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초월급 회귀자 헌터로 착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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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빛
작품등록일 :
2024.08.2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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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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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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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따윈 관심 없수다.(1)

DUMMY

기자들 앞에선 회장이 이번 참사와 관련하여 브리핑했다.


“이번 게이트 사태는 그야말로 참사입니다. 예측할 수 없었던 F급 게이트의 A급 격상은 많은 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었습니다.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회장이 심난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릴리트는 어떻게 게이트 내부로 진입하게 된 것입니까?”


한 기자의 질문에 회장이 침음성을 삼켰다.


“헌터 시험은 철저한 신분을 조회하며 진행됩니다. 릴리트가 타인의 몸에 기생하여 헌터 시험을 접수했고, 이러한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릴리트가 타인의 신체를 빌려 헌터 시험에 침투한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은 저희의 큰 실책이었으며, 그 결과로 수많은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를 진행할 것입니다.”


회장의 말이 끝나자, 기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었다. 한 기자가 손을 들고 물었다.


“그렇다면, 릴리트가 이미 오래전부터 이 계획을 준비했다는 말씀이십니까? 협회는 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습니까?”


회장은 굳은 얼굴로 답변했다.


“릴리트는 저희 시스템을 교묘히 피했습니다. 이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희 협회의 안일함과 대응 미비로 인해 이러한 참사가 발생한 점을 깊이 반성하며, 앞으로는 더욱 철저한 검증 절차를 도입할 것입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회장은 간결하면서도 확고한 태도로 답변을 이어갔다.

그러던 순간, 한 기자가 피해자에 관하여 물었다.


“현재 집계된 피해자는 79명으로 알고 있습니다. 32명 사망, 나머지는 부상인데, 나머지 한 명의 존재가 파악되지 않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회장은 순간적으로 잠시 침묵했다. 기자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고, 회장은 신중하게 답변을 시작했다.


“네, 맞습니다. 총 사상자는 79명이며, 그중 32명이 사망하였고 나머지는 부상 상태입니다. 하지만 아직 한 명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지원자가 남아 있습니다. 현재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적인 수색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그 지원자가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까?”


회장이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희박합니다.”


회장이 단호히 말한 뒤 말문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저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생존여부와 관계없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지원자를 찾아낼 예정입니다. 그럼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이 난무했지만, 회장은 과감히 자리를 떴다.


***


“신원확인 됐나?”


회장이 최한국에게 물었다. 최한국은 현재까지 집계된 사상자의 신원을 모두 비교하였다.


“네. 확인했습니다.”


최한국이 서류 한 장을 회장에게 건넸다. 청명섭이 헌터 시험을 접수할 때 작성한 서류였다.


“이 친구에 관한 정보는?”

“과거 짐꾼이었다는 정보와 청소 일을 맡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헌터 시험을 보게 된 거야?”

“그건...아무래도 청명섭 씨가 사전에 작성한 체크리스트에 ‘각성’이라고 체크한 게 큰 이점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일일이 확인도 하지 않은 거야?”

“아시다시피...수많은 지원자들의 능력을 확인하는 건...그리고 예전부터 저희는..”

“알았네, 알았어.”


회장이 손을 저었다.

그리고 서류를 보며 말했다.


“소재 파악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촉수에 흡수된 지원자들의 소지품도 모두 뒤졌으나 명섭 씨로 판명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아직 내부에 생존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지?”

“현재 상황이라면..그럴 가능성이 남아 있긴 합니다. 저..회장님. 이건 외람된 일이지만 이런 흔적도 있었습니다.”


최한국이 사진 몇 장을 건넸다.

촉수 괴물의 사체였는데, 이빨 자국과 도끼 자국이 선명했다.


“이게 뭐지?”

“정체불명의 흔적입니다. 지원자들 중에서 도끼를 사용하는 지원자가 있긴 했지만, 이정도의 파괴력은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이빨 자국도 그렇고요.”

“게이트 내부에 다른 존재가 또 있다는 건가?”

“명확하진 않지만...이 흔적으로 봐서는...”

“이봐 최한국.”

“네. 회장님.”

“지금 온 국민의 시선이 쏠려 있는 상태야. 구태여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잖아...”

“그렇지만...”

“선택과 집중을 할 때야. 지금은 청명섭 씨의 생존 여부에만 집중을 할 때라고..”


최한국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회장님.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게이트 내부를 철저히 수색하겠습니다.”


회장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반드시 찾아라. 죽었으면 시체라도 가져와야 한다. 알았나?”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최한국이 임시 사무실을 빠져나간 뒤 자신의 팀원들에게 소리쳤다.


“다들 집합!”


헌터들이 일사분란하게 집합했다. 최한국이 ‘청명섭 찾기’ 작전에 관하여 브리핑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상자 중에서 청명섭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는 그가 아직 게이트 내부에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그를 찾아내야 한다.”


헌터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최한국의 말을 경청했다. 최한국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이번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청명섭을 찾아내는 건 단순히 생존자를 구출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번 참사의 희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한순간도 방심하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에 임해주기 바란다. 알았나!?”

