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 탑 관리자가 차원을 먹여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송수림
작품등록일 :
2024.08.18 21:42
최근연재일 :
2024.09.17 20:3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963
추천수 :
32
글자수 :
71,197

작성
24.08.29 18:00
조회
42
추천
2
글자
11쪽

10화. 신참 탑 관리자 신고식

DUMMY

“여기가··· 탑 관리자들이 있는 곳이라고?”


[네, 맞습니다.]


리나를 따라 순간 이동해 온 곳은 그냥 하나의 마을과 같았다.


아니, 마을보다는 도시.


그것도 최첨단의 도시.


-100번째 탑 관리자가 최초로 입장하였습니다. 많은 환영 바랍니다!


도시 전체에 울려 퍼지는 음성.


100번째 탑 관리자가 나인가?


[네, 맞습니다. 탑은 총 100개가 생성되어있으며, 그중 100번째 탑 관리자를 맡고 계십니다.]


-100번째 탑 관리자님은 왼쪽에 위치한 사무소를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안내 음성에 따르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바로 앞에 ‘탑 관리자 사무소’가 있다.


어쩐지 새로운 동네에 이사 온 후에 동사무소에 방문하는 기분이 드는데.


나는 기시감을 느끼며 사무소로 입장했다.


“오, 언제 오나 기다렸는데 드디어 왔군요! 반가워요.”


사무소에 입장하자마자 보인 것은 길다란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맞은편에 앉아있는 한 노부인이었다. 이 탑에서 몬스터 외의 사람 형체를 보는 것은 처음이어서인지 잔뜩 긴장된 어조로 인사를 건넸다.


“아 네! 바, 반갑습니다. 저어, 선생님은···.”


“아아, 나도 똑같은 탑 관리자예요. 헬렌이라고 불러줘요. 호호! 죽었을 때 모습대로 살다 보니 처음에는 다들 아주 깍듯하더라고.”


웃으며 그리 말한 노부인··· 모습의 탑 관리자는 의자를 가리키며 손짓했다.


앉으라는 뜻.


나는 시키는 대로 했다.


자리에 앉자 헬렌이라 자신을 소개한 관리자가 내게 서류 몇 장을 내민다.


“탑 관리자 연합 가입 서류에요. 참, 그러고 보니 탑 관리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죠?”


“···거의 하나도 모르는 것 같네요. 지금 보니.”


“하하, 리나가 그쪽으론 설명이 약간 부족하죠.”


[오해입니다. 저는 탑 관리에 있어 탑 관리자의 역할을 충분히 설명하였습니다.]


“리나요? 헬렌 씨도 리나를 아세요?”


“그럼요, 리나의 시스템은 하나랍니다. 그 시스템을 다 같이 공유해서 사용해요. 그러니 대충 어떻게 얘기했을지도 짐작이 가죠, 후후.”


[제가 한 차례 설명한 내용입니다.]


아, 맞다. 리나도 설명해줬는데 잊고 있었다.


헬렌이 인자하게 웃음을 띠며 말하자 마치 외국에 있는 친할머니가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 그럼 설명을 좀 드려볼게요.”


헬렌은 차근차근 탑 관리자 연합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탑 관리자는 전생에 인간이었던 이들 뿐이다.


본디 인간은 사회 내에서 법규에 따라 살아가는 종족이다 보니 이곳에서도 살던 세계에 준하는 법규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초창기의 관리자들이 제안했다.


탑 관리자가 다 같이 공유하는 공간을 우리에게 이롭게 꾸리자.


비록 우리는 죽었지만, 이곳에서 다시금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


즉 지극히 탑 관리자 입장에서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연합이고, 지금까지는 별 탈 없이 굴러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서류에 서명하면, 탑 관리자 연합에 들어온다는 뜻이랍니다. 탑 관리자 연합에는 대부분의 관리자가 들어와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대부분이라는 건, 안 들어온 관리자들도 있다는 뜻인가요?”


내가 묻자 눈을 가늘게 뜬 헬렌이 말했다.


“물론 있죠, 연합에 들어오는 것은 자유니까요. 다만 가입을 안 하시면 여기에 위치한 대부분의 시설은 거의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된답니다. 설마 가입을 안 하시려는 건···.”


“어우, 아니죠. 당연히 해야죠, 허허.”


···무섭다. 


거의 협박조 아닌가?


약간 수상쩍긴 하지만 서류상 연합의 가입과 탈퇴는 어렵지 않은 것으로 보이니 우선은 서류에 서명했다.


서명을 마치자 헬렌의 표정이 다시 인자해진다.


“자아, 서류상 절차는 이게 다랍니다. 그 밖의 규칙들은 지내면서 익히시면 되니까 너무 걱정 마시고.” 


헬렌이 일어나더니 나의 어깨를 두드린다.


