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초월급 회귀자 헌터로 착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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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빛
작품등록일 :
2024.08.2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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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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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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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따윈 관심 없수다.(2)

DUMMY

최한국은 망원경을 내려놓고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한참 동안 청명섭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수많은 지원자들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했던 험난한 시험에서, 그는 홀로 살아남아 이제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어떻게...저렇게 멀쩡할 수 있지?”


최한국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는 명섭이 단순한 짐꾼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더 저 평범한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


청명섭이 느긋하게 걸어와 멀뚱히 서 있는 최한국과 헌터들이 있는 곳에 도달했다.


“청명섭 씨....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명섭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답했다.


“다행이...살아 계셨네요.”

“어렵긴 했지만, 이겨내려 노력했죠.”

“어려운 정도가 아니었죠. 살아남은 것 자체가 기적입니다. 청명섭 씨!”


명섭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 그렇게 힘들진 않았는데 기적이라고 얘기해주니 지난 고생을 보상받는 기분이다.


“헌터 자격증은 언제 발급되는 건가요?”


명섭의 관심은 오직 자격증.

그거 받으려고 냄새 나는 두 친구들과 함께 긴 시간을 동거했다.

마땅히, 받아야지?


“자격증은 차후에 얘기하고..일단 밖에 명섭 씨를 기다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럼, 같이 나가실까요?”


명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기다리는 존재들.

아마도 아이들이겠지.

명섭도 다훈과 다솜이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네. 가시죠.”


***


출입구를 통과한 순간, 바깥은 늦은 밤이었고 어두컴컴했지만, 명섭을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명섭의 등장과 함께,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졌다.


‘아, 눈뽕!’


플래시가 차츰 멎을 때쯤, 기자들 틈을 파고들어 나타난 두 아이가 보였다. 다훈과 다솜이었다. 아이들이 명섭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며 달려왔다.


“아빠!”

“엉엉...아빠..보고 싶었어..”


명섭이 아이들을 힘껏 안았다.

아이들의 향긋한 냄새가 명섭의 코를 은은하게 맴돌았다.


지난 생에 전쟁터를 떠돌 때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동기부여가 되는 일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명섭에게 아이들이 전부였기에, 긴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다.


“아빠는 돌아왔어. 이제 걱정하지 마라.”


아이들은 아버지의 품에 안겨 서럽게 울어댔다.


“아빠, 우리 무서웠어요... 아빠가 안 돌아올까 봐 무서웠어요...”


명섭이 다훈과 다솜의 눈물을 닦아줬다.

그리고 이 눈물겨운 상봉을 지켜보는 기자들과 시민들도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청명섭 씨, 이러한 참사 속에서 살아남으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한 기자가 마이크를 들이대며 물었다.

명섭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저는 그저 가족을 위해 버틴 것뿐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믿음이었죠. 그 믿음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겁니다.”


그의 대답에 기자들은 물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깊은 인상을 받았다.


“청명섭 씨, 극단적인 위험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명섭은 잠시 머뭇거렸다. 게이트 내부에서 겪었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벨코르와 켈베로스, 그들이 없었다면 자신이 이러한 성공을 이룩하지 못했을 테지.


명섭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기자에게 답했다.


“전부....동료들 덕분이었습니다.”


명섭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기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눈빛이 촉촉해졌다.


‘역시..동료들의 희생을 저버리진 않는군.’

‘은혜를 아는 사람이야. 이런 사람은 마땅히..’


수많은 마이크가 그의 입 앞으로 밀려들며 질문이 쏟아졌다.


A급, 격상, 사망, 희생, 뭐 이런 단어들이 귀에 들렸지만, 기자들의 질문이 마구 뒤섞여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들리는 질문이 이러했다.


“명섭 씨, 동료들이 당신을 위해 희생했다면, 그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명섭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벨코르와 켈베로스의 활약은..정말 엄청났지.


“그들은... 저를 위해 정말 많은 것을 희생했습니다. 게이트 내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했죠. 저는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그들이 언제나 제 곁에서 저를 지켜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저를 살리기 위해 싸웠습니다.”


명섭의 기억 속에 선명한 벨코르의 쌍도끼질, 그리고 켈베로스의 후각이 없었다면 시험은 어려웠을 것이다.

기자들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감동을 숨기지 못했다.


‘이건...영웅의 서사야. 한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동료들, 그리고 그걸 잊지 않은 헌터...이건 헤드라인 일면이다!’


‘동료들의 죽음을 위해서라도 시험을 끝까지 치른 거야. 대단한 전우애군.’


“명섭 씨, 앞으로 헌터로서 그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어떤 활동을 계획 중이십니까?”


