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 탑 관리자가 차원을 먹여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송수림
작품등록일 :
2024.08.18 21:42
최근연재일 :
2024.09.17 20:3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957
추천수 :
32
글자수 :
71,197

작성
24.08.19 07:00
조회
117
추천
1
글자
17쪽

1화. 비도전자는 서러워요

DUMMY

2023년 12월 25일.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과 같이 기적이 찾아왔다.


[축하합니다! 도전자의 자격을 부여받았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일부 사람들에게 떠오른 문장이었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이 문장을 본 이들이 나타났지만 당연하게도 대중들은 극소수가 하는 헛소리를 믿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한 현상은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인도의 자이푸르 부근에서 규모 6.0의 지진과 함께 거대한 탑이 솟아오른 것이다.


탑이 솟을 당시의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미지의 건물은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남겼다.


바로 크나큰 공포심.


그 또한 얼마 가지 않아 호기심이 뒤를 잇고, 사람들은 마침내 헛소리인 줄만 알았던 ‘도전자의 자격을 받은 이들’이 이 탑을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인도를 시작으로 짧게는 단 며칠, 길게는 몇 달마다 탑이 전 세계에 걸쳐 생성되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이 세상은 ‘도전자’와 도전자가 아닌 자, 즉 ‘비도전자’로 나뉘었다.


나는 어디냐고?


후자다, 젠장.


“어이, 제대로 하라고.”


“···네. 죄송합니다.”


나는 뒤통수를 퍽, 치는 도전자를 슬쩍 흘기곤 말했다.


아직 대한민국에는 탑이 생성되지 않았다. 현재는 탑의 유무가 그 국가의 흥망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탑에서 나오는 각종 전리품, 몬스터 시체들은 모두 천문학적인 가격에 판매되었고, 얼마나 강한 도전자, 강한 탑을 가졌느냐가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조금이라도 큰돈을 벌기 위해서는 최대한 탑에 가까이 가야 하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다.


그래서 나도 가장 가까운 탑.


일본 삿포로에 위치한 ‘더 사무라이 타워’로 왔다.


탑 전리품 판매 대행업체인 ‘타워 트레저’에 알바생으로 고용된 지 1년.


방금처럼 처맞아가며 도전자들의 전리품에 값을 매겨주고 있다.


“···이 정도 되겠네요.”


“80만엔밖에 안 된다고? 이렇게 후려쳐도 되는 거냐? 사장한테 말해서 짤리게 만들어줘? 앙?”


나는 지극히 업체 규정에 따른 가격을 제시하지만, 도전자들은 내가 맘대로 가격을 매기는 줄 아는 것 같다.


내가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자 더 이상 협상이 안된다는 것을 알았는지 꿍얼대며 카드를 내민다.


거래액의 2%만큼이 내가 먹는 금액이었다.


그러니 지금과 같은 거래면 1만 6천엔 정도가 나에게 떨어지는 것이다.


금액 책정하는데에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으니 비도전자로도 큰돈을 벌 수 있는 알바인 것은 확실하다.


“크···크웨에에엑!”


다른 쪽에서 가격을 책정하던 자주 보이는 직원 중 하나가 맹렬히 구토를 하기 시작한다. 그의 얼굴이 연두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독성 전리품 잘못 만졌구만. 멍청하긴. 넌 내가 저런 거 가져오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라. 그럼 난 이만 간다.”


계산을 마치고 물건을 챙기며 거만하게 말한 도전자 놈에게 나는 얌전히 인사했다.


빨리 큰돈을 버는데 당연히 쉬울 리 없다.


여기서는 이 도전자들의 지독한 자아도취와 괴롭힘, 그리고 전리품에 대한 위험을 견뎌내야만 비로소 돈을 만질 수 있는 곳인 것이다.


도전자가 뭐라고, 탑이 뭔데.


씨발.


도전자와 탑에 대한 내 혐오는 점점 높아져만 갔다.


그리고 오늘, 기어코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허억!”


무기 가격을 확인하던 도중,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에 ‘아차!’하고 무기를 내려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끝에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다.


분명히 맹독이다. 


꼼꼼히 확인하는 나조차도 너무 희미해서 미처 찾지 못하고 넘겨버렸다.


