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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0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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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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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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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을 구하는 방법 (2)

DUMMY

조반니는 인상을 찡그리며 예복을 찾았다.

젊었을 때 입었던 예복은 이제 작아서 터질 듯했지만, 입을 만한 복장은 그거 하나였다.


“끄응- 살을 빼든가 해야지. 쯧”


공작가로 가는 길은 멀고도 가까웠다.

어렸을 적 일만 아니었다면, 조반니도 공작가에서 기사단 생활을 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는 지나간 일을 후회하지 않았다.


조반니는 경비대원을 이끌고 도시 오블레앙의 중앙 도로를 지나 북서쪽 귀족가로 향했다.


“저기, 성이 보이네요.”


오블레앙 대저택이 보이자, 몇몇 어린 경비대원이 대저택을 성이라 불렀지만, 조반니는 궁과 성을 구분할 수 있었다.


“얌마, 저건 궁(Palace)라고 하는 거야. 성(Castle)이 아니라.”


대저택의 대문은 열려 있었다.

마치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반니는 떨떠름한 얼굴로 꽉 조여진 목깃을 천천히 풀어헤쳤다.


"오셨습니까?"


대낮이었지만, 저택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메빈이었다.


"대장만 이쪽으로 오시고, 나머지는 밖에서 기다리시오."


조반니는 경비대원과 한번 눈을 맞추고는 혼자 대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멜빈을 따라 복도를 지나 큰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마치 도서관처럼 책장들로 가득 차 있었고, 빛이 스며드는 창문 앞의 거대한 책상에는 신비로운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왔어?”


조반니는 이 남자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는 조반니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공작의 아들이었다.


“반가워.”


“네, 오래간만입니다, 공자님.”


한현은 경비대장 조반니를 바라보았다.

그는 게임 [데빌슬레이어]에서 믿을 만한 몇 안 되는 NPC 캐릭터 중 하나였다.


일반적으로 [데빌슬레이어]의 NPC 캐릭터들은 선과 악, 질서와 혼돈의 성향으로 결정된다.


조반니는 확고한 중립 성향을 가진 캐릭터로, 가치 충돌이 일어날 때는 항상 질서를 우선으로 선택하는 특별한 캐릭터였다.

그 독특한 성향 덕분인지, 최종장에서도 자신의 세력권이 악마향에 빠지지 않는 한, 악성향에 물들지 않는 특성이 있었다.


"당신에게 요청할 것이 있어."


다짜고짜 요청 사항을 말하는 한현의 말에 조반니는 성질이 끓어올라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


"뭡니까?"


한현은 조반니의 속내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지금 도시는 사건사고로 어지러운 상황인데, 위정자라는 사람이 또 뭔가를 요구하니 얼마나 한심하게 보일까.

하지만 한현에게는 그의 불만을 천천히 풀어줄 시간이 없었다.


"조반니 푸에티레, 당신이 불만이 많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 지금 도시가 엉망인데, 갑자기 나타난 공자라는 놈이 또 뭔가 요청을 하니 말이지."


"크흠..."


조반니는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일단 참고 한현의 말을 기다렸다.


"..."


한현은 조반니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말을 계속 이어갔다.


"당신이 원하는 도시를 위한 기사단을 재창설할 예정이야."


조반니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저, 정말입니까?"


"맞아. 본 공자가 당신에게 요청할 것은 그 기사단의 단장을 맡아달라는 것이야."


조반니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 믿을 만한 자가 없어. 당신도 알다시피, 이 공작가는 악마에 홀린 숙부 때문에 피폐해진 상태지. 당신도 이 저택에 들어오며 보았을 것이야. 저택 안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아, 아니, 공자님. 제게 기사단장이라 했습니까?”


“맞아. 본 공자는 당신이 백장미기사단의 종자였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때만 해도 백장미기사단이 공작령을 장악하고 있었지.”


조반니는 스토리상 백장미기사단의 종자였다.

당시 백장미기사단이 위세가 높았을 때였는데, 조반니는 실력 없는 선임 기사를 패버리는 사건으로 인해 기사단에서 쫓겨났다.

이후 경비대에 투신하여 경비대장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었다.

정통 군 가문 출신으로, 자신이 기사단에 남지 못한 것을 항상 창피하게 여겼지만, 오블레앙에 대한 충성심만큼은 매우 큰 남자였다.


“정말입니까?”


“그래, 본 공자는 단장의 충심을 믿고 있어. 단장직을 맡아 줄 거지?.”


“지, 진짜요?”


조반니의 계속된 되물음에 옆에 있던 멜빈이 나서서 말했다.


“어허, 지금 자네 앞에 있는 분이 누군지 잊었는가?”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사과 같은 건 절대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조반니가 어느새 고개를 숙이며 사과까지 하고 있었다.


