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 탑 관리자가 차원을 먹여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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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림
작품등록일 :
2024.08.18 21:42
최근연재일 :
2024.09.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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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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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화. 조나단 (1)

DUMMY

“혀엉!”


대현은 귀에 익은 목소리에 급히 두리번거렸다.


출국하는 사람들 틈에서 빼꼼 드러나는 얼굴.


자신의 동생 대철이었다.


어머니는 키가 작아서인지 인파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뭐야, 김대현 도전자 아냐?”


“누가 형이라 하지 않았나?”


쑥덕대는 목소리를 들었지만, 어차피 자신의 근처에서 우뚝 서 있는 경호원들을 보고도 다가올 리가 없다.


흘긋거리는 시선과 자신을 향하는 카메라들을 조금 견디면 되기에 대현은 아무렇지 않은 척 뒤의 대철에게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이네!”


인파들이 빠져나가고 드디어 완전히 드러나는 대철과 어머니의 모습.


어제 그런 일이 있어서인지 유독 가족의 얼굴을 보는 것이 애틋했다.


“아우, 바쁜데 여기까지 왔어! 옆에 분들은?”


“경호원분들. 왜, 미국에서도 있었잖아.”


“아유, 우리 대현이 잘 부탁드립니다. 호호!”


어머니는 유독 영어 익히는 데 서투르셨다.


그 사실은 당신도 아시는지 캘리포니아에서는 늘 수줍게 고개로만 소통할 뿐이었지.


그런 어머니가 환히 웃으며 편하게 인사하는 모습은 대현으로부터 하여금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었다.


“와 오랜만이다, 진짜! 저쪽에 김치찌개 파는 데 있던데 밥 먹고 가면 안 돼?”


“야, 더 맛있는 거 사줄게. 쫌만 참아봐.”


대현은 웃으며 대철의 등을 두드렸다.


캘리포니아에서도 온갖 종류의 한식당을 섭렵했지만 역시 본토에서 먹는 건 다르겠지.


이왕이면 맛있는 곳에 데려가 주고 싶었다.


경호원들과 함께 이동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지고, 대철은 그런 시선을 즐기는 듯 한껏 어깨를 편 채 표정 관리를 하며 척척 걸어 나간다.


그 모습이 우스워 대현은 어머니와 쿡쿡 웃는다.


‘여태 한 번도 저렇게 안 웃더니···.’


대현의 저런 표정은 다소 생경한 광경이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지 대현을 향하는 카메라들이 늘어난다.


경호원들은 대현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카메라 앞에서 교묘하게 대현의 일행을 가려가며 그들을 차로 안내했다.


“와, 이거 헤네시스 아냐? 형 거야?”


“아니야, 형은 더 비싼 차 살 수 있지 인마.”


대현이 수백억대의 돈을 벌어들인 지 몇 년이 되었는데도 대철은 늘 한결같았다.


값비싼 것을 우러러보면서도, 정작 선물하려 하면 한사코 마다한다.


‘에이, 이렇게 비싼 거 가져서 뭐 해! 형 해!’ 하며 도망 다니기 일쑤인 녀석.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게 분명하다.


그럴 때만 둘이 아주 똑 닮았다.


캘리포니아에서 집을 마련할 때도 어마어마한 크기의 주택을 사려는 대현을 보며 이런 큰 집은 필요 없다고 둘이 난리를 쳤었던 것을 그는 기억한다.


대현이 갖고 싶다고 고집을 부려 겨우 그 둘을 좋은 집에서 같이 살게 했다.


대현은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려왔다.


감당할 수 있는 사치마저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


과거에 고통받았던 시절의 잔재였다.


“한국도 많이 바뀌었네~”


대현의 어머니가 창밖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하자 대철도 함께 밖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대현은 그런 둘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 * * 


식사까지 마치고 난 뒤에는 근처의 백화점에 들렀다.


“집을 벌써 구했어? 아이고, 또 대궐 같은 데로 구한 거 아니야? 청소하기 힘들어!”


“협회에서 좋은 데로 주겠다고 먼저 그래서 받은 거에요. 그리고 왜 자꾸 사서 청소해, 캘리포니아에도 로봇청소기 놔줬잖아. 로봇한테 시키라니까.”


“로봇이 하는 거랑 사람이 하는 거랑 같니? 너무 편하게 지내면 안 돼.”


말은 그렇게 해도 로봇청소기가 돌아다닐 때 어머니가 짓던 미소를 대현은 기억한다.


“형, 그럼 우리 오늘 거기 가서 자?”


“아니, 거기 지금 아무것도 없어서 가구부터 사야 해. 엄마, 가격 보지 말고 골라. 협회에서 지원해준대.”


