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 탑 관리자가 차원을 먹여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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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림
작품등록일 :
2024.08.18 21:42
최근연재일 :
2024.09.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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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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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6화. 양육을 시작한 자와 포기한 자

DUMMY

“이야··· 다시 봐도 진짜 아이디어 죽인다, 그치?”


내가 도전자들이 기겁하는 표정을 감상하며 말하자 리나가 답했다.


[물리적인 공격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공격을 가하다니, 예상하지 못한 접근입니다. 이 부분도 학습이 필요하겠군요.]


“그래, 그래.”


하피 이 자식들, 자극적인 걸 선호해서 그런지 내 아이디어에 힘을 엄청나게 실어주었다.


약 3시간 정도 전, 나는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를 리나에게 말했다.


“하피랑 화염 정령들을 데리고 귀신의 집을 만드는 거야. 어때?”


[귀신의 집과 관련된 정보를 확인했지만, 그 어디에도 공격을 한다는 내용이 없는데요.]


“꼭 공격을 해야 하나?”


[···네?]


여태 들은 리나의 목소리 중 제일 어처구니가 없다는 것처럼 들린다.


“아니, 어찌 됐든 도전자가 마나를 쓰게 만들거나, 오래 탑에 머물게 만들거나 하면 되는 거 아냐. 그치?”


[맞습니다.]


리나가 수긍해주니 인정을 받은 것 같아 마음에 안정이 찾아온다.


[귀신의 집이라는 아이디어에 대해 수긍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이럴때가 리나의 말을 흘려들어야 할 때다.


“리나, 솔라니아에 네가 조사한 귀신의 집이랑 제일 비슷한 분위기인 곳이 어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발 앞머리로 땅을 툭툭 두드리기를 몇 차례 반복하자, 리나가 돌아왔다.


[판테빌 지역에 있는 나이트 엘프의 성이 가장 유사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나이트 엘프라.


직접 변신했던 몬스터의 이름이 나오니 내적 친밀감이 상승한다.


“좋아, 거기 배경을 쓰려면 직접 가봐야 하는 거지?”


[맞습니다.]


리나는 대답과 함께 나를 그 판테빌 지역이라는 곳에 떨어뜨렸다.


도착한 곳은 솔라니아 지역과는 다르게 남색 빛의 하늘이 맞이하는 곳이었다. 마치 밤과 같다.


[이곳은 거의 모든 날이 지구의 밤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떠신가요? 원하시는 배경이 맞는지요?]


원하는 배경이 맞냐고?


그렇다.


아니, 내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다.


어둑어둑한 배경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거대한 성 한 채.


밖은 약간 허름하지만 무언가 다가가기 힘든 압도적인 아우라를 풍기고 있다.


“저 성이 그럼 나이트 엘프들이 사는 성이란 말이야?”


[정확히는 나이트 엘프들 중에서도 왕족에 해당하는 자들이 사는 곳입니다.]


엘프들은 왕족들이 따로 있단 말이지.


성의 창문들에서 새어 나오는 은은한 노란색의 불빛을 바라보다가 나는 리나에게 말했다.


“그만 돌아가자.”


저 불빛 아래서 식사를 하고, 떠들고 있는 이들은 너무 비싼 몸값을 지녀 아직 데려올 수 없지만, 조만간 내 탑으로 데려올 수 있겠지.


[알겠습니다.]


12층을 떠난 것은 정말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무언가 긴 여행을 하고 온 듯한 기분이 든다.


멍해져 있는 나를 다시 깨운 것은 화염 정령들이었다.


“자네, 어디 갔다 왔나? 우리가 도와줄 일이 있다고 해서 온 것인데 여기는 완전히 쉼터가 아닌가!”


“그래! 저기 네모난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는 녀석들이 정말로 우리가 사는 곳에 마나를 벌어다 주는 것이 맞는 건가? 믿을 수가 없군그래!”


“아하하, 자아 진정하세요, 당연히 우리 정령님들 힘이 필요하죠! 자, 하피들! 보던 거 이따가 보고 잠깐 집합해.”


“엥? 좀 이따 하면 안 돼요? 한창 재밌는 부분인데···.”


하피들이 뭘 보나 화면을 들여다보니 스트리밍 영상을 보고 있다.


잠깐, 저건 탑 죽돌이 아냐?


“···걔가 재밌니?”


“네. 얘 머리 태운 거 봤어요? 꺄하하하하!”


“우리 거기 다시 돌려보자!”


“오 그래!”


탑 죽돌이, 그는 도전자들뿐만 아니라 몬스터들까지 홀리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자구나.