“네! 알겠습니다!”


헌터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럼 수색 작업 실시!”


최한국의 명령에 헌터들이 지체 없이 게이트 내부로 다시 진입했다.


***


한편, 명섭의 무리.

남쪽으로 향하던 와중 저번의 모텔보다 더 쾌적한 공간을 발견했다.

딱딱하지만 깨끗한 침대, 지천에 깔린 먹을거리, 이곳은 지상낙원과 다를 바 없었다.


“벨코르, 켈베로스, 너희들도 좀 쉬어라.”

[네, 주인]

[컹컹, 고맙습니다.]


명섭이 창밖을 바라봤다. 바깥은 어제와 다름없이 평화로웠다. 간간히 보이는 촉수 괴물은 나사가 풀렸는지 예전의 공격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아무튼, 매우 수월한 지금이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다들 조용히 해봐.”


벨코르와 켈베로스도 가만히 서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굉장히 먼 곳에서부터 들려서 알아듣기가 힘들 정도였지만 해석하자면 이러했다.


[아아, 게이트 내부에 청명섭 씨가 계시다면 속히 복귀해주시길 바랍니다. 아아, 시험은 종료입니다. 속히 복귀해주시길 바랍니다!]


명섭의 표정이 굳었다.


“갑자기 복귀라니?”


심지어 시험 종료라니?

이제 하루도 남지 않았는데?

이런 씨부랄!

명섭이 어이가 없어 혀를 찼다.


“켈베로스, 자네 생각은 어때?”


명섭이 켈베로스에게 물었다. 켈베로스는 삼두인 만큼 남들보다 생각이 빠른 편이다.

켈베로스가 세 개의 머리를 굴리며 생각한 끝에 명섭에게 말했다.


[주인님, 저의 사견을 말씀드려도 괜찮겠습니까?]

“그런 거 물어보지 않아도 좋으니까, 얼른 말해 봐.”

[주인님...감히 제가 판단하건데. 이건 모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략?”

[그렇습니다.]

“흐흠. 어째서지?”

[헌터 시험은 단 한 번도 중도 취소된 적이 없는 역사적인 시험입니다. 그런데 취소라니요.]

“그럴싸하구나.”

[조금만 더 버티면 될 일을, 저런 신빙성 없는 정보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명섭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옳다.

전쟁에서 정보전도 싸움이다.

거짓된 정보로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도 전략중 하나이지.

잠시 본업을 망각했다.

벨코르도 켈베로스의 말에 동의하는 듯 보였다.


[흐흠, 저도 똥개의 말에 동의하오. 갑작스런 복귀라니. 모략도 참 수준이 낮구려.]


웬일로 한 마음 삼위일체가 되어 같은 생각을 한다.


[컹컹, 오랜만에 취두부가 옳은 생각을 합니다. 주인]


명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여기서 계속 머물다가 10시간 뒤에 정확히 복귀한다. 알았나 다들!?”

[흐흠, 아주 옳은 판단이오, 주인]

[컹컹!]


그렇게 몇 시간 뒤.

딱딱한 침대에서 잠시 졸다가 일어난 명섭, 일주일간 씻지를 못하고 잠자리가 불편하니 온몸이 찌뿌둥하다.

시계를 확인했다. 시험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한 시간.

이 지랄 맞은 시험도 이제 곧 끝날 때다.


‘이제 곧 아이들을 볼 수 있겠어.’


그때 켈베로스가 컹컹 짖어댔다.


“왜 그래?”

[주인, 어디선가 인간의 냄새가 느껴지오.]

“이쪽으로 향해서 오는 건가?”

[그렇소, 주인. 전투력은 그리 강하지 않소.]


명섭이 창밖을 살폈다. 좁은 골목에 진입한 몇 명의 헌터들. 좋은 무기를 하나 씩 차고 있고, 완전 무장을 한 상태였다.

명섭이 창가에서 허리를 숙인 뒤 그들의 말소리를 귀담아 들었다.


“에이 씨발,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그냥 뒤진 거 아냐?”

“그럴 확률이 높지. 알아보니까 청명섭이란 사람은 과거 짐꾼이었고 각성 능력도 없었나 봐.”

“쯔쯔, 어쩌다 여기까지 굴러들어와서는 말이야. 그냥 조용히 살지.”

“헌터가 되면 먹고 살기가 편하잖아? 그래서 죽기 까무러치기로 도전해 본 거겠지.”

“남은 아이들만 불쌍 하구만, 아까 보니까 아이들이 게이트 앞에서 울고 불며 난리던데 말이야.”

“나도 그걸 보는데 어찌나 마음에 아프던지.”

“이봐, 우리 이쪽 건물 수색 했었나?”

“표식이 없는 걸보니 수색을 하지 않은 건물 같은데... 한번 들어가 볼까?”

“에휴, 또 허탕만 치겠지. 뭐 하러 들어가냐. 아까 40층 건물 올라갔다가 허벅지 터질 뻔 했잖아.”

