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 탑 관리자가 차원을 먹여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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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림
작품등록일 :
2024.08.1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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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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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알뜰 슬라임 활용법

DUMMY

“난 슬라임을 직접 보는 게 처음이라 그런데, 슬라임의 특징을 좀 알려줄래?”


[네, 슬라임은 흰색이 섞여 반투명한 비정형 형태의 몬스터로, 점액 뱉기 공격을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도전자를 향해 이동하며, 도전자가 일정 사거리에 도달하면 공격을 시작합니다.]


흠, 미튜브에서 보던 슬라임의 특징이 전부인 듯하다.


[슬라임은 마리당 0.1포인트이나, 지금은 포인트에 대해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뭐야, 그렇게 말하는 데 어떻게 신경을 안 써.


어이없어 하는 나에게 리나가 부연 설명을 시작했다.


[포인트는 11층 이후부터 필요한 요소입니다. 각 층마다 정해진 포인트 최대치가 있어 그 최대치 이내의 포인트만큼만 몬스터를 배치할 수 있습니다.]


“1포인트면 0.1포인트짜리 슬라임 10마리 배치할 수 있는 거야?”


[맞습니다.]


그런거였군. 


우선 지금은 상관없다고 하니 넘어가자.


나는 슬라임을 하나 들어 올려 만져보았다.


이곳의 슬라임들은 모두 나에게 친근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행동으로 전해진다.


내 손에 있는 슬라임도 마치 내 손에 자신의 몸을 부비는 듯 하다.


[층에 배치된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당신에게 우호적인 편입니다. 물론 관리 난이도에 따라 우호도가 달라지겠지요.]


지옥 차원에 있는 녀석들이 얼마나 금쪽이처럼 말을 안 들을지 벌써 걱정이 되긴 하지만, 지금은 그저 나를 따르는 이 녀석들만 생각하는 게 낫겠다.


“일단 배경은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알려줄래?”


[네, 튜토리얼에서는 기본 배경만 사용이 가능하며, 보유하신 기본 배경은 보시는 것과 같습니다.]


띄워놓은 창의 탭이 바뀌며 배경 목록을 보여준다.


-푸른 초원

-암석 지대

-울창한 숲

-가파른 계곡

-무 (無)


“무라는 건 뭐야? 배경에 아무것도 없을 수가 있어?”


[무는 탑 관리자님, 당신이 처음에 있던 공간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크기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아아. 이해했다.


내가 있던 곳은 사방이 하얗고 끝도 없이 넓어 보였는데 그 상태에서 공간만 축소된다는 뜻이군.


다른 배경을 두 눈으로 본 것은 아니지만, 푸른 초원이 가장 별로일 것이라는 느낌이 확 온다.


나는 차례로 배경을 바꿔보았다.


암석 지대는 흠··· 생각보다 좁다. 

그리고 도전자들이 죽이기도 전에 연약한 슬라임이 먼저 암석들에 찔려 죽을 것 같다.


울창한 숲은 나쁘지 않았다.


넓이는 푸른 초원이 압도적이지만 나름 숨을 데도 좀 있고, 숲이다 보니 점액으로 묶어두면 이동하는데도 좀 제약이 있을듯했다.


가파른 계곡이 사실 가장 맘에 들었다.


슬라임들을 물에 띄워두면 나름 카모플라주가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내가 슬라임을 들어 물에 넣으려고 하자, 슬라임이 급격히 꿈틀대며 내 손에서 벗어나 버렸다.


[슬라임은 수중 생명체가 아닙니다. 물에 담그면 죽습니다.]


아차.


진짜 몬스터 계의 개복치 녀석들이다.


이런 녀석들로 도전자를 어떻게 엿먹이지···?


캄캄한 심정으로 마지막, 무의 배경을 설정해보았다.


“어? 생각보다···”


괜찮다. 


다른 배경에서는 하얗게 비치던 슬라임들이 무의 배경으로 향하자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슬라임 특유의 광 때문에 유심히 보면 알 수 있었지만, 다른 배경들보다 눈에 띄지 않는 것은 확실했다.


“슬라임들한테 어떻게 공격할지 지시하는 것도 가능하지?”


[네, 슬라임은 지적 생명체이며 간단한 소통이 가능합니다.]


단순히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느껴져 슬라임들을 한 곳에 집합시켰다.


“자자, 모두 주목.”


슬라임들이 한데 붙어 옹기종기 모이자, 나는 교육을 시작했다.


“도전자가 입장하면, 너희는 도전자한테 가지 말고 바로 너희 주변 바닥에 점액을 뿌려. 그다음 납작하게 바닥에 엎드리는 거야. 알겠지?”


