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을 꼬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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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카츠
작품등록일 :
2024.08.12 17:59
최근연재일 :
2024.09.1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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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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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

DUMMY


**



"어, 그래! 그래! 잘한다~!"



지랄이가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녀석의 반응이 뭔가 달랐다.


드디어 그때가 다가온 모양.



그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100억! 가자아~!



꾸룩!



어?


지랄이가 궁뎅이를 씰룩거리며 자리를 벗어났다.



"...우..우엑~!! "


냄새가 미쳤다.


두 시간 전에 먹은 아침이 올라올 것 같다.


" 이 미친 새끼~! "



유유히 사라지는 지랄이에게 쌍욕을 박았다.


하긴 처먹는게 그렇게 많은데 처 싸지 않고 장에 처박아두니 냄새가 저리날 수 밖에 없겠지..씨발!



완전 뒤집어진 속을 간신히 억누르며 실내의 창문이란 창문은 모조리 열었다.


그것도 부족해서 환기장치까지 가동했다.



그 소란 속에 카리아의 침실 문이 열렸다.


민낯에 수수한 차림의 카리아가 나왔다.



솔직히..


눈이 부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더 붙일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저게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막 자고 일어난 모습이 저렇다니..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그때, 카리아가 코를 살짝 가렸다.


그리고 경멸하는 시선이 내게 날아와 꽂혔다.



어?


억울했다.



"..야! 나 아니야! "



지랄이의 향기를 단단히 오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선이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눈빛이 더 사나워진다.



궁색한 변명이라고 여기는 걸까?


하긴 저 조막만한 미친 새끼의 향기라고 여기기엔 냄새가 너무 대단하다.



하...


진짜 억울했다.



카리아는 몸을 횅하니 돌려 서둘러 욕실로 향하더니 곧 문이 쾅 하고 닫혔다.



" 시발! 나 아닌데..지랄이, 이 새끼 너.. "



욕실 문이 다시 살짝 열렸다.



" 오늘 스케쥴 있어. 준비해. 회사에도 가봐야하고. "


" ..."



로드매니저를 받아들인 나와 관리 연예인인 그녀가 서로 바뀐 듯 했다.


그런데 어떡할까?


스케쥴 일정을 전혀 알지도 못하는데다가 뭘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매니저를 해본 경험이 있어야 말이지.



" ..몇시까지? "


" ... "



당연히 대답은 없었다.


그렇다고 욕실문을 두들길 수는 없으니..



" 야! 근데 나 옷이 없다고! "


" ..."



하..


진짜..


갈아입을 속옷도 필요하고 이것저것 필요한게 많은데, 죽기 싫으면 딱 그냥 처박혀 있으라는 카리아의 엄포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현재 머물고 있는 호텔의 프론트에 연락하는 것 조차 금지시키니 뭐..



뚜르륵. 철컹.



객실의 현관문이 갑자기 열렸다.


갑작스런 상황에 내가 당황하기도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언니, 저 왔어요~! "



한이서였다.


" 이서씨! "


반가움 가득한 내 목소리에 한이서가 얼른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


어리둥절한 내가 그냥 조용히 입을 닫을 때.


한이서가 슬쩍 다가와 조용히 소리를 죽여 이야기 했다.



" 언니는 아침에 소란스러운거 싫어하거든요. 그러니까, 가급적 조용히, 쉿.. 오케이? "


" 오..오케이.."



너무 진중한 눈빛과 태도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 거렸다.


이미 아침부터 문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댄 것은 그냥 조용하게 묻어놓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 그런데 아침부터 어쩐 일이예요? "


" 어쩐 일은요? 오늘 언니 스케쥴 있잖아요. 메이크업이랑 의상 챙겨왔죠. 아, 몰랐구나? 내가 코디 겸 스타일리스트예요. "



" 에? 쟤한테 이서씨만 있다고요? "


잘은 몰라도 대형 연예인이 아닌 경우 한이서의 말처럼 코디와 스타일리스트를 겸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카리아는 S4 멤버이고, 그룹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초대형 스타.


전문화된 코디와 스타일리스트가 각각이 아니라, 둘 셋씩 달라붙어도 이해가 갈 정도인데, 고작 한이서 혼자라니?



" 뭐예요? 지금 나 무시하는 거예여? "



한이서가 잔뜩 쏘아본다.


