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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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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문명과 도서관

DUMMY

008. 문명과 도서관






*



마력폰의 감촉은 철이나 나무가 아니었다.


플라스틱이라는 걸 개량한 거로 불에 타지도 않고, 극도로 강한 공격이 아니면 부서지지도 않는다.


추적마법이 걸려있어 잃어버릴 가능성도 없다.


옆에 있는 작은 버튼을 누르자 마력폰이 켜졌다.


지이잉.


밝은 불빛과 함께 검은색 바탕이 떠올랐다.


“손가락을 화면에 대십시오. 지문과 함께 그르누이 님의 마력으로 사용자 인증이 됩니다. 마법사마다 지문처럼 마력의 개성이 다르거든요.”

“지문? 으음.”


엄지손가락을 대자 아주 약간의 마력이 사라짐과 동시에, 검은 바탕이 사라지고 밝은 화면이 떠올랐다.


화면에는 작은 상자 같은 게 여러 개 보였고, 여자는 친절하게 사용법을 하나씩 설명해 주었다.


마법사의 뇌는 아주 뛰어나기에 집중하자 한 번에 모두 이해하고 감탄했다.


“대단하군. 신천지야.”


마탑은 밖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마탑은 지구의 문명을 고스란히 발전시켜 누리지만, 밖은 전혀 그렇지 않다.


휴지나 위스키, 곡물 같은 일부 물건들이 사람들을 100년 전보다 살기 좋게 만든 건 확실하지만, 근본적으로 10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어어. 이거는 어떻게 들어가지?”

“아. 죄송하지만 저는 마력폰을 볼 수 없습니다. 마력폰은 마력이 있는 사람만이 볼 수 있습니다. 손으로 터치하는 것도 마력이 있어야 구동을 시킬 수 있고요.”

“그러면 어떻게 설명했어?”


내 말에 여자는 유혹하듯 웃으며 말했다.


“그거야 기본적인 앱들은 저희가 설명을 위해서 배우지만, 상세한 건 볼 수가 없으니 자세히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자세한 건 설명이라는 글이 적힌 상자를 클릭하면 알 수 있습니다. 아니면. 마력을 지불하고 기억 전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척.


여자는 데스크 위에 네모난 성냥갑 같은 걸 올렸다.


“손을 대시면 정보가 전송됩니다.”


전송 장치를 살피며 물었다.


“얼마나 마력을 소모해야 하지?”


여자는 자판을 두드리더니 미소를 지었다.


“마력폰에 대한 설명은 그르누이님의 마력이 가득 찼다는 가정에서 20%가 소모됩니다.”

“20%?”


마력이 충전되려면 자야 한다.


마법사에게 잔다는 건 마력을 충전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마력석으로 충전하는 방법도 있지만, 나와 다른 마력이 내 마력을 혼탁하게 만들기에, 웬만큼 급하지 않고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법사는 마력석에 자신의 마력을 충전해서 사용하지만, 그것도 마력석 특유의 기운과 나의 마력이 섞인 것이기에 혼탁함이 없을 수 없다.


당장 급한 게 아니니 고개를 저었다.


“됐어.”


거절을 하자 여자는 성냥갑을 아래로 내려놓았다.


“그러면. 그르누이 님. 방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시죠.”

“방?”


여자는 입꼬리를 올리며 나를 보았다.


“그냥 따라오세요. 후후. 침대가 아주 푹신하고 좋아요.”

“!”


여자가 데스크에서 벗어나자, 전신이 다 보였다.


아담한 가슴에 잘록한 허리, 가슴과 다른 아담하지 않은 엉덩이를 포댓자루 같은 것이 감쌌는데, 검은색 바탕에 흰색 줄이 그어져 있었다.


옷이 허리와 엉덩이를 적당히 조이고 부풀게 했기에,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또. 얇고 긴 시커먼 양발은 신축성 있게 종아리와 허벅지를 조였다.


“오. 옷이 처음 보는 거네.”

“예. 원피스라는 겁니다. 이건 스타킹이고요. 마탑 밖에서는 잘 볼 수가 없죠. 비싸서 일부 귀족들이나 돈 많은 상인 부인이 입습니다. 원가는 그렇게 비싸지 않은데···.”


여자는 뒷말을 아끼며 뒷굽이 높은 붉은 구두를 신고 걸었다.


옷감에서 드러나는 실룩거리는 엉덩이 선이, 혜영의 달라붙은 바지에서 본 것과는 다른 윤곽을 만들었다.


‘그건 힙업 레깅스라고 했지?’


홀리듯이 엉덩이를 보며 문이 열리는 철로 된 관에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라는 관은 순식간에 8층으로 올라가더니, 땡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또각또각.


