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신화 유산으로 탑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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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a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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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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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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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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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겠습니다.

DUMMY

 아직 탑 공략에 실패한 국가는 없다.


 아직까지는.


 문제는, 탑 등반에 걸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것.

 처음에는 하루에 한 층, 그 뒤에는 일주일에 한 층.

 2주, 3주, 한 달.


 이제는 최신 층 공략에 두 달이 걸리는 국가도 생겼다.


 시간을 벌겠답시고 3개월을 딱 맞추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번에 퀘스트 클리어 조건을 달성했다고 다음번에도 가능하리란 보장은 없다.


 탑 패턴은 랜덤이기에.

 파티원 구성에 따라 유리한 패턴도, 불리한 패턴도 존재한다.


 10년.

 결코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긴 시간도 아니다.


 이 기간 동안 대부분의 국가가 자국 각성자 관리에만 몰두했다.


 그걸로도 충분했으니까.

 서로 합을 맞추고 시간을 투자하면 등반이 불가능한 게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지금.


 탑 전문가들의 견해가 점점 바뀌고 있다.

 각성자의 성장 속도보다 탑 난이도 증가 폭이 더 가파르다.

 이대로 가다간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힌다.


 프랑스 루앙 탑 붕괴 때와 같은 참사가.

 하나가 아닌 여러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게 될지도 모른다.


 갈수록 커지는 불안감과 흔들리는 민심.

 전 세계가 탑에 대한 정보와 유능한 인재에 목말라 있는 상황이었다.


 일본 국토성 소속 각성 정보관리청 회의실.


 연이은 57층 공략 실패에 회의가 한창이었다.

 일본 총리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문제가 뭡니까?”

 “이번에도 패턴이 조금···.”

 “또, 또! 그놈의 패턴.”


 콰앙!


 “탑이 붕괴해서 도시가 날아가면, 그때도 국민들 앞에서 그렇게 이야기할 겁니까?”

 “···면목 없습니다.”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이는 관리청장 사토 고로.

 회의장의 분위기가 싸하게 내려앉았다.


 누군가 정적을 깨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시간이 조금 빠듯하긴 하지만 57층 공략은 반드시 성공합니다.”


 각성 정보관리청의 실세로 알려진 부청장 야마다 사부로였다.

 총리가 불만스러운 어투로 반박했다.


 “57층만 문젭니까? 문제는 다음 층입니다. 57층도 이렇게 아슬아슬한데, 58층, 59층은? 자신 있습니까?”


 사부로의 반응은 의외로 덤덤했다.


 “자신 있습니다.”

 “뭐요?”

 “이미 여러 차례 보고도 드리지 않았습니까. 타카시가 57층에 도달만 하면 모두 해결될 일입니다.”


 일본의 신규 전설 각성자 이케다 타카시.

 등반팀과 함께 이틀에 한 층이라는 놀라운 속도로 20층 대를 등반하는 중이다.


 “전설 각성자의 수가 문제입니까? 전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전설 특성을 보유한 나라가 바로 우리 아닙니까?”

 “전설 등급이라고 다 같은 수준인 건 아닙니다.”


 타카시를 제외한 일본의 전설 등급 각성자 수는 4명.

 하지만 이건 알맹이가 전혀 없는 허수다.


 한 명은 생산 등급 각성자.

 심지어 생산품의 질보다는 양에 치우쳐진.

 고층 공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특성이다.


 방어 계열이 한 명, 다른 한 명은 버프 계열이다.


 결국, 실질적으로 공격을 담당하는 각성자는 한 명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전설 등급 각성자가 등장했다.

 역대급 전투 계열 신규 각성자가 말이다.


 “···그 말에 책임지셔야 할 겁니다. 부청장.”

 “물론입니다.”


 안절부절못하는 관리청장을 바라본 총리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어서 청장을 교체하든가 해야지, 원.”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게 있는지 다시금 사부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 참. 그건 어떻게 된 겁니까? 대한민국 관련 이슈 말입니다.”

 “신규 각성자 말씀이십니까?”


 현재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

 세 번째 전설 각성자의 등장과 10일 연속 엘리트 몬스터 처치.


 “아직 조사 중입니다. 근데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될 거 같습니다.”


 사부로가 속으로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과거 일본 각성 정보관리청에서도 엘리트 담당 팀을 창설한 적이 있다.


 결과는 참혹했다.

 아이템은 아이템대로 쓰고, 부상자는 부상자대로 나오고.

 그렇다고 해서 보상이 특출나게 좋은 것도 아니었다.


