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을 꼬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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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카츠
작품등록일 :
2024.08.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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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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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DUMMY

한이서의 몸이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 끄..응.."



그 충격 탓인지 한이서가 신음소리를 내었다.


반가웠다.


다행히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은 것 같았다.



" 이서씨! 정신차려요! 어서 여기서 도망쳐야돼요! "


" 아윽...자..잠깐만요..후..그나저나, 우현씨는 괜찮아요?"



속으로 살짝 감동스러운 마음, 또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먼저 내 안위를 묻는 한이서가 고마워서였다.


나는 그녀에 대한 걱정보다는 솔직히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 부터 생각했었는데..



" 저는.. 괜찮습니다. 이서씨는 많이 안다쳤어요? 괜찮아요? "


" 다행히 어디 부러진 것 같지는 않네요. 끙..일단.. 여기서 빠져나가도록 해요.."


" 예. 그러죠.. "


앞에 엎드려 죽어있는 사내의 시체를 억지로 밀어내고 창 틈으로 기어서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몸이 아파서 잘 움직여지지 않았는데, 어느새 빠져나온 한이서가 도운 덕분에 몸을 억지로나마 빼낼 수 있었다.



도로는 난장판이었다.


뒤집힌 택시와 그 옆을 들이박은 듯 보이는 트럭.



멀찍이서 구경하는 사람들.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사람들이 차례차례 시선에 들어왔다.



" 택시 기사 아저씨는 이미 죽었어요. 일단 이 자리부터 피해야해요! 걸을 수 있겠어요? "



멍하게 서있는 내게 한이서가 다가와 물었다.



애애앵!



멀리서 사이렌 소리도 들려왔다.


한이서의 표정이 조금 더 다급해졌다.



" ..가죠.. "


나는 대답과 함께 절뚝 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도 얼핏 들리는 것 같았지만, 신경쓸 때가 아니었다.



트럭이 운전석 쪽을 들이박으면서 운전석 바로 뒤에 앉았던 나에게까지 충격이 전해져 그 여파 때문에 무릎이 상한 듯 싶었다.


현장에서 즉사한 택시 기사 아저씨에 비하면 천운이라고 해야 할 정도의 부상이긴 했지만..




걸으면서 흘끔 뒤를 돌아보았다.


손님을 잘못 태운 덕분에 허무히 목숨을 잃은 택시기사 아저씨의 억울한 죽음이 뒤에 남아 있었다.



' 개새끼들...'


할 수 있는게 그저 악다문 입술을 잘근거리며 짓씹는 것 뿐이라 또 억울했다.



...



한이서와 함께 나름 최대한의 속도로 인근 이면도로로 빠져서 한적한 주택가 도로 즈음에 접어 들었을 때.



애애앵!


사이렌 소리가 좀 더 명확하게 들려오는 듯 했다.



" 현장에서.. ...비켜..세요. 모두 물러...주세요! "


아스라히 들려오는 확성기 소리.


경찰차라도 도착한 것 같았다.



정신없던 상황이 조금 안정되어서인지 걱정과 염려가 찾아왔다.



" 이서씨, 그런데 정말 이대로 가도 되는거예요? "


내 한쪽 어깨를 부축하고 있던 한이서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 네.. 지금은 어쩔 수 없어요. 아무도 믿을 수가 없거든요. "


" 그래도..경찰이 금방 쫒아오기라도 하면, 괜히 잡혀서 오히려 오해를 받지 않을까요? "



현장에 죽은 사람만 둘이다.


사고 당한 사람은 우리인데 괜한 누명을 덮어 쓸수도 있는 문제였다.



" 죽은 트럭 운전사.. 그 사람 헌터였어요. 손목에 찬 디스플레이. 그거 분명 헌터전용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경찰은 관여할 수 없을 거예요. 헌터관리국에서 처리 할 때까지 현장을 보호하는 정도가 다겠죠. 쫒는다면 헌터관리국일텐데..그래서 더 벗어나야해요. 상황 상 헌터가 관계되어 있는 이상 무조건 여기를 벗어나는게 제일 먼저예요. "


" 어떻게 벗어날려구요? 미안하지만 솔직히 더 이렇게 걸어서는 힘들 것 같아서.. "


" 걱정마요. 조금만 더 기다리면돼요. "



한이서가 손에 든 휴대폰을 흔들어보였다.



끼익.


그때 정말 거짓말처럼 차 한대가 바로 옆에 급히 멈춰섰다.



한이서는 주저없이 차문을 열고, 나를 차 안으로 밀어넣었다.


