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 탑 관리자가 차원을 먹여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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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림
작품등록일 :
2024.08.18 21:42
최근연재일 :
2024.09.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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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97

작성
24.08.2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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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화. 세상에 나쁜 늑대는 없다

DUMMY

리나와 함께 도착한 3층에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대는 늑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3층의 배경은 ‘암석지대’이며 늑대 10마리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늑대라.


슬라임에서 갑자기 난이도가 너무 오르는 거 아닌가?


내 알 바는 아니지만.


늑대들이 다가와 다리에 얼굴을 부벼댄다.


···귀엽다. 


그냥 큰 멍멍이 10마리다.


나는 얼굴을 들이미는 늑대들의 얼굴을 차례로 쓰다듬으며 물었다.


“늑대는 보통 무리를 이뤄서 싸울 텐데, 여기 이 친구들은 어때?”


[동일합니다.]


그렇지, 보통은 모여서 사는 동물이니까.


“자, 그럼 지금부터 가장 강한 친구부터 맨 앞에 선다, 실시.”


내가 손을 떼고 팔짱을 끼며 말하자 어리둥절해진 늑대들이 어슬렁대며 대열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때였다.


“···크르릉.”


“컹!”


먼저 앞쪽에 서려고 눈치를 보던 놈들 중 하나가 으르렁거리자 곧바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당장이라도 맞붙을 것 같은 분위기다.


에휴.


이것 봐라, 이놈들.


어쩐지 이럴 것 같았다.


“얘네들 원래는 서로 모르던 사이인가?”


[알 수 없습니다.]


“이 몬스터들은 어디서 오는 거야? 얘네가 갑자기 생겨난 건 아닐 거 아니야.”


[튜토리얼의 몬스터들은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 근원이 되는 몬스터가 따로 있고 모든 탑에서 동일한 복사본의 몬스터를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리나도 모르는 정보가 있구나.


다른 차원은 어떤지 몰라도, 자연에서 서식하는 일반적인 늑대의 경우 가족끼리 무리를 이루기 때문에 이렇게 서열 싸움을 할 필요도, 서열을 나눌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들은 딱 봐도 서먹하고, 서로에 대해 모르다 보니 약간의 긴장감과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태인데 사냥감을 잘 몰아서 사냥할 수 있겠는가?


같은 편으로 보여야 할 다른 늑대들마저 경계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이들이 진정으로 한 팀이 되는 것이 먼저다.


“떽! 어딜 으르렁거려!”


“깽!”


호통에 놀란 녀석이 귀와 꼬리를 축 늘어뜨린다.


“너희 지금 누구랑 싸우러 왔어.”


“···도전자요, 뭥.”


엥?


내가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으로 늑대를 쳐다보자 늑대가 말실수를 한 것인가 하여 안절부절못한다.


[탑에서는 모두가 한 가지 언어밖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몬스터들과도 대화가 통해야 관리를 할 수 있으니 관리자님이 몬스터의 말을 알아듣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생각해보니 2층 때도 그렇고, 몬스터들은 모두 내 말을 알아듣고 있었다.


슬라임은 그냥 입이 없어서 말을 할 수 없던 것뿐이었나.


나는 놀란 표정을 지우고 다시 근엄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도전자랑 싸우려면 너희들끼리는 100% 신뢰하면서 전투에 임해야겠지?”


“···아우.”


여기저기서 의기소침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자, 지금부터 너희들끼리 친목의 시간을 가진다. 서로 이름 못 외우는 놈들 있으면 이름 외울 때까지 단둘이 다니게 만들어준다, 알았지?”


“···”


“알았지?!”


“아우···.”


그리고 그들의 친목이 시작되었다.


“엘렉이다 뭉.”


“···크리슨이다 뭥.”



“네 놈 털의 윤기가 좋다, 뭥.”


“고맙다 뭉! 그나저나 네 녀석은 아주 멋진 상처를 가지고 있다.”


“이 상처는 어디서 났냐면···.”


막상 판을 깔아주니 제각기 근처의 늑대들과 수다를 떠는 데에 여념이 없다.


나는 멀찍이 선 채 녀석들을 보며 흐뭇한 감정을 한껏 즐겼다.


