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을 꼬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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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카츠
작품등록일 :
2024.08.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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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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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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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DUMMY


무엇보다 의장이라는 저 뚱땡이 새끼도 겉으로는 허허 거리면서, 카리아에게 하는 것으로 볼 때 결코 카리아 쪽이라라고 보긴 어렵다.


아니, 오히려 크게 티나지 않게 지젤을 두둔하는 것 같고, 쥐상의 저 사장이란 새끼는 애초부터 적대적이었으니 더 말 할 것도 없고..



말이 S4의 메일 보컬이자 리더지, 대우는 의장에, 사장에, 같은 멤버들에게도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면서 그냥 꾸역꾸역 참고 넘어가며 버티고 있었던 것 같았다.



" 이런 씨.."



마음 속으로 곱씹던 말이 밖으로 나왔다.



순간 찾아온 정적.


모든 시선이 나에게 꽂혀 들었다.


무덤덤하던 카리아의 시선마저 내게 닿아 있었다.



" 야, 카리아. 너 뭐하냐? 네가 리더라고 해도 뭘 그렇게 까지 해?! 신곡이 맘에 안든다고 저 난리인데, 네가 뜯어 말린다고 뭐 되겠어? 그냥 의장님 만나게 냅두지 뭐하러 굳이 나서서.."


" 뭐래?! "



지젤이 가장 어이없어 했다.


고개를 돌려 지젤과 눈이 마주친 의장이 나를 쳐다보았다.



"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


후덕하게 허허 거리던 얼굴이 싹 바뀌며 굳어버리자 비로서 본연 그대로의 얼굴이 드러났다.



' 뭐? 씨발! 어쩔건데? 때려치면 그만이지! 씨발꺼.. '



" 지젤씨가 곡이 마음에 안든다고 따지러 가는걸 카리아가 말리려다 일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


" 뭔 개소리야! 흡.."



지젤이 버럭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나온 속된 소리에 흠칫하는 사이, 다시 지젤에게 시선을 줬던 의장이 눈을 돌려 내게 다시 말했다.


" 지젤은 아니라고 하는데? "



" 맞아요. "


순간, 카리아가 끼어들었다.



...



장내에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 뭐라고? "


의장에 물음에 카리아가 다시 똑바로 의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 지젤이 이번 신곡이 마음에 안든다고 해서, 내가 말리다가 소란이 일어났다고 했어요. "



여전히 담담한 대답.


지금까지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고, 어조의 변화도 없었다.


그런 만큼 그녀의 말에는 왠지모를 신뢰감이 묻어났다.



" 뭐?! 내가 언제...! "



지젤이 발작적으로 소리를 질러댈 때!



" 아이고..."



의장이 과장된 몸짓으로 머리를 짚었다.



" 구사장, 여기 정리 좀 하게. 내 머리가 아파서 사무실에서 두통약이라도 먹고 쉬어야겠어. 이것들은 매번 이 난리니..어휴, 내가 진짜 오래 못 살지.."



의장이 그렇게 자리를 벗어났다.


그때까지 아무말 없이 서 있던 구성재 사장이 입을 열었다.



" 곡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따로 위층에 마련된 멤버 전용 라운지에서 따로 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신곡 발표 전 보안 문제도 그렇고, 이렇게 밖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 또한 자칫 새어나가기라도하면 좋지 않을 것 같군요. "


" 사장님, 저는 곡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안했다고요! "



" 지젤, 사장님이 그만하라고 하셨어. 먼저 올라가. 이건 리더로서 말하는 거야. "


" 뭐? 너, 지금 뭐라고..?!.."



구성재 사장의 시선이 말없이 지젤에게 머물렀다.


" 하! 진짜! "


지젤이 거칠게 몸을 돌려 복도 한쪽으로 걸어갔다.



" 엘레베이터는 여기 있습니다만? "


" 아! 화장실도 못가요? 갔다가 가면 되잖아요! "


" ..."



지젤이 완전히 사라지자 카리아가 말했다.



" 대기실로 가. "


" 어딘지 알아야 가지. "



내 대답에 구성재 사장이 말했다.


" 자넨, 당장 말투부터 바꾸도록 하게. 연예인에게 함부로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매니저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것도 명심하도록 하고. 자네 직속 팀장에게 내 직접 이야기해두지. "


" 예. 주의하겠습니다. "



순순히 대답했다.


자격 미달이든 뭐든 하나도 겁나지 않았다.


내가 무슨 이 회사에 취업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난 그저 카리아와의 계약이 끝나면 그냥 바이바이하면 그뿐.