나는 분노와 혐오가 뒤섞인 감정으로 숙였던 고개를 들어 도전자를 노려보았다.


이 도전자 자식, 히죽거리고 있다.


분명히 알면서도 포함해둔 것이다. 자신은 몰랐다고 하면 그만이니까.


탑 밖에서야 상세한 법규가 마련되어 있으나, 탑 내부는 거의 무법지대에 가깝다.


도전자들은 이 탑에서 한 번 죽게 되면 도전자의 자격을 잃을 뿐, 다시 깨어날 수 있지만 비도전자들은 그렇지 않다.


그냥 죽으면 끝인 것이다.


개같은 자식.


나는 점점 눈이 뒤로 뒤집혀가는 감각, 목이 부풀어 올라 숨을 쉴 수 없는, 목의 점막끼리 서로 들러붙는 끔찍한 감각을 느끼며 그대로 고꾸라졌다.


보잘것없는 비도전자의 보잘것없는 결말.


끝이라고 생각했다.


[도전자 혐오도 최대치, 탑에 대한 열망 최대치, 탑 관리자 적합성이 100%입니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그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자격을 만족함에 따라 탑 관리자 역할을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부여받으시겠습니까?]


넌 누구지?


[···]


탑 관리자? 그게 뭔데.


[도전자가 오를 탑을 관리하며 시련을 만들어냅니다.]


누구냐고 물었을 때는 잠잠하던 목소리가 탑 관리자에 대해 간결하게 설명을 해준다.


도전자에게 시련을 만들어낸다라···.


확실히 매력적인 제안이다.


잠깐, 나는 지금 죽거나 쓰러진 상태다.


만약 ‘아니오’를 고르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이전에 머물던 신체가 반응을 멈추었으므로 영혼으로 돌아갑니다.]


죽은게 맞았군.


그것도 완전히 개죽음이다.


이대로 죽기에는 아쉽던 차인데 이왕 이렇게 된 거 그 탑 관리자인지 뭔지를 해서 도전자들을 모두 고통에 빠뜨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탑 관리자 역할 부여에 찬성하셨습니다. 지금부터 탑 권리자 권한이 이식됩니다···.]


목소리를 들으며 다짐했다.


가장 악랄한 탑을 생성해주기로.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도 다짐을 되뇌이며 나는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 * *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무(無)의 세계.


모든 세상이 그저 하얗게만 보인다.


눈에 보이는 것은 내가 입은 순백의 복장뿐.


[탑 관리자의 의식이 확인됩니다.]


[제 988 차원 1,497,082번 인류에게 탑 관리자 권한 이식이 완료되었습니다.]


눈을 뜨기 전에 들려온 것과 같은 목소리.


그리고 탑 관리자라는 단어.


그렇다.


나는 분명 기억을 잃기 전 탑 관리자를 하겠다고 말했었다.


그렇다면 내가 목숨을 잃은 것도, 살아생전 가보지도 못한 탑을 내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것도 모두 사실이라는 이야기다.


“···여기가 내가 관리할 탑인가?”


[맞습니다. 당신은 이 탑의 관리자로 설정되었습니다.]


나는 이전에 답변을 듣지 못한 질문을 재차 했다.


“너는 누구지?”


[생명체가 아니므로 누구냐는 질문에는 대답이 어렵습니다만 저의 명칭은 ‘리나’로 정해져 있습니다.]


나에게 답변을 주는 목소리는 생명체가 아닌 듯하다.


모른다고 대답해준 것을 더 질문해봐야 소용없다. 그것 외에도 물어볼 것이 산더미였다.


“그럼 이 탑은 어디에 있는거지?”


[‘어디’의 정의가 본 차원에서 일컫는 국가를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탑은 현재 대한민국에 위치해있습니다.] 


대한민국? 


여태껏 탑이 없어 해외에서 활동하던 도전자들이 모두 귀국할만한 뉴스다!


대다수가 ‘탑이 없는 국가는 그냥 넓은 땅이나 다름없다’며 이 나라를 떴었지.


그리고 대한민국은 심지어 넓은 땅이라 부를 수도 없다고 낄낄댔었다. 코딱지만하니까.