슬라임들이 알겠다는 듯 점프를 했지만 몇몇은 그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몸을 갸우뚱거린다.


“점액을 바닥에 뿌려서 너희랑 점액이랑 구분이 안 되게 하는 거지. 대신 점액 양이 많지는 않을 테니까, 너희가 엎드려야 점액이랑 비슷해 보일 거야.”


내가 의도를 설명해주자 제각기 점프를 한다. 알았다는 것 같다.


“그럼 각자 적당히 떨어져서 위치해봐.”


꽤 넓은 공간이지만 슬라임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납작해지니 빈 곳이 많이 줄어들었다.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리나가 말을 걸어왔다.


[바닥에서 몬스터가 움직이지 않도록 배치하게 되는 경우 바닥만 집중하여 공격하면 쉽게 이 층을 클리어할 수 있게 됩니다.]


맞는 말이다.


상급의 도전자들은 각기 나름의 광역기를 지니고 있으니 그냥 광역기로 처리할 수 있겠지.


하지만 미튜브에서 본 바로 광역기는 어마어마한 마나를 소모한다. 그러니 상급의 도전자들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인 것이다.


푸른 초원에서 대충 칼을 휘저어대며 슬라임을 처치하는 것으로는 절대 소모할 수 없는 양의 마나를 사용해줄 것이다.


그렇다면 상급 도전자가 아닌 이들은 어떠할까?


튜토리얼에 걸맞은 수준의 초보 도전자들은 생각 없이 한 걸음 내딛고는 점액을 밟은 채 당황하며 무기를 휘저어댈 테고, 점액이 흩뿌려져 바닥과 잘 구분이 되지 않는 공간은 그야말로 지뢰밭이나 다름없을 터.


드넓은 공간에서 쏘아대는 점액을 피하는 것보다 더 고역이지 않을까?


당황한 이들이 마나를 남발해가며 공격하는 데 힘을 빼는 것이 내가 바라는 바다.


그리고, 이들의 마나 사용에 박차를 가해줄 아주 작은 요소를 하나 더 생각해두었다.


“리나, 1층으로 다시 가자.”


[알겠습니다.]



* * *


“하아, 이 조국의 향기.”


대현은 눈을 감고 크게 숨을 쉬는 제스처를 취했다.


대한민국을 뜬지 4년이 넘었는데 다시 돌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야 당연하다.


이 코딱지만한 땅에 탑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까.


입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무탑국(無塔國)답게 미묘하게 발전이 더딘 점이 눈에 띄었다.


“꺄, 꺄악! 왔다!”


“형! 혀엉! 여기좀요!”


[대한민국의 자랑! 김대현 도전자]


[세계 5위 도전자 김대현의 귀향을 환영합니다]


공항에서부터 시작되는 팬들의 행렬, 그리고 플래카드.


대현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올리곤 기대에 부응하듯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캘리포니아 탑, ‘더 리버럴 타워’ 47층을 막 두 번째로 돌파한 뒤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다.


30층 이상부터는 보통 바로 도전하지 않고 다른 탑의 낮은 층을 순회해 레벨을 올린 후 도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1달에 1층씩만 등반해도 나쁘지 않은 속도이다. 


그러나 일부 도전자 중 남들에 비해 압도적인 레벨 업 속도를 자랑하는 이들이 있다.


이른바 타고난 것이다.


대현도 타고난 자들 중 한 명에 속했다.


그런 복 받은 체질 덕에 대현은 다른 이들보다 빨리 고층에 도달할 수 있었지만, 50층에 가까워지니 확실히 체감 난이도가 달랐다.


드디어 정비가 필요할 때라는 사실이 와닿았다.


그러니 겸사겸사 한국 탑을 뚫어서 한참 떨어진 대한민국 위신도 좀 살리고, 자신도 성장하고, 이른바 윈윈의 기회를 잡으러 온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보낸 과거의 기억은 썩 유쾌한 종류의 것이 아니어서 입국할지 고민을 했지만, 막상 와보니 씁쓸한 기억보다는 반가움이 앞섰다. 


대현 외에도 꽤 많은 도전자들이 한국으로 몰려들었다고 들었는데, 그 말이 사실이었는지 이전에 다른 탑에서 마주한 얼굴들이 같은 비행기에서도 종종 목격되었다.


‘탑 첫날은 꽤나 붐비겠군.’


현재 세계 도전자 관리 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정식으로 등록된 도전자의 수는 약 50만여 명으로,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수다.


이들 중에 몇이나 대한민국 탑을 찾을지가 관건이었다.


뭐, 그들은 그들이고.


대현은 적당히 레벨업만 좀 한 뒤에 캘리포니아로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정부에서 지원해준 차량과 기사가 공항 앞까지 마중 나와 있어 호텔까지 가는 데는 그리 고되지 않았다.


