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 탑 관리자가 차원을 먹여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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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림
작품등록일 :
2024.08.1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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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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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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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화. 조나단 (2)

DUMMY

“여기 어때요?”


조나단이 제리와 헬렌, 그리고 나를 ‘탑 기록 보관소’에 데려갈 때까지는 별생각 없었다.


탑 기록 보관소 안에 들어간 뒤 목격한 수백개의 기록서를 보았을 때도 놀라긴 했지만, 몇 년간 자지도 않고 즐긴 취미라면 이 정도로 쌓이는구나, 감탄했을 뿐이다.


그러나 보관소 내부의 좀 더 깊숙한 곳, 지하실로 조나단이 우리를 안내했을 때, 나는 급히 리나를 불러야만 했다.


‘리나! 빠, 빨리 우리 탑으로 돌아가자!’


[이동할까요?]


“잠깐, 조나단! 여긴 뭐에요?!”


‘아, 아니. 잠깐만···.’


헬렌의 새된 비명이 내 도주 본능을 겨우 잠재웠다.


“하하, 이곳에 누굴 데려온 적은 처음이라 조금 쑥스럽네요. 제 방이에요.”


조나단이 약간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데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조나단’의 방이라고···?


아니, 이건 오히려···.


‘최준’, 그러니까 내 방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벽에 수없이 붙어있는 나의 사진들.


내 앞, 옆, 뒤, 잠깐, 위에서 찍은 항공 샷도 있는데?!


이 사진들은 모두 탑 관리자 공용공간에 온 첫날 찍힌 사진이었다.


“주나··· 너 혹시 연예인이야? 잘생기긴 했는데···.”


“그랬으면 좋겠네요.”


“최준 씨를 놓칠까 봐 다른 관리자분께 부탁했거든요, 혹시 제가 없을 때 이곳에 오신다면, 최대한 많이 사진으로 남겨달라고.”


“초상권 이런 건 관리자 규칙에 없나요?”


내가 흐리멍텅한 눈으로 묻자 헬렌이 안경을 치켜올리고는 매서운 눈으로 말했다.


“관련 규율을 아주 엄격하게 만들어둬야겠군요.”


“부탁합니다···.”


나는 힘없이 말하곤 조나단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 많은 사진들은 다 왜 여기 붙여두신 거죠?”


내 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상큼발랄한 목소리가 돌아온다.


“최준 씨가 제 롤모델이니까요! 롤모델은 늘 눈에 닿는 곳에 둬야 한다구요!”


기운차게 말하는 조나단.


“···제 탑 영상 보여드리기로 했던 거 취소합니다.”


“에엑?! 왜요오오옷!”


늘 웃는 인상이었던 조나단이 처음으로 충격받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제야 나를 포함한 나머지 3명과 표정이 같아졌다.


“조나단··· 무서워 말 걸지 마!”


“예, 예에?”


“최준 씨, 미안해요. 조나단이 이런 사람인 걸 생각했어야 하는데···.”


“제가 무슨 사람인데요오?!”


수심이 깊은 헬렌의 표정을 보자니 조나단이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다.


“조나단 씨, 저는 늘 볼 수 있으니까 이런 거 안 붙여두셔도 돼요··· "


내가 내 얼굴들을 벽에서 하나하나 떼며 말하자 조나단은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나를 말리지는 못했다.


뭐 그렇겠지. 당사자가 떼는데 어떻게 말리겠는가. 게다가 탑 영상을 보고 싶어 했으니 내 말에 거역하기 싫은가보다.


“와아, 조나단, 그나저나 맨날 기록만 하면서 노는 줄 알았는데 2위인 이유가 있었구나.”


제리가 바닥에 떨어진 종이들을 보며 감탄한다.


내 사진에 정신이 팔려서 미처 보지 못했는데, 바닥에 수북이 떨어진 종이들에는 무언가 공부나 연구를 한 흔적이 역력했다.


제리의 말에 헬렌도 거들었다.


“맞아요, 저는 조나단이 순위를 조작하는 줄로만 알았거든요, 호호!”


“맞아, 탑에 가는 일이 거의 없었잖아?”


“그럴 리가요, 어떻게 탑을 구성할지 이곳에서 다 생각해놓고 탑에 가기 때문에 그런 것 뿐이에요. 늘 제가 말해도 안 믿으시더니!”


“아, 조나단이 2위에요? 그럼 1위는요?”


“1위는 ‘캐시’라는 앤데, 바빠. 그것도 엄청.”


“3위가 당신이에요.”


조나단이 돌연 빛나는 눈으로 내게 말한다.


무슨 사랑 고백을 하는 줄 알았다. 심히 부담스러운걸.


“제가 3위에요? 기준이 뭐예요?”


“음··· 뭐 이것저것 조나단이 말해줬는데, 까먹었다!”