[과연, 이들에게 공통된 상위 서열인 탑 관리자님이 있으니 단합의 속도가 빠르군요. 메타 데이터 확인 결과 늑대는 확실히 서로의 유대관계가 깊을수록 더 높은 수준의 전술을 펼칠 수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공통된 적 한 명이 있으면 그 무리는 아주 쉽게 똘똘 뭉치는 법이다.


다만 그것을 깊게, 그리고 빨리 인지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일 뿐이다.


지금은 내가 그 공통된 적의 역할을 잠깐 해주어 살짝 서로를 가깝게 만들어준 것뿐이다.


그 이후부터는 온전히 이들의 몫이다.


“네녀석들, 든든하다 뭥!”


“도전자가 와도 우리 10마리면 가능하다! 웡!”


“아우우우!”


한참 결속력이 깊어지는가 싶더니 돌연 늑대들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이제 이들끼리도 충분히 알아서 해내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늑대들을 둔 채 3층의 정보를 확인했다.


[3층-늑대 소굴]

-배경 : 암석 지대 (기본)

-몬스터 : 늑대 x 10

-제공 아이템 : -



우선 3층 배경은··· 그냥 암석지대로 하자.


2층의 배경을 정하며 기본배경들은 모두 둘러보았다.


울창한 숲도 마음에 들었지만, 늑대가 가진 메리트를 활용하려면 암석 지대가 조금 더 나아 보였다.


암석이라 해도 그리 높지는 않고 오르락내리락을 심하게 해야 하는 배경이다.


비행 스킬이 없으면 늑대보다 빨리 이 지대를 다니기 힘들테지.


다음은 배치.


“자, 늑대들, 전략을 짜는 건 너희에게 맡기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적을 무조건 둘러싸는 대형으로 서는 게 유리해. 알았지?”


“아우!”


저마다 울음으로 대답하더니 나를 둘러싼다.


“그래, 그렇게! 적이 앞을 보면 그땐 뒤에 있는 친구가 공격하고!”


말하기가 무섭게 뒤쪽에서 충격이 느껴진다.


“아! 뭐야?”


돌아본 곳에는 한 마리가 꼬리를 거의 프로펠러 돌리듯 흔들며 눈을 빛내고 있다.


노는 줄 아는 건가 싶어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였는데, 내 반응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또 다른 누군가 뒤를 다시 한번 퍽, 친다.


돌아보면 또 빛나는 눈빛.


여기 있다간 도전자가 올 때까지 이 녀석들의 사냥감을 해줘야 할 것 같아 황급히 입을 열었다.


“자, 자! 나 말고, 1명씩 돌아가면서 사냥감 역할을 해주도록!”


아쉬워하는 듯했지만 그런 반응도 잠깐이다.


곧 자기들끼리 신나게 부딪혀댄다.


“저렇게 단련시키면 도전자 만날 때쯤엔 좀 더 강해져 있지 않을까?”


[탑에 일단 몬스터가 배치되면, 그 몬스터의 기본 능력치는 변화되지 않습니다. 즉, 강해지거나 약해질 일은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지금처럼 전투하는 방식을 익힐 수 있을 뿐입니다.]


하긴, 단련시켜서 몬스터가 강해질 수 있다면 위층들을 다 미리 만들어놓고 도전자가 올 때까지 극한의 훈련을 시키려고 드는 악마 같은 관리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렇게 하실 생각이셨습니까?]


아차.


이래서 눈치 빠른 녀석들이 싫다.


나는 못 들은 체를 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 3층은 됐고~ 3층 열리기 전에 4층도 가볼까~?”


[···4층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어쩐지 부루퉁한 말투의 리나였다.


* * *


3층이 열릴 시간이 되자 어제의 곱절은 되어 보이는 군중들이 탑 1층을 가득 메운 상태였다.


기자들도 늘었고, 도전자들도 늘었다.


특히나 한국인 도전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역시 순식간에 화르륵 불태우는 한국인답다, 고 대현은 생각했다.


제 3자의 관점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러는 자신도 정작 3층을 오픈런하러 온 이들 중 하나라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었다.


어제는 없었던 경찰들이 기자들의 3층 출입을 막아서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경찰 너머에 있는데도 대현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는 이들인데 대현에게 가까이 올 수 있었다면 대현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을 테니.


“김대현 도전자님, 영광입니다!”


물론 도전자들에게 붙잡히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여기 싸인 한 번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대현님 오신다고 해서 여기서 2시간 전부터 기다렸어요!”