그렇게 떠난 녀석들이 부랴부랴 이곳에 달려올 상상을 하니 열이 받는다.


지금의 내가 탑 관리자라면, 분명 그들에게 한 방 먹여줄 수 있을 것이다.


탑 관리자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을때 떠올렸던 다짐을 다시 떠올렸다.


‘가장 악랄한 탑으로 만들어주마.’


내가 탑의 관리자라는 직책을 완전히 받아들인듯 보이자 리나가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계시는 곳은 탑 관리자의 개인 휴게공간입니다. 우선 탑에 관한 설명을 들으시겠습니까?]


“그래.”


[1층부터 10층까지는 튜토리얼 층으로, 모든 탑이 동일하게 구성되어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탑 3층에 고블린 10마리가 있다면, 다른 탑 3층에도 마찬가지로 고블린 10마리가 존재합니다.]


“10층 다음에는?”


내가 입을 열자 별안간 내 눈앞에 거대한 룰렛이 나타났다.


무엇이 쓰여있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못알아봐서가 아니라, 너무 작고 빽빽하게 쓰여져있어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다!


“이, 이게 다 뭐야?!”


[이 탑과 연결될 차원을 선택할 룰렛입니다. 자, 그럼 차원 선택을 시작하겠습니다.]


당황스러운 내 감정은 아무 상관 없다는 듯 무미건조한 말투의 리나가 룰렛을 회전시켰다.


룰렛이 미친듯이 회전하며 칸마다 배정된 색들이 혼합되어 보인다. 


룰렛이 계속 돌아가고, 속도가 꽤나 느려졌음에도 빽빽한 칸들은 쉽게 구별되지 않았다.


이윽고 멈출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고, 얇디 얇은 바늘이 미세한 칸 한 곳을 가리키자,


[차원 선택이 완료되었습니다.]


리나가 룰렛이 완전히 멈추었음을 선언했다.


[선택된 차원은···축하드립니다.]


“어딘데? 제 666차원?”


내가 알던 언어는 아니지만 이상하게 읽을 수 있었고, 아주 작은 글씨는 자세히 보니 ‘제 666차원’이라고 적혀있었다.


[네, 제 666차원입니다. 본 차원은 몬스터들의 전투력 및 잠재력이 ‘측정불가’로 현재 존재하는 차원들 중에서는 가장 강력한 차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 그럼 연결될 차원의 몬스터들이 세고 잠재력도 높다는 거네!”


[네, 그리고 추가적으로는 몬스터의 관리 난이도가 측정불가로 사실상 관리가 불가능에 가까운 차원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뭐?


약 먼저 주고 병 주기는 처음 겪어보는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본 차원은 탑 관리자님께서 오신 차원에서는 보통 지옥이라고 불리우는 곳과 매우 흡사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지옥?


“지금 내 탑을 지옥에 연결해주겠다는거야?”


이 자식 내가 죽어서 지옥에 온 것이라는 말을 돌려서 하는건가 싶다.


[지옥이 아니라 지옥과 유사한 차원입니다. 또한 10층 이후부터는 방금 선택된 차원의 몬스터들을 고용하여 각 층에 배치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도전자들이 내가 배치한 몬스터들과 싸우는거겠네.”


[맞습니다. 혹시 탑의 존재 의의를 아시는지요?]


존재 의의라.


탑은 어느날 불현듯 생겨났고,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탑을 그저 새로운 이야깃거리로만 여기는동안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그 존재 의의를 파악하고자 몇 년간의 조사를 해왔다.


탑마다 다양한 몬스터가 발견되며, 그 몬스터들이 인간에게 적대적이라는 점을 확인한 후로 외계인이 지구를 지배하고자 미지의 탑을 건설했다는 ‘외계 지배설’, 전지전능한 신이 실존하여 인류에게 시련을 내리는 것이라는 ‘신벌설’까지 다양한 가설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지만 결국 정확히 밝혀진 원인은 없었다.


그 원인을 죽고 나서야 알게 된다는 사실에 어쩐지 씁쓸해졌지만 알게 뭔가. 어차피 난 산 사람도 아닌데.