안으로 좀 걸어가니 8974라는 문패가 적힌 문이 보였다.


철컥.


“!”


문을 열자 커다란 방이 보였다.


웬만한 저택보다 큰 방이 보였다.


안에는 목욕탕부터 각가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들이 시야 가득 쏟아졌다.


“저. 저건 뭐지?”

“에어컨입니다. 차가운 바람이 나오죠. 리모컨으로 조작됩니다.”

“1층에서 시원하던 것도?”

“예. 공용 에어컨이죠.”

“그러면 저거는?”

“냉장고입니다. 음식을 차갑게 보관할 수 있죠.”

“저. 저건?”

“화장실 변기입니다. 대소변을 보고 저기 버튼을 누르면 오물이 빠져나갑니다.”

“저 불빛은?”

“전등 빛입니다. 저기 버튼을 누르면 켜지고 꺼집니다.”


1시간 동안 계속 묻고 설명을 들었다.


그녀는 시종일관 친절하게 질문에 답했다.


“식사는 공용 식당이 있고, 아니면 전화로 연락하시면 룸서비스로 음식이 배달됩니다.”

“도. 돈은?”


빙긋.


“기본적인 건 모두 마탑에서 부담하기에 안심하고 즐기시면 됩니다. 저까지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더니 옷을 벗었다.


스르륵.


원피스라는 옷은 뒤에 달린 지퍼를 내리면 아주 쉽게 벗어진다.


그렇게 드러난 속옷은 혜영이 입었던 것처럼, 일반 평민들이 입는 것과는 달랐다.


쪼옥.


“! 아아!”


‘미안. 혜영아.’


입술이 부딪히고 나는 무력하게 그녀에게 함락당했다.






“그럼. 동료분들에게는 대결 때까지 이곳에 계속 있을 거라 전하겠습니다.”

“으응. 부탁해.”


옷을 입은 여자가 절뚝거리며 나가자 푹신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았다.


여관과는 다르게 천장은 얼룩 하나 없는 깨끗함 그 자체였다.


편안하고 좋다.


침대에 묻은 체취를 맡고 그녀의 감촉과 냄새를 떠올리며 혜영의 것과 비교했다.


비슷하지만 다르고, 그 차이만큼 새롭다.


「마탑이나 메텔란 행성 곳곳에 있는 호텔에서는 싸움이 금지됩니다. 싸우는 순간 마탑의 공적이 되어 처단되죠. 그러니. 그르누이님. 이곳에 있으면 영원히 살 수 있습니다. 와이얼드 님과 약속을 어기면 어느 정도 정신이 망가지겠지만, 죽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나간 그녀의 말을 떠올리며 잠시 생각했다.


‘메텔란’은 이곳 행성의 이름이다.


원래는 대륙이라는 개념만 있고 행성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지구의 과학을 습득하고는 이곳 행성도 둥글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메텔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아. 죽고 싶지 않아.”


침대의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투쟁의지가 조금씩 깎였다.


여기서 먹고 즐기며 죽을 때까지 살아도 괜찮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마탑은 이런 식으로 마법사를 관리하는 모양이다.


“그냥. 이곳에 살까?”


그때 혜영이의 엉덩이가 떠올랐다.


잘록한 허리에 풍성한 엉덩이.


바지를 입으면 엉덩이는 이데아가 되었다.


옷감에 가려진 엉덩이는 최고의 색과 감촉과 냄새가 여기에 있다고 유혹한다.


“그래. 혜영이와도 약속했어. 동시에 2개의 약속을 어기면 폐인이 되겠지?”


또. 나는 투지가 꺾이면 오거의 정신이 망가진다.


벌떡.


마음을 추스르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대륙 곳곳, 도시 곳곳에 마탑이 만든 호텔이 있으니, 너무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물론. 여기보다는 훨씬 못하겠지만, 이긴 다음에 실컷 즐기면 된다.


혜영이와 같이.


끄르륵.


뭐. 일단은 배 속을 비워야겠다.


여관방만 한 화장실의 문을 열고 바지를 벗고 변기에 앉았다.


털썩.


“응? 끄으응! 이. 힘이 안 들어가.”


야생이든 여관이든 쭈그리고 앉아서 큰 볼일을 보았는데, 변기라는 것에 앉아 자세를 취하자 나오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땀이 흘러내렸다.


“무. 문명의 습격인가?”






쏴아아.


용을 쓰면서 어떻게든 배출하고 휴지로 닦았다.


휴지는 비누처럼 일상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필수용품이다.


여기서는 휴지를 만드는 공방도 레깅스나 원피스를 만드는 공방도 없다.


모두 지구에서 수입해 온다.


