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 탑 관리자가 차원을 먹여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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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림
작품등록일 :
2024.08.1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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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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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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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도전자 엿보기

DUMMY

‘···뭐야, 여긴.’


대현이 입장한 곳은 백색의 공간.


[슬라임 100마리를 처치하십시오.]

[0/100]


다른 탑과 같은 조건이지만 이상했다.


대현은 대부분의 시간을 캘리포니아 탑에서 보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탑을 전혀 올라본 적이 없는 게 아니다.


초보 시절에는 자신의 성장세를 모르니 이 탑 저 탑 기웃댔었고, 다른 탑들의 튜토리얼도 어느정도 겪어보았다.


보통은 들판에서 슬라임들이 팔딱팔딱 뛰어오는데, 물론 가끔 다른 공간에서 슬라임을 잡아야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대현이 겪은 튜토리얼 중에 이런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시작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철퍽. 


철퍽!


점액이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리지만 슬라임들은 뛰어다니지 않고 제 자리에 얌전히 있었다.


“···윽!”


한 걸음 내딛자마자 실수로 점액을 밟아버렸다.


그냥 밟으면서 다니면 다 죽지 않을까, 싶지만 지금처럼 점액을 밟았을 때는 발을 바닥에서 떼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잊고 있었는데, 이 탑에는 명예의 전당인지 뭔지가 있었다.


대현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할때 이미 이 별거 아닌 슬라임들을 순식간에 해치우는 이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대현은 튜토리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요즘까지도 자주 애용하는 기술을 준비했다.


‘풍격-일장검’이었다.


최대한 바닥에 가깝게 쓰고자 약간 상체를 숙인 대현은 손을 아래로 뻗어 그대로 일장검을 쏘아냈다.


쉬이익!


빈 공간에 마치 강풍이 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점액과 슬라임들이 퍼덕거리는 것도 잠시, 바람은 순식간에 지나가 금세 고요해졌다.


오로지 바람만을 이용해 인간이 사용할 수 없는 길이의 장검을 휘두른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기술로, 바닥에 납작 엎드린 슬라임들은 점액과 함께 마치 회를 뜨듯 얇게 저며졌다.


[100/100]


[2층을 클리어했습니다.]


“하아.”


공간의 넓이가 꽤나 넓다보니 작은 위력으로 기술을 썼음에도 검의 길이가 워낙 길어 마치 기술의 한계를 테스트해보는 기분이 들었다.


대현은 그냥 내려가려다 널부러진 점액들과 슬라임 시체들을 보곤 1층에서 목격한 장면을 떠올렸다.


바로 대현과 계약한 몬스터 사체 수거 업체, ‘퍼펙트 코프스(Perfect Corpse)’가 접수대를 설치하고 있던 모습이었다.


‘눈 마주쳤는데 안가져가면 한 소리 듣겠지.’


탑에서 처치한 시체들을 퍼펙트 코프스에 독점으로 판매하는 것이 대현이 맺은 계약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대현은 익숙한 듯 구깃구깃 접힌 가방을 펼치고 펼쳐 거대한 가방으로 만든 후, 슬라임을 하나하나 담았다.


···정확히는 0.5개씩 담았다.


담다 지쳐 결국 또 다시 기술을 썼다.


대현이 손을 내밀자 순식간에 약한 폭풍이 만들어지는 듯 하더니 방에 흩어진 사체들을 폭풍속에 빠르게 가두었다.


그대로 폭풍을 잠재우니 날아다니던 사체들이며 점액들이 한 자리에 모여 우수수 떨어졌다.


바로 대현의 가방 안이었다.


완전히 반으로 갈라진 시체들이라 그리 좋은 값을 못받고 잔소리만 들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고개를 젓곤 1층을 떠올렸다.


클리어 후에는 생각만으로 쉽게 층 이동이 가능하다.


가방을 들고 1층으로 이동하자 금세 목소리 하나가 들려온다.


“어, 김대현 도전자다!”


그리고 이어지는 카메라 후레시 세례.


아깐 급히 가느라 몰랐는데 탑의 본격적인 첫 날이라 그런지 기자들도 꽤 많이 왔었나보다.


대현은 프로답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도전자님, 제일 먼저 2층을 클리어했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2분 47초라는 기록이 전체 탑 2층 클리어 기록 중 비공식 신기록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도전자 후배들에게 알려주실 2층 클리어 팁 같은게 있을까요?”


기자들이 외친 물음에 대현의 시선은 자연스레 안내판으로 향했다.


