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을 꼬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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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카츠
작품등록일 :
2024.08.12 17:59
최근연재일 :
2024.09.1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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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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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UMMY

" 옷이 좀 작은거 아니니? "



한이서이 고개가 팩 돌아왔다.


나의 다리부터 머리까지 훑어내는 눈길.


한이서의 고개가 삐뚜름하게 기울어진다.



" 아?.. 혹시 살 쪘어요? "


" 아뇨."



" 근데 왜 옷이 작아요? "


" 작은 걸... 줬으니까요. "



" 지금 나 무시하는거예여? "


" ..아뇨."


뭘..무시해?



" 어제 아이스크림 먹었죠? 아님, 라면? 도대체 뭘 처..아니, 먹은 거냐고요! "


"..."



억울했다.


새벽 쯤에 정신차리고, 카리아와 계약 이야기하고, 지랄이 똥누는거 확인하다가 지금.


그러고 보니 마땅히 아침에 먹은 것도 없었다.


어제도 제대로 밥도 못 챙겨 먹었었는데 무슨..



" 늦겠다. 가자. "


" 예. 언니~ "



카리아가 먼저, 다음으로 한이서가 붙었다.


나를 지나치며 한이서가 잔뜩 눈을 흘긴다.


'내가 뭘 어쨌는데?'


작은 한숨과 함께 마지막으로 내가 절뚝거리며 걸어 그 뒤를 따랐다.



객실 문을 나서자 입구에 대기하던 보디가드처럼 보이는 사내 둘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한명은 먼저 걸어 엘레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고, 한쪽에 물러섰다.


남은 한명은 내가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뒤를 따르며 움직였다.




1층에 내려 로비를 지나 호텔 밖으로 나갔다.


차는 이미 호텔 입구에 대기하고 있었다.



경호원이 차문을 열고 안을 확인하고나서 먼저 탔고, 다음으로 내가 그리고 카리아, 한이서 순으로 차에 올랐다.


그때까지 차 옆에 주변을 확인하며 서 있던 다른 경호원이 운전석 보조석에 타서 앉자 차는 기다렸다는 듯 출발했다.


운전하는 사람 역시 경호팀 소속인 듯 동일한 복장에 인이어를 착용하고 있었다.



' 허..뭐, 장난아니네. 당연한가? '



차량의 제일 뒤쪽 구석인데다가 옷도 불편하고, 한 덩치하는 경호원이 옆에 딱 붙어 앉아있으니 답답했다.


그러나, 제일 쭈그리인 내 사정 상 그냥 참고, 입을 닫고 조용히 숨만 쉬었다.


품 속의 지랄이는 잠이라도 들었는지 조용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 아이넥.


용산에 위치한 사옥에 도착했다.


실제로 와보긴 처음.


20층 높이의 새로 만들어진 멋들어진 건물이었다.


차는 자연스럽게 지하로 내려갔고, 지하에서 다시 차단 바 하나를 더 지나 지정된 곳에 차가 멈춰섰다.


깔끔하게 투명 유리로 되어있는 입구 앞이었고, 안쪽에는 엘레베이터를 바로 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보조석의 경호원이 먼저 내려 주변을 확인하고는 차문을 열었다.


한이서, 카리아가 내렸고, 얼른 내가 따라 내렸다.


내 옆에 앉았던 경호원이 마지막으로 차에서 내리자 차는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띡.


경호원이 카드를 가져다 대자 문이 열렸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17층으로 바로 올라갔다.


17층 엘레베이터 정면으로 복도 끝에 입구가 있었고, 거기에 '이사회 의장실'이라 적혀 있었다.


제일 먼저 내린 경호원이 엘레베이터 입구 옆에 비켜섰고, 카리아가 제일 먼저 앞서 걸었다.


따라 내린 한이서는 카리아를 따라 조금 걷다가 더 이상 카리아의 뒤를 따르지 않고 멈춰섰다.


그 덕에 묵묵히 뒤만 따르던 나도 한이서처럼 그냥 멈춰서야 했다.



아마 의장실은 카리아 혼자 들어가는 모양.


그때.


" 로드매니저 분도 같이 들어오시라고 하셨습니다. "


의장실 입구 옆에 서 있던 비서처럼 보이는 여자의 말에 내가 주춤거리며 한이서의 눈치를 보았다.


한이서가 고개를 끄덕여 주어서 카리아 뒤로 다가갔다.


카리아가 입구 앞에 서자, 여비서가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 들어와."



안에서 소리가 들리자 여비서가 문을 열었다.