" 아, 그게 아니라.. "



의도치 않게 현관문 앞에서 둘이 속닥대고 있는데, 카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 뭐하니? 어서 준비하자. "


" 네! 언니. "



한이서의 표정이 싹 변하면서 얼른 나를 지나쳐 카리아에게 향했다.


" 아! 이거요! "



새초롬한 표정으로 지나치며 한이서가 잔뜩 들고있던 것 중에 몇 개를 휙휙 던졌다.


앞서 본의 아니게 그녀의 자존심을 거슬리게 만든 것에 대한 소심한 복수가 담긴 행동.


받아들고 보니 속옷과 옷가지들이었다.



' 오..역시 이서씨..'



카리아의 것만 챙겨온 것이 아니라, 내가 입을 것 마저 같이 챙겨온 것이었다.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전에 한이서가 사라졌기에 그냥 옷을 들고 내가 쓰는 침실로 들어갔다.


그곳에 별도로 작은 욕실겸 화장실이 붙어있어서, 샤워도 하고 옷도 갈아 입을 수 있었다.


나름 로드매니저인데 연예인보다 준비가 늦을 수는 없기에 최대한 서둘렀다.



' 살짝 작은데? '


상의도 그렇고 바지도 그렇고, 한이서가 가져다 준 옷들은 못 입을 정도는 아니지만, 살짝 불편함이 생길 정도로 작은 편이었다.


뭐 실력이 어떻고 하면서 잔뜩 불만이더니, 순 허당인 듯 싶었다.


옷을 챙겨준 게 처음도 아니었고, 한 달간 갇힌 생활을 할 때 속옷이나 옷 크기도 알려줬었건만.



팔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여보며, 방을 나섰다.


터질 정도까진 아니니 그냥 준대로 입을 수 밖에는 없을 것 같았다.



" 언니, 근데 오늘따라 더 예쁜 것 같아요. 뭐야? 왜 그렇지? "


" ..."



문을 열자마자 한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참..


예쁜 거면 예쁜거지 왜 그렇지는 또 뭐야?


좀 엉뚱한 구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것을 보니 약간 맹한 것 같기도 하고..



" 어? 뭐야, 언니 가슴도 좀 더 커진 것 같기도 하고..힙도 그렇고... 헉! 아..쉿. 죄송해요. 언니. 헤헤헷.."



아니나 다를까 안에서 카리아에게 한 눈치를 받았는지 한이서가 진땀 빼는 모습이 훤히 눈 앞에 그려졌다.


내가 방 앞에 가서 슬쩍 입을 열었다.



" 야, 나, 뭐할까? "


" 헉! "



안에서 또 한이서가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또 왜?



" 그 문 열면 죽을 줄 알아욧! 그냥 닥치고 거실에서 기다려요! "


한이서의 잔뜩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왔다.


새끼 지키는 어미마냥 잔뜩 날이 선 목소리였다.



' 뭐야?... 열 생각도 없었거든? '



투덜거리며 다시 거실로 움직였다.


소파에 털썩 몸을 던지려다가 혹시나 바지가 찢어지기라도 할까봐 조심히 그냥 앉았다.


그렇게 멍하니 앉아 기다릴 때, 어딘가에서 지랄이가 기어나왔다.



아침부터 캐슈넛 1kg 짜리가 든 봉지를 세 개나 처먹고 어딘가로 사라지더니 이제서야 나타난 녀석이었다.


처음 봤을 때보다 살이 조금 통통하게 올라 더 귀염상이긴 한데.


아침에 맡았던 녀석의 향기가 다시 떠오르면서 잠시 잊었던 억울함도 같이 떠올랐다.



" 이 시끼..지랄아, 이리와. "



그래도 심심하던 차라 녀석을 불렀다.


지랄이는 쪼르르 다가와 다리를 타고 내 어깨로 올라왔다.



" 야, 안돼. 옷에 구멍나면 죽을 줄 알아! "



녀석이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 말처럼 늘 하던대로 바로 어깨나 목에 이빨을 갉아대려고 했던 모양.


조금 함께 지낸 시간이 있다고 나름 뜻이 통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 어, 그리고 보니..녀석이랑 친화도가 얼마나 쌓였지?'



문득 떠오른 김에 바로 상태창을 불렀다.




