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초월급 회귀자 헌터로 착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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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빛
작품등록일 :
2024.08.2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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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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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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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대디가 되었다.(2)

DUMMY

명섭은 거실 구석에 앉아 있는 다솜을 잠시 뒤로하고, 홀로 방으로 들어갔다. 다솜 앞에서 주문을 외우면 혼란스러워할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명섭은 조용히 심호흡을 한 뒤,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고대의 지혜를 지닌 자여, 내 부름에 응답하라. 아이들의 길을 밝히고, 어둠을 걷어낼 수 있는 당신을 소환하노라!”


순간, 방 안의 공기가 갑작스럽게 무겁게 변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명섭의 손끝에서 시작된 에너지가 점점 방 전체로 퍼져나가며, 공기 중에 미세한 빛의 입자들이 춤을 추듯 떠올랐다. 그 빛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며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눈앞에서 한 여인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났다. 그녀는 금발의 머리칼을 가진 젊은 여인이었다.


이름: 이사벨라

종족: 성스러운 성녀

마법력 소모: 1,500MA (소환 시), 10MA/시간당 (유지 시)

특징: 전쟁고아의 수호자, 교육자, 치유자

등급: S급

충성심: 절대적

상태: 건강함, 임무 수행 준비 완료


성녀의 등장과 함께 방 안은 성스러운 기운으로 가득 찼다. 이사벨라는 명섭과 아주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성녀였다.


소환술사의 소환수가 되기 위해서는 주종 서약을 맺어야만 했는데, 이사벨라는 과거 데커트와 주종 서약을 맺은 소환수였다. 긴 사연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이사벨라, 오랜만이야.”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임무를 맡겨주세요. 저는 언제든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이사벨라가 이곳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했다.

명섭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작은 기억의 조각을 꺼냈다. 기억의 조각은 작은 실처럼 공중을 유영하며 이사벨라의 머릿속으로 주입됐다. 이곳의 정보와 지식이었다.

이사벨라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이해했어요.”

“전쟁터와 비견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야. 이사벨라, 자네가 많은 도움을 줬으면 해.”

“네, 주인님. 받들겠습니다.”


이사벨라가 방을 나가려는 찰나, 명섭이 그녀의 몸을 막아섰다.

뭔가 거슬린다.


“잠깐!”

“네? 주인님?”


‘이사벨라의 복장이 너무... 성스럽잖아?’


집에서는 어울리지 않은 복장이다. 성스러운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꼭 그렇다. 명섭은 옷장을 열어 아무 옷이나 꺼내 이사벨라에게 던져주었다.


“이걸 갈아입어. 성녀 옷은 이곳과 어울리지 않아.”

“네, 주인님.”


이사벨라는 명섭의 명령을 받들어 그 자리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쉭쉭, 빠르게 환복을 한 뒤 주인을 바라봤다.


“다 갈아입었으면 임무를 수행하도록.”

“네. 받들겠습니다.”


***


이사벨라는 거실로 나가 다솜을 마주했다. 다솜은 화들짝 놀랐다. 짧은 반바지와 목이 늘어난 티를 입은 언니가 어째서 갑자기 나타난 거지?


“아빠! 언니는 누구야?”

“아빠 친구란다.”


다솜은 아빠 친구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렇게 예쁜 언니가 친구라고? 믿을 수 없었지만 아빠의 말이 그렇다니 믿는 수밖에.


이사벨라는 다솜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살짝 숙이고,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다솜의 손을 잡았다.


다솜은 이사벨라의 부드러운 손길과 친근한 태도에 왜인지 마음이 편안했다.


“다솜아,”


이사벨라가 다정하게 말했다,


“오늘 유치원에서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을지 궁금하지 않니? 나랑 같이 가면, 새로운 친구들과 놀고, 멋진 이야기들도 많이 들을 수 있을 거야.”


다솜은 잠시 망설였지만, 이사벨라의 밝은 얼굴을 보자 마음이 놓였다. 아빠와 함께하는 것만큼이나 이사벨라와 함께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정말요? 언니도 같이 갈 수 있어요?”


다솜이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다.


“그럼, 물론이지. 나는 항상 다솜이 곁에 있을 거야,”


이사벨라가 다정하게 대답하며 다솜의 작은 손을 살짝 잡았다.


“언니랑 같이 가면 괜찮을 것 같아요,”


다솜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 그럼 우리 가방을 메고 출발해볼까?”


다솜은 이사벨라의 말에 따르며 가방을 멨다. 이사벨라는 다솜의 가방을 다듬어주며, 살짝 옷매무새도 정돈했다. 다솜은 아빠를 한번 돌아보더니 말했다.


“아빠, 다녀올게요!”


다솜이 힘차게 외쳤다. 그리고 이사벨라의 손을 잡고 현관으로 향했다.


“그래, 재밌게 놀다 와라, 다솜아,”


명섭이 흐뭇한 표정으로 답했다.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릴 줄이야, 이사벨라는 두 아이를 키우는 데 매우 중요한 존재임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다녀올게요, 주인님.”