카리아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너른 집무실이 보였고, 중앙의 소파에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한사람은 후덕한 인상의 중년 남자였고, 정중앙에 소파에 앉은 것으로 볼 때 그가 이사장이라는 사람 같았다.


다른 한 사람은 안경을 쓴 쥐상의 사내였는데, 후덕한 중년인의 왼쪽 소파에 앉아 있었다.



" 오, 카리아. 어서와라. "



후덕한 사내가 푸근한 미소를 보이며 카리아를 반겼고, 안경 쓴 쥐상의 사내는 처음 한번 시선을 준 이후 일절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 뭐야? 사이가 안 좋은건가? '



안경 쓴 쥐상 사내가 뭔가 노골적인 무시하는 느낌이라 그런 생각이 안들 수가 없었다.


카리아는 그저 아무말 없이 서 있었고, 그 뒤에 서 있는 내가 더 안절부절이었다.


이런 무거운 자리는 처음이기도 해서 낯설기도 했고,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기에 더 그런 것 같았다.



" 뒤에 있는 사람이 이번에 새로 받은 로드매니저인거야? "


후덕 사내의 물음에 드디어 카리아의 입이 열렸다.



" 네. 맞아요. 배려해주셔 고맙습니다. 그런데, 왜 부르신거죠? "


" 왜긴? 네가 일주일 휴식 시간을 갖고 싶다고 한 뒤, 처음보는데 얼굴이라도 봐야 할 것 아니냐? "



" 이사장님, 아무리 그래도 회사에 제멋대로 통보하는 방식은 잘못된 것이니 거기에 대해서는 한 말씀하시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


갑자기 끼어든 쥐상의 사내.



" 아이, 뭐 급한 사정이라도 있으면 그럴수도 있는거지. 구성재 사장은 좀 너무 딱딱하게 그러지 좀 말라고.."


" 그게 아니라, 왜 제 매니저까지 보자고 하신 건지 묻고 싶은 거였어요. "


담담한 목소리의 카리아.



그제야 의장만 바라보며 이야기하던 쥐상의 사내가 시선을 옮겼다.


" 회사에 제멋대로 자신의 사람을 꽂는 것은 방침에 맞는 것이 아니지요. 대표 연예인이라고 해서, 회사가 자신의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군요. "



잔뜩 가시가 돋은 시선이 카리아를 지나 내게 쿡 박혀 들었다.



' 하...씨. '



이 상황..


엄청나게 불편했다.



" 개인 매니저를 제가 편한 사람으로 선택하는 것이 잘못인가요? "


카리아는 조금의 억양의 변화없이 그저 담담하게 물을 뿐이었다.



" 물론, 회사측에서 선발한 경험많고 능력있는 매니저들 중에서 카리아씨에게 맞는 사람을 선택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요. 저 사람은 매니저 경험조차 없던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그런 사람이 제대로 업무를 볼 수 있을지 걱정되기에 지적하는 겁니다. "


" 어차피 스케쥴 일정이나 조율을 전담하는 매니저가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개인 매니저는 그런 일을 할 필요도, 할 지위도 없지 않나요? 그렇다면 그냥 제가 편한 사람을 고르는게 더 제게는 도움이 될 듯 싶은데요? "


" 그건 카리아씨의 개인적인 입장에서만 보는 관점일 뿐, 회사 입장이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입니다. "



팽팽한 의견 대립.


둘 다 크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아니고, 담담하게 말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지켜보는 내 입장에서는 불안했다.



" 그만하게. 카리아도 그만하고. 구성재 사장의 의견은 물론 타당한 것이 사실이지만, 카리아가 회사에 기여한 바로 따지면 그 정도로 배려하는 정도는 무방하다고도 생각하네. 그 건은 그 정도로 마무리 짓도록 하지. "


" 예. 의장님. "



" 카리아, 오늘 널 부른 것은 새로 나온 신곡을 멤버들이랑 공유하는 것 때문이었고, 내 개인매니저를 부른 것은 그에게 앞으로 너를 잘 부탁한다고 당부도 할 겸, 얼굴을 익히고자 한 것 뿐이니 오해할 필요는 없어. "


" 네. 의장님. "



그제야 의장이 내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 잘 부탁하네. "


" 예.."



뭔가 대단하게 말 할 것 같더니, 고작 잘 부탁한다는 게 끝이었다.



" 카리아, 그럼 먼저 올라가봐라. 나는 여기 구성재 사장하고 조금 더 이야기 좀 나누고 올라갈테니. 위에 멤버들이 기다리고 있다. "


" 네, 의장님. "



카리아는 돌아서 내게 시선도 주지않고 걸어 입구로 다가갔다.


