 대의명분을 품고 퀘스트를 진행한 것은 아니었다.

게임이던 과거에는 그저 흥미와 재미를 위해 퀘스트를 진행했고, 방금 전까지는 생존과 안위를 위해 퀘스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데빌슬레이어]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에 뭔가 거창한 정의나 대의명분 같은 것이 생겼다.

처음으로 자신의 선택이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꿈꿔왔던 기회가 마침내 눈앞에 찾아온 것일 수도 있었다.

마치 무언가가 그의 등을 살짝 밀어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무엇을 해야 할까?’


과거에는 번듯한 직장 하나 없던 그가 이제는 대영지와 공작이라는 작위까지 얻게 되었다.

더군다나, 남들이 가지지 못한 미래 예지와 같은 공략법을 손에 쥐고 있다.

이 상황은 마치 정답지를 들고 시험을 치르라는 것과 같았다.


현대에서의 삶이 헬 난이도였다면, 이 세계의 배경이 조금 구리긴 해도, 한현에게는 이지모드나 다름없었다.

이제 가지고 있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빠르고 안전하게 목표에 도달할 방법만 찾으면 됐다.


결국, 원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빨리 레벨업해서, 최대한 안전하게 꿀을 빨자는 것.


“공작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멜빈이 상념에 깊이 빠져 있던 한현을 깨웠다.


“누구지?”


“붉은 장미기사단입니다.”


“붉은장미라...”


붉은장미기사단, 또는 적장미기사단은 오블레앙의 외부를 단속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 기사단은 한현의 숙부의 견제를 받아 오블레앙 동북부 전선에 배치된 상태였다.

그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가 무엇일지,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앞선 연회때, 한현은 경비대와 구호기사단을 동원하여 귀족들을 척살했었다.

사실, 귀족들을 처리하기에 경비대는 격과 능력이 부족했고, 구호기사단은 상황과 맞지 않는 생뚱맞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조반니를 통해 백장미기사단을 재건하려는 결심은 있었지만, 그의 경비대를 통으로 승격시킬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루멘티아 교단의 구호기사단을 움직이는 것은 한현에게도 상당한 도박이었다.


원래 귀족들을 정리하기 위해 한현이 진정으로 사용하려던 전력은 붉은장미기사단이었다.

붉은장미기사단의 수준이라면, 빙의된 악마나 예상치 못한 고레벨 NPC가 존재했더라도 쉽게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계승식을 앞두고 한현이 붉은장미기사단에게 도시로 집결하라는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움직이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경비대와 구호기사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한현은 이미 붉은장미기사단을 정리해야 할 하나의 적폐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붉은장미기사단이 찾아왔다는 소식은 의외였다.


“가자.”


한현은 응접실로 향했다.

다만, 붉은장미기사단의 방문이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다른 의도가 숨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 대비책으로 흑기사를 대동했다.


대외적으로 [빛의 인도자]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한현이 악마종인 흑기사를 드러내고 다니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날 때는 항상 흑기사를 은밀히 숨겨두곤 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붉은장미기사단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흑기사 정도의 무력을 동원할 필요가 있었다.

조반니가 곁에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군사고문으로서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었고, 백장미기사단은 아직 준비 중에 있었다.


끼잉-


응접실의 문이 열렸다.

그곳에는 검은색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서로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그들 중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중심에 서 있는 백발의 늙은 기사였다.


늙은 기사는 헤진 붉은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으며, 날카로운 인상과 함께 위압적인 아우라를 뿜어냈다.

그의 옆에는 비슷한 갑옷을 입은 몇 명의 기사들이 있었으나, 그의 거대한 존재감에 압도되어 거의 의식되지 않았다.


늙은 기사는 응접실에 들어선 흑기사를 잠시 노려보더니, 이내 시선을 돌려 오직 한현만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 강렬한 눈빛에 옆에 있던 기사들마저도 서서히 말이 끊기며 침묵이 감돌았다.


한현도 말없이 그를 응시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며, 마치 서로의 의도를 읽어내려는 듯한 무언의 대치가 이어졌다.


척!


뒤편에 있던 흑기사가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멜빈이 재빨리 상황을 제지하며 말했다.


“비토레, 공작님께 무례를 범하지 말게.”


멜빈이 그의 이름을 부를 정도니, 이 노기사와 멜빈 사이에는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멜벤의 말을 들은 비토레는 흑기사를 잠시 노려보다, 다시 한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많이 변하셨습니다.”


비토레가 조용히 말했다.


“당신은 누구지?”


한현은 의도적으로 모른 척하며 물었다.

이 노기사가 붉은장미기사단의 단장, [비토레 더 워른]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한현은 그의 반응을 보기 위해 그 사실을 숨겼다.


비토레는 한현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는 듯한 잠깐의 침묵을 지켰다.


“...”


잠시 뜸을 들이던 노기사는 이내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오블레앙의 붉은장미기사단 단장, [비토레 더 워른], 지금 복귀하였습니다.”


그의 행동에, 주변에 있던 기사들도 서둘러 따라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했다.

한현은 그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굳이 돌아올 이유가 있었나?”


한현의 차가운 말에 비토레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공작가에 적법한 후계자가 돌아왔으니, 저희도 마땅히 돌아와야지요.”


