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초월급 회귀자 헌터로 착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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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빛
작품등록일 :
2024.08.2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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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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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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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싱글대디가 되었다.(1)

DUMMY

“정신이 돌아오시나요?”


백색 가운을 입은 사내가 물었다.

병상에 누운 명섭이 반쯤 허리를 일으켰다. 명섭은 낯선 풍경 속에서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의사에 말에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과로란 게 정말 위험해요. 그래도 빨리 발견돼서 다행이지,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아이들이 은인이죠.”


명섭은 아이들을 바라봤다. 다훈과 다솜,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아이였다. 명섭은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빠, 이제 괜찮아.”


두 아이들이 명섭의 두 다리를 부여잡으며 울었다.


“아빠 갑자기 쓰러 졌어. 엉엉.”

“아빠 정말 괜찮은 거야?”


한 녀석은 명섭의 허리 높이만큼 자랐고, 다른 여자 아이는 허벅지 높이였다.


명섭은 이 아이들이 자신의 자식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뇌 속에 잔존했던 기억이 그만큼 강렬했다.


“다솜아, 괜찮다. 다훈이도 울지 말고.”


명섭은 일단 두 아이를 위로했다. 과거 소환술사로 살았을 당시, 아이를 키워본 적은 없었다.


전쟁터가 곧 집이었고, 전사들이 곧 가족이었다. 그런 그에게 아내와 자식은 사치였다.


하지만, 자신의 고향 사람들과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두 아이, 정말로 예뻤다.

의사는 명섭을 보며 친절하게 말했다.


“환자분, 과로로 인해 쓰러지셨으니 몇 가지 검사를 받아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괜찮아 보이시지만, 몸 상태를 확실하게 확인하는 게 중요해요.”


명섭은 잠시 망설였다. 소환술사 데커트로서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육체에서 느껴지는 마법력 덕분인지, 몸 상태는 쾌적했고,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검사받겠습니다.”


의사는 간호사에게 몇 가지 검사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명섭은 병상에서 천천히 일어나 의사의 안내를 받으며 병원 내부로 이동했다. 아이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빠를 따라갔다.


“아빠, 정말 괜찮겠지?”


다훈이 말했다. 녀석은 초등학생 3학년이었고, 장남이었다.


“아빠는 완전 강하니까 걱정 마.”

“응...”

“다훈아, 다솜이랑 같이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 있겠어?”

“응!”


아이들이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 명섭은 병실로 들어가 혈액 검사를 받았다.

간호사는 명섭의 팔에 주사를 놓기 전 말했다.


“조금 따끔할 거예요.”

“잠깐만요.”

“네?”


명섭이 잠시 머뭇거렸다. 얇은 주삿바늘이 혈관을 관통하여 피를 뽑는다니, 소환술사의 피를 가져다가 어디에 쓰려는 것인가?


그런 의문이 드는 것도 잠시, 명섭이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서 소환술사의 피는 그저 B형 혈액형일 뿐이지.


‘여긴 지구야.’


“주사 놔주세요.”


명섭은 주사 바늘이 들어오는 것을 보며 잠시 긴장했지만, 곧 차분하게 받아들였다.


이어서 간단한 심전도 검사와 혈압 측정이 진행되었고, 마지막으로 CT 촬영까지 이어졌다.


검사가 끝난 후, 명섭은 다시 병실로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결과를 기다렸다.


다훈과 다솜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빠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잠시 후, 의사가 결과를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 그가 차트를 보며 말했다.


“검사 결과를 확인해본 결과, 과로로 인해 일시적으로 신체 기능이 약해진 것 같아요. 당분간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중요해요. 혹시 하루에 일을 몇 개 하시나요?”


명섭은 편부였다. 심지어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대디, 그래서 돈이 많이 필요했고, 시간을 쪼개서 일을 하고 있었다.


“하루에 세 개합니다.”


의사가 명섭의 말에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루에 세 개라니.


“대체 무슨 일을...?”

“새벽에는 짐꾼 일을 하고, 아이들 등교 시킨 후에 한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서 청소 일을 해요. 그리고 짬을 내서 너튜브 편집일도 하고요. 편집일은 프리랜서라 일은 많지 않아요.”


명섭의 말에 의사가 혀를 내둘렀다. 물론 그런 말을 하는 명섭 또한 스스로 미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소환술사로 살았던 자신의 고향에서도 일곱 시간은 자야만 했다.


그런데 이 미친 인간은 세 시간을 쪽잠자면서도 고된 노동을 했다. 그러면서 두 아이를 키웠다니, 이게 사람인가?


“선생님, 이런 식으로 살면....”


‘곧 죽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두 아이가 보고 있어 차마 그렇게까지는 말 하지 못했다. 다만.


“아이들 오래 보고 싶죠?”

“네.”

“그런데 지금의 생활 방식을 계속 유지한다면,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지금처럼 과로를 반복하다가는, 결국 몸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게 될 거예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본인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명섭이 고개를 숙였다. 바라는 바다. 소환술사였던 과거에도 일곱 시간은 꼬박 잤으니 말이다. 그 이하를 자면 하루가 굉장히 피곤하다.


“네. 일을 줄일게요. 잠도 푹 자고.”

“건강을 위해 당분간 무리하지 마시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아이들도 많이 도와줄 거죠?”


다솜과 다훈은 동시에 대답했다.


“네!”

“아빠가 쉬실 수 있게 우리가 도울게요!”


