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을 꼬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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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카츠
작품등록일 :
2024.08.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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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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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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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DUMMY


" 사실 나는 정말 은빛 달과 관계가 있어. 은빛 달의 부족의 엘프인 너를 해칠 생각도 없고. "


" 그 천박한 입에 그 고귀한 이름을 담는 것 자체가 수치다! 어서 나를 죽여라!"



다시 친화도가 100이 떨어졌다는 알림음이 들려왔다.


걸핏하면 친화도가 최대치인 100씩 떨어져댄다.


이건 뭐 아예 친화도 쌓는 것은 시도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니..



" 아니라면, 왜 너는 나를 공격하지 못했지? "


" ..."



- 대상이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 또 내가 어떻게 은빛 달을 알고 있고, 너희 부족 이름을 알고 있을까? "


" ..."



- 대상이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 카리아가 '달의 성녀'라는 이명으로 불린다는 것은? "


" ..."



- 대상이 의구심을 가집니다.



그 짧은 대화 사이에도 친화도는 계속해서 하락 중이었다.


그러나 드디어 놈에게서 새로운 감정이 나타났다.



그것만으로도 지금까지의 내 노력이 헛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



- 대상에게서 명백한 적의가 솟아오릅니다.



" 너..녹틸루카의 추종자구나! "



' 하..시발... 녹틸루카는 또 뭔데?'



뭔가 슬슬 좋은 기미가 보이던 것이 뜻 모를 녹틸루카라는 것의 등장과 함께 한 순간에 또 와르르 무너지고 있었다.


참..


쉽지 않았다.



' 어떻게 하지?'



이제 내가 능력을 각성하며 은빛 달 부족에 대해 이것저것 알게 된 것들도 거의 바닥이 난 상황.


더 이상 놈의 관심을 끌어낼 만한 꺼리도 얼마 없었다.



' 에라이..'



" 감히 녹틸루카를 내 앞에서 언급하다니! "



짐짓 엄한 목소리로 놈에게 호통을 치듯 하자, 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 대상이 두려움과 의문을 가집니다.



" 은빛 달 디아나의 분노가 두렵지 않느냐! "


" ..."




그저 생각나는대로 지껄일 뿐이었다.


이미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놈에게서는 다른 반응이 없었다.


막연하게 정보를 캐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은 그저 나만의 헛된 기대였을 뿐인 것.


짜증과 실망감이 치솟았다.



" 어머니에게서 영혼의 버림을 받게 될 것이다! "



악담과 함께 놈에게서 떨어졌다.


바닥에 허물어져 있던 사내는 마치 넋이 나가버린 듯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 제길, 그냥 컨슘을 한 번 더 써버릴까? 하..그런데, 놈이 죽어버리면..어떻게하지? 그 시체는 또 어떻게 처리하고? 그냥 도망칠까? 아니면 헌터국에 신고를 할까? 또, 칼잡이가 찾아오면? '


별의별 상념과 함께 머리 속으로는 계속 알림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 대상이 두려움을 가집니다.


- 대상의 의지가 결연해집니다.


- 대상에게서 삶에 대한 의지가 초연해집니다.



그때!


바닥에 허물어져 있던 사내가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 에고 숨 룩스 문디, 임몰로 메아 디아나. "



놈이 버둥거리며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양손을 들어보이더니, 그대로 머리를 바닥에 가져다 대었다.



' 뭐하는 거지? '



그대로 머리를 바닥에 가져간 채로 놈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곧..



- 대상이 사망하여 테이밍이 중지되었습니다.



' ..어?! 죽어?'




멍하니 시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왜 죽는데?



그때 시체에서 한 줄기의 회색 기운이 빠져나와 시체의 몸을 한바퀴 맴돌았다.


그 회색 기운은 그대로 휘돌아 하늘로 향하는 듯 하더니 움찍 멈춰 그대로 허공에 맴돌기 시작했다.



그 기묘한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을 때.



" ..알라이. "



갑작스런 소리에 화들짝 놀라 몸을 돌렸다.


어둠 속에 언제부턴가 한 인영이 또 서 있었다.


놀라기도 전에 먼저 느껴지는 친숙함.



'...카리아?'



