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 탑 관리자가 차원을 먹여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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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림
작품등록일 :
2024.08.1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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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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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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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커뮤니티 탐방

DUMMY

[3층에서부터 탈락한 인원이 꽤 됩니다.]


한창 상위 5명의 전투를 보고 있는데 리나가 그렇게 말해 나는 고개를 저었다.


튜토리얼이라고 방심한 초보들인가?


김대현 도전자가 2층보다 더 빨리 클리어해서 너무 쉽게 만들었나 했는데 경기도 오산이었다.


그런데 잠깐···.


“탈락이라고? 그럼 내 탑에 올 수 있는 인원이 줄어들었다는 뜻 아니야?”


분명 도전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나의 최우선 목표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도전자들을 탈락시키는 것이 내 탑에 오히려 손해인 건가? 하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탑 개수에 따른 도전자 인원은 고정되어있습니다. 도전자 자격을 박탈한 인원이 발생하는 경우 다시 그만큼의 인원이 충원됩니다.]


하긴, 생각해보니 탑이 생겨난 이래로 도전자들이 줄어든 경우는 없다.


그럼 최대한 뽑아먹을 사람들은 뽑아먹고, 탑을 유명하게 만들어 더욱 강한 도전자들을 이 탑으로 오게 만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러려면 허접한 도전자들의 희생은 필수불가결하다.


허접한 이들아! 


최대한 얼토당토않게 패배하고 소문을 퍼뜨려라!


이 ‘최준’이 운영하는 탑이 악랄함의 끝이라고 말이다.


하하하하!


[저는 룰렛이 완전히 랜덤으로 차원을 설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어쩌면 관리자와 비슷한 성격의 차원을 연결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고려해보고 있습니다.]


리나가 하는 소리는 때때로 흘려들을 필요가 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리나와 4층으로 향했다.


4층도 3층과 비슷한 패턴이었다.


다만 늑대가 고블린으로 바뀐 것 뿐.


[고블린들도 무리생활을 하나, 기본적으로는 이기심이 바탕에 깔린 몬스터로 개인주의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협동공격을 하기는 어렵겠다.


나는 고심하다가 내 앞에서 딴짓을 하고 있는 고블린들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엇, 이 녀석들··· 무언가 가지고 있다.


[날이 무딘 단검을 3개씩 지니고 있습니다.]


3개라면 던질 수도 있나?


고블린 몇몇에게 단검을 던져보라 하니 꽤 정확도가 높다.


“잠복해서 던지는 게 우리 주특기다, 케케켁!”


어우, 씨. 깜짝이야.


말도 하네.


늑대가 말하는 걸 봤는데도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럼 숨어서 다짜고짜 던지지 말고, 대신 절대로 들키지 않을 곳에 먼저 숨어.”


“숨는 것도 잘한다! 숨으면 안 보이는데 왜 못 던지게 하냐!”


다른 고블린들이 ‘맞다, 맞다!’ 하며 반기를 든다.


“너희 중에 가장 잘 숨는 고블린이 누군지 겨루는 거다.”


“···겨뤄?”


“그래. 비열한 도전자 놈에게 들키는 고블린이 나오면 단검을 던질 수 있지만, 그 외의 시간 동안은 숨죽이고 숨어있는 거야.”


꿀꺽.


숨어있는 상황에 몰입한 것인지 고블린들이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침만 넘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지막까지 숨으면 뭐가 좋냐?”


하, 예리한 자식.


“가장 잘 숨는 고블린은...”


“고블린은?”


“이 중에서 대장 고블린이 되는 거다, 알았나?”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블린들이 길길이 날뛴다.


“에이, 그게 뭐냐! 그게 다냐!”


“그래! 어차피 내가 제일 센데 대장 고블린을 가릴 필요가 있냐?”


“···너 뭐라고 했냐?”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대장은 암묵적으로 나다!”


돌연 내부 분열이 시작되더니 한참의 토론 끝에 ‘가장 늦게 발각되는 동시에 가장 많은 단검을 맞춘 자’가 대장 고블린이 되는 것으로 정해졌다.


좋다 좋아, 활활 승부욕을 불태워놔야 최선의 결과를 내놓을 테니.


그럼 과연 결과는 어땠는가.


물론 명예의 전당은 김대현 도전자가 차지했다.


작정을 했는지 4층에 들어오자마자 순식간에 고블린들의 위치를 파악하곤 마치 자신이 태풍의 눈인 양 주변으로 고블린들을 다 끌어들여 왔다.


고블린들이 대현의 주위로 쉴 새 없이 날아다녀 이대로 다 바람에 갈려 죽는 것인가 했는데, 의외로 대현은 금세 고블린을 내려놓더니, 아주 작은 사이즈로 바람을 응축시켜 풍검을 만들어내곤, 그것을 3층에서와 같이 하나하나 고블린들의 목에 박아넣었다.