“어머, 그래?”


물론 거짓말이었다.


협회에서는 아파트만 지원해줬다. 물론 가구도 지원해달라고 하면 다 해주겠지만 이제 막 탑이 생겨 지원할 게 산더미일 협회에 굳이 짐을 더 만들어주고 싶지는 않았다.


이렇게 화색이 도는 어머니를 보면 어머니는 그저 대현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것뿐인듯하다.


대철도 눈이 번뜩이는 걸 보니 오늘은 가족과 쇼핑가지고 입씨름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 대현은 한시름 놓았다.


백화점에서 리빙 관련 층으로 이동하는데, 대철이 대현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형, 다크서클이 왜 이렇게 심해? 좀비 아냐?”


“뭐래, 드라마보다 밤새웠다, 됐냐?”


피식 웃으며 대꾸했지만 내심 뜨끔했다.


어제 그런 일을 겪고 제대로 잠을 잘 수 있었을 리가 없다.


갑자기 찾아와 사과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로 무언가를 뉘우치기 위해서인지, 그저 변덕일 뿐인지.


어머니와 대철이는 사과를 받고 싶어 할지, 얼굴도 보기 싫을지.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괴로워 대현은 숙제를 약간 미루기로 했다.


아주 잠시만이라도, 이 평화로운 시간을 깨고 싶지 않았다.


* * * 


몬스터가 어느 정도 모였으니 다음 층은 보유한 몬스터들로 꾸려볼까, 싶었다.


“저희한테 맡기세요! 신박한 아이디어를 짜올게요.”


하피들이 그리 말해서 나도 조금 자유시간이 생긴듯해 나름 큰 결심을 하고 제안을 해보았다.


“···나, 다시 탑 관리자 공용 공간에 가볼까 봐.”


[이동하겠···]


“잠깐, 잠깐만! 마음의 준비 좀 하고.”


리나 자식, 내 고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그 적진에 던져넣으려고 하다니!


“후하···. 관리자가 관리자를 죽일 수도 있을까?”


가면 능지처참당하는 것 아닌지 걱정돼서 그렇다, 진짜로.


[소멸할까 봐 걱정이신 겁니까? 탑 관리자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으므로 안심하셔도 됩니다.]


“관리자님 왜 저렇게 안절부절못하는 거냐?”


“···모르겠다. 우리가 뭐라도 해야 하는 건가?”


“뭔지는 모르겠다만 기운을 북돋아 주면 좋겠지, 관리자님! 화이팅!”


“뭐야? 뭔지는 몰라도 화이팅!”


“힘내십시오!”


내가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자 쉬고 있던 몬스터들끼리 쑥덕대더니 갑자기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이러면 안 갈 수가 없다···.


[이제 이동해도 되겠습니까?]


“그래.”


나는 응원으로 나를 떠밀어대는 몬스터들에게 기력 없이 손을 흔들어 인사한 후, 순순히 이동에 응했다.


그들의 흥분이 가라앉았기를 바라며.


이동한 곳은 그때와 같은 탑 관리자 공용 공간의 입구.


발을 내딛자 관리 사무소에서 누군가가 나온다. 익숙한 얼굴이다.


“헬렌 씨···.”


“주나! 안 오는 줄 알았잖아!”


그 뒤에 제리가 우다다 달려와 나에게 붙는다.


“제리···”


“선배님!”


“···선배님.”


매미처럼 달라붙은 제리의 등을 토닥이는데 헬렌이 다가와서 말했다.


“안 그래도 첫날이라 어색했을 텐데 탑 관리자들이 괴롭혔다고 제리가 길길이 날뛰더군요. 다른 분들께는 제가 경고를 줬으니 더는 불편할 일 없을 거예요.”


“아녜요, 다들 당황스러워서 그런 거겠죠, 뭐.”


내가 머쓱하게 웃으며 말하자 헬렌이 약간은 건조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이 탑에 규칙이 있다는 것, 모르셨던 건가요?”


마치 취조당하는 듯한 기분. 그러나 나 역시도 당당했다. 


“···네. 정말입니다.”


내가 분명하게 말하자, 헬렌은 미소를 지으며 사과했다.


“하하, 미안해요. 탑 관리자 사무를 보는 역할로서 확인이 좀 필요할 것 같았어요. 불편했다면 사과드려요.”


불편했다.


매서운 헬렌의 눈빛에서는 분명히 나를 의심하고 있다는 느낌이 묻어나왔다.


그러나 나는 그저 사회생활을 평범히 해온 사람이라면 할 지극히 평범한 답변을 했다.


“아닙니다, 이유가 있었겠죠. 자, 제···선배님, 다른데도 좀 소개해주세요.”