그때까지 입구에 대기하던 여비서가 문을 열어주었고, 카리아가 밖으로 나갔다.


나는 엉거주춤 인사를 하고, 서둘러 카리아의 뒤를 따라 걸었다.


내 뒤통수로 뜨거운 시선이 와닿는 기분이었다.



' 으..싫다..이런 분위기.. '



밖으로 나오자 한이서도 경호원도 보이지 않았다.


카리아가 걷던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지 않은 채 내게 말했다.



" 넌, 여기 대기실이 있으니.."


" 왜? 우리도 소개 좀 해주라~ "



카리아의 시선과 내 시선이 동시에 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지젤.


S4의 리드 보컬이자 메인 댄서로 카리아의 맑은 음색과는 반대되는 중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카리아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멤버였다.



' 오...'



미디어에서만 보던 그녀의 실물을 직접 보게되자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굉장히 설레였는데..



지젤의 시선이 내 아래 위를 쓱 훑었다.


그 눈빛이 뭐랄까.. 뭔가 점수라도 매기는 듯한 눈길이었다.



' 뭐지? '



" 뭐..좀 쪽팔리기는 하겠네. 쿡."


" 넌, 대기실에서 기다려. "



카리아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저 담담한 눈빛.


대기실이 어딘지를 모르는게 문제이긴 했지만, 일단 이 자리는 벗어나는게 좋을 듯 했다.


나는 카리아와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이곤 천천히 몸을 돌렸다.



" 야..! 멈춰. "



한 걸음을 떼기도 전.


지젤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몸을 돌렸다.



지젤이 척척 나에게 걸어오더니 냅다 손을 휘둘렀다.


' 어? '


날아오는 손은 보였다.


그러나, 갑작스런 상황에 대응도 못 했다.


왜 이러는 것인지부터 모르는 데다가, S4 멤버인 지젤의 손을 잡거나 막거나 해도 되는지도 난감하기도 하고..


그냥 눈만 질끈 감았다.




" 이거 안놔?! "


지젤은 어느새 내 앞을 가로막은 카리아의 손에 손이 잡혀 있었다.


내 뺨이라도 갈기려다 카리아에게 손이 잡힌 것.



" 뭐하는거지? "


" 놔! 놓으라고! "



지젤의 뾰족한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소란에 이사회 의장실의 문이 열리고, 의장과 구성재 사장이 나타났다.



" 어이쿠, 너네 뭐하는거냐!? "



의장이 제일 먼저 다가와 둘 사이를 뜯어 내려했다.


카리아는 그 전에 먼저 지젤의 손을 뿌리치고 한걸음을 물러났고, 다가온 의장은 지젤 앞을 가로 막으며 말했다.



" 왜그래? 또! "



의장의 시선은 카리아에게 꽂혀 있었다.


의장 뒤에선 지젤은 손목을 쓰다듬으며, 비릿하게 미소를 입가에 지어보이고 있었다.


카리아가 말했다.



" 그냥 사소한 오해가 있었을 뿐이예요. "


" 사소한 오해? "



그제야 의장의 눈길이 지젤에게 향했다.


" 저는 그냥 새로 들어온 매니저와 인사를 하려고 한 것 뿐인데, 언니가.. "


살짝 붉어진 손목을 들어보이며 지젤이 울먹였다.



순간적으로 얼굴표정이 달라졌다.


정말 어이가 없을 만큼..



" 너도 참.."


의장이 한숨처럼 말을 뱉었다.



그런데, 그 말의 의미가 아주 미묘했다.


질책성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 의미가 '너는 왜이리 마음이 착하고 선하니?' 정도랄까?


괜히 착해서 왜 이런 험한 일을 당하느냐의 의미가 더 강하다는 말이다.


카리아를 막아선 자세 또한 지젤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돋보이는 것 같고.



' 이런 씨..'



내 시선이 카리아에게 향했다.


이 상황에서도 카리아는 그저 무덤덤 할 뿐이었다.


답답했다.



' 졸라 도도한 척하더니, 이제보니 회사에서 왕따였구나?'



상황을 보아하니, 저 지젤이라는 년 한테 이런 식으로 한 두번 당한 것이 아닌 듯 해보였다.


그러고보니 카리아는 그저 무덤덤하고 반응이 건조해서 다가가기 어려울 뿐이지, 저 지젤 년처럼 여시같은 스타일이 아니었다.


카리아의 성향 상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귀찮아 그냥 넘기는 것이 대부분이었을테고..


그러니, 지금처럼 이렇게 개 호구, 병신처럼 당하는거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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