3층에서의 공격방식은 순전히 효율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전리품 판매 대행업체에서 일한 과거가 있으니 추측할 수 있었다.


저건 시체를 최소한으로 훼손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김대현 같은 탑티어 도전자가 이런 저층에서까지 이렇게 악착같이 전리품들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모으려 드는 게 꽤나 신선했다.


고블린들을 잡는 데는 3~4분 남짓 써놓고, 클리어 후 시체와 단검, 숲의 온갖 풀과 열매를 따는 데 몇시간을 소요하는 모습을 보자 마치 신인 도전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여 친근함까지···.


아니.


정신 차리자.


괴롭히려고 하는 이들에게 친근감을 느껴서 뭐 할 것인가.


나는 대현의 화면을 끄고  타워 챌린저 사이트에 접속해 내 탑에 관한 소식들을 염탐해보기로 했다.


···그전에 잠깐 탑 죽돌이 스트리밍 영상 좀 볼까?


지난번에 슬라임 타다끼 먹방을 관전하곤 기겁을 하며 껐는데 오늘은 또 무슨 짓을 하고 있을지 호기심이 생긴다.


이게 바로 길티 플레저인가 뭔가 하는 건가?


참으로 양말 속 발가락 냄새 같은 놈이로다.


홀린 듯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영상을 켜자마자 보이는 것은 누군가의 후원금과 함께 적혀있는 챌린지였다.


[미션 : 고블린이 던진 단검에 다른 고블린 맞게 하기]

[보상 : 100만원]


“아니, 이놈들 완전히 꼭꼭 숨었다니까?”


-미리 다 잡고 방송 켠 거 아님? ㅋㅋㅋㅋ

-어, 저기 움직인 거 아니냐


“어디? 엇! 이 지긋지긋한 놈 여기 숨어있었구··· 헤엑?”


죽돌이 녀석은 발견한 고블린의 뒷덜미를 잡은 채 몸을 급히 오른쪽으로 틀어 단검 공격을 겨우 회피했다.


촐싹대는 것에 비해 실력이 꽤 괜찮은지 웬만한 실력으로는 바로 눈치채지 못할 공격도 여유롭게 피해낸다.


뒷덜미가 잡힌 고블린은 어떻게든 내려가려고 안간힘을 써대기 시작했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바둥대는 고블린에게 집중하던 때, 죽돌이가 돌연 빠르게 움직였다.


또 다른 단검 공격 때문이었다.


그러나 죽돌이는 단순히 단검을 피하기 위해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몸을 움직여 공격을 피하는 대신, 직접 단검을 막아냈다.


뭐로? 손에 든 고블린으로···.


“아싸! 이것도 미션 성공 인정 되는거죠 님들?”


-ㅋㅋㅋㅋㅋ이정도면 인정해주자

-아니 고블린을 유인해서 맞추라고;

-저건 죽돌이가 걍 꽂은 거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죽돌님제가고블린상대해봤는데요 여기서는고블린 나오는거기다리면안되고 고블린움직임을읽으셔야됩니다. 제가쪽지로팁보냈는데요 한번읽어주세요

-위에 도배 밴좀;


오늘도 뭔가 요상한 것을 하고 있다.


그래도 역시나 기본 실력이 꽤 되는 인물이다. 


맞은 위치가 절묘하다. 탑 죽돌이가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고블린은 금세 의식을 잃고 시체가 되었다.


가만 보니 고블린을 못 찾는 게 아니라 그냥 갖고 놀면서 방송 분량 뽑아먹는 거다.


시청자들도 그걸 즐기는 거고.


일단 들어오는 요청은 죄다 해보는 게 이 방송의 매력 포인트···.


[도전자의 방송에 매력을 느끼게 되셨습니까?]


헉.


정신 차려, 최준.


나는 황급히 고개를 젓곤 타워 챌린저의 커뮤니티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게시판 이름이 이전과 다르다.


‘더 타이거 타워 게시판’


한국 탑도 이름이 정해졌나 보다.


보통 탑별로 고유의 이름을 정한다. 탑 1번, 탑 2번이라 부르면 멋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 아닐까, 하는 게 내 추측이다.


게시판으로 들어가 보니 글 리젠이 생각보다 활발하다.


[실시간 호랭이탑 외국인 반응]


[속보-4층 탑 명예의 전당 김대현]


[뉴비는 보통 어느 층까지 안전하다보면됨?]


[탑 가기 전에 타워 트레저에서 무기 살? 말?]


[각성한 지 10분 됐다. 질문받는다.]


흥미로운 제목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 중 [실시간 호랭이탑 외국인 반응] 글을 클릭했다.


