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을 꼬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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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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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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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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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DUMMY

문틈 사이로 사내의 몸이 붕떠서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쾅!


절로 눈이 질끔 감겼다.


충격에 반쯤 뜯겼던 문이 왈칵 열리며, 축 늘어져버린 사내의 몸이 바닥에 미끄러지듯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문가에 선 여인..


한이서였다.



" 이..이서씨?! "


" 뭐해요? 빨리 나와요. 급하니까 얼른이요! "



한이서는 계속 계단 위를 힐끔거리며 손짓을 해댔다.


" 아! 예! "


늘어져있는 사내를 넘어 밖으로 나갔다.


문 앞에는 세 명의 정장 사내들이 더 쓰러져 있었는데, 하나같이 눈을 뒤집고 기절해 있었다.



" 따라와요! "


계단을 올라갔다.


이곳에 갇힌지 거의 한달여 만에 나가는 것 같은데, 이런식으로 빠져나가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이렇게 실제적인 위협을 받고보니 그 동안처럼 조용히 박혀 지내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계단을 올라 입구를 벗어나자 앞에 경차 한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 어서 타요! 빨리요! "



나는 대답할 겨를도 없이 경차 뒷 문으로 구겨지듯 몸을 밀어넣었다.



경차답게 미니미한 엔진음과 함께 차가 급출발을 하더니, 골목을 이리저리 꺾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뒷좌석에 미처 자리를 잡기도 전이라 좁은 뒷자리에서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몸을 뒹굴어야 했다.



" 윽.."



그 사이 한이서는 정신없이 운전을 하면서도 전화버튼을 눌렀는지 신호음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 어. 나야. "


익숙한 목소리.


카리아였다.



" 언니. 습격이 있었어요. 일반인이었고, 지금 빠져나가고 있어요. "


" 거기로 와. "



한이서는 대답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겨우 몸을 일으켜 뒷좌석 안전벨트를 허겁지겁 허리에 감았다.


그제야 조금 정신이 돌아왔다.



" 지랄아? "


퍼뜩 정신이 들어, 지랄이를 불렀다.


하도 정신없이 빠져나오느라 미처 녀석을 신경쓰지 못했다.



" 뭐라구요? "


" 뀍? "


한이서의 물음과 지랄이의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지랄이는 어느샌가 내 가슴 안쪽 품에 들어와 머리를 쏙 내밀며 대답하듯 울었다.



" 꺄~~~악!! "


" 우..아아앗~ 아..앞에..차,..차!! "



중앙선을 넘어 가던 경차가 간신히 마주 오는 차량을 피해내고 S자를 그리며 흔들거렸다.


뒷좌석에서 봤을 때 정말 종이 한장 정도의 차이로 피해낸 것 같았다.



" 뭐..뭐..뭐하는거예욧!! "


내가 묻고 싶은 말을 한이서가 악을 써듯 소리치며 물었다.



" 한이서씨야 말로 지금 뭐하는 겁니까?! 죽을 뻔 했잖아요! "


" 그..그거 당장 안치워요?! "



운전대를 잡은 한이서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거?'


그제야 앞섶에 머리만 내밀고 있는 지랄이를 떠올렸다.


얼른 지랄이의 대가리를 품속으로 밀어 넣었다.


품에서 녀석이 버둥거렸지만,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자칫 겨우 빠져나왔는데 교통사고로 인생을 종치고 싶은 마음은 정말 조금도 없었다.



엉겁결에 들어간 것인지, 녀석이 베어문건지 모르겠지만 내 손가락이 지랄이의 주둥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바동거리던 녀석이 조용해졌다.



" 제..제가 테이밍하는 녀석이예요. 카리아씨가 가져다 준거구요. 한이서씨 한테 가는일은 없도록 할 테니까 조금 진정하시고.."



운전 똑바로 하라는 소리는 일부러 뺐다.


그래도 급할 때 달려와 구해준 사람인데,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전에 험한 소리부터 하는 것은 결례이지 싶었다.



" 아..죄..죄송해요. 제가 그, 살아서 꼬물거리는 거에 조금 거부감이 있어서.."


" 아..네.. "



잠시 찾아온 정적.


서로 놀란 마음을 추스르는 잠깐의 틈이기도 했다.



바각.바각.



그때 하필 얌전히 손가락만 빨던 지랄이가 이를 갈아대는 모양인지 소리가 들려왔다.


점차 진정이 되어가던 한이서가 다시 소름끼친다는 듯 몸을 부들거리며 물어왔다.