이사벨라는 명섭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후, 다솜과 함께 유치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주인님이라니...’


이곳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다행히 다솜이 잠시 정신을 판 사이에 한 말이지만, 호칭 정리도 조만간 해야 할 것 같다.


***


이사벨라가 다솜을 등원시키는 동안, 명섭은 아이들을 잘 기르기 위해 필요한 물품을 정비하고 있었다.


마치 전쟁을 앞둔 군인이 전쟁 물자를 점검하듯이 말이다.


‘흐음, 이 집은 모든 게 빈약해.’


전쟁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물품은 바로 군자금. 그렇듯 이 집은 자금이 부족했다. 지구에서 살려면 돈이 많아야 하거늘, 현재 명섭의 계좌에 있는 돈은 고작 삼백만 원 남짓. 이 정도면 한 달 월세 내고 생활비를 빼면 다음 달에 거덜 날 수준이었다.


‘그래서 매일같이 일을 했겠지.’


심지어 명섭은 비각성자였다. 아무런 능력이 없어서 헌터들의 뒤치다꺼리를 주로 맡았다. 그게 짐꾼과 청소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능력이 있으니 고소득 알바를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명섭이 스마트폰을 뒤적거렸다. 헌터 웹사이트에 접속하여 일일 알바를 구했는데, 마침 고소득의 일당이 있었다.


‘하루에 30만 원이나 준다고?’


짐꾼이 하루 짐을 나르는데 버는 돈은 고작 십만 원, 그런데 30만 원의 일당은 세 배를 한 번에 벌어들일 수 있었다.


‘일도 쉽잖아?’


고작 괴수를 처치하는 일.

그동안 숱한 전쟁을 겪은 명섭에게 이 정도 일은 식은 죽 먹기 수준이었다.

명섭은 생각할 것도 없이 업체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불가능.’

어째서인지 이유를 물어보니,


[헌터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였다.


‘이런 젠장.’


괴수를 처리하고 소탕하는 데 필요한 국가 공인 자격증이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시험이 필요했다. 그 시험은 1년에 한 번 치르는데, 곧 몇 주 뒤였다.


‘흐음,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격증을 일단 따야겠군.’


헌터 자격증은 자신의 고향에서 치르는 마법사 자격증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명섭은 소환술 시험의 감독관이 되기도 했었지.


‘지구에서도 소환술이 있으려나?’


생전 몸 주인의 기억 속에서는 소환술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마력을 매개로 마법을 이용하는 헌터들이 있긴 하지만, 소환술은 명섭이 유일했다.


아무래도 시험을 원활하게 합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성녀 이사벨라가 집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사벨라, 다솜이의 등원은?”

“중간에 떼를 쓰긴 했지만, 적당한 술수로 설득했어요.”

“그래도 그 아이는 내 아이야. 마법을 웬만하면 쓰지 않았으면 하는데.”

“네, 받들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제 또 무엇을 하면 될까요, 주인님.”


아, 또 주인이란다.


“이봐, 이사벨라. 앞으로 내게 주인님이라는 호칭은 둘이 있을 때만 사용하고, 아이들과 사람들이 있을 때는 자제했으면 하는데.”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불러 드리면 될까요?”


흠, 무엇이 좋을까.

적당한 단어가 떠올랐다.


“사람들이 많을 때는 오빠라고 불러라, 이곳에서는 익숙한 단어니까.”

“네, 주인님. 받들겠습니다.”


이사벨라가 고개를 숙여 답했다. 소환수는 주인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한다. 죽으라면 죽고, 자신을 위해 희생하라면 희생한다. 그것이 주종 서약이었고, 소환수의 역할이었다.


이제 아이들 등교, 등원도 다 시켰겠다, 미뤄둔 집안일을 할 차례다. 명섭은 이사벨라에게 몇 가지 일을 지시했다.


“이사벨라, 너에게 전해준 기억 속에 아이들의 정보가 기록돼 있겠지?”

“물론입니다. 다훈과 다솜은 주인님의 자녀들이며, 그들은 김치볶음밥과 카레를 좋아합니다. 가끔 저녁이면 반드시 러브핑 만화를 봐야 하고, 러브핑을 본 이후에는 다훈은 숙제, 다솜은 한글을 익히는 시간입니다. 그 외에도...”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해.”

“네, 주인님.”

“앞으로 너의 임무는 다훈과 다솜이 안전하게 이 집에서 머물고 성장하는 거야.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네, 주인님. 받들겠습니다.”

“일 시작해.”


명섭이 소파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동안 이사벨라는 다급히 움직이며 집안일을 시작했다. 밀린 빨래부터 시작해 설거지와 청소까지. 명령대로 받들기만 하는 이사벨라였다.


***


이사벨라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 명섭이 향한 곳은 서울 종로에 위치한 헌터협회였다. 이곳에서 헌터 시험을 신청해야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꽤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


‘다들 헌터가 되고 싶은 건가 봐.’


