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초월급 회귀자 헌터로 착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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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빛
작품등록일 :
2024.08.2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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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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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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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따윈 관심 없수다.(3)

DUMMY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 특히 길드 대표들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자격증이라니... 이 상황에서 자격증 이야기를 꺼내는 건 대범하다고 봐야 하나?’


회장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청명섭 씨, 헌터 자격증은 지금 중요한 게 아닙니다. 명섭 씨를 영입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와 있습니다.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명섭은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답변했다.


“그래서, 하실 말씀이라는 게?”


한 대표가 말했다.


“청명섭 씨, 저희 흑랑 길드에 오신다면, 최고의 지원을 약속드립니다. 명섭 씨 같은 영웅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명섭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놈의 영웅..또 시작이군.’


“길드 대표님들 있으니 말씀드리자면, 저는 영웅 될 마음 없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추켜세우지 마시죠.”


명섭의 단호한 말에 회의실 안은 순간 고요해졌다.


길드 대표들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그의 말에 담긴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하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영웅 될 마음이 없다니... 진정한 영웅은 과시하지 않는 법이라더니...’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지 않는 겸손함까지... 이건 그냥 넘길 수 없다.’


“청명섭 씨, 영웅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말씀이야말로, 오히려 당신이 진정한 영웅이라는 걸 보여주는군요. 저희 길드에서는 청명섭 씨가 원하시는 대로 활동하실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다른 길드 대표도 곧바로 끼어들었다.


“어떤 조건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우리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명섭은 이들의 열띤 반응에 조금은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상황이 매우 익숙했다. 과거 용병단을 꾸렸을 당시에도 수많은 영웅들을 포섭하기 위해 설득의 과정을 겪었으니까.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게 두 가지가 있었다. 용병의 절대적 가치에 투자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잠재적 가치와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인가.


그건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제가 궁금한 게 한 가지 있습니다.”

“네. 말씀해주세요.”

“제가 만약 길드에 들어가게 된다면 저의 어떤 면을 보고 영입하고 싶으신 겁니까?”


길드 대표들은 명섭의 직설적인 질문에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신입 헌터로서 보기 드문 담대함과 자기 확신에 찬 태도였다.


헛기침을 하며 대표들 중 한 명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잠재력입니다. 짐꾼, 청소 일을 주로 맡았던 명섭 씨는 험난한 A급 게이트를 이겨냈어요. 이건, 명섭 씨에게 커다란 잠재력이 있다는 뜻이죠. 게다가 자신을 과시하지 않고, 겸손하게 행동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리더의 자질도 보였습니다.”


또 다른 대표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단순히 괴물들을 쓰러뜨리는 것만이 헌터의 역할이 아닙니다. 헌터는 팀을 이끌고 결정적인 순간에 올바른 판단을 내리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사람이죠. 청명섭 씨는 그 모든 자질을 갖춘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그 잠재력을 높이 사고 있습니다.”


명섭은 그들의 말을 들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잠재력이라...”


명섭이 중얼거리자, 대표들 중 한 명이 서둘러 덧붙였다.


“네, 그렇습니다. 청명섭 씨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믿습니다.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저희가 제공하겠습니다. 필요한 장비, 정보, 그리고 훈련까지, 모든 것을요.”


명섭은 길드 대표들의 말 속에 숨겨진 진의를 단번에 파악했다.


‘잠재력’이라는 단어는 곧 자신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뜻이었다.


그 말인 즉.


‘계약금이 적다는 뜻이지,’


쓴웃음을 지었다.

섣불리 계약을 진행하는 건 손해다.


“길드에 들어가는 건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명섭의 말에 길드 대표들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아니 그게 무슨..저희는 흑랑 길드 입니다. 수많은 헌터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곳인데...”


그렇듯, 보통의 신입 헌터라면 기회를 잡기 위해 서둘러 계약을 진행하려 했을 것이다. 길드 대표가 의아하며 물었다.


“혹시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좀 더 실력을 쌓고 싶어서요.”

“....!”

“저는 제 가치를 좀 더 높인 후에 계약을 맺고 싶습니다. 제 말을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회의실에 있던 길드 대표들은 명섭의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확실히 보통 인물이 아니야.’


‘이런...지금이 계약의 적기이거늘!’


그렇듯, 현재 명섭의 헌터 등급은 F.

아직 자격증도 발급 받지 못한 상황이다.

길드 입장에서는 적은 계약금으로 영입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할까.

한 대표가 다급히 명함을 꺼내 명섭에게 건네며 말했다.


“청명섭 씨의 말을 전적으로 이해합니다. 언제든 마음이 정해지시면 연락해 주십시오.”


그리고 여러 대표들도 동시에 달려들었다. 명함을 받은 명섭이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저는...이만.”