제리가 당당하게 선언하며 웃자 조나단이 익숙하다는 듯 웃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아, 그 기준이 있죠, 우선은 층을 많이 열었다고 무조건 유리한 게 아니랍니다. 최준 씨가 3위인 것만 봐도 아시겠죠? 일단은 각 탑의 12시 00분 00초를 기준으로 벌어들인 골드 양에서 마나 수급량을 계산한 다음, 방문한 인원을 따지는데, 이때 방문한 인원마다 또 등급을 매겨서···.”


조나단의 설명은 어느덧 강의가 되었다.


중간에 설명을 놓치기 시작해서 그냥 조나단 얼굴 구경이나 했다.


남성치곤 길면서 약간은 부스스한 머리와 안경.


서구형 얼굴이니 사실 그냥 내가 보기엔 잘생겼다.


아따, 이놈 참 한국에 살았으면 인기 많았겠다.


“···듣고 계신가요? 다들? 저기요?”


“어, 응응! 아 근데 나 참 약속이 생각났는데···.”


“아, 저는 이제 관리소 업무 때문에 가봐야 해서요, 호호!”


···조나단의 말을 경청하지 않은 이는 나 말고도 둘 더 있었다.


그게 다가 아니라 도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나를 제물로 삼으려는 건가?


질 수 없다.


“아 저도 제 탑 준비를 좀 해야겠네요!”


내가 말하자 조나단이 다급히 내 팔을 붙잡는다.


“최, 최준 씨! 탑 스트리밍은 그럼···.”


“다음에요! 더 친해지면, 그때 같이 봐요. 하하하!”


스트리밍 영상을 보여줬다가 내가 모르는 방법으로 녹화해서 24시간 돌려볼까 봐 두렵다는 말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죽어서도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거였군요, 훌쩍. 제가 약한 부분인데···.”


“어머, 꼭 사회생활을 할 필요는 없어요 조나단.”


헬렌이 따뜻한 목소리로 말하자 조나단이 감동이 묻어나오는 눈망울로 헬렌을 바라본다.


“헬렌···.”


“최준 씨를 다시는 못 만나겠지만요.”


“···훌쩍.”


조나단은 다시금 좌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그런 조나단을 다독이는 나.


“괜찮아요 조나단, 우리는 금방 친해질 거예요.”


“정말요?”


“네, 그럼요. 하지만 오늘은 가볼게요. 그럼 이만!”


‘리나!’


[탑으로 이동합니다.]


조나단의 망연자실한 표정을 마지막으로, 나는 행복한 미소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헬렌과 제리가 ‘배신자!’라는 눈빛을 보내왔지만, 그들은 또 날 용서해줄 것이다.


아하핫!


민첩하게 다시 몬스터 휴식 공간으로 이동하자, 하피들이 가장 먼저 나를 발견했다.


“어? 관리자님, 빨리 오셨네요?”


하피가 그렇게 말하자 임프와 케르베로스 무리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


“오, 아까보다 표정이 밝아지셨다!”


“그렇네, 우리의 응원이 효과가 있었나 보군.”


임프에 이어 케르베로스까지 한술 더 뜬다.


케르베로스는 그래도 좀 똑똑했던 것 같은데, 어째 점점 임프를 닮아가는 것 같아 약간 마음이 아프다.


[임프를 닮는 것이 마음 아플 일입니까?]


···그러게, 임프 혐오를 멈춰야겠다.


내가 속으로 헛소리를 하는 사이 하피가 쪼르르 달려와 한껏 기대에 부푼 얼굴로 이야기를 꺼냈다.


“아니, 관리자님! 저희가 이 녀석들이 미칠만한 걸 찾았어요!”


“뭔데?”


다른 하피가 내게 다가와 소곤댄다.


“···”


···들어보니까 맞긴 한데, 얘넨 그걸 어떻게 안 거지?


“커뮤질 하다 보면 딱 알 수 있죠! 어때요, 백퍼 먹힐 것 같죠?”


“솔직히, 먹힐 것 같아.”


나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쵸 그쵸? 저, 이런 방법을 쓰려고 하는데요···.”


하피가 설명해준 방법은 약간 클래식한 방법이었다.


나쁘지는 않지만, 도전자들을 오래 붙잡을 수 없고, 금방 클리어 당할 것 같았다.


“그것보다는, 이런 방법은 어때?”


내가 약간 보완한 방식을 설명해주자,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던 두 하피의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반면, 임프들과 케르베로스는 심드렁하다. 


‘저게 도대체 왜 효과가 있단 말인가?’ 하는 표정이다.


여기서 종족 간의 차이가 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구나.


확실히 하피들이 인간과 유사한 사고방식이나 사회성을 가지고 있다.


내 이야기를 듣고 감격한 하피들이 돌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관리자님, 짱!”


“관리자님을 숭배하라!”


“관리자님을 국회로!”


뭐? 뭔가 이상한 게 끼어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임프와 케르베로스는 대충 좋은 말인 줄 알았는지 무작정 하피를 따라하기 시작한다.


