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을 꼬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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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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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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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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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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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DUMMY

제루나스가 마치 보여주겠다는 듯 팔을 돌려 바닥에 죽어 널부러진 시체 네 구를 향해 내 몸을 돌렸다.



" ..."



목이 없는 하나의 시체.


나머지 세구의 시체들 중 한구는 목이 절반쯤 갈라져 지금까지 피를 왈칵왈칵 쏟아내고 있었고, 또 한구의 시체는 가슴 부근이 완전히 해체되어 드러난 갈비뼈 사이로 피가 벌컥거리며 나오는 중이었다.


그나마 제일 멀쩡한 마지막 한구의 시체는 한쪽 팔뚝이 사라져 있었는데, 그야말로 팔의 살점들이 해체되어 허연 팔뼈가 드러나 보이는 끔찍한 모습이었다.



' 내..내가 저렇게 만들었다고? '



보자마자 욕지거리가 튀어나오며,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았다.


도축..


왜 스킬명이 도축인지 비로서 완전히 이해가 갔다.



저건..


그야말로 짐승을 도축하고 피를 빼내고, 가죽을 벗기고, 뼈를 분리해내는 기술.


문제는 내가 해놓은 저것들이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



떠올린 스킬명과 눈 앞의 광경이 겹쳐지자, 겨우 참고있던 토악질이 결국 터져나왔다.



" 우엑! "



끈적한 토사물이 내 앞가슴을 적시며 흘러내렸다.



" 우..우욱! "



구역질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정신없이 몸을 들썩이며 속의 것을 비워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몸이 붕 날았다.



쿠당탕탕!!



" 크윽.."



몸이 데굴데굴 굴러서 천장을 보고 멈춰섰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몸을 버둥거렸다.


밀려오는 고통에도 몸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아서 벌레처럼 바닥을 기어야했다.



그런 나를 제루나스가 내려다보았다.


차갑고 경멸어린 눈빛.


내가 벌인 짓에 대한 경멸인지, 아니면 내 손에 죽은 시체에 벌벌 떨며 속의 것을 게워내는 내 한심함을 탓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놈이 입버릇처럼 지껄여댔던대로 벌레처럼 놈의 발치 어림에서 기어다니도록 만든 현 상황이 내게 치욕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만들었다.


잔혹한 광경으로 인한 정신적인 충격이 밀려나며, 그 자리를 놈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바뀌어 갔다.



" 이...이.. 너..넌 뭐가 그리 잘났다고! 이 개새끼야! "



내 쌍욕에 제루나스의 반응이 바로 뒤따라 나왔다.



퍽!



복부가 뚫릴 것 같은 고통이다.



" 커..허.."



토사물로 범벅인 입가에서 침이 줄줄 흘러내렸다.



퍽! 퍽! 퍽!



제루나스의 발이 계속 내 몸을 후려찼다.


웅크리지도 못하니 그저 온 몸으로 쏟아지는 발길질을 그대로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얼마나 그렇게 개처럼 얻어 맞았을까..



" 끄..으.."


결국 비참한 신음을 마지막으로 검게 변해가는 시야를 끝으로 의식을 놓아야 했다.




**



춥다.


한기가 온 몸으로 파고들어서 턱이 덜덜 떨려온다.



" 으..으..으..."



퍽!


" 크흑.."


옆구리에 격통이 찾아들었다.


고통 때문에 절로 눈이 뜨여졌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제루나스.



" 이..이 개새.."



퍽!



" 크어.."


복부를 걷어차여 숨이 턱 막혀온다.



" 일어나라. "



눈에 불똥이 튄다.


이 분노! 수치감! 굴욕감!


무슨 수가 있더라도 갚아줄 테다!



숨을 헐떡이며 몸을 추슬렀다.


그리고 바로 놈에게 달려들었다.


" 죽여 버릴..컥!"



퍽!


얼굴을 강타하는 충격에 정신없이 다시 바닥을 뒹굴었다.



" 벌레들은 꼭 처맞아야 정신을 차리더라고. 그러고보니 내게 개새끼라고 했었지? 지금보니 네 꼴이 발발기는 개새낀 것 같은데? 그렇지 혼종 새끼야. 쿡쿡. "


" 크윽.."



바닥을 기어 놈의 다리를 붙들려고 했다.


얼굴을 강타 당한 충격 때문인지 시야가 흔들려서 그마저도 쉽지는 않았지만..



" 잘 기네. 진짜 개새끼처럼. 쿡쿡.. "


" 우아아악!! "



뻐억!


어딘가 부러진게 아닐까 하는 격타음과 함께 바닥에 완전히 늘어져야했다.




여전히 춥다.


그리고 배가 고프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로 철창 안에 갇혔다.


정신을 차린지 몇일은 지난 것 같다.