문(모노리스)을 독점한 마탑에서 모든 물품에 세금을 붙이지만, 휴지나 다른 필수품에는 세금을 붙이지 않는다.


상단들도 마탑의 경고에, 생필품에 한해서는 적당한 가격을 받는다.


그렇게 널리 퍼진 이 소문은 사람들이 마법사에게 공포와 함께 경의와 동경의 마음이 일게 한다.


그래서. 적어도 이곳 페르미에서는 마법사에 대한 인식이 그리 나쁘지 않다.


주섬주섬.


옷장에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흉갑을 입고 소드벨트를 찼다.


방안이 안전하다지만 분리불안 같은 마음에, 갑옷과 검은 내 곁에 있어야 안심이 된다.


환기팬을 끄고 문을 열고 나갔다.


복도 천장에는 수천 개의 검은 반구 형태가 붙어져 있는데, 이게 사람들의 움직임을 감시한단다.


저 구체가 마법사의 안전을 지켜준다.


천천히 엘리베이터로 가서 ↓버튼을 누르자 이내 문이 열렸다.


지하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는 빠르지만 안전하게 아래로 내려갔다.


띵동.


문이 열리고 눈앞에 보이는 투명한 유리문 안으로 수만 개의 책들이 보였다.


안쪽 문의 네모난 칸에 손바닥을 대자 기계 소리와 함께 잠금이 풀렸다.


우우윙.

철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나무를 죽여 만든 종이 냄새가 풍겼다.


요정들은 이 냄새를 싫어한다.


“지하 도서관.”


일리아에게 들었던 대로, 여기는 모든 마법과 메텔란과 지구의 철학, 과학, 지리 같은 지식이 총망라 되어있다.


마력폰에 저장된 지식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다.


나는 책 냄새를 맡으며 마을 하나만 한 도서관을 산책했다.


‘일단은 마법 코너로 가자.’


도서관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벅저벅.


곳곳에 있는 팻말을 따라 30분 동안 한쪽으로 걸어가자, 마법이라고 적힌 문이 보였다.


나무로 된 문을 열자, 도서관의 거대함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담한 크기의 책장이 20개가 보였다.


책이라고 해봐야 대충 보니 5,000권이 되지 않아, 수백만 개가 넘는 바깥의 책들에 비해서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책에 담긴 내용은 절대로 초라하지 않다.


생활 마법.

공격 마법.

방어 마법.

치료 마법.

정령 마법.

전투 마법(무공).


생활 마법책 중에 하나를 뽑았다.


클린 마법부터 부서진 물건을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복원마법 등이 자세히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었다.


[··· 복원마법은 무생물이 주체로, 살아있는 생물체를 복원시키지는 못한다. 부러진 검이나 무기 등을 복원하는 것으로··· 마력을 온전히 넣지 못하면 복원이 이뤄지지 않거나, 일부분 이뤄진다.]


책에는 마법을 발동시키는 주문과 필요한 마력의 양과 순도가 적혀있었다.


생활 마법은 대체로 나 같은 초급 마법사도 사용할 수 있다.


“쓸만하네. 아니. 아주 좋아. 마법은 편한 거구나.”


또. 생활 마법은 모두 마법폰에 있다.


그 생각에 옆의 책을 뽑으려는 손길을 멈췄다.


내게 필요한 건 전투 마법(무공)이다.


놈을 때려눕힐 만한 무공이 절실하다.


“?”


스윽.


구석 책장 아래에 꽂힌 책에 시선이 갔다.


천천히 걸어가 허리를 구부리며 책장에 적힌 제목들을 읽었다.


“역근경. 자하신공. 태극신공······.”


정공(正功)이라고 알려진 책들이 대부분이다.


마공(魔功)보다 위력이나 익히는 속도는 느리지만, 부작용 없이 안정적으로 마력을 사용할 수 있다.


까치발로 무릎을 꿇자, 책장 아래에 마공이 보였다.


“고목신공(枯木神功)?”




고맙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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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25. 정령사 줄리아 24.09.06 19 0 12쪽
24 024. 운명과 숙명 24.09.06 24 0 12쪽
23 023. 클레어 바이블 24.09.06 24 0 12쪽
22 022. 냄새(그르누이) 24.09.05 27 0 12쪽
21 021. 처음이자 마지막 마법 24.09.05 25 0 12쪽
20 020. 승리 24.09.05 26 0 12쪽
19 019. 혜영의 세상(3) 24.09.04 26 0 13쪽
18 018. 혜영의 세상(2) 24.09.04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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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015. 검이 심장을 뚫다. 24.09.03 32 0 12쪽
14 014. 와이얼드와 대결하다. 24.09.03 38 0 13쪽
13 013. 콜로세움 24.09.02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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