호텔도 한국치곤 나쁘지 않은 곳으로 잡아줬다.


객실에 도착하자마자 침대로 뛰어들었다.


대현과 계약 관계를 맺은 기업들이 대현의 대한민국행 소식을 듣고 논의할 게 있다며 찾아오는 통에 며칠간 쉬지를 못했었다.


호텔 침대에 누워 빈둥댄 후에 한 것은 ‘타워 챌린저’ 커뮤니티 확인이었다.


타워 챌린저는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탑 관련 커뮤니티로, 도전자 등록이 된 사람들만 이용이 가능한 사이트이다. 바로 이틀 전 대한민국 게시판이 생겨 한창 글이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다.


2층이 열리는 것은 2028년 8월 2일.


바로 오늘이었다.


내가 위치한 곳은 용산이고, 탑은 영등포니 자고 일어나서 사진 몇방 찍히고 탑 입장해도 시간이 남아돈다.


커뮤니티의 들뜬 반응들과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우월감을 느끼다 잠이 들 예정이었는데, 호기심을 일으키는 제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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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탑 1층 후기]

작성자 : 어디까지올라가는거에요

오늘 처음으로 탑 들어가 본 후기 씀


원래 도전자 각성하면 바로 해외 가서 2층이라도 오르고 돈 버는 게 국룰인거 아는데 쫄보+해외여행 경험 0 콤보로 그냥 한국에만 짱박혀있었음


드디어 한국에 탑 생긴대서 가봤는데 어떻게 밖에서 보는 거랑 안이랑 공간 크기가 다를 수가 있냐?


탑 자체도 말이 안 되는데, 안은 진짜 뒤지게 넓더라.


걍 번쩍번쩍한 공간인데 작업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계속 짐 나르는 거 보니까 탑 전리품이랑 시체 팔이들 같았음.


아 그리고 안내판에 이런 문구 있더라.


-이 탑에서 가장 높은 층을 최초로 클리어한 도전자는 안내판 ‘명예의 전당’에 기록됩니다.


원래 다른 탑들도 최초 클리어하면 기록해줌?


아니면 한국 빨리빨리 종특 파악하고 빨리 깨라고 채찍질해주는 거냐? ㅋㅋㅋ


암튼 2층에서 죽어서 나온 사람은 없다길래 2층까지는 가보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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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에 기록이 된다, 라.


묘하게 신경 쓰이는 조건이다.


다른 글을 마저 읽으려는데 시차 때문인지 눈이 감겨온다.


대현은 졸음에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눈을 붙였다.


잠깐 눈을 붙였다고 생각하며 눈을 떴을 땐 바깥이 이미 어두워진 채였다.


시간은 약 오후 10시가 되었다.


밤이니 그리 크게 눈에 띄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대충 씻고 11시 반쯤 탑으로 향했다.


2층에서 웬 오픈런인가 싶었지만, 안내판에 기록이 된다는 점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명색이 대한민국에서 1위인 도전자인데 그래도 안내판에 이름은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첫 층이니만큼 1등이란 기록이 의미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대현이 탑으로 설렁설렁 걸어가는데,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줄지어 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게 다··· 도전자?’


"어! 김대현 도전자다!“


“김대현 도전자도 명예의 전당 노리나 본데?”


술렁대는 인파. 


평소라면 이 관심을 즐겼겠지만, 고작 2층을 오픈런하러 왔다는 사실이 약간 수치스러워 대강 인사를 한 뒤 서둘러 1층으로 들어갔다.


대현은 느지막이 나온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1층에서 대현을 알아본 이들이 말을 걸려고 하는 순간,


[1층 개방으로부터 24시간이 경과하여 2층이 개방됩니다.]


2층이 개방되었다는 안내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대현은 다른 이들보다도 빨리 2층으로 가겠다는 다짐을 되뇌고, 늘 그랬듯 탑은 층을 오르려는 도전자의 다짐에 따라 그를 2층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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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12층 (2) 24.09.04 32 1 12쪽
13 13화. 12층 (1) 24.09.03 3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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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신참 탑 관리자 신고식 24.08.29 42 2 11쪽
9 9화. 제 666차원 (3) 24.08.28 46 2 14쪽
8 8화. 제 666차원 (2) 24.08.27 48 1 12쪽
7 7화. 제 666차원 (1) 24.08.27 54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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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커뮤니티 탐방 24.08.23 71 2 12쪽
4 4화. 세상에 나쁜 늑대는 없다 24.08.22 7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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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알뜰 슬라임 활용법 24.08.20 91 4 12쪽
1 1화. 비도전자는 서러워요 24.08.19 117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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