추운데다가 물 한 모금 먹지못해서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 콜록..콜록.."



눈 앞에 완전히 얼어붙은 고기덩어리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리고 그 앞에 단검 한자루.



- " 해체해서 먹기 좋게 만들어놔라. 그러면 먹을 것을 주지. 싫으면 굶던가. 아! 그 칼로 자살해도 좋고, 네 앞의 부패한 마수 고기를 생으로 처먹고 뒈져도 좋겠지. 내가 아주 바라는 게 사실 그거거든. 쿡쿡. "



내 앞에 저것들을 던져 놓으며 제루나스가 지껄이던 소리였다.



뜬금없는 요구.


아니, 뜬금 없지는 않다.


놈은 내가 보여줬던 기술을 가지고 나에게 모멸감을 주려고 하는 것이 분명하다.



놈에게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


놈이 시킨 일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말 죽을 것 같다.


덜덜 떨리는 손길로 단검을 들었다.



' 이걸 그냥 가슴에 찔러 넣을까? '


생각만으로 떨리던 손이 더 심하게 떨려온다.



' 병신..'



이 모멸감과 비참함 속에서도 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리고 한편으로 치솟아 오르는 생각.



- 복수.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위함일지 모른다.


그저 살고 싶은 마음을 감추고자 떠올린 핑계일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단어가 뇌리에 떠오르고 각인되자 우습게도 모멸감과 자괴감이 서서히 사라져 갔다.


이 단검으로 제루나스 놈을 찌르고 베고 가르는 상상을 하자 쇠약한 몸에 기운이 도는 기분이다.


정말 우습다.



단검을 얼음덩어리가 된 고기에 찔러 넣었다.



팅!



단검은 쇠에라도 부딪친 듯 튕겨나왔다.


손이 저려왔다.



도축을 해본적은 당연히 없고, 본적도 없다.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또 꽁꽁 언 고기덩어리는 마치 무쇠처럼 단단하다.


그냥은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 도축 '



떠올린 스킬이 자연스럽게 발동하며 붉은 실선들이 시야 가득 들어왔다.


단검을 움직여갔다.




서걱. 서걱.


" 콜록! 콜록... "



뭔가에 집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분노도, 배고픔도, 추위도 잊을 수 있었다.



서걱. 서걱.


" 콜록! 콜록! "



심한 기침과 함께 현기증이 왔다.


핑 도는 어지러움 뒤에 코에서 코피가 방울져서 뚝뚝 떨어져 내렸다.



어지럽다.



털썩..




**



- 발골 및 정형을 완료하였습니다.


- 도축 스킬의 숙련도가 10 상승하였습니다.


*

*


- 박피, 발골, 정형을 완료하였습니다.


- 도축 스킬의 숙련도가 15 상승하였습니다.



*

*



- 완벽한 발골에 성공하였습니다.


- 도축 스킬의 숙련도가 35 상승하였습니다.


*

*


- 방혈, 박피, 발골, 정형을 완료하였습니다.


- 도축의 전과정을 완벽하게 완성하여 도축 스킬 숙련도 80을 획득합니다.



- 도축 스킬 숙련도 127에 도달하며, lv3에 도달합니다.


《 도축 스킬 부가 효과의 효율이 상승합니다. 》



- 도축 스킬이 lv3에 도달하면서, 부가효과 '방혈(exsanguinate)'이 스킬로 해금됩니다.


《 도축-방혈 스킬이 활성화 됩니다. 이제 개별 스킬로 도축-방혈(exsanguinate)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




철컹!



쇠창살로 된 감옥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제루나스가 무표정한 얼굴로 휙 고기덩어리를 던져넣는다.


비릿한 피냄새.


죽은 지 얼마되지 않은 동물의 사체같았다.



제루나스는 일말의 말도 없이 다시 쇠창살을 닫았다.


나 역시 기계적으로 시체로 손을 뻗으며, 물었다.



" 야..언제까지 이렇게 할 건데?


" 나야 모르지."



" 왜 네가 모르지? 가둔 건 너 잖아. 개새끼야."



사체의 가죽을 능숙하게 벗겨가며 덤덤히 놈에게 물었다.


제루나스 역시 내 욕지거리에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아니면 무시하는 건지 신경쓰지 않고 덤덤히 대꾸했다.



" 쿡쿡..난 그냥 시키는대로 할 뿐이다. "


" 지랄하네. 왜 내게 이 짓을 하게 만드는 건데? "


" 뭐? "



이 철창 안에 갇힌지 얼마나 되는지 잊어버릴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그 긴 시간동안 하루에 300구 이상의 마수 시체의 뼈를 가르고 고기를 분리해냈다.