" 윽.."


그 다급함에 다친 무릎에 통증이 와서 신음을 흘려야 했다.


" 미안해요. "



내 뒤를 따라 차에 오른 한이서가 말했지만, 그 말에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카리아?'



검은 캡 모자를 깊게 눌러쓴 카리아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부우우웅!



차는 지체없이 출발했다.



" 괜찮니? "


" 예. 언니. 별거 아니예요. "



별거 아니긴.


아직도 이마에서 핏자국이 베어나오고 있는데..


마침 차량 등받이 수납 메쉬에 휴대용 휴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빼들고 닥치는대로 뽑아 한이서에게 내밀었다.



" 아직도 이마에서 피가 나요. "


" 아, 괜찮아요. 이정도는. "



나를 구하려다 저렇게 된 것.


미안함과 걱정스러움이 그 말을 그냥 넘길 수 없게 했다.


한이서의 팔을 잡아 당겨 손에 휴지를 쥐어 주었다.



" 나 때문인데..그냥 보고 있기 그래서 그래요. 흉터라도 생기면 어쩔려고요. "


" ..? "



잠깐 내 손에 잡힌 팔을 보던 한이서가 슬그머니 손을 빼 휴지를 챙겨갔다.


그리곤 이마에 묻은 피를 조금씩 찍어냈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자세를 바로하고 리어미러에 눈이 갔다.


리어미러로 나를 보고 있던 카리아와 눈이 딱 마주쳤다.


그녀의 시선이 순간 리어미러에서 사라졌다.


카리아의 뒷모습을 보며 내가 물었다.



" 저들이 왜 날 쫒는거지? 저들은 이서씨 말로는 헌터라던데? 너희와 무슨 모종의 관계가 있나? "



은빛 부족이 헌터들을 부린다는 걸까?


아니면 헌터들에게 또 다른 무슨 사정이 있어서 나를 공격한 것인가?


도대체 뭔데? 내가 뭘 했다고?



카리아는 묵묵히 운전만 했다.


짜증이 확 솟았다.


보호라는 명목으로 한 달여를 갇혀 살았는데 그 보호도 여의치 않아서 방금 전까지 몇번이나 위협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모든 일의 시작인 그녀는 입을 닫고 일말의 설명도 없고, 이해를 구하려는 의지조차 없었다.



" 야! 지금 뭐냐고!? "



오히려 한이서의 시선이 나에게 꽂혀 들었다.


한이서는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번 고삐가 풀린 나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 한 달을 갇혀살았다고! 근데? 나아지기는 커녕 이제는 헌터가 나를 노리는데 너는.. 시발! 이게 보호야?! 지금까지 난 왜 갇혀 있어야했는데? "


" 우..우현씨.."


" 가만있어봐요. 아무리 내가 병신 호구라도, 지금 이 상황에서 할 말은 좀 해야겠어요! 야! 너 계속 입 처닫고 있지말고 이야기를 해보라고! "



빡!


" 억!.."


목이 덜컥했다.


갑작스럽게 한이서가 손날로 목을 내리친 것.



갑작스러운 행동에 내가 어이없는 눈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한이서는 굉장히 당황한 시선이었다.



" 아..! 안..돼네?? "



이건 또 뭔데?


뭐가 안된다는거야?


갑작스런 타격에 안그래도 사고 충격 때문에 부실한 목이 덜컥하는 바람에 통증이 상당했다.



".. 지금.. 뭐하는..거예요!? "


" 아..그, 만화책에서는 이렇게 하면..막 기절하고 하던데..목이 부러질까봐 살살 해서 그런가? "



어이가 없었다.


하..이건 또 뭔 개소리야?..


갑작스레 전개되려는 맥락없는 콩트같은 상황을 카리아가 딱 끊어냈다.



" 실수는 인정할께."



카리아의 목소리가 담담하게 흘러나왔다.


목 뒤를 감싸쥐고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 생각보다 너에 대한 추적이 집요했고, 그들이 다른 힘을 동원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 그건 내 실수야. "


"..."



깔금한 인정.


그렇다고 불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카리아의 다음 말을 기다릴 정도의 인내심이 생겨나게 만들어 줄 정도는 되었다.



" 그들이 그렇게까지 나오는 이상.. 이제 방법을 바꿔야겠지. "



조금 더 기다렸다.


그러나, 카리아의 말은 그것이 끝이었다.



" ..그게 다야? "


" ..."



그게 할말의 전부인 모양이다.