" 그...그게 무..무슨 소리예요? "


" 아..별거 아닙니다. 그냥 품에서 뭘 까먹는 모양이네요. "



솔직히 손가락을 씹어댄다고 하기엔 좀 그래서 애써 둘러댈 때였다.



" 뒤에 추적이 따라붙었어요! "


화들짝 놀라 뒷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검은 SUV 차량 세 대가 차들 사이를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 어..어떻게 하죠? "


다시 마음이 다급해져서 물었다.



" 꽉 잡아요! "



한이서 역시 차를 몰아 급히 차선을 바꿔가며 속도를 올렸지만, 아무래도 차 자체의 스펙 차이가 있다보니 영 시원치 않았다.


점점 SUV 차량과 거리는 줄어들어만 갔다.



" 곧, 따라잡힐 것 같아요! "


" 아씨..더럽게 빠르네.."



뒤차가 빠르다기 보다, 한이서의 경차가 똥차인 탓 같았지만 마냥 솔직해 질 수는 없는 법.


운전에 방해가 될까 입을 닫고 발만 동동 굴러야했다.



결국 SUV 차량 중 한대가 바짝 뒤에 붙었다.


그리고 두 대는 옆 차선으로 가서 추월해나갈 모양인지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차량들에 둘러싸여 중간에 갇혀버리면 그야말로 이제 꼼짝도 못할 상황.


점점 SUV 차량이 옆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이서씨, 차라리 차선을 바꾸는게.. "



현재 차로가 일차로라 옆에 중앙분리대가 있어서 더 불리해보였다.


차라리 요리조리 빠져나가려면 차선을 바꾸는게 좋을 것 같은데 한이서는 고집스럽게 일차로를 고집하고 있었다.



" 조금만 더 가면 되니까.. 꽉 잡고 있어요! "



SUV 차 한대가 어느새 옆까지 따라 붙어 있었다.


시커멓게 선팅이 되어 있어서 안쪽은 잘 보이지 않았다.



" 꽉 잡아욧! "



갑자기 한이서의 차가 중앙 분리대를 넘었다.


지금까지는 철제 가드 레일이었는데, 일부분만 이전 사고로 파손되었는지 위험표시가 쓰여진 얇은 테이프로 되어 있는 부분을 넘어선 것이었다.


왜 지금까지 계속 일차로만을 고집했었는지 대번에 이해가 갔다.


게다가 그 다급한 와중에도 용케도 그 구간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대단하다고 칭찬 할 수 있었지만..



" 차! 차! "



반대쪽에서 달려오는 차량에 내가 악을 썼다.



빠~~앙!!



정면에서 달려오는 차가 급히 방향을 틀었다.


아슬아슬하게 비켜난 차!


그러나 한이서의 미친듯한 역주행은 끝나지 않았다.



" 차..차!! "



빠앙~!



역주행으로 1차에서 3차로를 넘어 간신히 연결 된 이면도로로 빠져 들었다.



심장이 벌떡거렸다.


정면 충돌을 할 뻔 한적이 그 짧은 시간만으로 몇 차례는 되었던 것 같았다.



끼익.


차가 멈췄다.


" 내려요! 얼른! "



한이서의 재촉에 비척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다리가 후덜거려서 그것도 쉽지가 않았다.



한이서는 답답했던지 그런 나를 덥썩 안더니 잡아 끌듯이 차에서 끌어내고는 부축해서 걸음을 옮겼다.


여리여리한 체형임에도 힘이 장사였다.


그 와중에도 뭉클한 뭔가가 가슴에 닿는 바람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수 밖에 없었다.



" 제..제가 걷겠습니다. "


" 그래요. 서둘러요. 곧 여기로 들이닥칠지도 모르니까요. "



함께 뛰듯이 걸어 골목을 이리저리 돌았다.


그리고 큰 길로 나와 바로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가 출발하고서야 비로서 한 숨을 돌릴 여유가 생겼다.



" 어디로 갈까요? "


택시기사가 물었다.



" 성동구로 가주세요. 근처가면 길 알려드릴께요."



한이서가 대답하는 사이.


나는 여전히 붉게 닳아오른 얼굴로 생각에 빠져 있었다.



' C? 아니야 그 이상일지도..'


괜히 시선 처리가 어려워 그저 창밖만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 하..나도 미친놈이지.. 상황이 지금..'



" 괜찮아요? "


" 아..괜찮습니다. 고맙습니다. "


시선을 맞춰 이야기를 하고, 얼른 다시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


왜인지 부끄러웠다.



