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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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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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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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인가 싶었다

DUMMY

물을 벌컥 마셨지만, 갈증만 더해졌다.

세상에 이렇게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이 또 있을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고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이상한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


처음에는 꿈인가 싶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꿈에서는 아픔도 배고픔도 못 느낀다는데 난 배고픔도 아픔도 느끼는 것을 보니 꿈이 아니 엄연한 현실이었다.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였지만, 하루아침에 내 인생에서 젊은 날 16년을 잃어버려 너무나 황당하고 억울하였다.

하루 전만 해도 난 꽃다운 25살이었는데 지금은 41살인 살짝 배 나온 아저씨라니? 이왕이면 10대였으면 덜 억울했을 텐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단 하나 의심 가는 것은 이곳에 오기 직전에 과제 때문에 1960년대 초의 시대 상황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는 거였다.

과제에 너무 몰입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건가? 아무리 그래도 이게 말이 돼? 하지만 난 현재 1960년 3월에 존재하고 있었다.

원래 시대로 돌아갈 방법도 모르고 이곳에서 남의 몸으로 영원히 살아야 한다는 건데 미치고 환장하고 펄쩍 뛰고 싶은 심정이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고 방문이 열리며 30대 중반의 여인이 쟁반을 들고 조심스레 들어왔다.


“차하고 과일 가져왔어요. 드시면서 책보세요.”


다소곳이 앉아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2025년도에 살았던 내 눈에는 약간 촌스러움도 보였지만 나이에 맞지 않는 30대 초반으로 보일 정도로 동안에다가 상당한 미인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사극에서 보던 조선 사대부 집안의 단아하고 청초한 여인이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여인이었다.

그래도 이 남자 결혼은 잘했네.


“알았어.”

“지금 밤 11시에요. 언제까지 책 보실 거예요?”


내 앞에 책이 펼쳐져 있지만, 책을 보는 건 아니었고 내 신세 한탄을 하고 있었던 거였는데.


“조금만 더 볼게.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그럴게.”


여인이 나가자 긴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휴~~~’


앞으로 어떻게 하지?

갑자기 과거로 남의 몸으로 들어왔으니 어쩌면 다시 갑자기 내가 살던 시대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역사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들어온 내가 그때만 기다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송세월만 하면 이도 저도 아닌 게 되는데.

차라리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실에 맞게 현실 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살아가야 하는 건지? 생각이 많았다.


이 몸은 진민재로 성은 다르지만 이름은 민재로 같았다. 그래서 이 몸에 들어온 건가?

하여튼 진민재는 나이 41세로 대전 출신이며 어렸을 때 독립운동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만주로 갔고 41년에 광복군에 가입하여 독립운동을 하다가 815광복 후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 45년 12월에 문을 연 군사 영어 학교에 입학하여 본격적인 대한민국 군인의 길에 들어섰다.

소령 때 625가 발발하여 참전하였고 현재는 소장 계급에 육군본부 정보 참모장이었다.

비겁하게 방관만 하지 말고 교수님이 내준 과제처럼 박종희의 군사 정변을 막고 역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까?

앞으로 역사가 어떻게 흘러갈지 잘 알기에 내가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만약 군사 정변을 막는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흘러갈까? 그건 가보지 못한 길이기에 나도 모르고 그 누구도 모른다.

아무것도 없는 흰 도화지에 새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거라 새로운 역사가 그려질 테고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이왕이면 과제가 끝난 후에 과거로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럼 나뿐만 아니라 다른 학우들의 생각도 알 수 있어 판단하기가 좀 더 수월했을 텐데.

박종회의 군사 정변 이후보다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될까? 아니면 더 상황이 나빠질까? 판단하기가 힘들었다.

가만! 미래 지식이 있는 내가 박종회 보다 못할 것은 없잖아? 더 잘할 수 있고 자신도 있었다.

차라리 내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독재를 하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쓰면 되지 않을까?

마침 나도 군인이고 별 두 개인 소장이잖아. 박종회도 했는데 내가 못 할 것은 없지.

만약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을 어떤 식으로 그려나갈까?

민주주의도 좋지만, 현시대는 혼란스럽고 민주주의가 성숙 된 분위기도 아닌데 섣불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다가는 혼란만 더 생길 수 있었다.

아직은 시기상조 같은데.

또 2025년을 살아본 나로서는 민주주의가 꼭 만능은 아니었다. 오히려 민주주의 때문에 썩은 부위가 있음에도 도려내지 못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민주주의로 새 시대 새역사를 이룩할 수가 없다. 강력한 독재로 썩은 부위를 도려내야만 가능하다.

그래! 어쩌면 내가 이 시대로 온 것도 강력한 독재로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대한민국의 새 시대, 새 미래, 새역사를 쓰라는 하늘의 뜻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역사적인 사명을 수행하라고 내가 선택받는 건가?

그래 결정했다. 방관만 하는 비겁자가 되지 말고 역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모든 것을 뒤바꾸자.


부인이 갖다 준 차를 마시며 현시대 상황을 차분히 생각해 보았다.



***



“충성.”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절도 있게 인사하는 부관 김태승 중령의 인사를 받으며 책상으로 가서 앉았다.


“각하! 오늘 오전 11시에..........”


부관의 말을 듣는데 도무지 적응이 안 되었다.

내가 알고 있기로 각하라는 말은 대통령에게나 하는 말인데 이 시대에서는 장군들에게도 흔하게 각하라고 불렀다.