“알고 있어. 대장, 아니 단장이라 해야할까. 조반니, 당신을 단장으로 임명하려면 본 공자가 정식으로 공작 위를 계승해야겠지.”


한현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조반니도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어느 정도 알아차렸다.


“정식 임명은 작위 계승식에서 진행될 거야. 그 전에, 단장이 해주어야 할 몇 가지 일들이 있어."


조반니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말씀하시죠, 공작님.”


어느새 공자에서 공작으로 호칭을 변경한 조반니였다.


조반니는 게임 초반에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퀘스트를 제공하는 스타트 NPC였다.

그는 초보자들이 반복해서 수행할 수 있는 퀘스트를 제공하여, 초기 경험치를 올릴 수 있도록 돕는 NPC였다.


조반니가 주는 퀘스트는 주로 창고의 쥐를 잡거나, 초소 경비원의 점심 심부름, 경비대의 밀린 빨래 같은 자잘한 임무들이었다.

이런 자잘한 퀘스트를 완료하다 보면 신뢰도가 올라가고, 결국 굵직한 퀘스트를 받을 수 있게 되는데.

그때 받는 퀘스트가 바로 [도시에 스며드는 어둠]이었다.


“우선, [게오프리 다르켄]을 조사해 줘.”


조반니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대법관을 말씀하신 겁니까?”


“그래. 그가 도시에서 일어난 모든 일의 흑막이자, 악마의 하수인이야.”


조반니는 한현의 단정적인 말투에 아연실색했다.

대법관 [제오르피 다르켄]은 현 오블레앙 도시 권력의 핵심이었다.


오블레앙의 사법권은 원래 오블레앙 공작의 손에 있어야 했지만, 공작가를 찬탈한 숙부의 손을 거쳐 결국 제오르피의 손에 넘어간 상태였다.

찬탈자인 숙부는 악마의 힘을 얻어 오블레앙을 장악하려 했지만, 도시 유력자들의 눈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숙부는 권력자인 대법관과 권력을 사이좋게 나누는 길을 택했었다.

사법권의 법적 권리는 엄연히 공작에게 속해 있었지만, 이미 기울어진 권위는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상태였다.

권력이란 단순히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에게서 힘과 권위를 느낄 때, 그 순간 권력이 비로소 형성되는 것이다.


원래는 조반니의 퀘스트를 진행하며, 도시에 숨겨진 암중 세력의 단서를 찾아야 했다.

그렇게 찾은 단서는 [도시에 스며드는 어둠] 퀘스트 시작을 열고,

이 퀘스트는 대법관 [게오프리 다르켄]이 흑막임을 밝혀내는 것이 목표였다.


이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렸고, 쓸데없는 반복과 여기저기 오가라는 지시에 인내심의 한계를 여러 번 시험해야 했다.

오죽하면 조반니의 별명이 ‘또반니’라고 불릴 정도니.


그래서 이번에는 조반니에게, 네 놈이 직접 게오프리의 뒤를 캐보라고 지시한 것이다.


“게오프리의 비위를 알아내봐. 그의 죄가 확실해지면, 본 공자는 계승식에서 그를 처단할 것이야. 그리고 그를 처단할 검으로 단장을 선택했지.”


“...”


“어때? 나와 함께, 칼춤 한번 춰보지 않겠어?”


조반니는 잠시 말이 없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충! 법과 질서를 위하여!"


조반니의 말은 백장미기사단의 옛 구호였다.

이는 한현과 함께할 결심을 굳혔음을 나타내는 확신에 찬 대답이었다.


“멜빈, 단장이 원하는 만큼 금화를 내줘.”


“네, 알겠습니다.”


“우선적으로 경비대에 기마와 흉갑을 지급할 거야. 단장은 녀석들의 훈련 상태를 정비해봐. 아, 그들 중 쓸 만한 인재가 있다면 새로운 기사단에 추천해주고.”


"추웅! 법과 질서를 위하여~!"


돈 이야기에 조반니의 목소리가 한층 더 커진 듯했다.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나쁘진 않았다.

게임에서는 항상 신경질적이었고, 플레이어를 종처럼 부려 퀘스트를 시키던 녀석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 역할을 반대로 해줄 생각이었다.


'뒤졌다. 너, 내가 벼르고 있었거든.'



조반니가 금화를 받고 돌아간 지 며칠이 지났다.


“아오, 팔 아파.”


한현은 이름 모를 귀족들에게 편지를 작성하고 있었다.


계승식을 준비하는 데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한현은 그동안 이 대저택을 떠날 수조차 없었다.


작은 영지였다면 가문의 친지들만 모시고 조촐하게 진행하면 될 일이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주입된 기억에 따르면, 공작 위를 그런 식으로 계승한다면 명예롭지 못하다는 평을 들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인정을 받지 못할 것이다.