아무리 머저리라도 이 반복적인 일련의 상황들에서 뭔가 이상함을 찾지 못 할 리가 없었다.


이건 마치 내게 스킬의 숙련도를 억지로 올리게 만드려는 교육프로그램 같지 않은가?




스그그극.


사체의 다리 부분을 능숙하게 돌려내 뽑아내며 내가 묻자 제루나스가 되물었다.



" 굳이 상황을 꾸미면서 까지 나를 붙잡아 두는 이유가 뭐냐고? 병원에서 죽었던 자들..그들 정말 죽은게 맞아? 습격자를 처리한 것을 내 눈으로 보기는 했었는데 말이야..지금 생각해보니, 죽었던 자들.. 뭔가 달랐거든. .이상해.. "


" ..."



" 고기 손질에 좀 익숙해지다보니 다른 것을 알겠더라고. 그 놈들한테서 피냄새가 없었어. 아니, 그 때 워낙 놀라고 당황했으니 인지하지 못했다고 쳐. 하지만, 분명히 다른 점이 또 있거든. "


" ..."



나는 손에 들린 사체의 다리를 들어보이며 계속 말을 이었다.



" 꽁꽁 언 시체의 살을 발라 낼 때도 말이야. 완전히 얼어서 돌덩이 같은 그것의 살덩이를 갈라낼 때도 결이란게 있더라고. 첨엔 몰랐었는데 말이지. "



도축을 하면 할 수록 눈 앞에 환상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선명한 붉은 빛 한줄기를 떠올리며 놈과 눈을 마주쳤다.



" 근데 병원에서 내가 죽인 녀석들은 달랐었거든. 결이란게 그렇게 많을 수가 없거든. 게다가 이상한게 그 뿐만이 아니야.. 처음에는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어느새부터 오버시어인가 뭔가하는데 접속하라는 소리가 안들리더라고.."


" ..."



" 이유가 뭘까? 많이 고민했는데..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새끼는 너 밖에 없더라고. 근데, 제루나스인가 하는 개새끼는 아무리 생각해도 오버시어를 컨트롤 할 만큼 대단한 새끼는 아닐꺼란 말이지? "



스거거걱!


뒷다리마저 도려내며 물었다.


피를 먼저 빼내고, 가죽은 벗겨 낸 다음, 다리나 머리등을 깔끔하게 제거했으니, 이제는 몸통에서 뼈를 바를 차례.


단검을 들고 쇠창살 너머로 제루나스를 쳐다보았다.



" 그리고, 마지막. 지금 내가 발라내는 이것들은 진짜 마수의 사체들이거든. 분명해. 그런데 이렇게 마수의 사체를 꼬박꼬박 하루에 300구 이상씩 가져다 바칠 수 있는 능력자라..그것도 종류별로 말이지. 자, 대답해봐. 개새끼야. 너, 누구야? "


" 쿡쿡..꼴에 똑똑한 척이라니. 우습군. 벌레새끼 주제에.. "



" 내게 이 짓을 시키는 이유는 뭐지? "


" ...확인하기 위해서다. "



의외로 순순히 대답하는 제루나스 행세를 하는 놈.



" 뭐를? "


" 네가 [시스템]에 부합하는 적합한 벌레가 맞는가에 대한 판단, 시스템 오류라는 판단을 도출하기 위한 증거 수집. "


" ..."



" 사실 조금 놀랐다. 완전 폐물인줄 알았더니 나름 상황인지력과 추리력은 그래도 있나보군..뭐, 그래봐야 폐기처리가 시급한 벌레라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말이지."


" ..."



" 지금까지 확인한 결과 네 전투재능은 최대한 관대하게 봐준다고 해봐야 고작 C. 더 가관은 항거의지 항목으로 명백한 F 등급. 쓸모없는 벌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그런데 네가 받은 평가등급은 무려 A. 이건 오류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 "


" 씨발, 내가 등급을 평가해달라고 했었나? 뭔 개소리를 지껄이는거지? "



말과는 달리 속으로는 테이밍 시스템을 통한 능력 재평가에 대한 기억이 떠올리며 상황의 심각함을 되새기는 중이었다.


저 놈이 말하는 오류, 평가, 시스템 등의 단어들이 내가 아는 지식에는 없는 생소한 것들이면서도 왠지 깊이 알아서는 안되는 것 같은 예감을 주고 있었다.


알지 말아야 할 진실에 다가갈 수록 따르는 위협은 언제나 치명적이기 마련이니.




" 벌레야. 네 의지 따위와는 상관이 없어. 시스템은 너희를 관장한다. 너희는 선택권이 없어. 그저 따르고, 복종하고, 떨어지는 시스템의 보상에 감동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면 그 뿐이란다. 쿡쿡.."


"그럼 넌 뭔데? "



" 나는... 관리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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