“튜토리얼부터 두각을 드러내니 다들 관리자님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한동안 별 이슈가 없었거든요.”


아, 리나가 했던 이야긴가?


가장 많은 방문자 수와 골드를 기록했다는···.


“탑 관리자들끼리는 서로의 성과에 대해 알 수 있나 보군요.”


“각자의 탑에 대한 기록 담당자가 있답니다. 약간은 번거로운 작업이지만, 흔쾌히 해주겠다고 하셨지요.”


“그럼 그 기록 담당자도···.”


“네, 탑 관리자 중 하나에요.”


헬렌에게 친밀감을 느끼며 훈훈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던 그때,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건물 외부에서부터 가까워져 왔다.


괴성도 함께.


“이야아아아아아! 새로 온 신입!”


눈앞에 보이는 것은 앳돼 보이는 여자.


거의 꼬마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러나 이 관리자도 몇 년을 이곳에서 썩었는지 알 수 없다.


나는 일단 공손히 대답했다.


“엇··· 예, 제가 새로 온 신입인데요.”


“하아아안참 기다렸잖아! 왜 이제 와!”


“자, 제리! 새로 오신 분이 공손하게 말했는데 제리도 착하게 말해야지!”


헬렌이 꾸짖자 약간은 기세가 누그러든 제리가 말했다.


“힝 알았어··· 반가워, 잘 부탁해 새 신입 관리자야.”


“네, 저야말로. 제리라고 부르면 될까요?”


“···그래! 그럼 아저씨는 뭐라고 불러야 해?”


아저씨?


약간 속이 긁히지만, 외관이 꼬마애니까 참는다.


“저는 최준입니다. 최준이나 준이라고 불러주세요.”


탑 관리자라고만 불리다가 처음으로 내 이름을 소개하니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알았어, 주나. 여기 처음 와서 잘 모르지? 내가 안내해줄게!”


제리라 불린 꼬마가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선뜻 따라가기가 망설여졌다.


그때, 헬렌이 뒤에서 속삭였다.


“따라가 줘요. 그애, 99번째 관리자라서 자기 다음 사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거든요.”


아하. 


막내 생활 청산 뭐 이런 건가.


99번째 탑이면··· 아마 아일랜드 쪽에 새로 생긴 탑인 것 같다.


아직 탑 관리자가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테니 사실상 정신연령도 보이는 모습과 비슷하겠다.


이런 꼬마도 탑 관리자에 적합하다는 판단하에 이런 생활을 시작한 거겠지.


나는 헬렌의 조언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곤 제리가 가는 길을 따라나섰다.


* * *


“자, 이 층 왔을 때 제일 먼저 들릴 만한 곳은 여기!”


당차게 제리가 소개한 건물은 [탑 사랑방]이라는 간판이 붙어있었다.


“여기는 뭐 하는 곳인가요, 선배님?”


멈칫.


선배님이라 불리자 순간 굳은 제리는 이내 ‘에헴!’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나름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는 말이야, 나와 같은 선배님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란다? 들어가면 큰 소리로 인사하도록! 알았지?”


“넵.”


오냐, 제리야.


군기가 뭔지 보여주마.


너를 100% 만족시켜주고 말리라.


제리가 앞장서서 들어간 탑 사랑방에는 테이블들이 있고, 저마다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직은 나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 듯하다.


좋아.


나는 숨을 한 번 들이쉬고는 배에 힘을 주고 외쳤다.


“안녕하십니까! 100번째 탑 관리자, 최! 준! 이라고 합니다. 존경하는 선배님들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90도 폴더 인사를 함께 보인다.


테이블마다 모여서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일순 끊기더니 곧이어 폭소가 들려왔다.


“푸, 푸하하하! 야, 제리! 너 새로운 관리자한테 뭘 시키는 거야?”


“선배님, 선배님들이래! 꺄하하하!”


“제리! 이제 막내 아니라고 다음 관리자한테 막내 노릇 시키는 거야?”


다른 관리자들의 조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리는 떳떳이 말했다.


“흥! 어때, 내 후배 멋지지? 내가 직속 선배야!”


나는 제리의 말에 곧장 첨언했다.


“네, 맞습니다!”


딱 봐도 귀여움받는 녀석이니 잘 대해주는 모습을 보여서 나쁠 것 없다.


웃음이 어느 정도 멎자 관리자들이 하나둘 다가와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반가워요. 조나단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노래를 부르길래, 정말 궁금했거든요.”


“네, 반갑습니다. 그런데 조나단이란 분이···.”


“아, 우리 탑 기록 관리자예요. 최준씨 기록이 인상 깊었는지 여기 들릴 때마다 얘기를 해대서 아주 귀에 딱지가 앉았다니까요!”


“맞아요, 여기서 빈둥대는 다른 탑 관리자들이랑은 다르다면서···.”