숙부가 공작 위를 계승 받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혹시나 책잡힐 것이 없도록, 역대 공작가의 기록을 살펴 적절한 격식을 찾아야 했다.

생각보다 까다로운 작업이었지만, 일이 어느 정도 진척되자 결국 계승식의 날짜를 확정할 수 있었다.


“주인님, 편지입니다.”


“그래 놓고 나가”


어린 시종이 화려한 장식으로 동봉된 편지를 책상 옆에 두고 집무실에 나갔다.


한현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라, 잡무를 담당하는 부분에서는 인간 시종을 새로 들여놓도록 교체했다.

하지만 여전히 집사장은 멜빈이었고, 집무실 뒤편에는 흑기사가 병풍처럼 서 있었다.


계승식 준비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 동안 계승식뿐만 아니라 몇 가지 다른 일들도 정리할 수 있었다.


먼저, 공작가에 보유한 재산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숙부라는 놈이 어떻게 썼는지 모르지만, 경비대 하나를 꾸리고 저택에 사용인들을 드리고 나니 빠듯했다.

경비대 투자를 심각하게 다시 생각했지만, 경비대에서 올라오는 정보를 확인하니 아깝지 않았다.

조반니의 능력은 확실했다. 그를 직접 사용해 보니 그 점이 명백히 드러났다.

경비대가 돈을 받고 정비된 후, 그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얻는 정보의 질이 점점 개선되었다.

게다가 공작이 뒷배로 서주니, 조반니는 이제 다른 권력자들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여기저기 찌르고 다닐 수 있었다.


그가 가져다준 정보를 보며, 그 양과 다양성에 혀를 내둘렀다.

심지어 도시 뒷골목의 정보까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 내용들이 게임에서 알고 있던 정보와 정확히 일치했다는 것이다.


그 정보들을 통해 대법관의 비위 사실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대법관은 은밀하게 시체나 무연고자들을 사들이고 있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병들을 키우고 있었다.

오블레앙에서는 공식적인 허가 없이 사병을 키우거나, 노예나 시체를 사들이는 모든 것이 불법이었다.

조반니도 대법관이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물론 한현이 말한 대로 대법관이 악마의 하수인이라는 점까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현재로서는 그것이 중요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대법관의 영역에서 그를 처치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기에, 계승식에서 승부를 보려는 한현의 계획이 더욱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또한, 저택의 비밀 지하 통로에서 숨겨진 보스 방까지 사이에 버려진 아이템들을 획득할 수 있었다.

다행히 그곳을 손댄 사람이 없었고, 멜빈의 도움을 받아 아이템과 몬스터 시체들을 챙길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거대 거미의 독이나 거대 개미의 독 일부를 나누어주어야 했지만.”


추가적으로, 흑기사의 명령 한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흑기사는 한현이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 위치와 상관없이 즉각 반응했으며, 위협이 없을 때는 직접적인 명령이 없으면 가만히 서 있었다.

직접적인 명령은 한현의 목소리가 닿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했다.

물론, 이를 알아내기 위해 멜빈의 부하 몇 명이 희생되었다.

어쨌든 지금은 집무실 뒤편에 배치하여 한현이 공격받기 전까지는 장식처럼 서 있도록 지시했으며, 흑기사의 활용도에 대해서는 별도로 계획 중이었다.


이와 같은 일들 외에도, 공략으로 알고 있는 오블레앙에 분포된 아이템이나 정식 퀘스트, 동료 퀘스트들을 수행해야 했으나 아직 시간이 나지 않아 시작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선은 이 저택의 숨겨진 아이템들을 먼저 수습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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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오블레앙의 어둠 (3) 24.09.05 22 1 13쪽
16 오블레앙의 어둠 (2) 24.09.04 27 1 13쪽
15 오블레앙의 어둠 (1) 24.09.03 30 1 13쪽
14 동맹을 구하는 방법(4) 24.09.02 34 1 12쪽
13 동맹을 구하는 방법 (3) 24.08.30 30 1 18쪽
» 동맹을 구하는 방법 (2) 24.08.28 34 1 13쪽
11 동맹을 구하는 방법 (1) 24.08.27 30 1 13쪽
10 법과 질서를 위하여 24.08.26 38 1 13쪽
9 뜻밖에 등장 24.08.22 39 1 13쪽
8 리스폰, 끝없는 의심 24.08.21 39 1 12쪽
7 피의 연회장 24.08.20 37 1 12쪽
6 다시 만난 숙부 24.08.19 38 1 12쪽
5 경험치 그리고 퀘스트 24.08.15 47 1 13쪽
4 단검의 쓰임 24.08.14 48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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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곳으로 +1 24.08.08 10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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