".. 내가 직접 칼을 쥐어준 아이였다. 약했지만 당차고 의지가 깊은 아이였다. 스스로 더럽고 추악한 일을 자처하며 부족을 위하던 아이였다. "



엎드린 채 죽어버린 사내에게 시선이 고정되어 있던 카리아가 눈을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 그 아이가 지금 네 앞에서 은빛 달에 스스로를 공양하며 네게 용서를 빌었다. 왜지? "



난들 알까?


설마 내 마지막 악담 때문일까?



" 이 불쾌한 유대감도 그렇고..넌 도대체 정체가 뭐지? "



카리아가 다시 물었다.



" ..."



굳건한 눈빛이 대답을 종용하고 있었다.



또, 은빛 달을 언급할까?


그러다, 바닥에 머리를 박고 죽어있는 사내에게 자신도 모르게 몸을 돌려 눈에 담았다.


목에 칼을 들이대고 위협하기는 했고, 놈에게서 벗어나고자 스킬까지 거침없이 사용하기는 했었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데 내가 관여되었다는 사실이 뭔가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 테이머. 능력각성 기능인. "


" ..."



" 널 테이밍 중이었어. 안되는 걸 뻔히 알지만 해보려고 널 찾아갔었던 거였고. 그런데, 저 사람이 날 찾아와서 목에 칼을 겨눴다. 저 사람은 네가 보낸건가?"


" ..."



대답이 없었다.


내가 다시 그녀에게 쏘아붙이듯 물었다.


"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날 죽이려고 했나? "


" 알라이는 너를 죽이려고 온게 맞아. 그리고.. 그 죄를 용서받고자 스스로의 목숨을 은빛 달에게 공양을 했다. "



용서라는 말은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죽이려고 왔다는 인정이 가슴에 불길을 지펴냈다.



" 왜 날 죽이려고 했지? 네가 말한 그 불쾌한 유대감 때문에? "


" ...그렇다면? "



이번에는 내가 입을 닫았다.


딱히 할 말도 더 없었다.


그저 내심의 분노가 더 커져갈 뿐.




" ..테이밍이라면..나를.. 길들인다는 뜻인가? "



그제야 속으로 아차 싶었다.


굳이 할 필요도 없는 말을 너무 솔직히 말해버렸다.


죽은 사내에 대한 마음의 짐이 좀 무거웠었던지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무의식적으로 사실대로 뱉어버린 것 같았다.


그러나, 후회한들 이미 저질러 버린 말.



" ..."



대답하지 않았다.


괜히 뭔가 입을 열었다가는 더 난처해질 것 같았다.



" 나 역시 너를 죽이려고 왔다. 이 더러운 기분도 지워버리고 싶었고, 우리 부족에 대해 무언가를 알고 있는 너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지금도 널 죽여버리고 싶은데 몸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왜지? 이게 네가 말한 테이밍 때문인가? "



" ... "



역시 대답하지 않았다.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싶지도 않았고, 죽이기 위해 왔다는 사람에게 호의를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 은빛 달.."



카리아가 홀로 읎조리 듯 내뱉는 소리를 끝으로 정적이 찾아왔다.


그녀의 시선이 허공에 떠 있는 회색 기운에 머물러 있었다.



대화 사이 계속해서 전해져 오던 적대감, 그리고 친화도가 하락했다는 알림이 드디어 멎었다.



...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이 흘렀다.


왜 인지 몰라도 그냥 뭔 말이라도 하거나, 움직임이라도 보여서는 안될 것 같아서 그저 가만히 있었다.



마음 속에서 불타오르던 분노가 그 흘러가는 답답한 시간에 따라 조금씩 가라앉았다.


따지고 보면 자존심 강한 마수들의 경우 자신을 감히 테이밍하려고 했다는 것만으로 테이머를 공격하는 것은 어쩌면 일반적인 일이었다.



그것에 맞춰보자면 자신이 테이밍하려고 했었던 카리아가 적개심을 품고 죽이려고 달려드는 것 또한 어찌보면 당연한 일.


테이머라는 직업을 갖는 순간부터 테이밍 대상과 마주하게 되는 서로 노리고 노림 받는 관계의 연장일 뿐이었다.


더군다나 사람이나 다름없는 지적능력과 감정을 가진 대상이었으니 그 거부감은 더 하면 더 했을지언정 모자라지는 않았을 테니..



시간이 제법 지나 몸이 이곳저곳 굳어가는 듯 불편해졌다.


그저 이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때..