 결국, 영웅 등급 각성자 한 명이 죽임을 당하고 나서야 프로젝트가 폐지되었다.


 공략에 성공한 건 단 두 층.


 소문처럼 10일 연속 클리어가 가능해지려면···.

 최소한 전원이 전설 등급으로 구성된, 그것도 조합이 아주 잘 갖춰진 파티가 꾸려져야 한 번 시도해 볼 만한 수준이다.


 근데 그걸 대한민국이?

 무슨 수로?


 현존하는 전설 특성 보유자 중 그 누구도,

 심지어 타카시조차도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 협회에서 민심을 잡기 위해 퍼뜨린 헛소문임이 틀림없다.


 근데 저 우둔한 국민들은 그걸 또 곧이곧대로 믿고 있다.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뭐 알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죠.”


 총리가 회의실을 나서고.

 옆에서 서류를 정리하던 사부로의 비서가 물었다.


 “타카시가 불만이 많은 모양입니다.”

 “무슨?”

 “대한민국의 각성자 말입니다. 워낙 자극적인 주제라 본인이 묻히는 감이 있다고.”

 “하하하!”


 회의실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크게 웃음 짓는 사부로.


 타카시의 퍼포먼스가 압도적인 건 사실이지만.

 아직 20층이다. 타카시의 능력이 거품이라는 여론도 적지 않다.


 “그의 성격이면 그럴 만하지.”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강할까요?”


 비서의 질문에 사부로가 흥미롭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그거 좋은데?”

 “예?”

 “둘을 같이 탑에 들여보내는 거지. 공략 영상을 찍고 그걸 공개하면, 대한민국의 이슈는 낭설이었다는 게 밝혀질 거고. 그럼 자연스레···.”

 “타카시에 대한 관심과 일본 관리청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가는 거군요.”

 “그렇지!”

 “바로 연락 넣어보겠습니다.”


 타카시가 가장 최근에 공략한 층은 26층.

 얼핏 듣기로는 대한민국의 각성자도 20층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마침 공략층의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다.


 “제안을 거절하면 그것대로 낭패를 보는 거지.”


 부풀려진 소문은 언젠간 거품이 다 가라앉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후폭풍을 감당하는 것도 저들의 몫일 것이다.


 ***


 다음날.


 21층에 진입할 준비를 끝마쳤다.

 옆을 돌아보니 굴린이와 키리가 몸을 풀고 있었다.


 “이렇게 모여 있으니까 파티 플레이하는 거 같기도 하고? 좀 설레네.”

 “저도 그렇습니당.”

 “너는 그냥 후임 와서 좋은 거 아니야?”

 “흐항!”


 힐끔힐끔 키리를 훔쳐보던 굴린이가 돌연 근엄한 표정을 하곤 목소리를 깔았다. 


 “흠흠! 너는 오늘 처음 온 거니까 내가 설명을 좀 해주망. 우리의 목적은 그냥 탑을 등반하는 게 아니당. 엘리트 몬스터를 잡아 주인님의 성장을 도와야 한당. 소환 조건은 주인님께서 직접 알려주실 거고.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건 주인님의 안전···.”


 피식.


 “얘, 얘 봐랑? 선임이 이야기하는 데 웃엉?”

 “조잘조잘. 꿀꿀.”

 “뭐, 뭥?”

 “돼지가 말이 참 많네.”


 내 앞으로 걸어와 고개를 숙이는 키리.


 척!


 “주군, 저는 뭘 하면 되겠습니까?”

 “야! 어쭈? 내 말 무시행?”

 “···어어. 잠시만.”


 예상은 했는데.

 벌써부터 삐걱거리는구만.


 [각성자 ‘이시현’이 ‘후긴과 무닌 Lv.5’을 발동하였습니다.]


『 21층 클리어 조건 : 독기 품은 뱀 20마리 처치


 암흑 에너지에 잠식당한, 독사 20마리.

 독에 중독되면 일시적으로 몸이 마비된다.

 때로는 멀리서 입으로 독을 내뿜기도 한다.

 몸집이 크고 행동이 빠르지만, 불을 무서워한다.


 엘리트 몬스터 소환 조건 : 30분 이내에 모든 독사 처치 』


 퀘스트 유형 자체가 바뀌었던 11층과는 달리, 21층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맹독?”


 다만, 층을 오를수록 몬스터의 스킬이 점점 다양해졌다.

 마법, 공포에 이어 이젠 맹독까지.


 “방심하면 훅 가는 거네.”


 아무런 정보 없이 혼자 21층에 들어갔다간,

 독에 마비되어 탑을 빠져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


 근데 나는 걱정할 거 없다.