미련도, 애착도 없다.



" 김비서. 저 친구 대기실로 안내 좀 해주고. "


" 예. 사장님. "



카리아와 구성재 사장이 엘레베이터 앞에 서는 동안, 나는 여비서를 따라 대기실로 향했다.


복도의 모퉁이를 돌자, 그곳에 지젤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모로 꼬고는 서 있었다.



' 어, 그래. 너, 잘 만났다. '


안그래도 속으로 성질이 잔뜩 난 상태였다.


저 년이 하는 행태에 배알이 잔뜩 꼬인 것은 나 역시 저 년 못지 않았다.



" 야! 너! "


" 뭐! "



살짝 앞서 있던 여비서가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고 안절부절 하기 시작했고, 지젤이 눈이 치켜 올라갔다.



" 이게 진짜!? "



앙칼진 소리와 함께 지젤의 손이 날아왔지만, 가볍게 피했다.


아까야 하도 경황이 없고, 어떻게 할지 몰라서 그랬지 그거하나 피하지 못할 정도로 맹탕은 아니었다.


아무리 헌터도 못되는 기능인이라도, 게이트 안에서 마수도 사냥하는 나다.


마수사냥은 일반인과 깜냥을 겨눌만큼 간이 작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



허무하게 손이 공중을 가르자 지젤의 눈이 뒤집어지기 직전이었다.


" 너, 이 씨발 새끼가! "


" 이야~ 욕 찰지게 잘하네. 지젤. "



" 뭐? "


하도 어이가 없는지 지젤이 눈을 하얗게 치켜뜨며 물었다.


나는 품에서 볼펜을 꺼내들었다.


혹시나 뭔가 매니저로 할 일을 배울 줄 알고, 나름 적어가며 신경을 좀 써보겠다고 호텔에서 챙겨온 것이었다.


이런 시궁창일 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테지만.



나는 볼펜을 흔들었다.


" 이게 뭘까? "


" ...너..너!! "



지젤이 분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몸을 바들거리며 떨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그냥 볼펜만 흔들어보였는데 지젤은 알아서 혼자 착각하고 혼자 결론을 내렸다.



" 이제 그만하는게 어떨까? 서로한테 좋을 것 같은데? "


" ...너, 오늘 일 결코 잊지 않을 줄 알아.."



" 나야 기억해주면 좋지. "


" 이..이.."


내가 볼펜을 딱 부러뜨리며 대답했다.


느물거리는 내 태도 때문인지 다시 몸을 파르르 떨던 지젤이 거칠게 몸을 돌려 가버렸다.


그 뒷모습을 끝까지 보며 속으로 이죽거렸다.



' 병신같은 년. 그냥 볼펜인데. '



" 저, 저기가 대기실이예요.."



옆에 여비서가 조심스러운 말투로 내게 말했다.



" 아, 고맙습니다. 그럼.."



나는 여비서에게 인사를 하고, 알려준 대기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대기실이라더니, 뭔 사무실처럼 되어 있었다.


파티션으로 칸이 나눠져 있었고, 각 구역마다 이름이 써붙어 있었다.



- S4 카리아 스태프 전용.



제일 안쪽, 다른 곳보다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곳에 적힌 명찰을 확인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책상과 의자 두 세개가 놓여 있는 것이 전부였다.


안쪽에 한이서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더니,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의자 깊숙이 몸을 묻고, 머리를 뒤로 제쳐 완전히 늘어졌다.


첫날부터 별일을 다 겪었더니 너무 피곤했다.




끼이익. 쾅.


문이 열리고, 급히 닫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잰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다분히 공격적인 발걸음 소리.



' 하..또, 뭔데? '


일단 늘어진 자세를 바로했다.


그때 파티션 너머로 한 덩치하는 사내가 얼굴을 쓱 내밀더니 눈을 부라리며 내게 말했다.



" 야, 신입.. 너, 따라나와. "


" 누구신데요? "


" 뭐? 이 새끼가! 안 따라나와? "



약간의 어이없음과 짜증, 불쾌함이 확 치밀었다.


힘 좀 쓰게 생겨서 살짝 쫄리기는 하는데..


나 역시 그동안 모은 포인트 분배로 능력치가 과거보다 두배는 늘어났다.


그러니 일반인에게 되지도 않게 처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자신감도 있었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여기서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가 않아서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덩치가 먼저 걸어나갔다.


덩치는 이리저리 복도를 돌아 한 문 앞에 도달해서 나를 기다렸다.


복도가 복잡해서 다시 찾아가기도 어려울 정도.