사과는?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양해를 구하거나 최소한의 설명은 더 있어야 하지 않나?


잠깐 가라앉았던 화가 욱하며 치솟는 무언가와 함께 두 배는 더 거칠게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 이런 시발! 야!─ "



내 목소리가 차 안을 휘저었다.



" 으잇..제..제가 조용히 시킬께요! 언니! "



한이서가 덥썩 내 목을 움켜잡았다.


이번에는 목을 졸라 기절이라도 시킬 모양인 듯.


뿌리치려고 했지만, 한이서의 힘이 보통이 아닌데다가 안전벨트 덕분에 몸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해서 꼼짝없이 목을 잡혀야 했다.


' 아니 진짜, 이 여자가!! '



그때!



" 뀍! "


나의 다급함을 인지했는지, 아니면 답답했는지 품 안에서 지랄이가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순간, 전에 지랄이를 보고 한이서가 경끼를 일으키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니나다를까..



" 꺄~~~아악~! "



철컥.철컥!



내가 미처 지랄이를 말리려는 말을 끝맺기도 전에 한이서가 펄쩍 뛰며 물러나려고 안간힘을 써댔다.


한이서는 갑작스러운 지랄에 안전벨트가 계속 철컥 거리며 그녀를 구속했고, 그 구속에 오히려 더 그녀의 발작을 자극하는지 난동이 심해져 갔다.


오히려 품속의 지랄이는 정말 뭔 지랄인가 하는 눈으로 흘깃 하고는 다시 내 품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 이..이서씨, 그만해요. 그만! "


" 꺄아아악! "



한이서는 아예 몸만 틀어 마구잡이로 손을 쳐내기 시작했다.


휙휙 날아드는 손짓이 심상치가 않았다.



" 이서씨! 조심해요! 이러다! 컥.. "



턱에 틀어박히는 강렬한 충격과 함께 눈 앞이 새까맣게 변해갔다.



...




**



으음..


포근했다.


푹신푹신 너무 포근하고, 안락하다.


그 안락함에 이 기분에서 깨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 아..좋다..'



" 그만 일어나지? "


날선 목소리.


눈을 천천히 떴다.


침대였다.


푹신푹신한 감촉과 바스락 거리면서도 포근한 이불의 감촉이 너무나도 좋았다.



호텔? 잉?



벌떡 몸을 일으켰다.


침실 문 앞에 카리아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 어?... 네가 왜..? "



여긴 어디지?


천천히 생각을 더듬었다.


차 안에서 발광하던 한이서에게 얻어맞고 기절한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 부러진 것은 아니라고 했어. 무릎 인대가 조금 다친 정도라고.. "


" 어? "


막 정신을 차려서 상황파악이 안된 나의 어벙한 되물음에 카리아가 손끝으로 다리를 가리켰다.


그 손길에 시선이 따라가자 보호대를 한 다리가 보였다.



" 의사를 여기로 부른거야? "


카리아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아! 이서씨는? "


" ..괜찮아. 다행히 크게 다친 것은 아니라 찰과상 정도라고 했어. 지금 잠시 볼일 보러 나갔고. "



" 아.., 그런데, 여긴.. 이제 안전한 거야? "


다시 카리아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뭐..그렇다니..


내가 뭐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에효..


찾아오는 무력함에 그저 한숨만 나왔다.



"... "


" ..."


딱히 할말이 없으니, 메마른 정적이 방안을 맴돌았다.


어색했다.


한 공간에 둘만 같이 있다는 사실이 왠지 어색하고 좀 낯설었다.



그러고보니 입고 있던 옷도 싹 갈아입혀져 있다.


아무리 돈을 주고 불렀다고 한 들 의사가 한 것은 아닐테니..



' 흠! 흠!..'



홀로 므흣한 기분에 분위기가 더욱 서먹해지는 것 같아 뭐라도 말을 꺼내볼려고 했다.



" 뀍!"


도도도도.


어디에서 짱박혀 있다가 뛰쳐나오는 것인지 지랄이가 맹렬한 속도로 내가 달려들었다.



" 뀍!! "


침대 다리를 타고, 순식간에 침대위로 올라온 녀석은 내 손목을 끌어안고 능숙한 허리놀림을 선보였다.


" 뀌~!! "



' 아! 이 미친! 이 새끼가 또!! '



당황스러웠다.


안그래도 좀 많이 어색한 분위기가 상당히 미묘하게 변해가는 느낌이다.


나도 모르게 슬쩍 카리아를 곁눈질 했다.



카리아는 그저 지랄이에게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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