 “굴린아!”

 “충!”


 새로 생긴 굴린이의 특성 [독 면역].

 미안한 말이지만 웬만한 공격은 다 굴린이가 받아 줄 거고.

 돌발 상황에는 [드라우프니르]까지 있다.


 “이번에는 네 역할이 중요하겠다. 마비 독을 품고 있는 뱀인데 목표는 30분 이내에 모두 처치하는 거야.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

 “충! 무슨 말씀인지 딱 알아들었습니당.”

 “옳지. 제일 중요한 건 뭐다?”

 “다치지 않는 것!”

 “그래. 내가 다치는 일이 생겨선 안 돼. 절대로.”

 “···.”


 뭐.

 맞는 말이잖아.


 “그럼 바로 가볼까?”


 [탑에 입장하셨습니다.]

 [보유한 스탯에 따라 신체 능력이 조정됩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부여됩니다.]


 그릉! 그르릉!


 탑에 입장하고 뱀 떼를 마주한 굴린이가 서서히 배기음을 내뿜었다.


 “신입, 잘 보고 있으라공! 이게 바로···.”


 그때.


 츠츠츠츠···!


 [소환수 ‘키리’가 ‘암영 Lv.2’를 발동하였습니다.]


 잔상만을 남기고 사라진 키리의 신형(身形).

 키리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독사가 득실거리는 탑의 중심이었다.


 [소환수 ‘키리’가 ‘악몽 Lv.2’를 발동하였습니다.]

 [소환수 ‘키리’가 ‘악몽 Lv.2’를 발동하였습니다.]

 .

 .


 “조, 조심! 뒤에···!”


 푸슉! 스스스스!


 “···?”


 배에 한 번.

 목에 한 번.


 딱 두 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두 번의 검격이었다.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


 서걱! 서걱!


 키리의 잔상이 아른거릴 때마다 새까만 피와 살점이 허공에 흩날렸고,


 푸확!


 잘려 나간 독사의 머리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소환수 ‘키리’가 ‘암영 Lv.2’를 발동하였습니다.]

 [소환수 ‘키리’가 ‘악몽 Lv.2’를 발동하였습니다.]


 츠츠츠츠! 서걱!

 푸확!


 “···.”

 “···.”


 스스스···.


 뱀 학살을 마치고 시작 지점으로 복귀한 키리.


 “···후우.”

 “···.”

 “···.”


 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키리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설마 지금까지 주군께서 직접 전투에 참여하신 겁니까?”

 “어? 어어. 그렇긴 한데···.”

 “굴린이라고 했나? 소환수의 본분을 지켜야지. 얼마나 무능하면 주군께서 직접 움직이게 만들어? 정말이지 쓸모없는 돼지군.”

 “···.”


 탁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맑은 목소리와,

 그와 상반되는 상스러운 단어 선택.


 띠링!


 [특수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독 여왕의 송곳니가 반짝거립니다.]

 [엘리트 몬스터, ‘검은 줄무늬 독사’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때.


 키리의 등 뒤로 거대한 뱀 한 마리가 탑 바닥을 뚫고 나왔다.


「 키에에에엑! 」


 고막이 터질 듯한 괴성에도 키리는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척!


 “다녀오겠습니다, 주군.”

 “···그, 그래.”


 [소환수 ‘키리’가 ‘암영 Lv.2’를 발동하였습니다.]


 츠츠츠!


 ···와.


 성능 미쳤는데?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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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잘 선택한 거겠지? +1 24.09.12 1,138 25 11쪽
12 또 깼어요. +2 24.09.11 1,208 28 11쪽
11 이게 진짜 1인 군단이지. +2 24.09.10 1,303 26 11쪽
10 엘리트 몬스터? +5 24.09.09 1,416 28 12쪽
9 말투 바뀐 거 봐라. +2 24.09.08 1,531 30 11쪽
8 어떻게든 되겠지. +2 24.09.07 1,595 33 11쪽
7 오늘은 내가 직접 간다. +2 24.09.06 1,648 34 12쪽
6 이거 완전 날먹 아니야? +2 24.09.05 1,694 36 12쪽
5 누구세요? +2 24.09.04 1,763 36 12쪽
4 예의 바른 걸로 하자. +4 24.09.03 1,843 41 12쪽
3 꽤 쓸만한 특성인데. +1 24.09.02 1,929 44 11쪽
2 인생 역전이다. +1 24.09.02 2,160 44 11쪽
1 프롤로그. +1 24.09.02 2,360 47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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