명섭은 이 질문에 잠시 고민한 뒤, 결연한 목소리로 답했다.

헌터라는 막중한 임무, 지난 생 소환사로서 제국을 지켰다면, 이젠 헌터로서 시민들을 지켜야만 했다.


“저 역시 더 많은 사람들을 지키고, 이 세상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보답입니다.”


명섭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수많은 군중들이 ‘청명섭’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명섭은 조금 의아했지만, 시험을 합격했다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환대를 해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벨코르, 켈베로스...너희들도 여기 함께 있었다면...’


그때, 구석 한편에 서 있던 헌터 협회장이 명섭에게 다가왔다. 명섭 옆에 선 회장이 군중들을 보며 소리쳤다.


“청명섭 씨는 그 누구보다도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그가 바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영웅입니다!”


헌터 협회장의 외침에 군중들은 더욱 열광하며 청명섭의 이름을 연호했다.


청명섭은 이제 단순히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 아닌, 동료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그들의 뜻을 이어가려는 영웅이었다.


‘내가 왜 영웅?’


물론, 그저 의아한 명섭이었지만.


***


하루가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정신없는 환대식이 끝나고 난 후, 명섭은 이사벨라와 아이들을 데리고 곧바로 귀가했고, 명섭은 그 날 하루 종일 잠만 잤다.


다음 날 점심 즈음에 일어나 스마트폰을 확인하니 무수히 많은 전화가 걸려와 있었다.


‘다 모르는 번호잖아?’


명섭의 친구들 전화도 섞여 있었는데, 전화할 정신이 없어서 그냥 말았다.


명섭이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고 거실을 나가니 아이들은 이미 학교와 유치원을 간 후였고, 이사벨라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이사벨라, 아이들 등교는 잘 했겠지?”

“네. 걱정 마세요. 주인님.”


명섭이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TV에서는 어제 있었던 엄청난 환대식에 관하여 뉴스가 흘러 나왔고, 명섭은 그제야 전후 사정을 모두 이해하게 됐다.


‘일이 단단히 꼬였네.’


릴리트의 존재를 TV에서 알게 됐다. 그년 덕분에 F급이 A급으로 격상됐고,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사벨라, F급이었던 게이트가 A급으로 격상됐다는 걸 난 여태 왜 몰랐던 거지?”

“주인님께서...아주 잘 도피하셨기 때문이죠. 아마 켈베로스의 후각 덕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흐흠.”


켈베로스의 후각 덕분이라니.

하긴, 녀석의 기민한 후각 덕분에 많은 위험을 피하긴 했지. 명섭을 찾아 헤매던 헌터들에게 붙잡혔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테고.


“일이 꼬였네. 이사벨라. 난 그저 시험만 잘 쳤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명섭이 덤덤하게 말했다. 전 국민을 오해와 착각으로 빠뜨렸으니 이걸 어찌할까 싶다. 이사벨라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주인님 덕분에 희망적인 뉴스가 나오잖아요.”

“희망적?”


명섭이 뉴스로 시선을 돌렸다. 어제 명섭이 인터뷰했던 영상이 나오고 있었는데, 참사로 인한 희생자 또한 명섭을 구하다 죽은 영웅으로 둔갑되어 있었다.


“주인님의 판단에 달렸어요.”


명섭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많은 전쟁을 겪으며 영웅이란 존재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지켜 보아왔다.


영웅의 의미는 단순히 전쟁터의 수훈을 의미하는 게 아닌, 국민들의 희망이자, 버팀이 되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거짓도 있길 마련이었다.


프로파간다 전쟁 선동을 위한 허울인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이사벨라가 말문을 열었다.


“영웅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탄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들은 누군가를 통해 희망을 보고 싶어 하고, 그걸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어요. 주인님이 어제 말씀하신 것처럼,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고 결심하신 건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될 거예요.”

“희망이라...”


이사벨라의 말처럼, 명섭도 그런 생각을 했다. 영웅이 세상에 가지는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굳이.....솔직하게 말할 필요는 없지.’


심지어 이번 참사의 피해자들도 헌터 협회로부터 많은 보상을 받고 헌터 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라니 명섭은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영웅 같은 허울은 명섭에게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사벨라, 밥 먹고 헌터 자격증 받으러 협회에 가봐야 하니까, 혼자서 집 볼 수 있겠지?”

“네, 걱정 마세요. 주인님.”


헌터자격증.

그것 하나만 바라보고 일주일을 버텼다.

명섭은 이사벨라가 구워준 삼겹살을 후딱 해치운 뒤, 외출 준비를 했다.