“하긴..흐흐”

“그냥 노가리나 까면서 돌아다니자고, 누군가 알아서 수색하겠지.”

“좋지.”


명섭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그나저나, 아이들이 게이트 밖에서 울고 있다고? 아무래도 아빠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애들아 아빠는 살아 있다.’


그것도 생존 시험을 아주 잘 하고 있지.

명섭이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분, 10분이면 모든 시험이 끝날 때였다.


[주인, 어쩌실 작정이오?]


벨코르가 물었다.

명섭이 생각에 잠긴 뒤 말했다.


“벨코르, 켈베로스, 너희들의 임무도 이제 여기까지다.”


이제 전투는 무의미하다. 저들도 명섭을 찾고 있는 걸 보니, 전투 의지가 있는 게 아닐 터. 불가피한 전투는 불필요했다.


[주인....그럼 저희는...]

[컹......컹......]


명섭의 말에 벨코르와 켈베로스가 매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이런...’


매번 소환수를 소환할 때마다 느낀다. 이별은 항상 힘든 법이라고.


명섭은 침착한 표정으로 켈베로스와 벨코르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이별의 슬픔이 서려 있었지만..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정말 고맙다, 벨코르, 켈베로스. 너희들 덕분에 이번 시험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어.”


켈베로스는 세 개의 머리를 동시에 흔들며 고개를 숙였다.


[주인님, 언제든지 저희를 다시 불러주십시오. 켈베로스는 항상 주인님을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벨코르는 쌍도끼를 교차한 채 명섭에게 경의를 표했다.


[주인, 저도 이 전쟁에서 주인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소. 언제든 다시 불러주시오,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되어 있소.]


짜식들....

명섭은 두 손을 들어 천천히 허공에 마법진을 그렸다.

그의 손끝에서 희미한 빛이 피어오르더니, 켈베로스와 벨코르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들이 빛 속에서 점차 희미해지며, 서서히 소멸해갔다. 마침내 두 소환수의 형체는 완전히 사라졌다.


명섭은 잠시 눈을 감고 그들의 존재를 되새겼다.


“또 만나자, 친구들.”


소환해제를 함과 동시에 타이머가 울렸다.

삐, 삐, 삐.

모든 시험이 끝났음을 의미했다.


***


한편, 게이트 입구.

엄청나게 큰 스피커가 계속해서 방송을 하고 있었다. 대북 방송급 스피커랄까.


[게이트 내부에 청명섭 씨가 계시다면 속히 복귀해주시길 바랍니다. 시험은 종료입니다. 속히 복귀해주시길 바랍니다!]


청명섭 수색 팀장으로 임명받은 최한국이 귀마개를 낀 채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 수색탑에 올라가 있는 한 헌터가 외쳤다.


“티....팀장니이이임!”


헌터의 외침에도 최한국은 귀마개를 꽂고 있어 듣질 못했다.

답답증이 도진 헌터가 최한국에게 다가가 말했다.


“팀장님!”

“무슨 일이야?”

“저....저기!”

“뭐?”

“저길 보십시오.”


그러면서 헌터가 최한국에게 망원경을 건넸다. 최한국이 망원경을 들어 헌터가 지시한 방향을 살폈다.


최한국은 망원경을 통해 건물 사이의 대로변을 살폈다. 빽빽하게 늘어선 고층 건물들 사이로 한 인물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 인물은 유유히, 마치 주변의 위험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걸음걸이로 대로변을 따라 걸어왔다.


그의 모습이 점점 더 명확해지자, 최한국의 눈이 번뜩였다.


오랜 시간 동안 생존을 위해 숨어있던 지원자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


‘저자가...청명섭!?’


작가의말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이형기의 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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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게이트에서 평화를 외치다.(2) 24.09.10 33 1 13쪽
15 게이트에서 평화를 외치다.(1) 24.09.09 43 1 16쪽
14 영웅 따윈 관심 없수다.(3) 24.09.08 83 1 12쪽
13 영웅 따윈 관심 없수다.(2) 24.09.07 94 2 13쪽
» 영웅 따윈 관심 없수다.(1) 24.09.06 102 2 13쪽
11 뜻밖에 영웅(5) 24.09.05 115 2 15쪽
10 뜻밖에 영웅(4) +2 24.09.04 122 4 13쪽
9 뜻밖에 영웅(3) +2 24.09.03 134 5 12쪽
8 뜻밖에 영웅(2) 24.09.02 140 4 14쪽
7 뜻밖에 영웅(1) 24.09.01 159 4 12쪽
6 싱글대디가 되었다.(5) 24.08.31 164 3 12쪽
5 싱글대디가 되었다.(4) 24.08.30 179 3 13쪽
4 싱글대디가 되었다.(3) 24.08.29 197 4 14쪽
3 싱글대디가 되었다.(2) 24.08.28 236 5 13쪽
2 싱글대디가 되었다.(1) +2 24.08.27 292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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