뭐, 그거야 나중에 생각할 문제이긴 했다.


당장은 저기, 한 눈에 봐도 나와 한따까리 하자는 의지가 가득 담긴 저 덩치부터 처리해야 할 듯 싶었다.


놈은 따라온 나를 확인하고는 씩 웃더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곧, 내가 문 앞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


안쪽은 불을 켜두지 않아 어두웠다.



내가 한발 내밀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부웅!


주먹이 내게 날아왔다.


순간 흠칫 할 수 밖에 없었다.



' 이 새끼가..'


비겁하게 어둠에 먼저 적응한 놈이 내가 안으로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다가 들어서자마자 주먹을 날린 모양.


그때, 나도 모르게 몸이 반응하며 고개를 살짝 젖혀 주먹을 슬쩍 피했다.


어둠 속에서도 덩치의 커다란 몸통의 윤곽이 보였다.



마음을 먹고 주먹을 날렸다.


격투기나 싸움하는 법을 배운 적은 없었다.


그래서 날린 주먹질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퍽!


그러나, 놈의 몸에 박힌 주먹에서 묵직한 타격감이 전해져왔다.



" 컥! "


짧은 비명과 함께 놈이 크게 휘청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미 서로가 몸의 대화를 시작된 이상, 여기서 미적거리지말고, 아주 본 때를 보여줘야 두 번 다시는 이런 시시껄렁한 놈이 들러붙지 않을 것 같았다.


슬쩍 한 걸음 다가가 다시 몸통을 향해 주먹을 후려쳤다.


머리통은 잘 보이지도 않았고, 자칫 얼굴에 멍자국이라도 남으면 좋을 것 같지도 않아서 다시 몸통을 노렸다.



퍽!


" 컥.."



놈의 억눌린 신음이 다시 들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까 보다는 묵직함이 조금 덜 전해져 왔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아니나다를까 덩치가 내 멱살을 잡아챘다.


유도나 주짓수 같은 거라도 배운 건지 틀어 쥔 손의 힘이 제법이었다.


말 그대로 제법인 수준.



놈이 멱살을 잡고 안간힘을 쓰는 사이, 내가 놈의 멱살 쥔 손을 잡아 힘을 주었다.



" 익..이 씨발새끼가.."



자유로운 한 손으로는 놈의 복부어림으로 주먹을 찔러 넣었다.



퍽!


" 꺼억.."



운좋게 제대로 들어갔는지 놈의 손에 힘이 쭉 빠져나갔다.



" 뭐라고? 다시 말해봐. "



퍽.



" 컥!.."



퍽! 퍽! 퍽!



세 대정도 더 복부 즈음에 주먹을 꽂아넣자 놈이 허물어졌다.


그제야 틀어쥔 놈의 손을 놓아주고, 몸을 돌려 벽의 스위치를 찾았다.


놈과 드잡이질을 하는 사이 닫혀버린 문 때문에 완전한 어둠이었지만, 어둠에 좀 적응이 된 터라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실내에 불이 들어왔다.


잠시간 눈부심에 적응하고 나자, 복부를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져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덩치가 보였다.



놈에게 다가가 냅다 놈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퍼억!


" 크업..."



주먹질이야 혹시나 잘못 될지도 몰라서 힘을 조금 아꼈었다면, 이번 발길질은 제법 힘을 준 발길질이었다.


내 힘에 쭉 밀려나 놈이 바닥을 뒹굴었다.


끙끙거리는 놈에게 다가가 멱살을 틀어 쥐어 그대로 들어 올렸다.


한 덩치하는 놈의 몸이 너무 쉽게 딸려 올라왔다.


나조차 약간 놀랄 정도.



" 야, 너 누군데? "


" 큽..큽.."



숨이 막혀오는지 벌개진 얼굴로 놈이 버둥거렸다.



" 너, 누구냐고! "


" 지..지젤씨..로드..매니저.."



이제는 아예 파랗게 질려가는 덩치를 휙 바닥으로 던지듯 팽겨쳤다.



쿠당탕!


놈이 볼썽 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 그 년이 시켰어? 나 패라고? "


" 예..예.."



" 후..참, 먹고 살기 힘들다. 그치? "


" 예.."



놈은 더는 달려들 의욕마저 잃었는지 그대로 바닥에 퍼질러 앉은 채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보아하니 덩치는 크고, 살짝 삭기는 했지만, 나이는 나보다 앳되 보였다.



" 너, 몇살이냐? "


" ..스물..셋 입니다. "



씨발..


삭은게 아니라 썩었구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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