“국회로!”


“관리자님을 구캐로?!”


“구캐로!”


얼떨결에 모인 몬스터들에게 국회로 가라는 망언을 들으며 헹가래를 약 10차례 정도 받고 나서야,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 * *


“하아, 이제 13층이군.”


“어이, 이 탑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겐이 그렇게 묻자, 류노스케는 픽 웃으며 대꾸했다.


“진심이냐? 한국에 계속 있었더니 나약한 녀석이 다 됐군.”


“쳇, 뻐기기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류노스케도 내심 당황하고 있었다.


못 깰 정도로 어려운 건 절대 아니었지만, 생각한 난이도는 아니었다.


가볍게 입장한 2층에서부터 당황스러운 상황이 펼쳐져 매 층 입장할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했다.


젠장, 왜 고작 한국에 있는 탑이 이리 어려운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류노스케는 잠시 그런 생각을 하며 표정이 굳어가는 것을 눈치채고는, 다시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겐에게 말했다.


“이제 13층이 열리려나 본데, 우리도 저 게시판에 이름 한 번씩 새기자고.”


“김대현 도전자를 이겨보자는 거냐?”


“못할 건 뭐야? 랭킹만 높지, 의외로 별거 아닐지도 모르잖아.”


류노스케가 그리 말하며 껄껄 웃어젖히자 겐은 슬며시 주변의 눈치를 보았다.


일본어를 알아듣는 사람들이 있는지 확인하는 듯한 눈짓이었다.


그리고, 그 눈짓은 누군가의 눈동자와 맞부딪혔다.


“···김대현.”


김대현, 그는 겐의 눈동자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알아들은 건가?’


겐이 어딘가를 보며 당황한 기색을 보이자 류노스케도 겐의 시선을 따라가려 했다.


그러나 고개가 채 돌아가기 전에, 안내가 들려왔다.


[13층이 개방됩니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대현과 겐.


류노스케도 머리를 긁적이곤 13층으로 향했다.


13층으로 가자, 이번에도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 탑은 늘 이런 식이었다. 먼저 공격해오는 법이 없다.


귀찮다고 중얼거리며 몬스터를 찾아 나서려는데, 돌연 폭발음 같은 것이 들려왔다.


하늘 쪽이었다. 급히 고개를 위로 올려보자 그곳에는,


“···불꽃놀이?”


크고 화려한 불꽃이 터지고 있었다.


최대한 인기척을 숨기고 불꽃놀이가 날아온 곳으로 이동해보는데, 이윽고 불꽃놀이의 근원지를 찾은 류노스케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곳에는 하피 두 마리가 즐겁게 날아다니고, 임프들이 구석에서 자꾸만 불꽃 쇼를 보이고 있었다.


가만보니 불꽃을 이용하여 글자를 적고 있다.


[Game]


전투와는 거리가 먼 광경에 넋을 놓은 류노스케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어이! 거기, 우리 봤지? 이리로 오세요~”


“··· 헛!”


하피로 보이는 몬스터였다.


 류노스케는 급히 공격 준비를 했다.


“잠깐! 싸우지 말고 게임 한 판 하자구~ 게임에서 이기면 경품도 있는데 어때?”


찡긋 윙크하며 요상한 제안을 하는 하피 녀석.


류노스케는 잠시 망설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 게임?


무언가 수상했지만, 고작 13층인데 별일이야 있겠는가.


류노스케는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여 하피의 제안에 응했다.


그는 몰랐다, 하피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늪에 막 발을 담그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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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조나단 (1) 24.09.09 29 1 12쪽
16 16화. 양육을 시작한 자와 포기한 자 24.09.06 32 1 11쪽
15 15화. 12층 (3) 24.09.05 31 1 12쪽
14 14화. 12층 (2) 24.09.04 33 1 12쪽
13 13화. 12층 (1) 24.09.03 37 2 13쪽
12 12화. 머리카락마저 불태우는 열정! 24.09.02 37 1 14쪽
11 11화.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24.08.30 39 1 11쪽
10 10화. 신참 탑 관리자 신고식 24.08.29 43 2 11쪽
9 9화. 제 666차원 (3) 24.08.28 46 2 14쪽
8 8화. 제 666차원 (2) 24.08.27 48 1 12쪽
7 7화. 제 666차원 (1) 24.08.27 55 2 14쪽
6 6화. 삽질의 정석 24.08.26 60 2 13쪽
5 5화. 커뮤니티 탐방 24.08.23 71 2 12쪽
4 4화. 세상에 나쁜 늑대는 없다 24.08.22 71 2 11쪽
3 3화. 도전자 엿보기 24.08.21 78 3 12쪽
2 2화. 알뜰 슬라임 활용법 24.08.20 91 4 12쪽
1 1화. 비도전자는 서러워요 24.08.19 119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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