헌터가 되어서 괴수를 무찌르고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게 인생 역전의 발판이었다. 그래서 헌터라는 직업은 매우 인기가 많았다. 물론 합격률이 한 해에 10%도 되지 않지만.


“거기 좀 비켜요!”

“그쪽이 먼저 새치기를 했잖아!”

“이 양반이 지금 장난해!”


뙤약볕 아래에서 너무 긴 시간을 대기해서 그런 건가. 다들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야?”

“이 자식이!”


결국 두 사내는 멱살을 잡으며 싸움질까지 번졌는데, 명섭은 싸움을 보며 심각하게 표정을 굳혔다.


고작 저 정도의 무력으로 헌터 일을 하려 하다니, 차라리 서로의 다리몽둥이를 부셔주고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괴수 앞에서 아작 나기 전에 말이다.


아무튼, 줄을 기다리는 동안 재밌는 연극 한 편을 본 기분이었다.


“54번, 서류 접수하세요!”


때마침 명섭의 차례가 다가왔다. 명섭은 창구 직원 앞에 앉아 직원이 건네는 서류를 받았다. 선택란이 무지하게 많았다.


“서류 작성해주시고, 동그라미 친 부분에 서명해주세요.”

“네.”


서류를 찬찬히 살폈다. 이름을 쓰는 란에 ‘청명섭’, 나이는 ‘31’. 자녀 유무 체크란에 동그라미를 치고, 남아와 여아가 있다고 체크했다.


그렇게 간단히 신상을 쓰고 나니 좀 더 전문성을 요구하는 체크리스트가 나왔다.


가장 먼저 선택해야 하는 사항은 ‘비각성’이냐 ‘각성’이냐의 선택이었다.


‘흐음... 이거 참 애매하네.’


지구에서 ‘각성’이란 보통 사람이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되는 순간을 뜻했다. 잠재적인 능력이 어느 특정한 상황에서 폭발하는 것인데, 명섭은 그런 과정 없이 어릴 때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은 소환술사였다.


곰곰이 생각에 잠긴 명섭이 ‘각성’에 체크했다. 남들보다 특별한 힘을 지녔으니 말이다.


‘각성이 맞겠지!’


그리고 마지막 질문에 도달했다. 매우 무섭고 께름칙한 질문.


[시험 중에 죽어도 협회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죽어도 책임이 없다는 것.

명섭은 당연히 서명했다.


모든 서류를 전부 작성한 뒤 창구 직원의 안내에 따라 커다랗게 생긴 접수 기계에 서류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계음성이 들렸다.


“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


한편, 오늘도 늘 봄날 같은 늘봄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흙먼지가 나부끼고 아이들이 공을 차며 축구를 하고 있었다. 평화로운 전경이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갈등들이 보인다.


그렇듯, 흙먼지 사이로 두 아이가 사소한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초등학생들의 다툼은 종종 사소한 일로 시작되지만, 작은 불씨로 시작된 싸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마련이다.


“네가 세게 밀었잖아, 등신아!”

“살짝 밀었어. 그리고 그 정도도 못하냐?”

“사과해!”

“아까 사과했거든? 무릎이라도 꿇어?”

“응, 꿇어!”


다훈이 억울한 듯 씩씩거렸다. 축구를 하는 와중에 몸싸움이 있었을 뿐인데, 어째서 무릎까지 꿇어야 하는 건가?


이러한 갈등은 간혹 부모의 권위에 의해 해결되는 경우가 있는데, 집안에 돈이 많다거나, 좋은 아파트에 산다거나, 혹은 아빠가 세계 최강이라거나.


그래서 다훈은 친구와의 말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다훈의 아빠는 짐꾼이었으니까.


“너희 아빠 그지깽깽이!”

“아니야!”

“왜? 니네 아빠 헌터도 아니고 돈도 못 벌고, 짐꾼 그지!”


고작 몸싸움에 좀 밀렸다고 저런 말을 하다니. 평소 아빠에게 주먹을 함부로 쓰지 말라는 말을 듣고 살았지만, 다훈은 참을 수 없었다.


“우리 아빠 그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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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게이트에서 평화를 외치다.(2) 24.09.10 33 1 13쪽
15 게이트에서 평화를 외치다.(1) 24.09.09 44 1 16쪽
14 영웅 따윈 관심 없수다.(3) 24.09.08 8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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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영웅 따윈 관심 없수다.(1) 24.09.06 102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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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뜻밖에 영웅(4) +2 24.09.04 123 4 13쪽
9 뜻밖에 영웅(3) +2 24.09.03 135 5 12쪽
8 뜻밖에 영웅(2) 24.09.02 141 4 14쪽
7 뜻밖에 영웅(1) 24.09.01 160 4 12쪽
6 싱글대디가 되었다.(5) 24.08.31 164 3 12쪽
5 싱글대디가 되었다.(4) 24.08.30 17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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