정말 무서운 자로다···.


죽돌이에게 중독된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일단은 하피들을 질질 끌어다가 데려왔다.


입이 댓발 나온 하피들과 화염 정령들을 데리고 나는 12층 컨셉 발표회를 시작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입장한 도전자··· 그러니까 아까 본 탑 죽돌이 같은 것들을 최대한 무섭게 만드는 겁니다. 깜짝 놀래키거나 하면서요.”


“엥? 안 죽이고요?”


“하피 너희들, 따분한 거 싫댔지? 바로 죽이면 재미없지 않겠어?”


내가 되묻자 하피 둘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다시 나를 보며 끄덕인다.


“그치 그치.”


“바로 죽으면 재미없지.”


“그래, 갖고 놀다 죽이라는 거야.”


“좋은데? 임프 녀석들도 갖고 놀다 잡아먹는 재미가 있었는데!”


저 멀리 보이는 임프들 중 하나가 귀를 후비는 행동을 한다. 다행히 무슨 내용인지는 못 들은 모양이다.


“배경은 내가 지금 설정해줄게. 리나?”


[네, 상점에서 배경을 구매하여 설정하겠습니다.]


리나를 부르기가 무섭게 척척 상점 창이 열리더니 배경이 변화한다.


“와! 여기는 밖인데도 동굴 속 같잖아?”


“여기는··· 나이트 엘프들의 본거지가 아닌가?”


화염 정령들은 가본 적이 있는 곳인지 금세 알아챈다.


“네, 맞아요. 적들은 이런 어두컴컴하고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무서워하죠.”


“귀신?”


하피가 흥미를 갖자 내가 대충 커뮤니티의 낚시글 중 하나를 찾아내 예시를 보여주었다.


커뮤니티의 악한 존재가 이럴 때는 쓸모가 있구나.


“이런 빨간 걸 묻힌 게 무서운 거라고요?”


“나만 믿어. 이러고 나타나면 진짜 재밌는 반응을 보여줄 테니까.”


내가 보기엔 꽤 기괴한 귀신의 사진인데도 하피들은 그 형상에 대한 공포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참을 들여다본다.


“우리는 아무리 봐도 저거랑 닮지 않았구먼.”


“아닐세! 우리도 빨갛지 않은가!”


“흠. 그것도 일리가 있군!”


···정령 쪽은 약간 핀트를 잘못 짚은 것 같다.


“정령님들은 순간이동을 하실 수 있으니까 계속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면서 도전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때에 따라선 공격을 좀 하셔도 되고요.”


정령들에게 행동을 지시하는 동안 하피들은 갑자기 의욕에 불을 붙이기 시작하더니 지시가 끝날 때쯤에는 정령들에게도 아이디어를 던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일단 여기서 나타날 테니까 정령님들은 이쪽 구석에 있다가 공격하세요. 아셨죠?”


“여, 여기?”


“오, 네! 거기 좋다! 저희는 분장하고 올게요! 끼햐하학!”


“우리 서로 해주자!”


나한테 오기 싫다고 퉁명스레 말한 것 치곤 이 상황을 100%, 아니 200%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지금에 이른다.


“야! 저기 봐 거품을 물고 쓰러졌는데?”


“꺄하하학! 대박! 쫄보새끼 아냐?”


“죽돌이 다 깨서 노잼이었는데 이런 꿀잼 스트리머가 있었네~ 구독해야지!”


하피들은 마치 태어나자마자 젖을 먹는 법을 배우는 아기들과 같이 순식간에 커뮤니티 생태계를 학습해나갔다.


정말로 경이로운 속도다.


[동감합니다. 하피들의 사회 적응 속도는 인간 그 이상이군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 것으로 보여 흥미롭습니다.]


하피들이 따분해할 새가 없으니 효과는 좋은데, 너무 안 좋은 콘텐츠부터 가르쳐준 건 아닐까?


하피들의 앞날이 걱정되는데···.


[제가 고려할 부분은 몬스터들의 탑 적응이지 몬스터들의 향후 앞날이 아닙니다.]


···그래 알았다.


커뮤니티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쉽게 질릴 수 있으니 시청 시간을 좀 정해두는 게 좋겠다.


하아, 살아있을 때도 해 본 적 없는 양육을 죽고 나서야 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 * *


대현은 12층을 그 누구보다 압도적으로 클리어해냈다.


대현이 명예의 전당을 차지하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지만, 이번은 차원이 달랐다.


성에 입장하자마자 몬스터들이 당장 맞붙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바로 내부에 거대한 폭풍을 일으켰다.