화제를 바꾸기 위해 헬렌의 사과를 받고 제리에게 초점을 돌리자, 제리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오! 그래! 주니 너한테 소개해줄 곳이 많단 말이지!”


제리가 나를 끌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자, 헬렌도 더는 우리를 붙잡지 않고 웃는 미소로 배웅했다.


“잘 다녀와요~”


그러나 헬렌이 인사하고 몇걸음 떼지도 않았는데, 반대편에서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달려오는 누군가를 발견해 나는 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어! 조나단이다!”


제리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 치고 조나단이라는 이의 표정이 너무나 심각하다.


10년 만에 만난 천년의 원수를 잡기 위해 달리는 인간이 저런 모습이 아닐까.


꿀꺽.


죄를 지은 것이 없는데도 고해성사를 해야 할 것만 같은 두려움.


빠르게 가까워지는 괴인을 피할 준비를 하기 위해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치려 하는데, 나를 잡은 제리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어디가?”


천진난만하게 제리가 묻는 사이에 코앞에 온 괴인!


그는 다행히 제리 바로 앞에서 급정거하더니 헉, 헉, 숨을 들이쉬며 나를 뚫어져라 응시하기 시작했다.


“···”


“···”


한참 말이 없던 사내는 한동안 더 숨을 고르고 난 뒤에야 안경을 치켜올리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헥, 100번째 관리자···헥, 그쵸?”


“예, 예에.”


“헥, 당신이 왔다는... 헥, 말을 듣고....”


늘어지는 대화에 제리가 답답했는지 대화를 가로챘다.


“조나단이 주니 왔었다는 소식 듣고 그때 이후로 탑에를 안 갔어! 너 보고 싶어서 그랬대. 에휴!”


“그래요, 그동안 기록도 다 빼먹고 말이에요.”


헬렌이 설명을 덧붙이자 조나단은 더 이상의 설명 대신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나는 그 손을 맞잡았다.


“아아, 드디어! 드디어 만났군요! 이전 생에서 누군가의 팬이 되었던 적은 없지만, 팬의 기분을 이해할 것 같아요!”


조나단이 심히 감격한 듯한 표정으로 말하자 나는 심히 부담스러워져 잡은 손을 슬쩍 빼내려 했다.


그러자 조나단은 악수한 손으로도 모자라 반대편 손으로도 내 손을 꼬옥 잡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


“제가 모든 탑의 기록을 담당하고 있는 조나단이라고 합니다. 당신이 보여준 기록···. 제가 탑을 맡은 이래로 정말 경이로운 수치였어요. 어떤 식으로 튜토리얼을 꾸린 것일지, 끝없이 상상했죠. 상상만으로도 며칠이 훌쩍 지나갈 정도로요. 드디어 당사자를 만났으니 그 엄청난 기록을 세운 방법을 알 수 있겠군요!”


그는 쉴 새 없이 말하며 제리보다 빛나는 눈빛을 내게 쏘아댔다.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사내다.


별거 안 했는데, 이러니 말하기가 수치스러워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내가 입을 뻐끔대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자, 눈치 빠른 헬렌이 상황을 중재해주었다.


“자, 자아. 조나단. 그렇게 부담을 주면 최준 씨가 말을 못 하지요. 아직 탑 공개 동의서도 작성 안 했고요.”


“탑 공개 동의서요?”


“탑은 원래 비공개인데, 동의서에 사인하면 다른 사람들한테도 공개해줄 수 있거든! 아, 물론 원하는 부분만.”


“그럼 저도 다른 관리자들 탑을 볼 수 있는 건가요?”


“그렇지요. 하지만 아무한테나 보여주지 마세요. 그때처럼 소동이 일어나면 곤란하니까요.”


“맞아! 친한 사람들한테만 보여주는 거야! 나처럼!”


제리가 자신의 가슴께를 퉁퉁 치며 말한다.


그리고 뒤에서 보여주지 않으면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조나단.


나는 잠깐 고민하다 말했다.


“우선 저희끼리만 있을 수 있는 장소로 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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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12층 (2) 24.09.04 33 1 12쪽
13 13화. 12층 (1) 24.09.03 3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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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신참 탑 관리자 신고식 24.08.29 43 2 11쪽
9 9화. 제 666차원 (3) 24.08.28 46 2 14쪽
8 8화. 제 666차원 (2) 24.08.27 48 1 12쪽
7 7화. 제 666차원 (1) 24.08.27 55 2 14쪽
6 6화. 삽질의 정석 24.08.26 60 2 13쪽
5 5화. 커뮤니티 탐방 24.08.23 71 2 12쪽
4 4화. 세상에 나쁜 늑대는 없다 24.08.22 7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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