2층 명예의 전당

-김대현 도전자 : 2분 47초-


안내판에 새겨진 이름을 보자 노력하지 않아도 절로 자연스레 웃음이 나온다.


“아, 네. 드디어 제 조국인 대한민국에서도 탑을 오를 수 있게 돼서 매우 기쁩니다. 그런데 저··· 죄송하지만 제가 볼 일이 좀 있어서.”


대현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다 하지 못해 굉장히 미안하다는 표정을 최대한 지으며 군중들 사이를 빠져나갔다.


그렇게 향한 곳에서는 아는 얼굴 하나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도전자님, 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용케 보셨군요.”


“하하, 설마하니 첫날부터 여기까지 와 계실줄은 몰랐습니다.”


깔끔한 정장을 입은 그는 퍼펙트 코프스의 몇 안되는 한국인 직원, 유승철이었다.


“저야말로 첫날부터 이렇게 야무지게 챙겨오셨을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요! 역시 대현씨입니다.”


대현의 한쪽 손에 들린 묵직한 가방을 보며 승철이 미소지었다.


그 말을 듣곤 승철에 옆에서 대기하던 작업자들이 곧장 대현의 가방을 건네들었다.


“죄송하지만 온전한 상태는 아닙니다.”


“호오··· 정말이네요. 완전히 아작을 내놓으셨군요. 갑자기 기합이 바짝 들어갔던가요? 하하하!”


“아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어깨를 두드리며 말하는 승철의 너스레에 대현이 멋쩍게 웃었다.


슬라임들은 대충 풍검을 하나 만들어 조금씩만 찌르고 지나가도 사망하는 녀석들인데, 늘 하던 레파토리대로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선착순으로 이름이 새겨진다고 하니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 * * 


[자, 그럼 2층에 도전하는 도전자들을 영상으로 띄워드리겠습니다.]


리나는 그렇게 말하곤 내 눈앞에 대충 훑어도 백개는 훌쩍 넘을 것 같은 영상들을 동시에 틀었다.


“아니, 아니! 유명한 사람들것만 보여줘. 김대현 같은 애들!”


[···그럼 본 차원에서 등록한 도전자 순위를 기반으로 총 5명의 화면만 보여드리겠습니다.]


순식간에 화면 개수가 줄어들었다.


이제야 좀 볼만하다.


김대현 말고 또 한명도 얼굴을 본 적 있는데 이름을 모르겠고, 다른 이들은 그냥 아예 본 적 조차 없다.


그러니 자연스레 나의 시선은 김대현에게로 향했다.


“···”


말없이 잠시 고민하던 그는 바닥에 그대로 거대한 바람을 뿜어낸다.


너무나 순식간이었다.


곧바로 고요해진 대현의 공간.


“역시, 세계권 도전자는 다르네.”


[전혀 고통스럽지 않아 보이는데요.]


이 녀석, 내가 도전자에게 고통을 주겠다고 다짐한 걸 들먹이고 있다.


“2층에서부터 그럴 필요 있나? 게다가 봐.”


나는 다른 화면들을 가리켰다.


몇 걸음 가지 못한 채로 기술을 남발해대는 순위권 도전자들.


이름을 모르는 이들임에도 나름 화려한 스킬들을 선보이는 듯 했다.


“탑이 원하는대로 마나도 팍팍 써주고 있지 않아?”


[···맞습니다. 현재 입장한 도전자 수 대비 가장 높은 마나수급량을 기록한 상태입니다.]


예쓰!


내 말대로 되었다는 사실에 주먹을 쥐고 환호하다, 바로 헛기침을 하며 아무렇지 않은 체 했다.


고작해야 튜토리얼 2층인데 뭐.


대현을 시작으로 다른 도전자들도 한 명씩 2층을 클리어하고, 화면이 다음 순위의 도전자들로 전환되고···.


나는 한 명 한 명이 어떤 식으로 이 층을 파훼하는지 관찰하는게 너무 재미있었다.


진짜 너무.


그러던 중, 한 층이 쉴새 없이 떠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 씨! 채팅 읽다 점액 밟았네.”


셀카봉을 들고 있는 남성은 슬라임을 잡을 생각은 안하고 한참을 카메라와 시시덕거렸다.


“저게 그 말로만 듣던 탑 스트리밍이구나.”


[보신 적이 없으신가요?]


“도전자만 들어갈 수 있는 커뮤니티에서 하는데 당연히 못봤지···. 혹시나 일반인 대상으로 스트리밍했다가 그대로 사망 영상이 스트리밍될 수도 있으니까.”