" 알라이를 수습해줄 수 있나? "



'수습?'


뜻으로는 죽은 남자를 어떻게 편하게 해주라는 것 같았다.


사실, 시체에 손을 대는 것이 거부감이 들었다.



' 아이씨..내가 왜 그걸 해야하는데? '



안그래도 그 죽음과의 관계 때문에 찝찝한데 시체까지 만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거절하기가 또 뭔가 어려웠다.


처음으로 하는 부탁조의 말투와 거기에 담긴 뭔가 애틋함? 슬픔 등이 쉽게 거절할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난처했다.



잠깐의 주저함 후.



" ..해본적이 없는데.. 그냥 편히 눕히면.. 되는건가? "



카리아가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였다.


주춤거리며 사내에게 다가갔다.


엎드려서 빧빧하게 굳은 듯 보이는 그 몸에 천천히 손을 가져다 댔다.


의도치 않게 손이 잘게 떨려왔다.



" 야! 근데 왜 나한테 이걸 시키는 건데?날 죽이려고 했던 사람을 왜 내가 수습하냐고! 니가하면 되잖아!? "



이러고 있는 것 자체에 벌컥 화가났다.


멍청하게 카리아가 시키는대로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그것도 짜증나기도 했고.



" 네게 용서를 빌었으니까. "



답은 간단 명료했다.



'시발. 뭐래? '



말도 안되는 소리.


그런데 묘하게 납득이 가는 것 같기도 했다.


상황이 납득이 가는 것이 아니라, 카리아의 단호함과 당연하다는 태도가 그렇게 되도록 만드는 것 같았다.




' 어? '


시체에 아직 온기가 있었다.


시체라고 하기에 뭔가 어색할 만큼.


아직 죽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것 같기도 한데, 그게 또 좀 불편했다.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천천히 사내를 옆으로 눕혔다.


조금 힘을 써야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는 의외로 남자의 몸은 잘 움직여졌다.



나름 조심스러운 손길로 시체의 웅크린 몸을 펴서 바닥에 반드시 뉘이고, 구부러졌던 다리를 펴냈다.


그러나 가슴에 가져다댄 손은 아무리 해도 펴지지가 않아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남자의 시체와 씨름을 하느라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천천히 관자놀이를 타고 흘렀다.



사내의 시체에서 떨어져 카리아를 바라보았다.


다된 것이 맞냐는 무언의 물음이었다.



카리아는 또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보였다.


그리고.



".. 고맙다. "



- 미션 대상과의 친화도가 5% 상승하였습니다.


- 경험치 500,000 획득!


- 테이밍 스킬 숙련도가 상승하며 63에 도달하였습니다.




' 오.. 경험치? '



문득 코끝으로 묘한 향기가 느껴졌다.


달콤하면서도..싱그러운..



...






**



" 놈을 내놓아라. "


" 싫습니다. "



" 싫다? 내 명을 거부하겠다는 뜻이냐? "


" 맞습니다. "



" 네게 그럴 권한이 있더냐? "


" 상타(성녀) 직을 내려 놓겠습니다. "



은빛 달의 부족의 부족장 테나키스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 그 직책이 네가 그렇게 하찮게 내던져버릴 만큼 의미없던 것이더냐? "



그 말에 카리아의 눈이 테나키스의 분노에 타오르는 눈과 마주했다.


담담하고 고요한 눈빛이었다.



" 그렇다면..그 직책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


"...몰라서 묻는 말이더냐? "



" 은빛 달은 저희를 버렸습니다. 아니, 저희가 은빛 달을 버린 것이겠지요. "


" 닥쳐라! 감히! "



" ..."



테나키스가 카리아를 무섭게 쏘아보며 말했다.



" 변했구나. 카리아. "


" ..."



카리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변한것은 자신 뿐만 아니라, 부족장도, 그리고 모든 은빛 달 부족원들로 마찬가지라고.



" 그 놈을 무슨 수가 있어도 찾겠다. 그리고 네가 보는 앞에서 갈기갈기 찢어 죽여, 알라이의 복수를 하겠다. 두고보아라. 카리아! "


" ..."



" 돌아가라. 그리고, 부를 때까지 근신하고 있으라. "


" ..."



카리아는 무덤덤하게 몸을 돌려 실내를 빠져나갔다.


그 모습에 테나키스의 눈빛이 더욱 사나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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