역시 최고의 보약은 국뽕이지.


-----------

[실시간 호랭이탑 외국인 반응]

-작성자 : 민트초코초


통합 게시판에 올라온 반응들 번역해옴 


-1stChall**** : 오늘 한국에 탑 등반하러 왔다. 개발도상국에 가까운 느낌이라 별 기대 안 했는데 2층부터 매우 신선했다. 슬라임이 ‘슬라임답지 않게’ 행동하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3층도 마찬가지였다. 높은 수준의 전략을 펼치는 늑대들은 다른 층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나는 설레는 마음에 공중제비를 돌며 돌아가는 비행기를 취소했다. 당분간 여기 머무를 생각이다.


-James Be**** : 한국인들이 공부에 미친것은 알았지만, 한국 탑의 몬스터들도 공부에 미쳤는가? 이들은 마치 도전자와의 전투를 공부한 것 같은 행동을 보인다. 전 국민의 절반이 전투 훈련을 받는 국가라 몬스터들도 그 특성을 물려받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탑 등반에 매너리즘을 느낀 도전자들에게 추천한다.

P.S. 한국에 오면 부대찌개라는 음식을 꼭 먹어봐라.


-Tak**** : 젠장! 나는 너무 열을 받았다. 2층을 오르는데 슬라임들이 다짜고짜 바닥에 점액을 뿌려대는 통에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동으로 고통받았다. 나는 결국 이동을 포기하고 마나를 과다 사용해야만 했다. 저 레벨의 도전자들은 점액을 떼어낼 도구를 구매해가는 것을 추천한다. 최악의 층이다!


호불호는 갈리는데 다른 나라 탑들이랑 다르긴 다른가 봄.


국내 도전자 글들 중엔 다른 탑과 비교한 내용이 크게 없어 올림.


2층 팁도 있으니 참고해서 다녀오도록 하자.


------------


최악의 층이라고? 오히려 좋다.


원래 게임을 할 때도 최고의 칭찬은 곧 상대방의 욕설인 법.


알겠냐 짜식들아?


이게 바로 퍽킹 코리아의 저력이다 이말이야.


벅차오르는 마음속에 태극기가 펄럭이는 것 같다.


[관리자님은 현재 한국인이 아닙니다. 알고 계시는지요?]


이 씨, 어쩌라고.


한국인은 죽어서도 한국인이다 이 말이야.


[···계속 보시겠습니까?]


“응.”


나는 한국인의 마음을 가슴에 품은 채 커뮤니티를 이어서 훑었다.


아, 탑 게시판마다 ‘팁’ 카테고리가 있다.


대충 훑어보니 다른 탑들의 튜토리얼 팁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다른 층들은 대충 보고, 우선 5층부터 보자.


팁을 읽어보니 5층은 약간 특별한 층이다.


보너스 층 같은 존재랄까.


바로 보물상자가 퍼져있는 맵이다.


진짜 보물이 담긴 상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미믹이다.


보통은 암석 지대에 숨어있으나, 때때로 숲에도 숨어있다고 하는 것을 보니 다른 탑의 관리자도 배경을 바꾼 적이 있는 것 같았다.


5층은 특히나 배경이 중요한 곳이었다.


배경이 없거나 훤히 트여있으면 보물상자를 숨길 곳이 없지 않은가.


아, 그리고 미믹의 특성.


평소에는 얌전히 있다가 미믹을 들어 올리려 하거나 미믹의 뚜껑을 열려고 할 때 그 본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날카로운 이빨을 지녔지만 미믹 한 마리와 마주한다고 해서 목숨을 위협받을 정도는 아니니 사실상 이번 층의 핵심은 ‘보물찾기’로 보였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질문을 입으로 내뱉었다.


“리나, 혹시 배경의 일부를 손상시키는 것도 가능해?”


보물들을 감쪽같이 숨길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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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조나단 (2) 24.09.10 2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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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12층 (3) 24.09.05 31 1 12쪽
14 14화. 12층 (2) 24.09.04 33 1 12쪽
13 13화. 12층 (1) 24.09.03 3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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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신참 탑 관리자 신고식 24.08.29 43 2 11쪽
9 9화. 제 666차원 (3) 24.08.28 46 2 14쪽
8 8화. 제 666차원 (2) 24.08.27 48 1 12쪽
7 7화. 제 666차원 (1) 24.08.27 55 2 14쪽
6 6화. 삽질의 정석 24.08.26 60 2 13쪽
» 5화. 커뮤니티 탐방 24.08.23 72 2 12쪽
4 4화. 세상에 나쁜 늑대는 없다 24.08.22 71 2 11쪽
3 3화. 도전자 엿보기 24.08.21 78 3 12쪽
2 2화. 알뜰 슬라임 활용법 24.08.20 9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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