철저히 비밀로 부쳐진 도전자 커뮤니티에서 스트리밍 후, 문제가 없을 법한 내용만 편집해 미튜브에 올려주곤 했는데 비도전자들은 편집 영상으로 만족해야했다.


[탑 커뮤니티에 들어가보시겠습니까?]


“···여기서 인터넷이 가능해?”


[탑이나 도전자와 관련된 내용의 경우 확인이 가능하나 그 외의 내용은 모두 보여지지 않습니다.]


리나는 말을 꺼냄과 동시에 옆에 화면 하나를 더 띄워주었다.


타워 챌린저 사이트다.


화면을 클릭해보라는 말에 곧장 탑 스트리밍 게시판으로 향했다.


여러 스트리머들 중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스트리머가 한 명 보인다.


‘탑 죽돌이’.


내 화면에서 떠들고 있는 녀석과 똑같이 생겼다.


리나에게 음소거를 부탁한 후 , 탑 죽돌이의 스트리밍 영상을 눌러보았다.


“···아 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아니 이 괴랄한 튜토리얼은 뭐죠? 님들 오실거면 들어와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세요 진짜.”


-한 발짝도 안움직이고 공격을 어떻게함

-잘 보셈 보이는데 왜 못피하냐

-속보)김대현 2층 클리어

-헐

-벌써?

-ㄹㅈㄷ

-죽돌아 거기서도 죽칠거냐


“뭐야, 대현님 벌써 깼다고요? 아 저도 그냥 빨리 나갑니다. 자아 썬더볼트!!!”


외침과 함께 과장되게 손을 뻗자 슬라임들을 타고 전기가 흐르는 것이 두 눈으로 보인다.


번쩍번쩍하는 빛이 크게 퍼져나온 후, 그 자리에는 거뭇거뭇해진 슬라임과 점액들만이 자리에 남았다. 


-ㅈ같은 기술 이름 외치는거 씹

-기술은 ㄹㅇ 간지나서 더 킹받음

-2층에서부터 벌써 번개를 조지냐 죽돌아


그때 화면 위에 크게 알림이 떠올랐다.


[ㅇㅇ님이 10,000원 후원!]

슬라임 타다끼 1마리 먹방 가자 100만원 쏨


-나도 100만원 추가

-ㄴㄷ

-나도

-50만원 추가요


“슬라임 타다끼요? 하··· 찍어먹을거 안가져왔는데 씁···.”


···그게 문제라고? 


뭔가 못볼 세계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는 슬라임을 고르려는 탑 죽돌이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스트리밍 화면을 끈 뒤 타워 챌린저 사이트 메인으로 돌아왔다.


메인화면조차도 로그인을 해야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이트 메인 자체를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근데 이건 뭘로 로그인 되어있는거야?”


[제가 임의로 만든 게스트 계정으로 로그인되어있습니다.]


“···그거 범죄 아니야?”


도전자만 가입할 수 있는데에 게스트 계정을 어떻게 만드는가.


기가 차서 묻자 리나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타워 챌린저는 제가 만든 사이트입니다. 제가 제 사이트에서 계정을 만드는데 불법적인 요소는 없습니다.]


“사이트를 네가 만들었다고? 왜, 왜? 왜 만들었는데?”


너무나 의외의 답변에 말을 더듬어가며 물었다.


[인류라는 지적 생명체가 가진 특성 때문입니다. 인류는 공통되는 특징을 가진 부류끼리 친목을 형성하고 하나의 사회를 형성하기를 원합니다. 때문에 제가 도전자라는 같은 특성을 가진 이들이 모일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형성해준것이지요.]


“이 커뮤니티에 못들어오는 사람들의 소외감은?”


[제가 신경쓸 부분은 도전자의 탑 도전 욕구 증진이지, 인류 전체의 사회적 평화가 아닙니다.]


맞다. 맞긴 한데, 재수없다.


[제가 신경쓸 부분은 탑 관리자님의 보조이지, 관리자님이 저를 재수없다고 생각하는···]


“알겠어, 그만 그만!”


나는 리나가 내 눈 앞에 있다면 어깨를 잡아다 흔들고 싶어질 지경이었다.


“그만 하고, 3층에 가자 우리. 응? 3층도 곧 열리는거 아니야?”


[네, 3층이 열릴때까지 약 20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오케이.”


3층에서도 마나를 아주 낭낭하게 뜯어먹어주마, 이 도전자 놈들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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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제 666차원 (3) 24.08.28 46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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