그의 말에는 복종의 의미가 담겨 있었지만, 한현은 그 속에 감춰진 진의를 읽으려는 듯 그를 응시했다.

비토레의 태도와 말에는 단순한 충성 이상의 무언가가 숨어 있는 듯했다.


[비토레 더 워른]은 특이한 캐릭터였다.

조반니가 [중립]에서 [질서 중립]의 성향을 지닌 것과는 달리, 비토레는 [질서 악]과 [혼돈 선] 사이에서 랜덤하게 성향이 결정되는 불안정한 캐릭터였다.


[혼돈 선]으로 결정되면 그는 혁명가로서 악에 물든 오블레앙에 대항하려 했을 것이다.

반면, [질서 악]으로 결정되면 스스로 군주가 되어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한현은 그의 복속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았다.

집결 명령이 무시된 것도 이러한 비토레의 불안정한 성향 때문일 수 있었기에, 그의 진의를 쉽게 믿을 수 없었다.


한현은 비토레의 말과 행동을 주의 깊게 살피며, 그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려 애썼다.

비토레가 현재 어떤 성향을 띠고 있는지, 그리고 그의 복귀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명확히 알아야 했다.


“명을 무시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비토레는 잠시 한현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타락한 마녀를 아십니까?”


“마녀?”


한현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비토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저희도 몰랐습니다. 아무런 적이 없는 그 황량한 전선에서, 진짜 적을 마주하게 될지.”


그는 한번 침을 삼키더니 말을 이었다.


“어떠한 지원도 없이, 저희는 그곳을 지키고 또 지켰습니다. 오랜 시간이었습니다. 그들이 우리를 하나씩 하나씩 무너뜨릴.”


비토레의 목소리에는 지친 기색이 묻어났다.


“이제 남은 기사단은 이들이 전부입니다. 저희는 패배하였고, 오점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공작님."


한현은 잠시 침묵했다.

말을 듣는 동안, 강렬한 아우라를 뿜어내던 기사가 어느새 세월에 지친 노기사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강인한 비토레의 모습은 빛바랜 과거의 영광처럼 보였고, 그에게 남아있는 것은 이제 깊은 피로뿐이었다.

짧은 대화 속에서 비토레는 변해버렸고, 그 변화가 한현의 마음에 묵직하게 다가왔다.


비토레가 언급한 타락한 마녀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오블레앙 북부에는 '죽음의 숲'이라는 거대한 숲이 펼쳐져 있었고, 그 숲의 남동쪽, 오블레앙의 동북부에는 마녀들이 살고 있었다.


원래 이 마녀들은 오리지널 스토리에서 간단한 퀘스트와 마법을 알려주는 팩션 NPC들이었지만, 확장팩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확장팩에서는 악마에 의해 타락한 마녀들이 등장하면서 해당 팩션이 분열되고, 그로 인해 새로운 위협이 발생하게 된다.


아마도 지금의 상황은 확장팩 스토리가 꼬인 결과일 것이다.

원래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방문하기 전까지 퀘스트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규칙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았다.

버려진 귀족 퀘스트로 인해 숙부에게 쫓겨난 붉은장미기사단이 확장팩 스토리와 연계되어 예기치 않은 사태로 발전한 것처럼 보였다.


한현은 비토레의 경고가 단순한 과장이 아님을 알기에, 자신이 하려던 신경전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현재 전선의 상황은 어떠한가?”


한현이 묻자, 비토레가 간결하게 답했다.


“수장 격인 마녀를 처치한 덕분에 그들의 확장은 일단 멈췄습니다. 하지만 언제 다시 확산될지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비토레의 명확한 대답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상황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는 직감을 한 한현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알았다. 그대의 노고를 위로하며, 명을 수행하지 못한 죄는 묻지 않겠다.”


"충! 피와 명예를 위하여."


비토레는 붉은장미기사단의 특유한 구호를 외쳤고, 그의 뒤편에 있던 기사들도 일제히 따라 외쳤다.


"충! 피와 명예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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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오블레앙의 어둠 (2) 24.09.04 27 1 13쪽
» 오블레앙의 어둠 (1) 24.09.03 31 1 13쪽
14 동맹을 구하는 방법(4) 24.09.02 34 1 12쪽
13 동맹을 구하는 방법 (3) 24.08.30 31 1 18쪽
12 동맹을 구하는 방법 (2) 24.08.28 34 1 13쪽
11 동맹을 구하는 방법 (1) 24.08.27 30 1 13쪽
10 법과 질서를 위하여 24.08.26 38 1 13쪽
9 뜻밖에 등장 24.08.22 40 1 13쪽
8 리스폰, 끝없는 의심 24.08.21 39 1 12쪽
7 피의 연회장 24.08.20 37 1 12쪽
6 다시 만난 숙부 24.08.19 38 1 12쪽
5 경험치 그리고 퀘스트 24.08.15 48 1 13쪽
4 단검의 쓰임 24.08.14 49 2 14쪽
3 공략과 현실 24.08.13 54 1 15쪽
2 익숙함의 발견 24.08.12 69 1 12쪽
1 그곳으로 +1 24.08.08 10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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