내가 묵묵히 고개를 젓자 리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탑 관리자님이 계시던 차원은 차원 너머의 자들이 ‘축복받은 차원’이라 일컫는 곳입니다. 바로 다른 차원에서는 점점 고갈되고 있는 에너지인 마나가 풍부하다 못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차원이기 때문입니다.]


차원 너머의 자들이라는 생소한 개념에 대해 묻기도 전에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지구라 불리우는 행성 외에는 지적인 생명체가 존재하지도 않는데 우주는 계속해서 팽창해가고, 그에 따라 마나도 계속해서 생성되고 있지요. 하지만 정작 지구의 생명체들은 마나를 사용하기는 커녕 그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다른차원에는 그렇게 귀중한 마나가 지구에서는 남아돌아서 썩을 지경이길래 이 차원에 탑을 지었다?”


[마나는 썩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로 탑을 지은 것은 맞습니다. 이 차원에서 가장 발전된 문명을 이룩한 생명체, 즉 인간에게 ‘도전자’라는 역할을 부여하여 탑에서 마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탑에서 인간들이 차원의 마나를 쓰고, 탑은 그 마나를 받고?”


[정확합니다. 탑의 존재 의의는 곧 탑 관리자님, 당신이 해야할 일과도 연관이 있다고 보아야겠지요.]


“마나를 많이 뜯어내는게 내 역할이라는 거군. 마나를 많이 뜯어내면 나한테 돌아오는 이득이 뭔데?”


내가 무슨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죽어서까지 남을 위해 일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당신의 탑을 더욱 더 키워나갈 수 있죠. 당신은 탑 관리자입니다. 즉 이 탑은 당신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죠. 탑의 성장은 곧 당신의 권한 또한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맞는 말이다.


즉 그냥 원룸 한 칸을 지배하든, 거대한 세계를 지배하든 내 선택에 달렸다는 말이군.


[맞습니다.]


···잠깐, 내가 방금 입밖으로 말을 내뱉었던가?


[생각 읽기 옵션이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원하신다면 생각 읽기 옵션을 비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내 생각이 다 읽힌다는 것이 껄끄럽긴 하지만 리나가 내 생각을 어디 가서 말할 것도 아니잖은가.


무엇보다, 생각을 읽고 답해준다니, 생각보다 편할 것 같았다.


나는 치열한 고뇌 끝에 그냥 리나에게 내 생각을 오픈하기로 마음먹었다.


[탁월하신 선택이십니다. 자, 그럼 관리자님. 11층을 설계하러 가시겠습니까?]


나는 순순히 그러자고 하려다가 멈추었다.


“1층부터 차례대로 좀 볼 수 있을까? 아무리 다른 탑이랑 같다고 하더라도, 일단 내 관할이니까.”


[네. 그럼 1층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리나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배경이 변화했다.


다시 보니 배경이 변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순식간에 이동한 것이었다.


1층의 전경은 대체적으로 호텔 로비와 같이 고급스러우면서도 탁 트인 느낌이었다.


[이 곳이 1층입니다.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아 도전자와 비도전자 모두가 입장 가능한 것이 특징이며, 도전자들에게 전해야할 메시지가 있는 경우 이 곳에 위치한 안내판에 띄우실 수 있습니다.]


리나가 말한 안내판에서 옅게 빛이 나왔다가 사라졌다.


“여기에 도전자한테 보내는 육두문자를 쓸 수 있나?”


[···탑과 관련된 문구만 기재가 가능하며, 그 마저도 저의 검수를 통해 안내될 것입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나는 다시 1층을 둘러보았다.


내가 일하던 삿포로 탑 1층과는 사뭇 다르다.


삿포로 탑 1층은 이미 전리품이나 몬스터 사체 판매 대행업체들이 설치해둔 각종 테이블, 의자, 보관함 등으로 인해 이미 하나의 사무실이 된 지 오래였다.


이곳도 머지않아 그리되겠지.


[탑은 8월 1일 자정에 열릴 예정입니다. 그 후로는 아시다시피 층을 완전히 공략한 날로부터 익일 자정에 다음 층이 공개됩니다.]


내가 죽은 날이 7월 29일이었지···.


“오늘 며칠이야?”