“조나단 자기도 여기 눌러앉아 사는 주제에, 흥!”


“그래, 우린 최소한 몬스터 배치는 직접 한다고.”


다른 관리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엇, 그분도 여기 계신 건가요?”


“아니, 웬일로 오늘은 안 오네. 기록 정리하나?”


나를 그렇게 찾았다는 조나단이란 사람을 만나보고 싶긴 하지만 당장 11층부터 완성 시켜야 하니 언제까지고 기다리고 있을 여유가 없다.


“여기 계시는 분들은 다들 고층의 탑을 가지고 계시겠네요, 저는 아직 탑을 오래 비우기가 좀 버거워서···.”


“응? 그렇지도 않은데! 리나한테 시키면 리나가 알아서 잘하는걸!”


내 옆에 있던 제리가 말한다.


가만, 제리는 99번째 탑 관리자니까 다른 관리자들에 비해서는 저층이겠다.


“선배님, 지금 몇층까지 만들어두셨죠?”


“나? 음··· 리나 어디까지 만들었어?”


잠시 침묵하고는 허공을 보는 제리.


리나의 목소리를 듣는가 싶더니 입을 열었다.


“리나가 30층까지만 만들어놨대! 나한테 뭐 물어볼 게 있다고···알아서 하지 참!”


두 손을 허리춤에 얹고는 툴툴대는 제리를 보며 나는 되물었다.


“제···선배님은 지금 30층까지 만드셨다고요?”


인사를 하던 이들 중 한 명이 나의 질문에 대신 대답했다.


“제리가 아니라 리나가 만든 거지. 제리 이 녀석은 몬스터랑 노는 것만 좋아하지, 탑 만드는 거엔 도통 관심이 없단 말야.”


“왜? 몬스터들 귀엽잖아!”


제리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하자 다른 한 명이 질색하는 표정으로 말한다.


“야, 넌 걔네가 귀엽냐? 징그럽기만 하지.”


···귀여운것 같기도 한데.


나는 케르베로스와 임프를 떠올리며 생각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늦게 온건 의외긴 하네. 보통 튜토리얼은 건너뛰고 이곳부터 오니까.”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던 관리자가 화제를 바꾸었다.


[저는 이미 11층부터 설계하도록 제안한 바 있습니다.]


알아, 알아.


하지만 직접 내 손으로 만든 탑에서 고통 받는 도전자를 보고 싶어서 내가 머무른 거지.


[정확합니다.]


한참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문득 11층을 만들던 중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 손목의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12시 10분.


10층이 열렸을 시간이다.


가서 10층 클리어 장면을 돌려 봐야겠다 싶은데, 여기 탑 관리자들은 시간 따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미 도전자들이 매일 탑을 클리어하기에는 너무 높은 층까지 올라서 그런 걸까.


11층도 아직 다 만들지 못했으니, 구경은 여기까지 하고 돌아가야겠다 싶어 간단히 인사를 하고 떠나려는데 돌연 눈앞에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전체 100개 탑의 튜토리얼이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추가 규칙을 발표합니다.]


“···추가 규칙?”


나를 포함한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진 모습으로 안내메시지를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질 탑 관리자가 차원을 먹여살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20화. 뜻밖의 방문자 (2) NEW 6시간 전 7 1 12쪽
19 19화. 뜻밖의 방문자 (1) 24.09.16 18 1 12쪽
18 18화. 조나단 (2) 24.09.10 23 1 12쪽
17 17화. 조나단 (1) 24.09.09 29 1 12쪽
16 16화. 양육을 시작한 자와 포기한 자 24.09.06 32 1 11쪽
15 15화. 12층 (3) 24.09.05 31 1 12쪽
14 14화. 12층 (2) 24.09.04 33 1 12쪽
13 13화. 12층 (1) 24.09.03 36 2 13쪽
12 12화. 머리카락마저 불태우는 열정! 24.09.02 37 1 14쪽
11 11화.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24.08.30 39 1 11쪽
» 10화. 신참 탑 관리자 신고식 24.08.29 43 2 11쪽
9 9화. 제 666차원 (3) 24.08.28 46 2 14쪽
8 8화. 제 666차원 (2) 24.08.27 48 1 12쪽
7 7화. 제 666차원 (1) 24.08.27 54 2 14쪽
6 6화. 삽질의 정석 24.08.26 59 2 13쪽
5 5화. 커뮤니티 탐방 24.08.23 71 2 12쪽
4 4화. 세상에 나쁜 늑대는 없다 24.08.22 70 2 11쪽
3 3화. 도전자 엿보기 24.08.21 78 3 12쪽
2 2화. 알뜰 슬라임 활용법 24.08.20 91 4 12쪽
1 1화. 비도전자는 서러워요 24.08.19 119 1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