“헉, 님들! 대현님 제 옆에 있음. 갸아악! 저, 대현님! 여기 화면에 대고 인사 한번 해주시면 안 될까요?”


열성적인 팬들에 이상한 스트리머까지 대현에게 들이대자 약간 떨어진 곳에서 왜 이리 유난이냐는 듯 고깝게 보는 이들의 시선이 느껴져 대현은 당혹스러웠다.


‘내 잘못도 아닌데, 거참···.’


억울하기도 했고.


다음부터는 아슬아슬한 시간에 오겠다고 다짐하며 겨우겨우 남은 시간을 버티자,


[3층이 개방됩니다.]


3층 입장 시간이 되었다.


음성이 들리자 모두가 하던 말을 멈추었고, 그 틈을 타 재빨리 3층으로 이동했다.


‘이번엔 암석 지대네.’


많이 보던 배경이지만 3층에서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시선을 멀리 두자 암석 몇 개를 오르내려야 닿을만한 위치에 늑대 하나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마치 자신이 이 무대의 주인공이라는 듯 서 있는 것이 묘하게 이질적이다.


대현이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안 늑대가 울음소리를 내는데, 순간 뒤편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눈앞의 늑대의 움직임이나 울음소리에 주위를 뺏기면 숙련되지 않은 도전자들이 놓칠 수 있는 기척이었다.


발아래에 바람을 응축시켜 자신의 몸을 순식간에 띄운 대현은 자신 바로 뒤에 있었던 늑대를 발견했다.


기척의 주인공이었다.


바로 뒤에서 공격하려 했던 녀석 외에도, 공중에서 보니 숨어있는 녀석들이 속속들이 보인다.


2층에서 머뭇대다 후회한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본능에 따라 행동했다.


풍격 - 단검 쇄도를 곧장 준비했다.


대현의 근처로 바람이 모여든다.


그 기묘한 공기의 이동을 그저 바람으로 여긴 늑대들에게 단검이 보일 리가 없었다.


그저 공중에 떠 있는 대현을 멍하게 보던 늑대들은 순간 자신의 목으로 들어온 짧고도 굵은 공격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비틀대며 쓰러질 뿐.


이런 옅은 바람으로 만든 단검에도 줄줄이 죽어 나가는 늑대들을 보고 나서야 어제 2층에 들어섰을 때부터 느꼈던 묘한 긴장감을 잠재우고 침착해질 수 있었다.


순식간에 클리어를 한 뒤 어제와 같이 늑대 사체들을 챙겼다.


오늘은 목 부위만 짧게 공격했으니 시체의 상태가 최상급이다.


게다가 빈 배경이 아니니 혹시나 챙겨갈 열매나 약초들이 있는지도 자세히 봐야 한다.


“아, 있다.”


대현은 약초로 확인된 풀들도 야무지게 챙겼다.


대현이 탑 관련 전리품 수거 기업들에게 러브콜을 받는 이유가 여기서 나타난다.


도전자들이 으스대며 등한시하는 열매 하나조차도 대현은 일일이 챙겼다.


그뿐만 아니라 각 열매와 풀의 생김새, 대략적인 가치와 업체에서 정한 이름까지도 어느 정도 외우고 있으니 대현의 지식이 오히려 회사 신규직원들의 것보다 더 나을 때가 태반이었다.


대현은 악착같은 면이 있었다.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 살다 보니 생긴 버릇이었다.


대현이 얼추 전리품들을 챙기고 밖으로 나오자 탑 입구 앞의 기자들만이 대현을 반겨주었다.


“지금 2층보다도 더 빨리 나오셨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대현이 안내판을 바라본다.


3층 명예의 전당

-김대현 도전자 : 1분 35초-


대현은 시선을 한참 동안 거두지 않다가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제 이름이 걸려있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당돌한 발언과 함께 건넨 미소는 그대로 다음날의 신문 1면으로 들어찼다.


-명예의 전당 자리 차지하겠다 선언, 한국 장기 거주 암시?


-김대현 도전자, 대한민국 탑의 주인공이 되겠다 포부 선언


다음날 그 헤드라인을 본 대현은 터무니없이 와전된 내용에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기자들이 그런 장본인의 반응을 신경 쓸 리가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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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제 666차원 (3) 24.08.28 46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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