명섭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꾸벅 인사를 건넨 뒤 사무실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를 막아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명섭이 떠나자, 회의실에 남은 길드 대표들은 그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정말 대단한 인물입니다. 신입 헌터라기엔 믿기지 않는 여유로움과 결단력. 저 사람은 분명 대성할 겁니다.”

“맞습니다. 저렇게 초연한 태도는 진정한 강자만이 가질 수 있는 태도지요.”

“그런데, 명섭 씨의 각성 능력은 아직 밝혀진 게 없지요?”


한 대표가 회장에게 물었다.

회장은 아까부터 이 모든 상황을 한 걸음 물러선 채 지켜보고 있었다.


“밝혀지지 않았을 뿐이죠. 그래서 다들 잠재력이란 허울로 영입하려 매달리는 거 아닙니까?”


회장이 핵심을 꿰뚫었다.

한 대표가 삐질 땀을 흘리며 말했다.


“혹시..회장님이 알고 계신 게..”

“A급 게이트에서 생존했으니 보통의 능력은 아니지 않을까요?”


회장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대표들도 모두 동의했다.

A급에서 살아남았다는 자체가 명섭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의 증거니까.


***


영입 관련 대화를 끝내고 다시 1층으로 돌아온 명섭은, 창구 직원으로 부터 헌터 자격증을 발급 받았다.


“생각보다 작네요.”


주민등록증 정도의 크기였다.

직원이 자세히 설명했다.


“네. 명섭 헌터님은 이제부터 정식 헌터로서 활동하실 수 있어요. 그리고 스마트폰을 제게 줘보시겠어요?”

“네.”


명섭이 스마트폰을 건넸다. 그리고 사무 직원이 앱을 깔아줬는데, ‘헌터월드’이라는 앱이었다.


“헌터 월드 앱은 실시간으로 게이트 현황을 파악할 수 있어요. 헌터로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될 앱이니까, 얼른 사용법을 익히는 게 유리할 거예요.”

“네..”

“혹시 실명으로 활동하실 계획이신가요?”

“실명이 아니라면?”

“앱에서는 코드네임을 따로 설정하거든요. 아무래도 익명이 더 편하잖아요? 만약 앱 활동명을 변경하실 생각이시면, 여길 누르고, 인증을 거쳐서 변경해주시면 돼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잠시만 좀 가까이 와주시겠어요?”

“네?”


사무 여직원의 말에 명섭이 조금 가까이 다가갔다.


“좀 더요.”

“....?”


명섭이 아무런 군말 없이 얼굴을 가까이 드밀었을 때.


취익.


사무 여직원이 칩을 명섭의 목에 주입했다.


“아! 이게 뭐에요!”


놀란 명섭이 목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칩이에요. 헌터 월드 앱과 연동되는 칩이니까, 명섭 님께서 활동하는 모든 정보들이 헌터월드 정보로 자동 입력 될 거예요. 그리고 상태창이라고 외쳐 보시겠어요?”

“네? ‘상태창’이요?”


그러자, 명섭에 관한 상태창이 나타났다.

상태창에는 그의 기본적인 정보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름: 청명섭

헌터 등급: F급

소속 길드: (소속 없음)

능력: 미확인


명섭이 머리를 긁적였다.

하찮아도 이렇게 하찮은 상태창이라니.

눈 버렸다.


“헌터월드 앱과 연동된 홀로그램인데, 필요할 때 편하게 확인할 수 있어요. 혹시 더 궁금하신 점은?”

“없어요.”

“그럼 여기 서명해주시겠어요?”


명섭이 헌터 자격증 발급란에 서명했다.


“이제 끝난 건가요?”

“네. 청명섭 헌터님의 건승을 기원할게요.”


명섭이 짙은 숨을 내신 뒤 헌터 협회 건물을 빠져나왔다.

자격증 한 번 발급받기 더럽게 까다롭네.


***


명섭이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탄 뒤 의자에 앉아 ‘헌터월드’앱을 켰다.


‘F급 헌터 청명섭’


아직은 고작 F급이었다. 활동 내역도 존재하지 않은?


실시간으로 괴수를 잡으면 등급이 자연스럽게 상승한다고 했으니까, 얼른 F급을 탈출해야지 싶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명섭에게 급수 따위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젠 정식적으로 괴수를 조져서 돈을 벌 수 있었으니까.


명섭이 헌터월드 앱 내부에서 코드네임을 설정하라는 알림창을 확인했다.


코드네임은 헌터월드 내에서 사용되는 이름과도 같았다.


‘흐흠, 아까 코드네임을 정하라고 했지?’


짧은 고민에 빠진 뒤.


‘데커트가 좋겠어.’


자신의 옛 이름으로 코드네임을 변경했다. F급 헌터 데커트, 과거에는 총사령관의 직급이었는데, F급이라니 가슴이 쿡쿡 쑤시다.