각하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치 나보고 쿠데타를 하여 대통령이 되라는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으로 들려왔다.


“알았고. 커피 한 잔 줘. 설탕은 반 스푼만 넣고.”

“알겠습니다.”


잠시 후 부관이 타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오늘은 그럭저럭 마실만 하였다.

어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그대로 뱉었다. 설탕을 몇 스푼을 넣었는지 너무 달아 도저히 마실 수가 없었다.

이 몸은 달달한 커피를 좋아했던 모양이다. 단 거 많이 먹으면 당뇨병 등 몸에 안 좋은데 이 몸이 40대이니 건강 생각해야지.

어쩌다 내가 건강까지 생각해야 한다니? 내 신세가 참 기구하네.

어제 내가 커피를 그대로 뱉은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부관이 조심스레 물었다.


“각하! 괜찮으십니까?”


앞에 서 있는 부관을 차분히 바라보았다.

저놈도 육사 8기인데. 믿을 만할까?

내가 이 시대의 군부를 조사한다고는 했지만, 자료가 빈약하여 김태승 중령의 자료는 없었다.

저놈이 쿠데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 동조했는지? 방관만 했는지 아무런 상관이 없는지 모르겠다.

이 몸 기억으로는 김 중령은 믿을 만한 자이기는 하지만 박종회의 쿠데타 주력 세력이 육사 8기이기에 조심스러웠다.


“자네는 육사 동기들 자주 만나?”


뜬금없는 내 질문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였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만나기는 합니다.”

“동기들하고는 친하게 지내?”

“제가 남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친하게 지내지는 않습니다. 공식적인 모임이 있을 때만 만나곤 합니다.”


그렇다면 관련이 없을 수도 있겠네.

내가 쿠데타를 하려면 수족같이 움직여줄 믿을 만한 부관도 있어야 하는데. 저놈이 딱 인데.

저놈을 한 번 꼬셔 볼까?


“자넨 요즘 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군인이라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몰라 뭐라고 대답할 수 없습니다.”


내가 뭐라고 할까 봐 몸 사리나?


“그럼 315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내 질문에 의도가 뭔지 머리를 굴리는 것 같았다. 하긴 여기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골로 갈 수도 있을 테니까.


“.........”


대답이 없자 내가 다그쳤다.


“자네가 뭐라고 대답하든 간에 전혀 문제 삼지 않을 거야.

난 자네 같은 젊은 장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뿐이야. 다른 의도는 없으니 솔직하게 대답해줬으면 좋겠어.”

“저는 군인은 오직 군인의 길로 가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정선거는 군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만큼 군 명예에 큰 먹칠을 했다고 봅니다.”


이런 군인이 참 군인인데.

근데 군인은 오직 군인의 길로만 가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면 쿠데타에 동참하라고 하면 하지 않겠다고 하려나?


“현 이송만 정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듯이 정치도 실수할 수 있고 잘못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실수와 잘못을 제대로 인식하고 바로 잡으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러면 정권을 엎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한데.


“다른 젊은 장교들은 어떤데?”

“제가 다른 젊은 장교들과 교류가 많지 않아서 그들의 생각을 잘 모르겠지만, 지난번 육사 동기 모임에 갔더니 대부분 이송만 정권에 대해 불만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럼 현 정권을 엎는다면 대부분 찬성하겠네?”


내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줄 몰랐다는 듯 놀란 얼굴을 하였다.

젊은 장교들과는 다르게 장성들은 이송만 정권 편이니까.


“네?”

“뭘 놀래? 만약 누군가가 이송만 정권을 엎는다면 자넨 찬성인가? 반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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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쿠데타 모의 +14 24.09.14 3,239 111 12쪽
26 한미경제 협정 +21 24.09.13 3,399 115 11쪽
25 참모총장 교체 시도 +8 24.09.12 3,526 112 11쪽
24 새로운 조력자 오상현 중령 +11 24.09.11 3,485 114 10쪽
23 16인 하극상 사건 +8 24.09.10 3,609 120 12쪽
22 충무장 결의 +13 24.09.09 3,687 103 10쪽
21 사식이 삼촌의 제안 +14 24.09.08 3,651 98 11쪽
20 육군 주요 지휘관 회의 +10 24.09.07 3,731 122 11쪽
19 육사 8기생 +13 24.09.06 3,802 110 10쪽
18 송유찬의 무리수 +7 24.09.05 3,789 107 11쪽
17 1군 사령관 취임 +11 24.09.04 3,978 111 10쪽
16 419 혁명(7) +11 24.09.03 3,926 111 12쪽
15 419 혁명(6) +15 24.09.02 3,892 104 10쪽
14 419 혁명(5) +14 24.09.01 3,910 104 11쪽
13 419 혁명(4) +12 24.08.31 3,894 106 11쪽
12 419 혁명(3) +7 24.08.30 3,940 111 10쪽
11 419 혁명(2) +8 24.08.29 3,991 86 11쪽
10 419 혁명(1) +4 24.08.28 4,149 96 11쪽
9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7 24.08.27 4,001 102 11쪽
8 하늘이 날 돕나? +8 24.08.26 4,032 99 10쪽
7 생각지도 못한 월척 +7 24.08.25 4,144 106 11쪽
6 CIA 한국 책임자 실버 +5 24.08.24 4,190 96 10쪽
5 긴 여정의 첫걸음 +9 24.08.23 4,397 9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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