[7월 31일입니다.]


당장 내일이야?!


[네, 맞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몬스터가 존재하는 2층은 8월 2일 자정에 열리겠지요.]


“곧이네. 1층엔 별거 없으니 우선 2층으로 갈까?”


[네, 이동하겠습니다.]


또 한 번 시야가 바뀌었다.


바뀐 곳은 넓디넓은 초원.


그리고 그 곳을 물컹대며 뛰어다니는 슬라임.···


10마리, 20마리 정도가 아니다.


꽤 많은 숫자이다.


[정확히는 총 100마리의 슬라임이 존재해있습니다.]


슬라임의 공격이라 해봤자 기껏해야 점액을 뱉어내는 게 다다.


그 점액도 그저 끈적거려서 이동을 크게 방해하는 것 외의 능력은 없다.


내가 두리번거리고 있자, 리나가 돌연 내 눈앞에 화면을 하나 펼쳐 보였다.


[관리창을 띄워드리겠습니다. 이 창에서 탑의 각종 요소들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리나가 보여준 창은 2층에 대한 정보가 간략하게 적힌 내용을 보여주고 있었다.


[2층-슬라임 왕국]

-배경 : 푸른 초원 (기본)

-몬스터 : 슬라임 x100

-제공 아이템 : -


창을 들여다보던 나는 궁금증이 생겨 리나에게 물었다.


“각 탑마다 몬스터가 동일하다고 했지?”


[맞습니다.]


“그럼 몬스터 외의 요소는 내가 손댈 수 있는 거야? 배경이나 몬스터 배치, 아니면 여기 써져있는 아이템 같은 거.”


[···튜토리얼을 바꾸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규정 확인이 필요합니다.]


드물게 당황한 듯한 목소리의 리나가 답변한 뒤 침묵을 유지했다. 확인하러 간 듯하다.


똑같은 튜토리얼을 반복하는 지겨움도 도전자에게는 고통이겠지만, 이왕이면 튜토리얼부터 더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게 내 바람이었다.


인간일 때 기준으로 한 10분 정도 되었을까.


슬라임과 놀고 있던 사이에 리나가 돌아왔는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인이 완료되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배경 변경이나 몬스터 배치, 전투방식 안내는 가능하지만, 아이템 제공은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누구한테 받은 답변인진 모르겠지만 나는 우선 허락받았다는 생각에 주먹을 쥐었다.


됐다. 


네놈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가장 고통스러운 탑으로 만들어주마.


하하하!


어쩌면 내 탑이 지옥과 연결된 것은 운명적인 만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질 탑 관리자가 차원을 먹여살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20화. 뜻밖의 방문자 (2) NEW 6시간 전 7 1 12쪽
19 19화. 뜻밖의 방문자 (1) 24.09.16 18 1 12쪽
18 18화. 조나단 (2) 24.09.10 23 1 12쪽
17 17화. 조나단 (1) 24.09.09 29 1 12쪽
16 16화. 양육을 시작한 자와 포기한 자 24.09.06 31 1 11쪽
15 15화. 12층 (3) 24.09.05 30 1 12쪽
14 14화. 12층 (2) 24.09.04 32 1 12쪽
13 13화. 12층 (1) 24.09.03 36 2 13쪽
12 12화. 머리카락마저 불태우는 열정! 24.09.02 37 1 14쪽
11 11화.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24.08.30 39 1 11쪽
10 10화. 신참 탑 관리자 신고식 24.08.29 42 2 11쪽
9 9화. 제 666차원 (3) 24.08.28 46 2 14쪽
8 8화. 제 666차원 (2) 24.08.27 48 1 12쪽
7 7화. 제 666차원 (1) 24.08.27 54 2 14쪽
6 6화. 삽질의 정석 24.08.26 59 2 13쪽
5 5화. 커뮤니티 탐방 24.08.23 71 2 12쪽
4 4화. 세상에 나쁜 늑대는 없다 24.08.22 70 2 11쪽
3 3화. 도전자 엿보기 24.08.21 77 3 12쪽
2 2화. 알뜰 슬라임 활용법 24.08.20 91 4 12쪽
» 1화. 비도전자는 서러워요 24.08.19 118 1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