‘마법력 상승!’


목적은 헌터 자격증 발급이었다.


***


늘봄 초등학교 3학년 1반은 난리가 났다. 다훈과 다솜, 그리고 명섭이 Tv에 나간 것을 반 아이들 모두 시청했기 때문이다.


다훈은 친구들의 관심이 쏟아지자, 겸손한 자세로 친구들에게 말했다.


“아, 우리 아빠는 그냥... 운이 좋았던 거 같아. 아빠가 워낙 강하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많이 도와줬대.”


그러자 친구들이 더 큰 관심을 보이며 질문을 쏟아냈다.


“그럼 너희 아빠가 진짜 영웅이란 거네? 뉴스에서 막 영웅이라고 그러던데!”


다훈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음... 아빠는 영웅이라기보다는 그냥 열심히 싸우신 거 같아.”


한 친구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너희 아빠가 괴물들을 다 이긴 거야?”


다훈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반 친구들이 난리를 쳐댔다.


“대박, A급 괴수를 죽였다고? 너희 아빠가?”

“응. 내가 알기론....”

“그럼 너희 아버지 A급 헌터인 거야?”

“아직 모르겠어. 오늘 자격증 받으러 간다고 하셨는데..”

“A급이면 너네 집 완전 부자 되겠다.”

“...그건....흐흐.”


다훈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짐꾼이었던 아빠가 하루아침에 영웅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때, 아까부터 다훈을 시샘하고 있던 한 친구가 말했다.


“흥, 그건 동료들의 희생 덕분이지 너희 아빠가 강해서가 아니야!”


저번에 다훈과 싸움질을 했다가 쌍코피가 터진 아이였다.

다른 반 아이가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듣기론 다훈이 아빠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헌터들이 희생됐다고 들었거든!”


순간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물론 아빠를 도와준 희생자들이 있었기에 아빠가 살 수 있었겠지.

다훈은 아빠를 도와준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 네 말도 맞아. 그분들 덕분에 아빠가 살았어.”

“....!”

“그래서 나도 그렇게 살 거야. 친구가 위험에 빠지면 돕듯이 말이야. 나도 너희들이 위험에 빠지면 도울 거야.”


다훈의 진심 어린 말에 반 친구들은 잠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한 친구가 말했다.


“다훈아, 너 진짜 멋있다. 우리도 다 같이 서로 도와야 해.”

“맞아! 우리 다 같이 서로 돕고, 힘을 합치자! 다훈이 아빠처럼 말이야!”


다른 친구들도 하나둘씩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분위기가 다시 밝아지자, 다훈은 안도하며 친구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 순간만큼, 다훈은 3학년 1반의 영웅이었다.


***


명섭이 헌터 협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두 시였다. 점심시간이 막 끝나고,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명섭은 헌터 자격증을 발급받기 위해 창구 한 편 소파에 앉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명섭을 알아보는 몇몇 직원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높은 직급의 한 직원이 다가와 명섭에게 말했다.


“청명섭 씨 되시죠?”


“네, 그렇습니다만.”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회장님이요?”


명섭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격증 발급에 회장님이 직접 나설 일인가?’


의문이 들었지만, 직원의 안내를 따라 협회장실로 향했다.


협회장실 문이 열리자, 그 안에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명섭에게 쏠렸다.


명섭은 시선에 개의치 않고, 자신이 여기에 온 목적부터 분명히 밝혔다.


“헌터 자격증은 언제 발급해 주는 겁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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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게이트에서 평화를 외치다.(2) 24.09.10 33 1 13쪽
15 게이트에서 평화를 외치다.(1) 24.09.09 44 1 16쪽
14 영웅 따윈 관심 없수다.(3) 24.09.08 83 1 12쪽
» 영웅 따윈 관심 없수다.(2) 24.09.07 95 2 13쪽
12 영웅 따윈 관심 없수다.(1) 24.09.06 102 2 13쪽
11 뜻밖에 영웅(5) 24.09.05 116 2 15쪽
10 뜻밖에 영웅(4) +2 24.09.04 123 4 13쪽
9 뜻밖에 영웅(3) +2 24.09.03 135 5 12쪽
8 뜻밖에 영웅(2) 24.09.02 141 4 14쪽
7 뜻밖에 영웅(1) 24.09.01 160 4 12쪽
6 싱글대디가 되었다.(5) 24.08.31 164 3 12쪽
5 싱글대디가 되었다.(4) 24.08.30 17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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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싱글대디가 되었다.(2) 24.08.28 237 5 13쪽
2 싱글대디가 되었다.(1) +2 24.08.27 292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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