하피들이 날개로 일으키는 회오리는 그저 장난에 불과할 정도의 비교조차 불가능한 위력.


몬스터들이 채 도망가기도 전에 폭풍은 그대로 모두를 빨아들였다.


[12층을 클리어하였습니다.]


기다렸던 안내가 들리자마자 곧장 1층으로 이동한다.


대현이 가지고 올 전리품을 기다리던 직원들이 차마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볼 새도 없이, 기자들이 한국에 새로이 고급 브랜드 아파트를 구한 것에 대해 질문할 새도 없이 그는 경호원들이 부랴부랴 따라가야 할 정도로 빠른 걸음을 하며 탑을 떠났다.


그리고 그 뒤를 허겁지겁 따라가는 한 남성.


인적이 없는 캄캄한 곳에 다다를 때까지 뒤를 밟는 발걸음이 사라지지 않자, 대현은 그제야 뒤를 돌았다.


따라오던 남성은 막상 대현이 자신을 바라보니 할 말을 잃었는지 망설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대현이 맞냐?”


대현이가 맞냐고? 그 의미 없는 질문에 비웃음을 흘렸다.


“맞으면, 어쩔 건데요?”


“오랜만이다, 많이 컸구나.”


“씨발, 지금 그 얘기하려고 이 새벽에 여기까지 따라왔어요?”


도저히 욕지거리를 참을 수가 없어 대현은 되는대로 내뱉었다.


그래도 되는 상대였다.


남성은 대현의 분노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딘가 아련했다.


그게 대현은 더욱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굳이 이렇게 보기만 해도 울컥하는 상대의 말 상대를 하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도 참을 수 없이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이 의미 없는 대화를 그만두고자, 대현은 차갑게 말했다.


“내 눈앞에 띄지 마세요. 한 번 더 나타나면 접근 금지 신청합니다.”


“···후회돼서 찾아왔다.”


“뭐요?”


“네 엄마, 너, 대철이 떠난 게 후회돼서 사과라도 하려고 찾아왔어.”


상대의 목소리에는 물기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자신의 기억 속에서 찢어 죽이고 싶던 이는 이렇게 늙고, 이렇게 슬퍼 보이지 않았는데.


대현은 그 모습을 보고도 뒤를 도는 것이 너무 힘에 겨웠다.


경호원 중 한 명이 ‘어떻게 할까요?’라고 묻지 않았다면, 영원히 그에게 등을 보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대현은 겨우 뒤를 돌고 얼굴을 보이지 않은 채 말했다.


“말했습니다. 다시 제 눈에 띄면 스토킹으로 접근 금지 명령 내릴 겁니다.”


“넌 이 애비가 보고 싶지도 않더냐!”


대현이 떠나려 하는 순간 등 뒤에서 들린 외침에 마음속에 요동치던 파도가 급속도로 가라앉다 못해 차디차게 식었다.


보고 싶지 않았냐고.


보고 싶었다.


자신의 두 눈으로 봐야 죽이든 고문을 하든 뭐라도 하지 않겠는가.


아득바득 등 뒤의 부친이 남기고 간 빚과 상처를 지워가는 동안 매일같이 가슴에 칼을 꽂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그 악몽이 잊힐 때가 되어서야, 이 자는 대현의 눈앞에 현실로서 찾아왔다.


대현은 자신이 이미 오래전에 내린, 그러나 막상 입 밖으로 내기는 어려웠던 결론을 나지막이 내뱉었다.


“내 아버지는 옛날 옛적에 죽어서 없어. 그쪽이 찾는 아들도 내가 아니니 찾아오지 마.”


커다란 덩치의 경호원들과 유유히 떠나가는 대현을 보며, 남성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건방진 새끼.”


짜증이 역력한 얼굴로 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긴 뒤 스마트폰의 화면을 켜자, 그곳에는 대현의 뉴스 기사가 켜져 있었다.


대현이 한국에 장기 거주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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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조나단 (1) 24.09.09 2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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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12층 (3) 24.09.05 31 1 12쪽
14 14화. 12층 (2) 24.09.04 33 1 12쪽
13 13화. 12층 (1) 24.09.03 36 2 13쪽
12 12화. 머리카락마저 불태우는 열정! 24.09.02 37 1 14쪽
11 11화.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24.08.30 39 1 11쪽
10 10화. 신참 탑 관리자 신고식 24.08.29 42 2 11쪽
9 9화. 제 666차원 (3) 24.08.28 46 2 14쪽
8 8화. 제 666차원 (2) 24.08.27 48 1 12쪽
7 7화. 제 666차원 (1) 24.08.27 54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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