※※※※※



-【이름】: 지랄이


-【종족】: 테레브로덴테스 종


-【희귀도】: 특별(S) / 성장형


-【테이밍 진행 상태】


페이버드 성공 >> 『친화도』 : 88%



※※※※※




" 뭐? 88% !? "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초기 고정치 20%에 손가락을 씹어대더니 오른 20%, 총합해서 40%에서 더 오르지 않더니 갑자기 두배 넘게 친화도가 상승했다.


발목에 붙어서 이름처럼 지랄을 할 때 몇 번 친화도가 올랐다는 알람을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나 올랐을 줄이야!


뭐 때문이지?



내 표정이 저절로 진중해졌다.



이 녀석이 보여준 능력.


택시에서 나를 비웃던 그 헌터의 등급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지랄이의 갑작스런 공격 한 번에 눈알이 뚫리고 뇌가 파먹혀서 목숨을 잃었다.


결과적으로는 날 보호한 것이기는 하지만, 녀석이 정말 나를 보호하려고 했었다는 것은 내 바램일 뿐 일 것이었다.


왜냐면 지랄이는 내게 완전히 테이밍된 것도 아니고, 그저 곁을 내어준 수준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날 보호하려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렇기에 더욱 지랄이의 테이밍이 중요했다.


은빛 달 부족의 위협에 아무런 대응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그저 도망치고 카리아의 보호 뒤에 숨어야 했던 내가 현재로서 나를 보호할 유일한 방법은 녀석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친화도가 갑자기 오른 이유를 알아내서 녀석의 테이밍을 가능한 빨리 성공 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내게 중요한 일이었다.


그간 그렇다 할 큰 변화가 없던 친화도가 이렇게나 급상승을 했다면 더욱 그렇고..



게다가 지랄이의 테이밍의 의미는 비단 그 뿐만 아니었다.


지랄이의 테이밍 성공은 카리아와 거래 역시 달성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과도 상통하는 것이었다.


카리아와의 거래의 핵심이 바로 이 녀석이니까.



이미 카리아에게서 10억 상당의 마정석을 받았고, 몇번에 걸친 진품 확인까지 끝마쳤다.


비싼 돈을 주고 부른 감정사가 침을 튀기며 판매 할 때 자신에게 팔아달라고 출장비를 깎아줄 만큼의 상급 마정석이었다.



예전같았다면 10억이라는 거액만으로도 감지덕지했을테지만..


이제는 그 열배의 금액이, 그 가능성이 눈 앞에 아른거리며 보이기 시작했다.




' 왜지? 왜일까? 내가 뭘 했지?'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에 빠져들었다.


유일한 가능성이라면 녀석이 내 발목에 붙어 지랄을 할 때 올랐던 친화도.. 그때 뿐인데..




달칵.


문소리에 상념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로 시선만 가져갔다.


카리아와 한이서가 사라졌던 방문이 열리고, 카리아가 먼저 걸어 나왔다.


상념이 순간 뇌 속에서 깔끔하게 밀려 사라졌다.



" ...와..미친.. "



눈 앞에 미디어를 통해서 볼 수 있었던 카리아가 서 있었다.


아니, 팬사인회에서 실물을 마주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따로 속내가 있어서 그랬던지 미처 느끼지 못했었는데..



한이서의 메이크업, 헤어 스타일링에 의상까지 완벽하게 갖춘 그녀는 정말 말마따나 미쳤다.


카리아의 고운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 헉! "


곁에 있던 한이서가 나도 모르게 흘린 말에 보이는 카리아의 반응에 화들짝 놀라며 잰걸음으로 내게 먼저 다가들었다.



잠깐 홀린 가출했던 정신이 살짝 돌아왔다.


한이서의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 점점 명확하게 인식되어 왔다.



" 어? 왜...? "



빡!



" 컥.."



무릎이 휘청하며 종아리에서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카프 킥?



고통에 다리를 절뚝 거리고 있는데, 한이서가 으르렁 거렸다.


이 여자는 전에는 한번도 그러지 않더니, 카리아와 함께 하고 부터는 줄곧 이런 모습이었다.



" 뭐해욧!? 멍청히 서 가지고?! "


" ..예? "



한이서의 느닷없는 일격, 그 일격보다 다 대단한 박력!


잔뜩 쫀것도 쫀것이지만, 도대체 영문을 모르기에 내 대답이 어정쩡하게 나올 수 밖에 없었다.



" 이서야. "



한이서의 얼굴에 순간 봄바람같은 훈풍이 돌더니 화사한 미소가 맺힌다.


" 예, 언니~ "



뭐야 이 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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