이름을 변경한 뒤 천천히 헌터 월드 앱을 조작했다. 화면을 스크롤할 때마다 다양한 정보와 기능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러니까 다들 헌터하고 싶어 하는구나.’


일반인 일 때는 못 봤던 정보들이었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게이트와 헌터들끼리 형성된 시장, 그리고 다양한 길드의 홍보 글을 접할 수 있었다.


‘아이템이 상당히 비싸네?’


특히 마법 헌터들에게 필수 약물인 ‘마정석’은 100g에 10만 원을 호가, 1kg에 백만 원 정도였다.


‘마법 헌터들이 돈이 많이 들겠네.’


다행히 명섭은 고기만 먹어도 마법력을 회복할 수 있었기에, 마정석 따위는 필요 없었다.


‘흐흠, 커뮤니티도 활발하고.’


명섭의 시선이 커뮤니티 게시판으로 향했다.


같은 급수들 끼리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곳 같은데, 호기심에 커뮤니티에 접속해 보았다.


‘게시물이 엄청나게 많네..’


다들 F급이라서 할 일이 없는 건가? 초당으로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제목이 좀 이상했다.


놀라면도망감: 오늘도 도망간 썰 품ㅋㅋㅋ


레벨업기대충: 레벨업? 대충 살아남았으니 됐다 ㅋㅋ


꼭지찌르기장인: 오늘도 괴수 꼭지 찌르기 성공적.


생존전문F급: 그냥 살아남았다.


닥치고회피: 오늘도 회피 만렙 찍음, 다들 회피 연습하자!


진짜여자맞음: 오늘도 여왕님 포스 작렬!


명섭이 게시물을 일일이 읽어 내려갔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의 엄청난 배설의 현장.

이놈들은 괴수 안 잡고 헌터 월드에서 망자가 되려는 걸까?

심지어!


‘코드네임이 다 왜 이래?’


데커트라는 인물이 고풍스럽게 보일 정도. 다들 정신이 반쯤 나가있는 거 같다.


‘그나저나, 커뮤 세상이라니..참 신기하네.’


생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세상이었다. 자신의 생각과 말을 거리낌 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건 꽤 좋은 시스템이 아닐까 싶다.


‘흐흠...나도 글을 써볼까?’


조만간 자주 접속해서 개소리를 지껄여야겠다. 스트레스도 풀고 말이지.


그때, 헌터월드 앱에서 거센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더니 붉은색으로 된 알림창이 발생했다.


[알림! 알림! 게이트 발생!!!]


게이트 발생이었다.

다급히 게이트 발생 지역을 확인했다.


위치 : 서울시 강북구 433-1

등급 : 불확실.


‘불확실 게이트라...꽤 재밌겠군.’


명섭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주 운이 좋게도, 자격증을 발급받자마자 일이 생겼으니 말이다.


“기사님, 더 빨리 가주시면 안 됩니까!”


게이트 발생 지역은 버스를 타고 도착할 수 있는 거리, 하지만 서울 시내 러시아워 탓에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하는 수없이 명섭이 다급히 일어났다.


“기사님, 여기서 내릴게요.”

“주행 중에 못 내려요!”


명섭이 주머니 속에 있는 헌터 자격증을 꺼내 내밀며 외쳤다.


“헌터입니다. 당장 게이트로 가야하니 열어주시죠!”


주위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명섭은 버스가 멈추는 즉시 길 한복판에 뛰어내려 깊게 숨을 골랐다.


긴박한 순간일수록 차가운 이성을 가져야 하는 법.


‘소환수가 필요할 때야.’


그것도 아주 빠른 소환수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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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게이트에서 평화를 외치다.(2) 24.09.10 32 1 13쪽
15 게이트에서 평화를 외치다.(1) 24.09.09 43 1 16쪽
» 영웅 따윈 관심 없수다.(3) 24.09.08 83 1 12쪽
13 영웅 따윈 관심 없수다.(2) 24.09.07 94 2 13쪽
12 영웅 따윈 관심 없수다.(1) 24.09.06 101 2 13쪽
11 뜻밖에 영웅(5) 24.09.05 115 2 15쪽
10 뜻밖에 영웅(4) +2 24.09.04 122 4 13쪽
9 뜻밖에 영웅(3) +2 24.09.03 134 5 12쪽
8 뜻밖에 영웅(2) 24.09.02 140 4 14쪽
7 뜻밖에 영웅(1) 24.09.01 159 4 12쪽
6 싱글대디가 되었다.(5) 24.08.31 163 3 12쪽
5 싱글대디가 되었다.(4) 24.08.30 179 3 13쪽
4 싱글대디가 되었다.(3) 24.08.29 197 4 14쪽
3 싱글대디가 되었다.(2) 24.08.28 236 5 13쪽
2 싱글대디가 되었다.(1) +2 24.08.27 291 8 11쪽
1 프롤로그 24.08.27 314 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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