택시 안이라 더 말을 나누는 것이 꺼려졌는지 한이서도 더 이상 묻지 않고, 좌석에 몸을 깊이 뉘이고 쉬는 것 같았다.


'그래. 이서씨도 힘들었겠지. 하..그나저나 그 놈들은 또 뭐...'




콰앙!



순간 강렬한 충격에 몸이 덜컥 거렸고, 의식이 사라졌다.



" 으..윽.."


뭔가 정신이 들었을 때는 뒤집힌 택시 뒷자리였다.


안전 벨트 때문에 몸이 걸려서 대롱거리고 있었다.


온 몸이 부서질 듯 아파왔다.



" 이..이서씨? "


옆자리의 한이서를 찾았다.


그녀 역시 머리에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고 있었다.



까드득.까드득.



그때 유리 밟히는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가 박살 난 차창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 괜찮습니까? "



' 놈들이다..'



말로는 괜찮냐고 안위를 묻고 있지만, 얼굴에는 차가운 미소가 빙글 거린다.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사내가 한쪽 눈을 찡긋 지어보였다.


그리고 입모양 만으로 뭐라고 지껄여보였다.



- 잡았다. 요 쥐새끼.



분명했다.



"...개..새끼.."



사내가 음산하게 소리없는 웃음을 머금었다.



- 잘가라.



놈이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의 손에서 단검이 빠져나왔다.


빠져나온 단검이 서슴없이 나를 찔러 들어오는 그때!



" 뀍! "


내 품에서 지랄이가 순식간에 뛰쳐나갔다.



" 헉! "



사내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듯 급히 몸을 빼내려 했다.


그러나!



바가가각!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내의 한쪽 눈으로 파고들어간 지랄이가 자취를 감춰버렸다.


사내는 그 상태로 비명도 못지르고 입만 벌려 소리없는 아우성을 뱉어내다가 그대로 허물어졌다.



바가가각!



사내의 머리가 들썩 거리며 쉴새없이 소리가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 어..'



곧, 사내의 뻥뚫린 눈 속에서 온몸에 피칠갑을 한 지랄이가 기어나왔다.


그 그로테스크한 모습에 그저 입만 버끔거려졌다.


쟤 한테서 저런 능력이 있을 줄이야..



녀석이 펄쩍 뛰어 내게로 다가왔다.


평소와는 달리 녀석의 접근에 살짝 거부감이 들었다.


은은히 풍기는 피냄새가 그 거부감에 힘을 실어주었다.



- 테이밍 대상이 의아함을 가집니다.




시스템의 알림음을 듣고서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



녀석은 어찌되었건 날 구해냈다.


그런 녀석에게 고마워 하기는 커녕, 거부감이라니..



" 지랄아. 잘했다. 그리고. 이것 좀 풀어줄래? "



고개를 갸웃거리던 지랄이가 용케 알아들은 듯 다가왔다.


그리고 내 품에 꾸물꾸물 파고들어왔다.



아..


그럼 그렇지.



녀석은 이제 겨우 페이버드 된 상태.


그저 곁을 내어주는 정도 밖에 안되는 녀석이 내 말을 따라줄리가 없었다.



바닥에 축 늘어져 시체가 된 놈의 손에는 여전히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 제발..'


손을 최대한 뻗었다.


단검 날이 잡힐랑 말랑 손끝에 아슬아슬 닿았다.



' 제발! '



머리로 쏠린 피 때문인지 정신도 가물가물 해지고 있었다.


팔이 빠져도 좋다고 생각하며 손을 뻗어냈다.


몸을 얽어매는 안전벨트가 어깨 피부를 짓이기며 파고들었다.


아팠다.



그래도 그 덕분인지 드디어 단검 끝이 손가락 끝에 간신히 잡혔다.


' 되...됐다! '


칼날에 베이든 말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손끝에 겨우 잡힌 단검을 악착같이 당겨냈다.



온 힘을 준 덕분에 얼굴, 그리고 눈알이 터질 것 같았다.


결국 손에 딸려온 단검.


지체없이 안전벨트를 잘라냈다.




쿠다탕..



냅다 바닥에 머리부터 처박힌 탓에 눈 앞에서 빛이 번쩍하는 느낌이었다.



" 크윽..."



고통에 신음을 흘리면서 정신을 다잡으려 애를 썼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바로 몸을 움직였다.



" 이서씨 것도.."


곧..


쿠당탕!


한이서의 몸이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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