명섭은 아이들의 반응에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냉혹한 소환술사였을 지라도, 두 아이를 보고 있으니 자연히 미소가 지어진다.


그렇게 검사가 끝나고, 명섭은 아이들과 함께 병원을 나선 뒤, 집으로 향했다.


집은 매우 후미진 동네의 산 아래에 있었고, 오래된 빨간 벽돌의 빌라였다.


언덕을 한참 올라야만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명섭은 이 언덕을 오를 때마다 전장에서 겪었던 고된 행군이 떠오르곤 했다. 물론, 소환술사였던 그는 탈 것을 소환하여 타곤 했지만 말이다.


빌라에 도착했을 때, 명섭은 잠시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래된 빨간 벽돌의 빌라는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었다.


“힘들지?”

“아니요! 아빠!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씩씩한 장남 다훈이 말했다. 그렇게 말은 하면서도 땀이 흥건하다. 다솜이 또한 기진맥진하여 깊은 숨을 몰아 내쉬고 있었다.


“잘했어, 우리 다훈이, 다솜이. 조금만 더 힘내자. 금방 집에 들어가서 아빠가 맛있는 밥 해줄게.”


***


그날 밤, 식사를 마친 후.

명섭은 아이들을 씻기고 잠자리에 눕혔다. 과거 전쟁의 고아들을 다뤄본 경험이 있었으니, 아이들을 다루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훈과 다솜은 푸근한 아빠 옆에 누워 안심한 듯 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명섭은 잠이 오질 않았다. 명섭은 빌라의 옥상으로 올라가 넓게 펼쳐진 야경을 보며 한숨을 돌렸다.


병원에서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바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아버지가 될 줄이야.’


전장에서 수백 년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의 삶은 전쟁과 마법, 그리고 소환술로 가득 찬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데커트였을 때, 그는 항상 강해져야만 했다. 그에게 가족이란 사치였고, 보호해야 할 대상을 두는 것은 약점으로 간주되었다.


오직 싸움과 승리가 그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젠 다른 전쟁을 목전에 둔 상태였다.


‘이곳에서의 삶...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살아가야 했다.


전장에서는 적을 물리치고 동료를 지키는 것이 임무였다면. 이곳에선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키는게 임무였다.


썩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임무보다 더 새롭고 신선했다.


어쩌면..


‘아이를 키워보고 싶었던 건가?’


명섭..아니 데커트는 자신에게 물었다. 아마도 전쟁이 아닌 평범한 삶 속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을지 모른다.


명섭이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 하나가 보였다. 이곳에서 2천 광년이나 떨어진 고향이었다. 저 빛이 이곳까지 도달하는데 2천 년이나 걸렸다는 뜻.


어째서 저 아득한 거리를 초월하여 지구의 인간으로 환생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내 운명은 지구에서 끝이 나겠어.’


***


다음 날 아침. 아침 시간은 무척이나 바빴다. 다훈은 초등학교를 등교하고, 다솜은 유치원을 가야만 했다.


그래서 두 아이의 아침밥을 먹여야만 했는데, 냉장고에 부착된 일일 급식표를 보며 요리를 시작했다.


기억 속에 남은 요리 법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요리를 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아침밥을 먹이고난 뒤 다훈의 등교 준비를 끝내고 스쿨버스가 도착하는 정류장 앞으로 향했다.


다솜은 아빠의 품에 안겨 있었다. 다솜은 아빠의 품을 가장 좋아해서 떨어지려하지 않았다.


“아빠, 오늘 유치원 안 가면 안 돼?”

“응, 안 돼.”


이 녀석이 어딜.

때마침 스쿨버스가 도착했고, 다훈이 버스에 올라탔다. 다훈은 아빠와 동생을 보며 인사했다.


“아빠, 다솜아! 잘 갔다 올게!”

“재밌게 있다 와!”

“응 아빠!”


다훈의 스쿨버스가 출발했다. 그리고 이제 남은 녀석은 다솜이었는데, 매일 아침마다 펼쳐지는 전쟁 중에 하나가 다솜의 유치원 등원이었다.


다솜은 유치원에 가는 것을 항상 싫어했다. 그 이유를 명섭도 알고 있었다.

아빠와 함께 있고 싶었다.

오늘도 느닷없이 거실 구석 한편에 박혀 나오지 않으려는 다솜이었다.


“아빠! 나 오늘 유치원 안 갈 거야! 이미 그렇게 맹세했어! 아빠도 약속했어!”


이미 맹세까지 했단다. 저 맹약을 어떻게 깨부술 수 있을까.


국가 간의 맹약은 간혹 전쟁터에서 쉽게 깨지곤 했는데, 여긴 거실 한복판이라 쉽게 깨질 것 같진 않았다.


명섭이 조용히 숨을 고르고, 다솜이 있는 거실 구석으로 다가갔다.


“다솜아,”


명섭은 부드럽게 다솜을 불렀다.


“아빠랑 얘기 좀 할까?”


다솜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고집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빠가 맹세를 깨면 다솜이가 속상할 거라는 건 알지만, 다솜이 유치원에 가면 친구들도 사귀고, 새로운 것들도 많이 배울 수 있어. 그러니까 아빠와 함께, 이번만큼은 약속을 잠깐 미뤄보는 건 어떨까?”


다솜이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겼다.


“...아빠랑 있고 싶단 말이야..”


역시, 쉽지 않은 설득이다.

그렇다면 최후의 수단을 쓰는 수밖에 없지.


‘소환술을 써야할 차례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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